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이야기엔 나도 울어.
"괜찮아?"
"어‥‥"
"목마르니?"
"어‥‥"
"뭐 마시고 싶어?"
"밀크셰이크."
방안에 있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웃음을 터뜨렸어.
"뿅 갔군."
"찰리, 배고프니?"
"어‥‥"
"뭐 먹을래?"
"밀크셰이크."
내 대답이 전혀 웃기지 않는 것이었다면 그애들이 그토록 왁자지껄하게 웃지는 않았겠지? 그때 샘이 내 손을 잡아끌며 일으켜 세웠는데 방바닥이 어질어질하더라.
"가자. 밀크셰이크 만들어줄게." (p.66)
찰리는 파티에 갔다가 밥이 건넨 브라우니를 먹는다. 그런데 그 브라우니에는 대마초가 들어있었다. 찰리는 당연히 뿅가고 사람들은 찰리앞에 모여서는 그런 찰리를 보고 웃는다. 이에 샘은 밥에게 화를 내며, 찰리가 먹고 싶다는 밀크셰이크를 만들어주겠다고 한다. 영화에서는 이 장면이 무척 좋았는데, 그건 샘이 냉장고에서 아이스크림을 큰 통을 꺼내고 뚜껑을 열어 아이스크림주걱으로 크게 덩어리로 퍼서는 믹서기에 넣고 우유를 붓고 믹서를 돌리는 장면이 바로 눈앞에서 보여졌기 때문이다. 밀크셰이크의 맛이 입 안 가득 퍼지는 느낌. 그보다는 그 달콤한 것을 누군가 나를 위해 만들어주는 바로 그 느낌이 생생히 전해진다고 해야할까.
샘은 나를 부엌으로 데리고 올라가서 불을 켰어. 이럴 수가! 불빛이 정말 믿을 수 없을 만큼 밝은 거야. 마치 낮에 영화를 보고 극장에서 나왔을 때, 내리죄고 있는 눈부신 해를 보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지. 샘은 아이스크림과 우유 그리고 믹서를 찾아냈고, 내가 화장실이 어디 있느냐고 물어보니까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모퉁이를 돌아가라고 햇어. (p.67)
찰리는 샘을 좋아한다. 그런 샘이 찰리를 위해 밀크셰이크를 만들어줬다. 그 맛은 어땠을까?
내가 먹어본 것 중에서 제일 맛있는 밀크셰이크였어. 너무 맛있어서 겁이 날 정도였다니까. (p.68)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의 영화 [라스트 나이트] 에서, 여자의 남편은 여자와 자신을 위해 달걀 요리를 한다. 늦은 밤, 아내와의 사이에 흐르는 서먹하고 어색하고 나쁜 기운을 떨쳐버리기 위해 그는 프라이팬을 꺼내고 달걀을 깨뜨리고 우유를 넣고 마구 휘젓는다. 그렇게 접시에 그 따뜻한 달걀 요리를 담고 오렌지쥬스를 따라준다. 그들은 그 요리를 나눠 먹으면서 대화를 시도한다.
나는 그 장면이 무척 좋았는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먹을 혹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줄 음식을 만드는 장면이 지독하게 낭만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따뜻하기도 하고. 나는 할 줄 아는 요리가 없어서 같은 상황이 온다면 사발면에 물이나 부어주겠지만;;, 이럴 때를 대비해 요리 한 두가지쯤은 배워둬야 하는게 아닐까 싶어졌다. 영화 월플라워 에서도 마찬가지, 샘이 만들어주는 밀크셰이크는 맛있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한 번도 사먹어 보지 못했던 밀크셰이크를 사먹고 싶어졌다. 만들어 먹어볼까, 도 생각했지만 그러려면 아이스크림도 사야하고..그냥 한 잔 사먹는게 간단하겠다 싶어져서, 어제 백화점에 들른터에 지하에 있는 버거킹에 들렀다. 스타벅스에서는 밀크셰이크를 본 기억이 없어서 버거킹에 갔는데, 버거킹에도 밀크셰이크는 없었다. 아주 오래전에 여동생이 먹고 싶다고 해서 롯데리아에 들어가 샀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서 스맛폰에 대고 롯데리아 밀크셰이크 라고 검색해봤다. 딸기 셰이크와 초코 셰이크까지 있더라. 나는 롯데리아로 향했다. 그리고 밀크셰이크를 주문했다. 바닐라 맛이었다. 그리고는 자리를 잡고 앉아 창 밖을 보며 밀크셰이크를 먹었다. 기념 사진도 한 장 찍어두었다. 그런데 별로, 맛이 없었다. 굉장히 저렴한..맛이라고 해야하나. 쩝.. 나중에 한 번 만들어 먹어 봐야겠다. 아이스크림이랑 우유만 넣고 갈면 되는거겠지?

