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팔불출인 것이다
(네꼬님의 '팔불출 이벤트' 참여글입니다.)
나는 예쁘다. (아 첫줄만 쓰고도 너무 웃겨 ㅠㅠ)
1. 스물 네살때의 일이다. 당시 온라인 까페가 막 퍼지기 시작했을 무렵, 나도 한 까페에 가입이 되어 있었다. 그 중에 한 녀석과는 특히 친했는데, 이 녀석은 나와의 온라인 대화를 무척 즐겼다. 나중에 이녀석은 가끔 전화까지 하는 상황에 이르렀고, 그러다가 우리는 만나는 경지에도 이르렀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는 만났는데, 그 녀석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난..대화를 하면서 누나의 말투나 성격 때문에 누나가 완전 레슬링 선수 같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외모쯤은 무시하고 누나를 사랑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어. 누나의 사상을 사랑했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예쁘다니. 누나 너무 예뻐."
라고. 당시에 법대에 재학중이었던 녀석은 내게
"내가 사법고시에 패쓰하고 판사가 되면 나랑 결혼해줄거야?"
라고도 물었었다. 또 단둘만 남게 됐을때는
"누나가 너무 예뻐서 키스 하고 싶은데 그러면 뺨을 맞을 것 같아." 라고 했다. 하아- 뺨 안때릴건데.. 그렇지만 나는 그렇다고 말하진 않고 그저 웃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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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평범한 회사원이 되었다. 몇년후 그 까페 회원들이 만났을 때 너는 왜 사시를 보지 않고 바로 회사로 가버렸냐고 묻자 그녀석은 말했다.
"사시 패스하면 락방 누나랑 결혼해야 되잖아. 그럴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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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스물 다섯살 때의 일이다. 아주 잘생기고 매너가 좋은 청년을 알고 있었다. 이 청년은 근무하는 빌딩에서 영화배우로 불릴만큼 잘 생겼었다. 그가 너무 괜찮은 인간이라 친구들을 소개시켜 주기도 했다. 이 청년은 부르면 어디든 나왔다. 그런데 어느 하루는 사람들이 잔뜩 있는 곳에서 나에게
"락방씨는 코가 예뻐요. 손도 예뻐요. 정말 예뻐요." 라고 말했다.
그렇게 당황시키기를 수차례, 결국 그는 내게 사귀자고 했고 나는 알았다고 했다. 우리는 그렇게 사귀었다. 그러다가 나의 외도로(응?) 그에게 이별 통보를 하고(내가 외도하고 내가 이별 통보를..), 그는 아픈 날들을 보내며 내게 돌아오라고 했다. 그는 내가 돌아올때까지 3년이고 30년이고 기다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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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는 결국 3주도 안되어 여섯살 연하의 여자와 연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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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서른 두살때의 일이다. 남자를 소개 받게됐다. 그는 나를 만난 바로 그날, 이렇게 예쁜 여자가 나올줄은 몰랐다며 우리 연애를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했다. 나는 알았다고 했다. 그는 나를 만나기 전 음식점을 예약하고, 영화표를 예매하고,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언제나 계산까지 끝마치는 남자였다. 영화를 보면서는 영화보다 내 얼굴을 더 많이 봤고, 마주 앉아서는 웃는것도 예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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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는 얼마 후, 일을 해야겠다며 나에게 이별통보를 했다. (내가 일하지 말라고 한 적 없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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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이사이의 연애는 '예쁘다'는 말로 시작된 연애가 아니었고, 끝날때까지 예쁘다는 말은 들어본 기억이 없다. ㅎㅎ 이 사이사이의 연애에는 예쁘다는 말 대신 온갖 잡스런 사탕발림으로 가득했다. 몇개 쓰려다가 관둔다. 잡스러워.
-이 글은 재미있는 글일까, 결국은 우울한 글일까?
-나는 코끼리인걸까, 미녀인걸까?
-이 페이퍼는 어쩐지 테러당할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예쁜 얼굴 인증샷을 요구하신다면, 콱, 죽어버리겠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