포르노를 본 적이 없다. 물론 야한 영화를 본 적은 많다. 내가 말하는 야한 영화란 극장에서 개봉하는 류의 영화가 아니라 비디오가게에서 찾을 수 있는 작품들이다. 가만있자, 제목이 뭐였더라, <동물적 본능>도 있었고..또...
<동물적 본능>도 친구의 집에서 봤고, 그 친구가 한 번은 포르노를 보자고 불렀는데 가지 않았다. 굳이 밝힐 필요는 없지만 그 친구의 아버지는 목사님이었다. 어쨌든, 내가 야한 영화를 보고난 후의 감상이란 게 별 게 없었다. 재미가 없었으니까. '야하다'고 느껴지고 '재미있다'고 느껴지기 위해서는 그들이 옷을 벗고 끌어안아서만 되는 건 아니었다. 옷을 벗기 전, 끌어 안기 전의 남자와 여자(혹은 여자와 여자, 남자와 남자라도)의 긴장과 설레임이 있어야만 했다. 그래야 영화는 영화로서 재미를 더했고 그래야 내가 그 영화속의 누군가가 될 수 있었다. 어릴적(고등학생)에 봐도 별로 재미가 없었으니 어른이 된다한들 취미가 붙을 리 없었다. 나는 재미있는 영화가 야하기까지 하면 완전 좋아했지만 그냥 벗는 영화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었다. 그러니 포르노에 대한 관심도 없었다. 포르노란 내게 그저 남자들이 혼자 보면서 연구하는 영화, 정도의 뜻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포르노 산업의 폭력적인 면에 대해 갑자기 확 와닿고 말았다. 포르노 배우들과 감독들 관계자들이 폭력적이란 얘기가 아니다. 돈이 없는 집에서 태어난 여자들이라면 폭력에 노출되기 쉬웠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딸들은 얼마나 많이 돈에 팔려가게 되는가. 그들이 파는건 성이다. 성을 팔아도 되는가 안되는가 그것에 대한 생각은 각자 다를 수 있어도, 그들이 일단 돈에 '팔려가게 된다'는 것은 본인의 의지와는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이 어떤 행위이든, 내 의지에 반한다면, 그건, 폭력이다.
영화 [러브레이스]의 주인공인 '러브레이스'는 스무살에 사랑에 빠졌고, 그남자와 결혼을 해서 집을 떠났다. 그러나 남자는 마약에 중독됐고 섹스에 중독됐으며 돈이 없었다. 그에게는 아주 많은 돈이 필요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열심히 일하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물론 열심히 일하지도 않았지만. 그는 자신이 가르쳐서 오랄섹스를 아주 기막히게 잘하는 자신의 아내 러브레이스를 포르노 영화에 주연으로 내보낸다. 그녀가 얼마나 잘하는지 오디션장에서는 그녀와 자신의 섹스장면 비디오테입을 틀어주고. 영화는 이때부터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러브레이스는 그 영화를 찍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틈틈이 남편은 그녀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자신이 찍은 포르노가 극장에서 개봉하고 대박을 터뜨리지만 그녀는 거기에 대해 자신의 몫을 받지 못하고 또다시 폭력에 노출된다. 남편은 그녀를 포르노 배우로도 모자라 매춘으로도 팔아넘긴다. 남자들 여러명이 있는 호텔에 남편이 여자를 몰아넣었을 때, 아무리 발버둥쳐봤자 그 떼거지의 남자들을 당해낼 재간이 없음이 분명할 때, 그 때 그녀가 느끼는 두려움과 수치심은 얼마만큼일까. 이 모든것들이 싫다고, 그만두겠다고 하면 남편은 총을 들고 협박한다. 내 말을 들어.
아직 그정도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때, 그녀는 남편을 피해 친정으로 도망을 왔었다. 엄마, 며칠만 여기 있게 해주세요. 엄마는 그래서는 안된다고 너의 남편에게 돌아가라고 한다. 그녀는 울면서 엄마에게 말한다. 그가 나를 때려요. 그러자 엄마는 니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그가 너를 때리니, 라고 오히려 그녀를 나무란다. 착한 아내가 되라, 남편의 말을 잘 들어야지.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맞으면서도 순종적으로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강요받았을까.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 장소에서,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그런 삶을 살아온걸까.
결국, 그녀는 남편으로부터 도망친다. 그리고 자신이 포르노를 찍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자서전으로 풀어낸다. 세상에 그 일을 고발해낸 그녀는 그 뒤로 죽을때까지 포르노영화를 반대하는 운동에 앞장서며 살다가 53세에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그녀의 남편은 그 후에 또다른 포르노스타와 결혼했다는 데, 그 자막을 보는 순간 그 여자 역시 폭력적으로 그 앞에 서게 된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당연히 들었다.
