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동료 경제 기자들을 경멸했고, 그 경멸은 인간의 기본적인 윤리만큼이나 명백한 진실들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그가 보기에 등식은 간단했다. 터무니없는 투기로 수백만 크로나를 날린 은행 이사는 그 자리에 앉아 있으면 안 되었다. 사욕을 위해 유령회사들을 만들어놓은 기업체 CEO 는 감방에 들어가야 했다. 안마당에 공용 화장실이 있는 비좁은 원룸을 학생들에게 임대하면서, 세금을 떼먹으려 집세 영수증을 발행해주지도 않는 악덕 집주인은 처형대에 거꾸로 매달아야 했다. (P.81)
나는 왼쪽, 구판으로 읽고 있다. 이제 막 80쪽 남짓 읽었을 뿐인데, 고작 이만큼을 읽었으면서도 나는 우리 인간이란 얼마나 불완전한 존재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주인공인 기자가 생각하는 등식은 지극히 마땅하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 나쁜짓을 하면서도 힘을 가지고 있으면 안된다. 그런데 이런 지극히 옳은 생각을 가진 남자가, 아내가 있고 자식이 있는데도 '다른 남자의 아내'와 육체관계를 끊지 못해 이혼을 하게 된다. 난 이게 굉장히 부조리하게 느껴졌다. 남자는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는 사람들을 고발하는 기사를 쓰면서, 그러니까 옳지 못한 것들을 보아넘기지 못하는데, 그런데 아내가 '그여자와 관계를 끊어라' 고 하는 것에는 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내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함부로 그딴식으로 살지마, 라고 충고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옳고 그른것을 내가 타인에게 강요할 수도 없는 일이고. 그런데 어떤것이 '불의'인지를 잘 아는 사람이 '하지 않는게 더 좋은 일'에 대해서 인식하지 못했을까? 아니, 그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도 내연의 여자를 삶에서 밀어내려고 했었다. 그러나 그는 결국 욕망의 편에 서고, 욕망의 손을 들어준다. 그러니까 한 사람의 인간은 다양한 위치에 서있게 되는데, 그 모든 위치에서 정의를 찾을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 모든 위치에서 결백할 수는 없는 것이다. 열개의 위치를 내가 가지고 있다면 나는 세개의 위치에서 성공적이란 편을 듣기도 하고 두개의 위치에서 착한 사람이 되기도 할 것이며 네개의 위치에서 멍청한 인간이 되기도 하고 한개의 위치에서 끔찍한 사람이 되기도 할 것이다. 그는 자신과 내연의 여자에게는 욕망에 충실한 성인 남녀의 모습을 찾아주었지만 아내에게는 상처를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사회적으로는 인정받는 기자이다. 우리는 그저 부조리하고 불완전한 존재일 수 밖에 없는것일까. 그리고 우리는 보통 우리의 그런 불완전하고 부조리한 점들을 밖으로 드러내길 꺼려하고, 그러니 감추게되고, 비밀은 그렇게 탄생한다. '비밀'이 품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 부정적인 이유는 바로 그래서가 아닐까.
난 모르고 봤는데 이 영화가 시작되기 전, 이런 자막이 뜬다.
Based on a true story.
영화속에서 내가 사랑해마지 않는 재이슨 스태덤은 킬러이다. 말 그대로 돈 받고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한다. 그러나 어느 날 누군가를 암살하고, 자신이 한 일에 회의를 느끼게 된다. 자기가 암살한 자의 어린 아들과 눈이 마주쳤던 것. 그래서 그는 그 일을 그만두기로 한다. 킬러라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 젊은 남자가 그에게 당신처럼 되고 싶어요, 라고 말하면서 죽이는 거 쉽잖아요, 라고 말을 한다. 그는 죽이는 건 쉽지, 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힘들지.
물론 이 말이 그동안 그가 사람을 죽여온 것에 대해 어떤 변명도 되지 못하고 또 용서하게 만드는 말이 되는 것도 아니지만, 죄책감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힘들다는 것을 그가 안다는 것이 나는 몹시도 좋았다.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고 싶어하지도 않고 자신의 혼자 힘으로 해결해서 끝을 보려는 것도 좋았다. 그동안 재이슨 스태덤이 맡았던 캐릭터 중 가장 매력적인 것 같다. 그는 그 일을 그만두고 호주의 광활한 자연에서 집을 지어 사는데, 나는 그런 자연속에서는 내가 살 수 없다고 생각했으면서도, 울퉁불퉁한 근육으로 집을 짓는 그를 보노라니, 저 남자라면 함께 살 수 있겠구나 싶어졌다. 풀과 나무만이 가득한 저 곳에서도 살아갈 수 있겠구나.
그러나 그의 여자는 힘이 든다. 그가 무슨일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런데 그 일이 위험하다는 것은 알겠다. 그가 없는 동안 내내 그를 기다려야 하고 그를 걱정해야 한다. 물론 그는 그녀에게로 다시 돌아오지만, 돌아오기 전까지의 그 시간들을 견디는 것은 얼마나 힘이 들까. 그토록 강하고 믿음직스러운 남자를 사랑한다는 것이 매력적이면서도 힘이 드는 이유는 바로 그런데 있다. 나에게 누군가 위협을 가한다면 그는 충분히 나를 지켜줄 남자다. 그러나 그 남자가 아니었다면 애초에 나는 위험에 빠질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 남자를 선택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영화속의 여자는 그동안 재이슨 스태덤의 어떤 상대역보다도 매력적이었다. 여자가 참 괜찮았어..
