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때로 바이러스에 걸리고 싶어하는 나를 발견한다. 그렇게 되면 차라리 저 기운 빠지는 불확실성은 끝날 테니까. - P107



어제 나는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햇다]의 리뷰를 쓰면서 왜 어떤 사람들은 괴테를 그토록이나 깊이 연구하는가, 왜 그토록이나 지적이길 원하는가, 에 대해 궁금해했다.  


<괴테 연구의 쓸모는 무엇인가>


그리고 오늘, 아마도 그 연장선상의 이야기가 될 것 같은데, 왜 인간은 끊임없이 싸우는가, 가 되겠다. 그것은 전쟁 war 을 의미하는게 아니라, 살아남고자 하는 의지에 관한 것이다. 지젝은 위의 책 [팬데믹 패닉]을 코로나 발병 당시 썼다. 그리고 그 책에는 위의 문장이 있다. 


요즘 나는 때로 바이러스에 걸리고 싶어하는 나를 발견한다. 그렇게 되면 차라리 저 기운 빠지는 불확실성은 끝날 테니까.


그렇다. 코로나가 한창 유행일 때, 코로나에 걸리지 않으려고 사람들은 거리두기를 했고 마스크를 썼다. 외출도 삼갔더랬다. 걸리지 않으려고 그토록이나 애쓰면서, 가끔은 차라리 걸리는게 속편하겠다는 생각을 누구나 다 해보지 않았을까? 당시에 나는 원래는 좋아하지 않았던 좀비 영화를 닥치는대로 보기 시작했었는데, 그건 좀비가 창궐하는 세상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세상과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좀비에 흥미가 생겨 증말 망작까지 닥치는대로 보았더랬다. 그리고 그렇게 좀비 영화들을 보면서, 나는 아주 여러차례 같은 말을 했다. 


차라리 물려버리면 속편할텐데, 인간은 어째서 피곤함을 무릅쓰고 도망치는가.



내가 좀비 영화에 대한 페이퍼를 썼다면 어김없이 저 문장이 있고 그리고 '카뮈'의 [페스트]를 읽고 쓴 리뷰에도 저런 문장이 있다. 세계적인 석학 슬라보예 지젝도 나처럼 생각했다. 차라리 걸려버리는 게 낫겠다, 라고.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도망치고, 감염되지 않으려고 애쓴다. 인간, 진짜 뭐냐. 괴테를 미친듯이 연구하고, 바이러스로부터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심지어 바이러스를 이겨내려고 하는 존재여.. 그 당시에 보았던 좀비 영화중 한 편에 대한 글을 링크한다.


<차라리 물려버릴까 싶어질 때>



저 글 제목봐라. 제목부터 차라리 물려버릴까 라고 썼지 않나. 슬로베니아 철학자 지젝이나 대한민국 중년 여성인 나나 생각하는 거 뭐, 볇반 다르지 않네. 


자, 나는 지젝의 글을 읽었다. 지젝이 얘기하는 공산주의에 흥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똑똑한 사람들은 공산주의를 얘기하는 것 같다, 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런데 왜 공산주의는 망했는가.. 생각하면 답이 없어지는데, 하여간 지젝이 공산주의를 말했다는 거다. 역자의 말에 이 책의 요약이 잘 나와있어 가져와보겠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장밋빛 미래를 밝혀줄 비전이 아니라 재난 자본주의의 해독제로 쓰일 ‘재난 공산주의‘ 전망에 가깝다. 마스크, 진단키트, 산소호흡기 같은 의료장비부터 곡물 생산과 실업 등 생명과 생존에 관련된 물품의 생산과 공급을 시장 메커니즘에 의탁하지 않고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조절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이 책은 코로나19 이후 인류가 맞게 될 상시적 바이러스 사회에서 국가의 공적 기능이 커지고 우리의 생명과 생존이 함께 추구될 수 있는 평등한 공동체를 그리는 일에 많은 논의가 할애되어 있다. 지젝은 방역과 경제가 공존하는 이 사회를 거침없이 공산주의라 명명하고, 이를 현재 중국의 ‘국가자본주의적 사회주의 체제나미국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시스템과 확연히 구분한다. 이 새로운 공산주의는 한 국가의 정치 시스템이 아니라 전 지구적 협력으로 탄생할 초국가적 지구정치의 모델이다. -p.195



이 책을 읽기 전의 나와 이 책을 읽고난 후의 나는 그리 크게 생각이 변하지 않았다. 나는 코로나 상황에서 거리두기를 했어야 했다고 생각하고 또 사람들이 마스크를 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때, 여기저기서 마스크 쓰는걸 강제하지 말라고 시위가 벌어졌을 때, 안쓰면, 그러면 어떡하겠다는거지? 했더랬다. 그래서 나는 지젝의 주장이 수긍이 간다. 그런데, 


나는 이런 지젝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존재도 알고 있다. 지젝은 한병철과 아감벤을 언급하는데, 무엇보다 아감벤이 궁금해졌다. 나는 어제 채경이에게 아감벤에 대해서 물었더랬다.





