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평소 비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그다지 관심도 없었는데, 상영하는 영화중에는 내가 보고싶은게 없길래 선택했다. 음, 보고 싶은게 있었어도 이 영화는 언젠가 볼 것 같기는 했지만. 여튼,
비의 노력의 흔적이 영화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세상에! 식스팩과 근육, 체지방 영프로인 몸을 만드는 노력을 말하는게 아니라, 그의 액션 장면을 찍기 위한 노력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언젠가 한 티비 프로그램에서 그가 몸을 만들기 위해 트레이너들과 얼마나 고생스럽게 트레이닝을 하는지 본 적은 있었지만 액션을 이렇게 기가 막히게 잘 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어쩐지 그는 이 영화의 성공을 가져올 것 같고, 그것은 90프로 그의 노력때문일 것이다. 물론, 중간의 영상도 한몫 했다. 영화의 거의 마지막, 칼날이 날아오는 장면에서 나는 윽, 소리를 내며 몸을 피했다. 나한테 날아오는 줄 알았다. 정말이다.
노력한게 보여서 비가 이 영화로 반드시 성공하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이 영화를 모두에게 보라고 권할 수가 없다. 영화의 시작부터 잔인하고 끔찍하다. 피를 철철철 넘치게 흘리는 영화다. 끔직한 장면을 못 보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의 초반만 보고도 기진맥진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가 미성년자 관람불가인 것이 당연하고 다행이다. 미성년자 관람가로 만들었다면 이도 저도 안됐을 것 같다. 이건 엄청나게 하드코어 액션이다. 이 영화가 잘 되기를 바라지만, 권할수는 없으니 이 노릇을 어찌할꼬. 내가 이런 영화를 꽤 잘 볼 수 있다는 것이 다행. 귀신만 안나오면 된다, 나는.
우리는 항상 토요일에 만나고 항상 영화를 본다. 그리고 언제나 묻지도 않고 을지로 전주집 삼겹살집으로 향한다. 삼겹살을 안주 삼아 소주를 먹고-반드시 배 터지게 먹는다- 또 당연하다는 듯이 『늘 푸른 호프』로 향한다. 그렇다. 늘 푸른 호프가 그 호프집의 이름이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그 호프집의 이름을 말하기 보다는 '노가리집'으로 부르는 것이 더 익숙하고 정답다. 그 맥주집은 노가리 한마리만 주문해도 된다. 천원이다. 쥐포 한마리를 주문해도 된다. 한마리당 이천원이다. 어제는 친구와 쥐포 두마리를 고추장소스-진짜 맵고 짜다. 생각만 해도 침 고인다. 그 비결은 라면 수프라고도 한다.-와 마요네즈 간장소스에 찍어먹었는데, 어제는 친구가 새로운 안주에 도전하자며 이천원짜리 멸치를 시켰다. 오, 멸치!!
이천원이다. 정말이다. 이천원만 주면 맥주와 함께 이 멸치를 저 입안 가득 침고이게 하는 화끈한 고추장 소스에 찍어먹을 수 있다. 그런데 윽, 저 머리와 똥들을 빼야 한다. 그냥 먹을것이냐, 똥을 뺄것이냐, 귀찮네...하고 있는데,
무슨 이런 친구가 다 있냐!! 멸치 머리도 똑 따주고 똥도 다 빼서 내 앞에 가지런히 놓아줬다. 아, 정말 멸치 똥 빼주는 친구라니, 멸치 똥을 빼주는 친구라니!! 난 정말 사람들한테 묻고 싶다.
"당신은 멸치 똥을 빼주는 친구를 갖고 있습니까?"
아, 스스로 너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나는 멸치 똥 빼주는 친구를 갖고 있다. 아마 이런 친구는 다시 없을 것이다. 전무후무, 유일무이 할것이다. 사실 그간 온라인 친구들을 오프에서 만나면서 누구를 만났는지 공개적으로 얘기한 적이 없었는데, 이 멸치똥을 빼 준 친구에 한해서는 감추지 말아야겠다. 당당하게 드러내야겠다.
네꼬님! 멸치 똥 빼줘서 고마워요. 그전보다 더 많이, 네꼬님을 좋아하게 됐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