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플라워 wallflower [명사] 1. 무도회에서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는 인기 없는 사람. 일반적으로는 집단에서 소외된 사람을 가리킬 때 쓰인다. 



아주 오래전에 [굿모닝팝스]를 들었을 때, 오성식이 월플라워에 대해 설명해준 적이 있었다. 파티에 갔지만 아무도 춤을 청하지 않아 벽만 보며 서있는 사람을 월플라워라고 칭한다고. 정말이지 아주 오래전에 들은 단어인데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걸 보면 이 단어가 꽤 강한 단어였는가 보다, 나에게는.

















작년 12월이었나 올해 1월이었나, 출간된 지 얼마 안됐을 때 사두었는데 이제야 이 책을 꺼내 읽었다. 읽기전에 이 책의 뒷면을 봤더니 엠마 왓슨의 말이 있더라.


이 작품을 다 읽고 나서 나는 이 작품은 반드시 영화로 만들어져야 하며, 내가 샘을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엠마 왓슨 영화 [월플라워] 주연



앗, 이게 영화로도 있다고? 게다가 지금의 책 표지를 보니 내가 산 것과 다르다. 물론 띠지만 다르지만. 나는 저렇게 배우들의 모습이 그려져있는 띠지가 아니었다. 뭐가됐든 나는 띠지는 받자마자 버리긴 하지만. 어쨌든 오 이게 영화로 만들어졌다니, 벌써 개봉했던건가? 하고 찾아보았다.




오, 영화는 4월 11일에 개봉할 예정이라고 한다. 훗.


나는 제목만 보고 내 마음대로 이 책이 파티에서 왕따를 당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열여섯살 소년의 이야기였다. 열다섯이었나? 어쨌든 이 책의 주인공 '찰리'는 학교에서 패트릭(남)과 샘(여) 남매를 알게되고 그들과 친해지게 된다. 게다가 샘은 무척 예뻐, 찰리는 그녀에게 홀딱 반하게 된다. 그녀가 발가벗고 누워있는 꿈을 꾸기도 한다. 샘에게 그 이야기를 하니 샘은 자신을 그런식으로 생각하지 말라고 말한다.



"패트릭, 찰리가 지 맘대로 나한테 홀딱 빠져버렸어."

"진짜? 정말이야?"

"안 그러려고 노력 중이야." (p.45)


이 부분을 읽는데 얼마나 웃긴지. 나한테 홀딱 빠진 상대 앞에서 저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것도, 그 사람에게 그러지 않겠다고 말하는것도 너무 재미있는거다. 그런 찰리가 샘이 아닌 다른 여자애를 사귀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여자애는 아주 말이 많다. 그 여자애는 하교후에 꼭 찰리에게 전화를 건다. 하교하는 동안 떨어져있엇던 것 뿐인데도 아주 할 말이 많은 여자애다. 그래서 나는 또 웃었다.


이틀 전에는 책 이야기를 했는데 내가 읽은 책들도 많았어. 그래서 그 책들을 읽어봤다고 했더니 아주 긴 질문들을 쏟아냇는데, 사실은 자기 생각을 다 늘어놓고 나서 문장 끝에 물음표만 붙이는 그런 질문들이었어. 내가 대답할 수 있는 건 '맞아'와 '아니'밖에 없었어. 솔직히 그 외의 다른 대답을 할 여지가 전혀 없었거든. 그리고는 전에 들었던, 대학교에 대한 계획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어. 그래서 수화기를 내려놓고 화장실에 갔었는데 돌아왔을 때까지도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었어. 그렇게 하는 게 나쁜 짓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런 식으로라도 쉬지 못하면 더 나쁜 짓을 저지를지도 모르잖아. 고함을 치거나 전화를 끊어버릴지도 모르잖아. (pp.205-206)


이 일에 대해 찰리는 자신의 누나에게 얘기한다. 자신이 사귀기 시작한 여자친구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이에 누나는 이런 얘기를 해준다.


