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에는 태백산에 다녀왔다.

친구가 '태백산은 완만하대, 길도 잘 되어있대' 할 때까지만 해도 그래?? 정도로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끝나고 소고기를 먹자고 꼬시는 바람에... 지난번 청태산에 갔을 때 등산후 소고기가 너무 맛있었고, 그 뒤로는 그런 소고기를 먹었던 적이 없어 늘 아쉬워하고 있었다. 왜 강원도에서 먹던 그 소고기 맛이 안나지.. 그러자 친구는 그건 강원도가서 등산 후에 먹어야지, 지난번처럼.. 한거다. 그래서 소고기를 먹기 위해 태백산에 갔다. 신이시여..


태백산은 아직 눈이 녹지 않았을 것이었고 그래서 아이젠을 가져갔다. 장애등급을 받기 전 등산을 좋아하시던 아빠는 내가 태백산 간다는 말에 당신의 배낭과 지팡이, 아이젠까지 다 꺼내주셨다. 이거 이제 못쓰겠구나 생각했는데 네가 쓰는구나, 하면서. 하여간 그렇게 나는 태백산으로 향했는데, 하아- 


입구부터 너무 경사진거다. 완만한 길..은 입구를 지나야 나오는건가욤?? 분명 내가 후기 몇 개 찾아봤을 때도 완만해 보였는데..가도 가도 끝없는 경사라서 하산중인 분들께 물었다. "가다 보면 완만한 길 나오나요?" 라고. 그러자 어떤 분은 "길은 계속 이래요" 하셨고 또 다른 분은 "네, 나와요, 정상 다 가면 완만해요." 라고 하셨다. 정상 다 가면.. 이라고요? ㅠㅠ


하여간 눈 산, 처음 가보는 눈 산, 이렇게 된거 어쩌나, 걍 오르는 수밖에 .. 나는 오른다, 계속 오른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은 천제단.. 인데.. 아니 천제단?? 내가 갔던 거기.. 제단이었네? 헐.. 이거 왜 오르면서는 몰랐지? ㅠㅠ 난 그것도 모르고 천제단에 앉아서 캔커피 먹었네 ㅠㅠ 천제단 이름이 왜 지금에야 뜻이 들어오지 ㅠㅠ 오르면서는 저기까지 가야한다, 저기까지 가야한다 이 생각밖에 못했는데ㅠㅠ 그래서 올라서는 목말라서 거기 돌 중에 하나에 앉아서 커피를 마셨는데 ㅠㅠㅠ 친구가 '여기 기도하는 곳 같아 먹어도 될까' 했는데, 나는 그게 친구가 그냥 그렇게 짐작하는 거라고 생각했지 ㅠㅠ 얼른 앉아서 물 마시고 싶었다고 ㅠㅠ 물이 없어서 커피 마셨지만 ㅠㅠ 그러다 이내 어느 중년 부부가 '기도하고 가자' 해서 아 다들 여기가 기도하는 곳으로 보이나보다, 하고 얼른 자리를 피해줬더랬다. 그리고 남들도 여기에 기도하니까 우리도 할까, 하고 했는데, 지금 보니 거기가 천제단 이었네.. ㅠㅠ


신이시여, 잘못했어요. 제가 정말 몰랐습니다 ㅠㅠ 천제단. 이란 이름이 왜 지금에야 들어올까요 ㅠㅠㅠ 사전 지식 부족한 제 잘못입니다. 너른 마음으로 용서 부탁드립니다. 힝 ㅠㅠ



아무튼 올랐다, 계속 올랐다.

나와 같이 간 친구는 나보다 여섯살 어렸는데 산을 정말 잘탔다. 왕복 네 시간이 걸렸는데 아마도 나와 함께가 아니었다면 그 친구 혼자였다면 더 빠른 시간안에 왕복했을 것 같다. 반면 나는 혼자였다면 네시간보다 더 걸렸을지도.. 태백산에는 단체들도 있었지만 혼자 온 젊은 여자나 남자들도 있었는데, 태백산에 혼자 왔다는 건 산을 정말 좋아하고 자주 다닌다는 것인가. 와, 경사진 언덕을 다다다닥 빨리도 오르더라. 금세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와, 우리나라에 산 좋아하는 젊은이들 많네요..


하여간 힘들게 오르고 또 올라서 못 오를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한 건 아니고, 내가 오르고 높다고 했다. 일단 태백산 최고봉이라는 장군봉. 두둥-

이름도 웅장하다. 동생들한테 장군봉 옆에서 찍은 사진 보내줬더니 잘 어울린다고 했다. ㅋㅋㅋㅋㅋ 나 장군감?



와, 미쳤다는 말이 여러번 저절로 나올 만큼 정상에서 보는 풍경은 정말 압도적이었다. 백프로 눈이 쌓인 것도 아닌, 눈과 나무가 조화를 이루는데, 와, 이런건 살면서 처음 봤어.





아 이 웅장하고 엄청난 풍경을 사진으로는 다 담지 못하네. 아쉽다.. 크-



태백산 .. 다녀왔다. 아 힘들었다.


