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에게 내가 이처럼 사랑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면 그 말을 믿지 않았을 거야." 안드레이 공작이 말했다. "이 감정은 내가 예전에 품은 감정과 전혀 달라. 나에게는 온 세상이 둘로 나뉘어있어. 하나는 그녀야. 거기에는 모든 행복과 희망과 빛이 있지. 또 다른 하나는 그녀가 없는 모든 곳이야. 그곳에는 우울과 어둠뿐이야..." -2권, p.446~447



















지금부터는 전쟁과 평화 2권에 대한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으니 내용을 모르는채로 이 책을 읽고싶다면 이 페이퍼를 패쓰하기를 바랍니다.

(그렇지만 패쓰하기엔 너무 재미있는 글일거야..)



볼콘스키의 아내는 아이를 낳다가 죽었다. 볼콘스키는 참전했다 돌아왔고 여동생과 아버지에게 아이의 돌봄을 대부분 맡기고 따로 나가 살면서 가끔 본가에 들러 아들도 보고 아버지와 여동생도 만난다. 정확한 나이는 안나왔지만 삼십대 중반정도인 것 같다. 

그런 볼콘스키가 나타샤를 알게 된다. 밝고 사랑스러운 나타샤. 꾸밈없고 구김없고 환한 나타샤. 그런 나타샤를 사랑하게 되고 그런 나타샤에게 사랑을 고백하게 된다. 그녀 역시 마찬가지, 그를 사랑한다. 그전에도 다른 남자를 좋아한다고 생각한 적은 여러번이었지만, 그러나 이런 감정은 처음이다. 볼콘스키도 이런 사랑이 내게 올 줄이야! 했지만 나타샤에게도 마찬가지였던거다.


볼콘스키는 나타샤와 결혼하고 싶다. 그래서 아버지의 허락을 받으러간다. 세상 고집 센 볼콘스키의 아버지는 이 결혼이 영 못마땅하다. 그래서 조건을 내건다. 네 건강도 챙기고 너 어차피 아들 가정교사 찾으러 외국간다 했으니, 일단 외국 갔다가 한 해만 결혼을 연기하라고. 그게 이 결혼의 조건이라고 했다. 한 해가 지나도 네가 변함없다면 그러면 결혼해라, 하는거다. 이에 볼콘스키는 나타사에게 청혼하면서 이 조건에 대해 얘기한다. 난 너를 처음 본 순간부터 사랑했고 그래서 너랑 결혼하고 싶어, 너도 그래? 응 나도 그래! 그런데 우리 아빠가 1년만 있다 하라고 하거든, 우리 1년만 기다리자. 그러자 우리의 나타샤는 이렇게 말한다.



"너무해요! 안 돼요, 그건 너무해요, 너무해!" 나타샤가 갑자기 이렇게 말하며 다시 흐느끼기 시작했다. "난 한 해가 지나기를 기다리다 죽고 말 거예요. 그럴 수는 없어요. 그건 너무해요." 그녀는 구혼자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연민과 망설임의 표정을 알아보았다. "아니, 아니에요, 뭐든지 하겠어요." 그녀는 갑자기 눈물을 그치고 말했다. "정말 행복해요!" -2권, p.457-458



그녀는 도대체 이 일년을 왜 기다려야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이건 너무나 잔인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알겠다고 수긍한다. 그래, 일 년, 기다려보자, 기다리면 되지. 볼콘스키는 일 년 후에 결혼하자고 하면서, 그런데 그 일 년 사이에 혹여라도 네 마음이 변하거나 한다면 너는 자유롭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말한다. 나타샤의 마음이 변할 가능성, 그리고 거기에 대해 죄책감을 갖지 말고 갈 곳을 향해 가라는 것. 나타샤는 도대체 왜 자기한테 그런 말을 하냐며 그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을 맹세하지만, 아, 열여섯 아름다운 여성에게 일 년이란 도대체 어떤 시간인가. 일 년안에는 얼마나 많은 가능성이 있는가.



사랑하는 남자와 일 년간 만날 수가 없다. 간혹 사랑을 맹세하는 편지는 주고받지만 어느날은 불쑥 아, 그가 왜 내 옆에 없는거지, 그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거지, 하며 지금 내 옆에 없는 그를 원망한다. 그러다가도 그와 결혼하고나면 펼쳐질 미래에 대해 긍정회로를 돌리기도 하면서 그녀는 이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아니, 견디고 있다. 일 년, 어쩔 수 없이 보지 못하고 지나가야 할 일 년, 이 일 년이란 이들에게 있어서 어떤 시간이 될것인가.


어떤 사람들에게 일 년은 짧고 어떤 사람들에게 일 년은 길다.

사랑에 빠진 연인들에게 만나지 않고 지내야하는 일 년은 잔인하게 길게 느껴질것이다. 물론 나의 경우에는 '고작 일 년이구먼' 했지만.. 아마 이게 바로 내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나는 들었다. 일 년이면 사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수 있지만 또 아주 많은 것들이 변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일 년이면 아이를 임신하고 낳을 수도 있을만큼의 긴 시간이고 그런데 일 년이면 바로 어제처럼 늘 같은 루틴으로 살아가고 별다른 변화 없이 맞이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세상의 많은 연인들에게 만나지 못하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누군가는 별 탈없이 그 일년간 그리움과 기다림을 간직한 채 살아갈 수 있겠지만, 그러나 누군가는 도저히 견딜 수 없고 자신을 향한 온갖 유혹에 휘둘리기도 할것이다. 유혹이 찾아온다, 안되는거지? 그렇지만.. 펑- 하고 터져버리는거다. 