영화도 책만큼 좋았다. 아주 잘 만들어졌다. 나는 눈물을 닦기도 했다. 해리 포터를 본 적은 없지만, '엠마 왓슨'은 해리포터로부터 제대로 빠져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찰리 역의 소년도 매우매우 만족스러웠고. 무엇보다 '에즈라 밀러'는 대단한 발견이었다. 나는 이 배우가 [케빈에 대하여]에 나온 그 '케빈' 이란걸 알고 있엇는데, [월플라워]에서의 패트릭 역을 무척 잘 해줬고, 이 배우는 신기한게, 케빈 역시 잘 해낼 것 같은거다. 무슨 역을 맡겨도 다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킬 수 있을만큼 아주 강한 개성을 가진 배우같았다. 무엇보다 웃는 모습이 너무 해맑아서 나도 같이 웃고 싶다. 영화속에서 간혹 패트릭이 활짝 웃는 장면이 있는데, 그럴 때 에즈라 밀러는 정말이지, 온 얼굴이 웃는다. 마주 웃어주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만큼. 아주 매력적인 배우다, 아주.
극중에서 찰리와 사귀는 메리 엘리자베스가, '세상에 마초들이 가득한데 네가 내 남친이 되다니!' 하고 감탄하는 장면이 있다. 확실히 찰리는 마초와는 전혀 다르니까. 나는 개인적으로 마초도 나쁘지 않지만(응?) 메리 엘리자베스의 감탄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어제는 [백년의 유산] 이라는 드라마를 봤다. 이정진이 자신의 약혼식에 가서 파혼을 선언했다. 그의 약혼녀(가 되기로 했던 여자)는 그것을 다른 여자인 유진이 그의 앞에 자꾸 왔다갔다거려서라고 생각하고, 그녀는 그것을 자신의 엄마와 오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파혼을 당한 이유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서' 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죄다 남 탓이라고 생각한 것. 유진이 회사를 옮기면, 자신이 집을 나오면, 그렇다면 그가 자신을 봐줄까? 그 날 저녁, 이정진은 그녀를 불러낸다. 그녀는 그에게 도대체 왜 파혼하는거냐며 이유를 묻는다. 우리 엄마 때문이냐, 오빠 때문이냐, 자기가 유진을 모함했기 때문이냐, 하면서. 그러나 이정진은 그녀에게 솔직히 말한다. 너에게 마음이 가질 않는다고. 그리고는 이내 이렇게 덧붙인다.
나는 너가 궁금하지 않아.
너를 알고 싶지 않아.
아, 진짜 완전 가슴에 바람이 휙- 분다. 갑자기 나는 오래전의 드라마인 [내 이름은 김삼순]을 떠올렸다. 삼식이(현빈)가 삼순(김선아)에게 이것저것 묻자 삼순이가 삼식이에게 그랬다. 그런거 묻는거, 그거 관심이라고. 관심이 없다면 그런거 묻지 말라고. 이 말에 별 생각이 없었는데, 어제는 갑자기 훅- 왔다. 궁금하지 않고, 알고 싶지 않다고 하니, 상황이 종료된 게 눈앞에 보이는 것 같았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게 노력으로 되는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래, 대체 어떻게 억지로 궁금해하고 억지로 알고 싶어한단 말인가.
그러고보니 내가 상대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에, 궁금한 마음에 끊임없이 질문했던 건, 이제 아주 오래전의 일이구나. 그 때는 왜 그렇게 궁금한게 많았을까? 왜그렇게 알고 싶은게 많았을까? 내가 한 만큼의 질문을 그도 내게 똑같이 돌려줬는데, 왜 한 쪽은 사랑이라고 말하고 한 쪽은 아니라고 했을까? 어느 한 쪽은 분명 머저리..인걸까?
오늘은 피츠제럴드의 겨울 꿈을 다시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