(한병철 얼굴 캡쳐 미안합니다.. )






그러니까 현재의 나는, 지젝이 말한 것처럼 '자유를 지키려면 제한이 필요할 수 있다'고 보는 쪽인데, 그런데 아감벤의 염려가 너무 궁금한거다. 그리고 만약 아감벤을 읽고 난 후라면 내가 어떻게 생각할지도 궁금하고. 그러나 나는 아감벤을 읽어본 적 없으므로 어떤 식으로, 어떤 책으로 입문할까 궁금하던 차에, 얼마전에 잠자냥 님의 백자평에서 아감벤 언급을 본 것 같아 찾아보았고, 그건 '고쿠분 고이치로'의 [우리는 왜 무엇인가 해야할까] 책에 대한 것이었으며, 그 백자평에는 '아감벤 <얼굴 없는 인간> 먼저 읽는 것을 추천' 이라고 되어있는 거다. 오오, 좋았어! 그렇게 나는 얼굴 없는 인간을 검색해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다.
















세상 지적인 잠자냥 님은, 이미 이 책을 2023년에 읽고 백자평을 달아두셨다. 크- 제가 뒤늦게 따라가겠습니다!




책을 샀다.


















홀라당 읽히는 일본 미스테리 하나 읽고 남동생 줘야지, 해서 [나쁜 여름]을 샀다. 지난번에 여러권 줬으므로 여유만만 미스테리 안읽고 있었는데, 이놈이 다 읽고 자꾸 가져다줘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요즘엔 도서관을 가는겁니다. 그러더니 '리 차일드'의 [방문자] 사진 찍어서, 누나 이거 읽어봤냐? 하길래 그렇다고 했더니, '언제? 왜 나는 몰라?' 이래서, 너는 잭 리처 시리즈 안읽고 싶다고 해서 너 안줬지, 했다. 그랬더니, '이건 그럼 안빌려도 되겠네' 하더라. 아마도 나에게서 빌릴 모양이다.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은 오만년전에 읽고 페이퍼도 썼었는데, 내용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고, 얼마전에 김혜리 기자 팟빵에서 언급되어서, 어디 한 번 다시 읽어보자, 하고 샀다. 그 때랑 지금이랑 나는 달라졌으니까. 달라졌겠지.. 아닌가? 모르겠다. 하여간 책 팔고 다시 사는 짓 왜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삶을 살고 있다.


[이성애의 비극]은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 샀다.


[나의 통역사]라는 제목을 가진 책은, 제목을 보니 내가 살만한 책이기는 하지만, 저거 사진에서 보듯이 책등에서 제목을 알 수가 없어서, 지금 책 등보고, 뭐야, 나 무슨책 산거야? 해서 책 꺼내서 제목 살펴야했다. 난 또 이런 책은 어떻게 알고 샀지? 하여간 샀다.



책을 샀는데, 그런데도 살 책이 수두룩하다. 미쳐버려..




아니, 이 책좀 봐.. 이거 너무 사고 싶지 않냐. 제목부터 너무나 강렬하게 사람을 이끌어버려... 넌, 반드시 내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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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6-06-22 11: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채경이가 지젝, 아감벤, 한병철 핵심을 잘 찔러서 설명해준 것 같아요. ㅎㅎ

아감벤 읽으시고 고쿠분 고이치로 <우리는 왜 무엇인가 해야할까>까지 읽어보시는 거 추천합니다. 이 책 초반에 코로나(처럼 바이러스로 인한) 예외상황에 대한 사유가 비중을 많이 차지하고 있더라고요. (인간의 자유는 어디까지 제한 가능한가....)

저는 고쿠분 고이치로의 다른 저작 <우리는 왜 그냥 즐기지 못할까>를 읽다가 칸트가 더 궁금해져서 어제 종일 칸트 책 읽었는데요. 세상 재밌습니다. 조만간 아렌트의 <칸트의 정치철학>도 읽을 예정(다락방 너 갖고 있더라?)

아무튼 책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읽어 나가는 것 세상 재미있지 않습니까?

열심히 읽어보아요.

독서괭 2026-06-22 13:06   좋아요 2 | URL
잠자냥은 북플의 채경이인가?!