영화를 보고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러브레이스 주연의 영화 [목구멍 깊숙이]는 실제로 있는 영화였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더니 저 영화 역시 진짜였다. 그러나 러브레이스에 대한 의견은 좀 갈리는 듯했다. 그녀가 남편의 폭력 때문에 포르노를 찍은 게 아니라 스타가 되고 싶어 찍었다는 말도 있다고 했다. 남편이 그녀에게 폭력을 휘두르긴 했지만 그건 남자배우와의 사이를 의심했기 때문이라고. 그녀가 폭력을 당했다는 자서전을 쓴 건 자신이 헐리우드의 스타가 되겠다는 야심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는데,
1. 남편은 그녀에게 어쨌든 폭력을 휘둘렀고
2. 포르노 산업은 폭력앞에 아주 쉽게 노출될 수 있다
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가진 게 없고 그래서 힘 없는 여자들을 간혹 가족들이 매춘으로 내몬다는 기사를 본 적도 있는데, 더 많은 돈을 벌어다줄 포르노는 그들을 착취하기 위한 가장 쉬운 수단이 되지 않겠는가. 예고편을 보았을 때도, 그리고 이 영화 [러브레이스]의 포스터만 봐도 유쾌발랄상큼 코미디로 보이지 않는가. 젠장. 그런 영화인줄 알고 룰루랄라 극장을 찾았다가 결국엔 눈물을 흘렸다. 아..이런 영화인 줄 몰랐어 진짜.
아놔...이건 뭐.....참............할 말도 없고 재미도 없다. 내가 본 우디 앨런의 영화중 가장 재미없고 지루한 영화인 듯. 보면서도 보고 나서도 아무 생각도 안들어. 참...아! 페넬로페 크루즈는 참 이쁘다. 끝.
나의 엄마는 입병이 자주 생긴다. 간혹 병원에 갔을 때 물어보면 그때마다 '피곤해서' 생기는 거라고 해서 그래, 그렇겠지, 하고 말았는데, 그래도 너무 자주 생기는 게 아닌가 싶어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베체트병'이라는 증상이 입병이 자주 생기다가 실명의 위기에 처하고 한다더라. 무서워서 엄마한테 병원에 다시 한 번 가서 물어보라고, 그건 안과에 가서 물어봐도 되고 한의원을 찾아도 될 것 같다고 했는데, 며칠전 엄마가 눈이 아파서 안과를 찾은 김에 물어봤더니, 그건 피곤해서 생기는 거고, 이 눈의 염증은 늙어서 생기는 거라고, 나이들면서 점점 눈꺼풀이 쳐져서 그런다고 했다며 약을 처방해주었단다. 흐음. 그리고 입병도 다 나았고...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입병이 아주 오랜 시간 낫지 않는다는 데, 그건 아니고, 또 눈이 안보이거나 성기에 염증이 생기거나 하는 것도 아니니 베체트병이 아니긴 아닌것 같다 싶으면서도 좀 신경이 쓰인다. 여동생이 엄마 드시라고 이것저것 비타민을 챙겨드려서 그거면 괜찮겠거니 하고 난 무심했는데, 며칠전에 검색해보니 입 병에 좋은건 비타민 B 군 이라더라. 앗, C가 아니고? 그래서 또 검색해보니 비타민 B군은 토마토 등푸른 생선에 있고 그리고, 돼지고기에 아주 풍부하단다. 돼지고기 먹으면 비타민 B군을 섭취할 수 있다고. 오! 좋았어!! 나는 당장 엄마한테 문자를 보내 돼지고기를 많이 드시라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일요일 오전, 여동생 집에 가 있는 엄마와 통화.
입병은 다 나았어?
응 다 나았어.
돼지고기 먹어.
응. 나 집에가면 너랑 돼지고기 먹으러 다녀야겠다. 갈비도 먹고 삼겹살도 먹고.
그래. 나 봐, 돼지고기를 맨날 먹으니까 입병따위 안생기잖아.
아, 그런데 이렇게 말하자 엄마가 내게 이러는거다.
대신에 넌 뚱뚱하잖아.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난 갑자기 할 말이 없어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얘기를 친구에게 하자 친구가 물었다. 뭘 선택할 거에요? 입병 생기는 거랑 뚱뚱한 것 중에? 하아- 둘 다....싫은데? 우짜지. 쩝.
오늘 아침 동료가 아이유식단 아냐고 물었다. 모른다고 하자 아침 사과 한 개, 점심 고구마 두개, 저녁 단백질 쉐이크 란다. 헐. 그거 다 합쳐도 한 끼로는 스트레스 받는 식단인데, 그걸 하루에 나눠서 먹는다고? 얼라리여. 너무한거 아니야? 그런 대화를 하다가 문득, 아, 나도 이제, 단백질 쉐이크로 저녁을 먹을까.........하는 생각에 도달하고 만 것이다. 생각부터 우울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