누나는 명확하게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어. 나에게 훌륭한 것들을 소개해주는 건 자신이 '우월적인 우치'에 있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고, 만약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그럴 필요는 없는 거라고 했어. 그리고 모든 일을 자기 뜻대로 이끌어 가기 위해 애쓰는 사람은, 그렇게 못 할 경우 자기 뜻대로 되는 일이 전혀 없을까봐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거야. (pp.208-209)



나는 내가 이야기 하기를 더 좋아하는 사람인지 이야기 듣는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인지에 대해 생각해봤다. 이야기 듣는걸 매우 좋아하지만 나 역시 대체적으로 이야기를 하는걸 더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던가.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내가 상대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고 싶어하지 않았던가. 그러고보면 나는 상대보다 열등한 위치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 자리를 굉장히 불편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데 어느 한쪽이 반드시 우월하다든가 열등하다든가 하는 감정만이 존재하는 건 아닐테고, 그런 감정들이 깔려있다면 그 만남과 관계는 길게 지속되긴 어렵지 않을까, 하는데 생각이 미쳤다. 만약 내가 우월하다는 생각을 했다면, 만약 내가 열등하다는 생각을 했다면, 그 관계가 유지되진 않았을 것이다. 아마 우월하다 열등하다는 걸 생각하기 보다는 다른 많은 감정들을 갖게 하는 사람과 나는 만남을 유지하게 되는게 아닐까. 나를 열등하다고 생각하게 하는 상대도 내게 좋지 못한 상대이지만, 나를 우월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상대도 내게 좋지 못한 상대임에는 틀림없을거다. 




우리 각자가 생각하는 불행이라든가 상처 혹은 트라우마에 대해서는 자신이 가지지 못하고 경험해보지 못한 부족함에 대해 말하게 되는 것일 수 있다. 그럴 확률이 아주 많다. 내가 어릴 때 아주 가난해서, 내가 어릴 때 부모님이 이혼해서 등등. 그에 대한 상처는 모두로부터 짐작받을 수도 있고 이해받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행복한 가정'에서 자라난 사람에게는 어떤 상처도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것 같다. 니가 그런 아픔을 알어? 하면서. 좋은 부모와 형제 자매, 그리고 넉넉한 가정 형편은 상처와는 멀리 떨어진 조건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러나 우리는 다른 사람에 대해 알 수 없다.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가족이고 가정일 확률이 물론 가장크지만, 다른 요인들로부터도 상처는 온다. 


이 책속의 찰리는 정신과 닥터에게 상담을 받는다. 도대체 찰리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 그동안의 환경으로 보면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찰리는 가끔 세상의 모든것들이 너무나 빨리 많은 말들을 자기에게 쏟아내는 것 같고, 거기서 빠져나오기가 너무 힘이 든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찰리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밝혀지게 된다. 그 일에 대해서는 아빠도 엄마도 알지 못했고 형과 누나도 알지 못했다. 온 가족이 함께 살면서도 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 알지 못해, 식구들은 미안함과 죄책감에 눈물 흘린다. 그들이 찰리를 덜 사랑했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진걸까? 그렇지 않다. 어떤 일들은 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사랑하느냐와는 전혀 별개로 들이닥친다. 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염려하느냐와는 별개로 그 사람에게 큰 상처를 입힌다. 한 집에서 함께 살고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고 해서 우리가 서로에 대해 온전히 알 수는 없다. 우리 엄마는 나에게 일어난 많은 일들과 생각들을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할것이고, 나는 내 여동생이 어떤 상처를 받고 삶을 견디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우리가 아는 것은 상대가 가진 그리고 보여주길 허락한 일부일 뿐이다. 내가 상대에게 허락한 부분이 딱 그만큼이듯이.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내 행복을 기준으로 상대의 행복을 결정지으려고 해서도 안된다. 



엄마가 어렸을 때, 성적표를 한 손에 들고 다시는 이런 점수를 받아오면 안 된다며 엄마를 때리셨던 할아버지를 생각했어. 할아버지는 형과 누나 그리고 나에게 당신의 뜻을 전하고 싶었던 거야. 방앗간에서 일하는 사람은 당신만으로 충분하다는 걸 분명하게 말씀하시고 싶으셨던 거지.

