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을 다 읽어갈 때쯤이면, 다음엔 어떤 책을 읽을까 책장을 둘러보다가 이걸 읽자, 라고 선택한 뒤 그 책들을 꺼내 침대 위에 놓아둔다. 그러나 침대 위에 꺼내둔 책을 그대로 읽은적은 없다. 그 책들은 다시 책장에 꽂히기 일쑤다. 막상 한 권의 책을 끝내고 다음 책을 읽을때는 꺼내놓은 책은 무시하고 다시 책장앞에 서버리고 만다. 어젯밤도 그랬다. 침대 위에는 두 권짜리 책을 꺼내두었었는데, 제기랄, 나는 다시 책장앞에 섰고, 오, 이 책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책장을 넘기면서 나는 실수했다는 걸 깨달았다. 적어도 이 책은 밤에 집어들면 안된다. 나는 어젯밤 열시 반에 이 책을 꺼냈고 한 시반까지 쉼없이 읽었다. 물론, 그래도 다 읽지 못했다. 이제 겨우 절반쯤을 읽었을 뿐이다. 360 페이지쯤. 아직도 이 책은 이만큼이 더 남아있는 것이다.
이만큼만 읽으면서도 얼마나 재미있던지, 나는 먼저 읽었던 이 작가의 책, 『어느 미친사내의 고백』은 이 책에 비하면 재미로는 게임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오늘이 월요일만 아니라면 나는 어제 밤을 새서라도 이 책을 다 읽고 잤을텐데, 정말이지 억지로 책을 덮고 꾸역꾸역 잠을 청했다. 아 싫어..
오늘 아침 출근길의 버스안에서 그리고 지하철안에서 이 책을 읽고나서 지금까지 이 책을 읽지 못하고 있는데(여기는 회사!!), 어서 빨리 퇴근하고 읽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하지만, 오늘 일이 산더미라 퇴근이 늦을것 같아 초조하고 또 초조하다. 아, 이럴땐 내가 직딩이라는게 진짜 완전 싫다. 간절히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일정시간 읽지 못하고 사무실에 구속당하고 있는 이 신세.. 후아-
[알라딘 책소개]
소설은 1944년 전쟁의 막바지에 이른 시점에서 독일 포로수용소와 포로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1944년 5월 어느 날, 미군 포로 사이에서 전쟁 영웅이자 '장사꾼'으로 통하는 빈센트 베드포드가 목이 베인 채 화장실에서 발견된다. 이 사건으로 독일군과 미군 포로 집단은 일대 혼란에 빠지고, 미군 장교 루이스 맥나마라 대령은 독일군 측에 사건의 공정한 해결을 위하여 미군 법정을 열 수 있도록 요청한다.
그리고 평소 인종주의자였던 피살자와 대립했던 흑인 조종사 링컨 스콧을 살인범으로 지목하고 법정에 세운다. 하지만 그의 변호를 맡게 된 토머스 하트가 살해 동기와 살해 무기 등 스콧의 혐의를 명백하게 뒷받침하는 증거들 속에서 조작과 은폐의 흔적을 발견하고 사형집행을 위해 형식적인 수순을 밟아가던 재판에 의혹을 제기하는데…
오늘 아침에는 살인혐의를 받고 있는 스콧과 그를 변호하려는 토미가 그들의 판사이자 대장인 맥나마라 대령을 찾아가는 부분을 읽었다. 그들이 찾아갔을 때 맥나마라 대령은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을 읽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물건이 도난당했다는 것을 알리고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한 뒤에 나오려고 하는데, 스콧 중위가 방을 나오기 전에 대령에게 디킨스의 소설이 재미있느냐고 묻는다.
"디킨스의 소설이 재미있습니까, 대령님?"
맥나마라 대령은 순간 깜짝 놀라며 대답했다. "사실 디킨스의 작품을 처음 읽는 거라네. 어렸을 때부터 소설은 읽지 않았으니까. 주로 역사책이나 수학책만 봤지. 육군 사관학교에 다니다 보면 그렇게 된다네. 나는 사관학교에 있을 때 디킨스 같은 작품을 배우는 고전 수업이 있다는 것조차 몰랐지. 어릴 때부터 학교에 다닐 때까지 자유 시간이라는 것이 없기도 했고, 독일놈들 덕분에 이곳에 와서야 겨우 자유 시간이라는 게 생겼지. 어쨌든 지금 읽은 부분까지는 재미있더군."
스콧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학교에서는 주로 전공 관련 서적이나 교과서만 봤습니다." 그가 얼굴에 작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하지만 고전은 계속해서 읽었죠. 디킨스, 도스트옙스키, 톨스토이, 프루스트, 셰익스피어. 호머와 그리스 비극들은 제대로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고전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 없이는 제대로 교육받았다고 말하기 어렵죠. 어머니께서 그렇게 가르쳐주셨습니다. 교사셨거든요."
"맞는 말 같군, 중위. 그런 문제는 이제까지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지만." 맥나마라가 대답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놀랍군요. 아무튼 디킨스는 재미있는 작가입니다. 디킨스 최고의 작품들을 읽을 때는 한 가지만 기억하고 계시면 됩니다. " 스콧이 말을 이었다.
"그게 뭔가, 중위?" 맥나마라가 물었다.
"처음 봐서는 아무것도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겁니다." 스콧이 대답했다.
"디킨스는 천재입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대령님. 책 재미있게 읽으십시오." (pp.365)
이 부분이 왜 좋은지, 얼마나 좋은지는 이 책을 처음부터 읽어봐야 알 수 있다. 스콧 중위는 흑인이고, 인종차별이 심한 포로수용소의 다른사람들은 그에 대한 강한 편견을 가지고있다. 맥나마라 대령은 편견을 가지지 않은듯 보이려고 하지만, 드러내지 않고 흑인에 대한 모든 기준을 달리 가지고 있는 맥나마라 대령이야말로 무서운 사람이라고 스콧 중위는 말한다. 그런 스콧이 디킨스의 소설을 빌어 자신이 할 말을 하고 있다.
"처음 봐서는 아무것도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겁니다."
가슴이 뻑뻑해지고 뭉클해졌다. 뿌듯하기도 했다. 디킨스의 소설을 읽은 스콧 중위가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나는 바로 나에게로 넘어와, 왜 나는 아직 디킨스의 소설을 읽지 않은건지, 스스로가 게으르고 안타깝게 느껴졌다. 바보. 내가 디킨스의 소설을 진작에 읽었더라면 이 부분에서 더 많은 공감을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이 책을 다 읽으면 나는 디킨스로 넘어가야겠어.
아! 나는 책이 재미있는것도 좋지만, 그 책 속에서 다른 책을 얘기해주는 것도 너무 좋다. 『위대한 유산』을 읽고 싶어서 미치겠다. 아...어제 알라딘에서 책 질렀는데(라고 해봤자 딸랑 두 권!), 나는 또......사야 하는건가.
아직 절반밖에 안읽었지만, 『하트의 전쟁』은 매우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