잠자냥 2026-06-22 13:21   좋아요 1 | URL
🤓🤣🤣🤣 밥 먹다가 뿜게 만드는 재주 괭👏👏

망고 2026-06-22 13:40   좋아요 1 | URL
대학때 지젝 책 읽다가 뭔소리 하는지 모르겠어서 자괴감 느끼고 철학책 피해다녔는데...다락방님도 그렇고 잠자냥님도 그렇고 세상 지적인 두 분의 책 대화 보고만 있어도 흐뭇😍 사겨라 사겨라ㅋㅋㅋㅋ

잠자냥 2026-06-22 14:07   좋아요 1 | URL
지젝이 그 시절 어렵게 느껴진 이유는... 그 시절 번역도 한몫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들의 독서력도 그때는 좀 지금보다 약했을 거 같고요.
아무튼 요즈음 나오는 지젝은 당시보다는 그나마 번역 나은 거 같아요. 그만큼 국내에서도 연구가 좀 된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나저나 이 사람이 요즘 BL을 많이 보더니....

망고 2026-06-22 15:08   좋아요 1 | URL
이게 다 다락방님 때문입니다 bl 읽자 제안한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6-06-23 08:49   좋아요 0 | URL
저도 몇 년전에 지젝의 다른 책 읽기 시도하다가 포기한 적 있어요. 번역의 문제였는지는 지금 확신할 수 없지만, 그러나 독서력이 닿지 못한 지점이었다는건, 저한테는 맞는 것 같습니다. 지금 다시 읽으면 어떨지 모르겠어요. 어쨌든, 이 책, [팬데믹 패닉]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래서 조르조 아감벤도 읽어볼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고요.

저는 특히 좋은 사람과 헤어짐이 싫어요. 친구로 지낸다면 오래 함께할 수 있지요. 좋은 사람하고는 친구로 지내자, 가 저의 생활 모토입니다!!

blanca 2026-06-23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동생 ㅋㅋ 귀여운데요? 제 남동생은 같이 살 때는 책 열심히 읽더니 요새는 접었더라고요. 아쉬워요. 그리고 저도 요새 또 갑자기 미친듯이 책 사기 주간으로... 그래서 어제 급하게 중고책을 열심히 모아 팔았습니다. 사고 팔고... 그리고 산지도 모르고 또 두 번 사고... 저도 이 구간 접어들었네요.

다락방 2026-06-24 14:32   좋아요 0 | URL
저는 다 읽은 책 얼추 한박스 되면 바로 팔아서 예치금 받아 책사요 ㅋㅋ 물론 그걸로도 충분하지 않아서 제 돈주고 사는게 더 많지만 말입니다. ㅋㅋ 알라딘 서재의 달인에게는 책값 오십프로 할인해줬으면 좋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동생은 요즘 도서관을 가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제 집에서 제가 읽은 책으로 가져가긴 하지만, 조카 데리고 도서관 갔다가 자기것도 한권씩 빌려오는가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여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6-06-23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동생이 잭 리처에게까지 손을 뻗다니 ㅋㅋㅋㅋㅋㅋ 진정한 독서 가족입니다.

지젝이 한창 유행할 때 저도 좀 도전해봤는데 어렵더라구요. 독일어로 썼어도 그래도 한국인 ㅋㅋㅋㅋ 한병철이 그나마 읽을만한데, 위에 정리해 주신 거는 어렵네요. 저희집 채경이한테 더 쉽게 정리해달라 그래야겠어요.
<이성애의 비극> 끌리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6-06-24 14:33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잭 리처라서 안빌린다는건지, 저에게 빌려갈거라 도서관에서 안빌린다는건지는.. 모르겠네요?

저는 아감벤 책을 사서 도착했습니다. 천천히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병철도 곧 읽어봐야겠어요. 아 바쁩니다. 시간은 없고 몸은 하나고.. 바쁘다, 바뻐!! 이성애의 비극은 재미있을 것 같은데, 언제 읽죠?

단발머리 님, 사랑의 가설이 곧 영화로 나올 것 같더라고요? 꺅 >.<

단발머리 2026-06-24 20:33   좋아요 0 | URL
아... 여주는 제 스타일인데. 남주가 마음에 안 들어요. 어쩔 수 없죠, 뭐. 기다려보겠습니다.

다락방 2026-06-25 08:12   좋아요 0 | URL
이게 또 영화를 보면, 그래서 영화속에서 하는 말과 행동을 보면 달라질 수도 있잖아요. 영화를 보면 또 좋아질 수도 있으니까요. 아무튼 저도 나오는 걸 기다려보겠습니다. 으흐흐흐흐.

2026-06-24 2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6-25 08:5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