그나저나 영화속에서 재이슨 스태덤은 물론 멋졌지만, 그와 싸우는 영국의 특수부대 SAS 도 멋졌다.
S.A.S (Special Air Service)
- 소속국가 : 영국
- 창설시기 : 1941년 7월
- 주요임무 : 대 테러전, 특수작전
Special Air Service의 약자로 영국의 육군 공수특전단이다. 특수 보트 지원대, 특수 정찰 연대, 특수 부대 지원군과 함께 영국 특수 부대를 구성하고 있으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1년 북부 아프리카에서 독일군 후방 깊숙히 침투, 적을 공격하기 위한 목적으로 데이비드 스털링에 의해 창설되었다.
고난도의 낙하, 잠수, 생존술, 격투기 등 각종 훈련을 받고 칼부터 소형 핵무기까지 모든 종류의 무기에 통달한 정예요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납치, 암살 등의 테러진압 부대로 운영되고 있다.
주요 성공 임무로는 1977년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열차 인질납치사건 해결과 서독의 항공기 인질 구출 작전 등이 있으며, 80년대에는 런던 주재 이란대사관 인질사건 때 인명 피해 없이 상황을 해결했고, 걸프전쟁, 발칸반도, 북아일랜드 분쟁 등에서도 공로를 인정받았다.
세계 최초의 전문화된 특수부대로 이후 미국의 델타포스 창설에 많은 부분을 기여하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의 수많은 특수부대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는 부대. (출처:www.inven.co.kr)
아..멋져.. 영화속에서도 적의 움직임을 탐색하고 분석하고 추측하고 액션까지 하는게 진짜 짱멋지다. 그런것들이 가능한 남자사람들이라니...진짜 쑝간다. 물론 재이슨 스태덤은 그들을 다 암살하는 더 멋진 액션맨.
친구랑 영화를 보고 재이슨 스태덤이 몇년생이었지, 라고 대화를 하면서 나는 앞은 7로 시작했어, 라고 말하고 그러면서 찾아보자 싶어서 구글창에 재이슨 스태덤을 넣어봤다.
맙소사. 나 완전 친구랑 빵터졌다. 위에서부터 차례로 다 내가 쓴 글;; 한글 쓰는 사람중에 제이슨 스태덤한테 관심을 가진 사람은 정녕 나뿐이란 말인가... 친구가 네이버 창에도 넣어보라고 했다. 그래서 그렇게 해봤다.
위에서부터 세개가 주르르...내가 쓴 것;; 재이슨 스태덤이 이걸 좀 알아줘야 할텐데...대한민국에 내가 있다, 이 녀석아.
어쨌든 나는 이 영화가 퍽 마음에 들었고 그래서 재이슨 스태덤의 영화에 내가 별 다섯을 줄 날도 오는구나 하고 흡족해 하며 극장을 나서는데, 내 뒤에서 나오는 커플중에 남자가 "이번 영화 선택은 완전 실패네" 라고 말하는게 들렸다. 오, 나는 별다섯이라고 좋아했는데 누군가에게는 실패한 영화라니. 오, 오. orz
토요일에 알라딘 중고서점에 다녀왔다. 중고서점에 가고 나서 나는 여기서 일하지 말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사람이 바글바글 엄청 많은거다. 내가 가진 헌책방에 대한 로망은, 하늘하늘 긴 치마를 입고 긴 생머리를 얌전히 하나로 묶고, 멋진 남자손님이 찾아와서 이러이러한 책 있나요? 라고 물으면 네 있어요, 라고 말한뒤에 사다리를 끌고 와서 저 꼭대기에 있는 책을 꺼내가지고 내려와서는 후- 먼지를 불고 손으로 탁탁 털어 건네며 씨익 미소짓는 것이었는데, 알라딘 중고서점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치마 입고 사다리 올라가고 먼지 불고 손으로 탁탁 털고 이런거 했다가는 금세 손님이 줄을 십미터 이룰 지경. orz
헌책방에서 일하겠다는 로망은 현실앞에 그대로 무너져 버리는구나.
오늘 점심때는 서울역 푸드코트에서 친구들과 함께 식사를 했는데, 식사를 하고 나오면서 혼자 식사하는 남자를 봤다. 쌈밥을 먹고 있었는데 메뉴가 근사한거다. 친구가 나도 저거 먹을걸 멋지다, 라고 해서 내가 메뉴가 진짜 근사하다고 말했더니 맞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는 저거 먹는 남자도 근사하다고, 봤냐고, 젊고 잘생겼다고 했더니 친구도 봤다고 멋진 남자였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내가 "저기 앞에 앉아서 하나만 달라고 해볼까?" 라고 했더니 친구는 "그럼 경찰에 신고할걸?" 이라고 말했다. 역시 우리는 불완전한(응?) 존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