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는 씨만 발라 먹고 마늘쫑을 잘 먹는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손을 잡아주지 않아 대체 이 아기는 왜이렇게 독립적인거야, 하고 나를 삐지게 만들더니 요즘은 손, 이라고 하면 곧잘 자신의 손을 내어주고 가끔은 자기가 먼저 손을 잡자고 내밀기도 한다.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 하고 노래를 부르고 피아노를 쳐주면(피아노를 6년 배웠는데 외우는 악보는 이거 딸랑 하나라니 ㅠㅠ) 이내 또, 또, 하며 또 치면서 노래를 부르라고 한다. 그리고는 자기 혼자서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며 남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옹알거리며 노래를 한다. 그림책을 넘기다 오리가 나오면 갑자기 꽥꽥 거리고 나비가 나오면 팔을 움직이며 입으로는 팔랑팔랑, 하고 거실을 돌아다닌다. 내 방에 들어와서는 미니컴퍼넌트 앞에 서서 더,더, 라고 '인피니트'의 [패러다이스]를 틀어달라 요구하고, 그 노래를 틀어주면 더, 더, 가 나오는 부분에서 어김없이 따라부른다. 신발장에서는 내 샌들을 쥐고 내게 걸어와서는 이모, 이모, 라고 말을 하고 무엇을 하고 있든 이모 이제 화장한다, 라고 말을 하면 종종종 따라와서 내 침대에 앉아 물끄러미 내가 화장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내 침대에서 몽실언니를 가져다가 펼쳐 손가락으로 글자들을 짚어가면서 옹알거리고, 내가 신문을 보고 있으면 내 옆에 앉아 자기도 신문을 펼친다.
언제나 달콤한 냄새가 나고 달콤한 목소리를 내고 달콤한 웃음을 지어준다.
(사진 삭제)
오늘 테스를 좀 읽고 잘라고 했는데 술을 마셔서.....패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