배터지게 소고기 먹고 숙소 들어가서 푸시업 네 개 하고 ㅋㅋ 원래 일곱개는 하는데 너무 배부르고 힘들어서 잘 안되더라. 그리고 다음날 앞벅지의 격렬한 근육통에 시달렸다. 오를 때가 더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내려올 때 앞벅지에 힘이 엄청 들어가서 거기가 근육통이 생기더라. 아마 그 부위가 평소에 내가 쓰지 않았던 근육의 부위였는가보다. 


오르면서 내내 누가 이거 완만하다고 후기 올린거야, 역시 산은 산이다, 완만한 산 같은거 없어..  계속 궁시렁거렸다. 그래도 산에서 오르며 내리며 만난 사람들 다 너무 친절해. ㅎㅎ 하여간 정상에서 멋진 풍경 보면서, 와 이거 보려고 올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산 정상에 오르면 정말 딱 그 생각이 난다. 이러려고 올랐구나, 하는 생각.




ㅋㅋㅋㅋㅋ 산에 오르면 좋긴한데 너무 힘들다. 흑 ㅠㅠ 엄청 뿌듯하긴 한데 너무 힘들어 ㅠㅠ 나는 딱 일자산이 좋은것 같다. 사람들이 둘레길이라 생각하는 일자산, 딱 이 정도가 나에게 적당한듯.. ㅠㅠㅠ 힘들었지만 좋았고 좋았지만 힘들었다. 하여간 내려와서 먹는 소고기는 꿀맛이었다.


음.. 물론 하다보면 늘겠지만, 나는 등산을 잘 못하는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나는 요가도 좋아하지만 잘 못하고, 달리기도 좋아하지만 많이 느려.. 음.. 다 잘 못하네? 영어도 좋아하지만 잘 못하고...난 뭘 잘하지? 몸으로 하는거 머리로 하는거 다 잘 못하는데??

그나저나 너무 추워서 달리기 쉬고 있었는데 언제 다시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원래 어제 시작할 계획이었는데 어제 너무 추워서 그만.. 그렇다면 오늘? 춥던데.....


일주일의 첫 출근이 화요일인거 좀 좋다. 이틀째인데 수요일이라니 너무너무너무너무 좋으다.



책 사야지
















이 책 사면 고양이 티셔츠 주는데? ㅋㅋ 난 별로 안갖고 싶긴 하지만 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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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5-03-05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백산이라니...! 장비 다 챙겨가신 건 정말 잘하셨어요. 겨울산은 필수더라구요. 결국 장군봉에 오르셨다니 다락방 님 대단하시네요! 산을 많이 타본 경험은 없지만 산은 늘 오르는 것보다 내려올 때 훨씬 힘이 드는 것 같습니다. 다치는 것도 오히려 내려갈 때 더 위험도가 높구요. 무사히 내려오셨고 소고기까지 야무지게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날이 풀릴 듯 풀릴 듯 왜 안 풀리는건지... 저는 어제 얇은 머플러 하고 나왔다가 한기가 들어서 밤에 완전 뜨끈뜨끈하게 온도 설정하고 잤더니 그나마 나아졌어요. 다락방 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빨리 따뜻한 봄이 되었으면 합니다.

다락방 2025-03-05 11:17   좋아요 0 | URL
아직 지팡이는 어느 만큼의 효용인지 잘 모르겠어요. 눈에 띄는 어떤 편함을 제가 알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런데 중간에 이거 뭐 별로 느낌이 없는데? 하고 지팡이 접어 가방에 넣었더니 뭔가 오르는 길이 더 힘들어진 것 같은 느낌적 느낌.. 사람들이 그렇게나 여기서 지팡이를 사용하고 있다면 거기엔 분명 이유가 있을텐데요. 저는 아직 지팡이의 절실함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아이젠은 정말 유용했어요. 사실 아이젠이 없었다면 엄두가 안나는 산행이긴 했습니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아이젠을 착용했는데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은 막 미끄러지더라고요. 너무 무서웠어요.ㅠㅠ
거리의화가 님, 감기 조심하세요. 저도 빨리 따뜻한 봄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독서괭 2025-03-05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소고기 먹겠다고 태백산을 오르는 사람, 그이름 다락방!! 풍경이 너무 멋져서 오르신 보람이 있겠어요. 저도 애들이 좀 컸으니 같이 등산 다녀보고 싶어요. 청계산 관악산 이런 곳.. 등산하고 오면 밥이 꿀맛이니까!
뭐 제단에 원래 술 바치는 거 아닌가요? 커피도 일종의 술이죠(응?) 괜찮을 겁니다 ㅋㅋ
다락방님이 잘하는거, 후배에게 사랑받기 알라디너에게 사랑받기 빵만들기 독서모임운영하기 글재밌게쓰기 여행하며친구만들기 ..아 쓰다보니 끝이 없네요?