그런 생각이 옳은 것인지 잘 모르겠어. 그리고 자식들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대학을 포기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인지도 잘 모르겠어. 딸들과 마음을 나누며 지내는 대신 자기보다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만드는 것이 더 훌륭한 일인 건지도 잘 모르겠어. (p.101)



샘은 어릴적에 아빠의 친구로부터 키스를 '당한'적이 있었고, 그것은 샘에게 첫키스에 대한 나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아직 키스를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찰리에게는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 마음은 내게 너무도 생생한 것이어서 가슴이 콕콕 쑤신다.



"내가 크레이그를 좋아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 그리고 나에 대해 엉뚱한 생각은 하지 말라고 했잖아? 그러니까 우리 둘은 그런 사이가 될 수 없어. 하지만 잠시만 그런 모든 일들을 잊어버리고 싶어. 괜찮겠지?"

"그래."

"처음으로 키스한 그 사람이 널 사랑한다는 걸 확신하도록 해주고 싶어. 무슨 말인지 알겠니?"

"그래." 그애는 더욱더 슬프게 울었어. 나도 울었어.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눈물을 참을 수가 없거든.

"난 확신을 주고 싶을 뿐이야. 알겠니?"

"알았어."

그리고 샘은 내 입술에 키스했어. (p.117)




그리고 읽다가 피식- 웃은 장면. 사실 이 책속에는 이런 부분들이 이렇게 튀어나오는데, 이 장면도 그랬다.


그날 밤에는 책을 읽고 싶지 않아서 아래층으로 내려가 운동기구 광고를 30분간이나 지켜보고 있었어. 1-800 으로 시작되는 주문번호가 계속 화면에 깜빡거리길래 전화를 걸었어. 전화받은 여자의 이름은 미첼이었어. 미첼에게 나는 아이여서 운동기구 같은 건 필요하지 않지만 좋은 밤을 보내라고 말해줬어. 미첼은 곧바로 전화를 끊어버렸어. 하지만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어.(p.196)


유머감각은 사실 따뜻한 마음으로부터 나오는게 아닐까.



찰리는 위대한 개츠비를, 호밀밭의 파수꾼을, 월든을, 앵무새 죽이기를 읽는다. 그리고 비틀즈의 노래와 더 스미스의 노래를 듣는다. 책을 많이 읽고 노래도 많이 듣는다(무려 좋아하는 노래를 테입에 녹음해서 선물하는 아이다!). 그중 찰리가 가장 좋아하는 더 스미스의 어슬립. 그 노래가 어떤 노랠까 궁금해졌다. 역시, 나한테 푹- 와닿는 노래는 아니다.










며칠전에는 문득, 이게 사는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사는게 산다고 말할 수 있나, 하고. 그때 잠깐이긴 했지만 문득, 일상이 지긋지긋하다고 여겨질 때가 있다. 어떻게든 그 상황에서 금세 빠져나오기도 하고 또 빠져나오려고 노력하기도 하지만, 이런 생각을 아예 없애버리기 위해서 회사를 그만두는 게 옳은걸까? 라는 생각을 해보면 그게 반드시 정답은 아닌것 같다.   어제 본 드라마에서는 여자주인공도 남자주인공도 각자 잠들기전에 생각을 하는 장면들이 있었다. 여자는 자꾸 남자 생각을 하면서 내가 왜이러지, 하고 고개를 흔들었고, 남자는 그여자의 본모습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들이 하는 생각이 무엇이건간에, 그렇게 잠들기전에 생각하는 모습을 보는게 무척 좋았다. 자신의 감정에 대해 생각해보고 자심이 관심있는 대상에 대해 생각하는 그 잠들기전의 시간. 바깥에 나가면 바람이 분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에서 창을 통해 보는 햇살이 무척 따뜻하게만 느껴져, 조용히 저 햇살을 받아가며 가만히 생각만 하는 오후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직장인에게는 생각할 시간조차 내 마음대로 내기 힘든 법, 오늘밤 잠들기 전에는 조용히 그리고 가만히,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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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 생애 처음, 밀크셰이크
    from 마지막 키스 2013-04-15 17:51 
    "괜찮아?""어‥‥""목마르니?""어‥‥""뭐 마시고 싶어?""밀크셰이크."방안에 있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웃음을 터뜨렸어."뿅 갔군.""찰리, 배고프니?""어‥‥""뭐 먹을래?""밀크셰이크."내 대답이 전혀 웃기지 않는 것이었다면 그애들이 그토록 왁자지껄하게 웃지는 않았겠지? 그때 샘이 내 손을 잡아끌며 일으켜 세웠는데 방바닥이 어질어질하더라."가자. 밀크셰이크 만들어줄게." (p.66) 찰리는 파티에 갔다가 밥이 건넨 브라우니를 먹는다. 그런데 그
 