다락방 2025-03-05 14:15   좋아요 1 | URL
힘껏 몸을 움직인 뒤에 먹는 소고기는 정말 최고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소고기를 맛있게 먹었다, 뭐 그런 얘기입니다. 태백산 정상에서 저는 가져온 물을 다 마셔서 친구가 가져온 캔커피를 하나 마셨는데, 평소 캔커피 전혀 거들떠도 안보는 저지만 정말 맛있더라고요. 친구는 제가 가져온 크리스피크림 도넛을 먹었는데 진짜 최고의 맛이었대요. 산의 정상이라는 것은 모든 음식을 최고로 맛있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아하하하하.
네, 제단에 앉아서 마시다니 실수했지만, 신이 저를 어여삐 여겨주시기를.. 바랍니다. 히융. 신이시여, 커피 이거 맛있더라고요. 그렇게 드시는 걸로...

독서괭 님은 정말 ㅠㅠ 너무 다정하신 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잠자냥 2025-03-05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고기 먹겠다고 태백산을 오르다니... 진짜 장군감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다락방 님 한라산 가본 적 있어요? 다음엔 한라산 정상 도전~!!
저 고양이 티셔츠 안 예쁘네요;;;

건수하 2025-03-05 13:37   좋아요 1 | URL
맞아요 고양이 티셔츠라는데 하나도 안 땡겨요...

다락방 2025-03-05 14:1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가 프란세진야 먹겠다고 포르투갈 가고 쌀국수 먹겠다고 베트남 가는 사람인데 소고기 먹겠다고 태백산을 왜 못가겠습니까. 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라산은 진짜 엄두가 안나요. 태백산도 이렇게 힘들 줄 몰랐고 알았으면 안갔을거에요 ㅠㅠ 저는 진짜 딱 일자산인데.. 잠자냥 님, 나중에 일자산 한 번 같이 가요. 그냥 둘레길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제가 고양이에게 관심이 없어서 안이쁜줄 알았는데 고양이를 좋아해도 저 티셔츠가 안이쁘군요? 그냥 안이쁜 셔츠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5-03-05 14:34   좋아요 1 | URL
산을 좋아하지 않는 제가 또 한라산은 정상까지 가 본 사람 아니겠습니까?!
근데 한라산은 꼭 한 번 가보세요. 경치가 그냥......+_+ (코스도 완만한 코스, 아닌 코스-대신 시간이 짧게 걸림- 선택 가능합니다). 그리고 한라산 등반 이후에는 제주흑돼지 아니면.. 회에 소주 한 잔!

일자산은 언제 한번 가봅시다!

네, 저 고양이 티셔츠 고양이 좋아하는 사람들도 99%는 안 좋아 할걸요? 너무 막 만들었다...ㅋㅋㅋㅋㅋ

건수하 2025-03-05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백산이 시작 고도가 높아서 완만한 편일걸요? 눈 오면 더 폭신해서 오르기도 좋고..
라고 해도 제가 갔던 건 20년도 더 전이네요 ㅎㅎ 지금 가면 힘들 것 같아요.

정상 근처에서 비료포대깔고 미끄럼틀 탔던 생각이 나네요 ^^
태백 많이 가봤는데, 쇠고기는 못 먹어봤습니다 흑흑...

일자산이 딱 좋으시다면 관악산 청계산은 좀 험하고 양재천 근처 대모산-구룡산 추천합니다!

다락방 2025-03-05 14:18   좋아요 1 | URL
네, 시작 고도가 높아요. 그런데 저처럼 산 타 본 일 별로 없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경사가 심한 산이었어요. 완만한 길 없이 계속 쭉쭉 올라가야만 하는 그런 산. 오르면서 몇 번이나 ‘산은 역시 산이구나..‘ 했습니다. 하아-

다음엔 태백산보다는 완만하고 일자산보다는 좀 경사가 있는 산을 가봐야겠다 생각했는데 청계산이 좀 험한가요? 제가 수락산, 북한산, 아차산은, 용문산은 가봤는데 청계산은.. 안가봤네요. 청계산을 다음에 한 번 가보자 생각하긴 했었는데. 대모산 과 구룡산 접수합니다! 끝나고 뭐 맛있는거 먹을지 고민해야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5-03-05 19:29   좋아요 0 | URL
대모산은 좀 낮고 구룡산이랑 이어져있거든요. 대모-구룡산을 한 번에 섭렵하실 수 있을 거예요.
맛있는 거.. 근처에 맛있는게 별로 없을 거 같긴 합니다.... 다락방님은 찾으실 수 있을거라 믿습니다!

햇살과함께 2025-03-06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다락방님 태백산 다녀오셨군요. 저도 작년 1월에 눈꽃산행 다녀왔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태백산 하산 후 소고기는 너무 맛있죠~
산은 원래 지금 내가 오르는 산이 제일 힘든 겁니다 ㅋㅋㅋ 에베레스트 저리 가라 ㅋㅋ
저도 연휴에 무등산 다녀왔는데 칼바람을 너무 많이 쳐맞아서 ㅠㅠ 지금 심한 목감기 중입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