 
Forgettable. 2013-03-25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 스미스의 음악은 500일의 썸머에도 나왔어요!!

다락방 2013-03-27 18:33   좋아요 0 | URL
아, 어디서 들어봤나 했더니 500일 때문에 들어봤구나. 읽으면서 계속 스미스 스미스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했었어요. ㅎㅎ 무려 OST 까지 있지만 기억은 저 편에..

맥거핀 2013-03-25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용을 읽어보니까 따듯한 마음으로 볼 수 있을 영화인 것 같기는 한데, 저 포스터에 배우들을 보니 <케빈에 대하여>하고 <해리포터>만 생각나니 이것 참..인상이 너무 강렬하게 남아도 문제군요. 개인적으로는 월플라워하니 Wallflowers의 One Headlight라는 노래가 생각이 나는군요. 그 노래 되게 좋은데.

다락방 2013-03-27 18:34   좋아요 0 | URL
저느느 [케빈에 대하여]도 안봤고 [해리 포터]도 한 편 본 적 없으니 그렇다면 다행인걸까요, 맥거핀님? 고정된 이미지 없이 자유롭게 볼 수 있을것 같아요. 오늘 포털사이트에 엠마 왓슨 화보가 떴던데 너무 예쁘더라고요. 와...이 영화 어서 보고싶어요!

마노아 2013-03-26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월플라워가 그런 뜻이군요. 난 어감이 좋아서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무척 속상한 단어네요. 어휴..ㅜ.ㅜ
아직 앞에 조금 밖에 읽지 못했지만 이글을 읽고 나니 찰리에게 벌써 애정이 생겨버렸어요.
이 아이 가만히 안아주고 싶네요. 그런데 영화 속 주인공은 역시 '케빈에 대하여'의 강렬함이 남아버려서 안아주려다가 주저하게끔 만드는군요. 하핫...
앗, 아니다. 로건 레먼이 찰리 역이군요. 어쩐지, 이미지가 이쪽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다 했어요.
방금 음악도 들었는데 밤에 들으면 좀 더 좋을 것 같아요.^^

다락방 2013-03-27 18:39   좋아요 0 | URL
그래도 잔인하게 표현하지 않고 '플라워'라고 해주니 낫지 않아요? 흐음.
전 [케빈에 대하여]를 보지 않았지만 오, 완전 색다른 배역이겠구나 했는데 찰리 역이 아니더라고요. 어서 읽어요, 마노아님. 찰리 때문에 여러번 가슴이 아팠어요. 물론 웃기도 했지만요.

dreamout 2013-03-26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얼샤 로넌. 영화 호스트의 예고편을 보니,, 아. 이 여배우.. 급호감.(그렇지만 영화는 안 볼것 같음)
엠마 왓슨이 누군가 봤더니 해리포터의 그 여자아이였군요.. 와. 세월 참.

다락방 2013-03-27 18:40   좋아요 0 | URL
저는 [호스트]를 책으로 읽고 여주인공이 완전 병맛이라 싫었거든요. 완전 마음에 안들더라고요. 그런데 포스터보니 여자주인공도 마음에 안드는거에요. 그래서 이 영화는 안봐야지, 했는데 드림아웃님이, 무려 드림아웃님이!! 급호감 이라고 하시네요..하아. 어쩐지 슬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