일 년이 되려면 이제 조금 남았는데, 그런데 나타샤에게 유혹이 찾아온다. 이 아름답고 밝은 여성에게 세상 난봉꾼이 찾아든다. 이 난봉꾼, 이 난봉꾼이 결혼했다는 사실을 숨긴채로 그녀에게 다가간다. 너무 예쁘거든. 여신같거든. 그는 그녀에게 약혼한 남자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사랑을 고백하고, 그녀에게 약혼한 남자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입술을 부딪친다. 하아- 우리의 나타샤, 저항할 수가 없다. 안되는데, 이러면 안되는데, 하지만 .. 그런데 이런 사랑도 그전에 없었다. 당연하지. 열여섯에게 사랑이 많으면 얼마나 많다고 모든 사랑이 내가 알던 사랑이겠나. 이 사랑도 처음, 이런 감정도 처음.. 다 그런거 아니겠나. 그리고 마흔여섯이어도 마찬가지지. 모든 사랑은 다 조금씩 결이 다르지 않나. 여하튼 나타샤에게 이 사랑은 바로 옆에 있는 실체, 육체적으로 생생한 그런 사랑이다.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그러나 내 옆에 없는 사람을 그리워하다가, 나를 사랑한다고 속삭이면서 내 입술에 입술을 갖다 대는 너무나 잘생긴 남자... 아, 모르겠다, 두 명을 사랑하면 안되나요? 나타샤는 이 난봉꾼에게 자기의 마음을 준다. 그리고 이 난봉꾼의 뜻대로 난봉꾼과 결혼하기로 한다. 다만 어떤 이유인지 이 난봉꾼은 정식으로 방문하고 청혼하고 이러는대신 도망가자고 한다. 그러니 나는 그랑 도망치겠어. 도망가서 아무도 몰래 그와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겠어! 그녀는 볼콘스키의 누이에게 그리고 볼콘스키에게 결혼하지 않겠다 한다. 그리고 오늘밤, 난봉꾼이 찾아오면 나는 도망가는거야!! 휘비고!!



그러나 소냐가 이를 눈치챈다. 어라, 쟤 이상한데? 그리고 나타샤에게 도망가자 쓴 난봉꾼의 편지도 읽는다. 이 남자 사기꾼같아, 이상하지 않니? 왜 집에 정식으로 찾아오지 않아? 너 그러면 안돼. 나타샤는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모함하는 소냐가 원망스럽고 저리 가버렷! 한다. 그러나 나타샤의 계획을 눈치챈 소냐는 어떻게든 이걸 막아보고자 한다. 나타샤가 그 남자 따라가는 순간 모든게 끝장이다, 하고. 아아, 나타샤여, 그 길을 가지마오..



사랑이라는 게 그렇다. 그 사랑에 빠져있으면 상대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 대부분 주변에서 반대해도 그 말이 들리지 않는다. 나타샤는 난봉꾼을 난봉꾼이라고 말하는게 싫다. 다른 사람들이 그 사람 안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걸 믿을 수가 없다. 그 사람에 대해 그렇게 말하지마! 그러나 나타샤는 강제적으로 이 사랑의 불발을 맞이하고 그리고 그 남자가 사실 유부남이라는 것도 듣게 된다. 하아.. 나타샤는 미치겠다. 나타샤는 만신창이가 됐다. 그런데 볼콘스키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타샤는 모든게 자기 잘못이며 이런 자신을 그에게 받아달라 할 수 없다는 것도 안다. 나는 이미 망가졌어.. 사실 이 책을 읽는 지금의 입장에선 그게 뭐 대수라고 싶지만 책에서 이 시대 배경에는 그녀는 마치 망가진 여자처럼 다루어진다. 나는 볼콘스키가 이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와 그녀에게 모든게 괜찮다고, 너에 대한 나의 사랑은 변하지 않을 줄 알았다고 할 줄 알았건만.. 그는 그 소식에 그럴 줄 알았다며 자신의 친구를 통해 그녀로부터 받았던 편지를 그녀에게 대신 돌려주라 말한다. 물론 마음은 자기 나름대로 아팠겠지만, 야 이놈아, 니가 일 년 기다리라고 한거잖아!! 왜 사랑하는 사람에게 일 년을 기다리라고 하는거야. 그 안에 일어날 가능성을 알고 있었으면서!! 사람 테스트하는거야 뭐야..



일 년, 그 빈 시간이라는 거, 그건 일 년이 아니라 더 짧은 시간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뭐 이건 사실 헤어짐이 아니라 옆에 있어도 마찬가지겠지만. 

오래전 내 친구에게도 그런 일이 있었다. 오래전 페이퍼에 언급한 적 있는데, 내 친구는 소개팅을 받았고 소개팅 자리에서 그 남자와 서로 호감을 가졌으며 그렇게 손잡고 집에 바래다주고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그런데 바로 주말이었고 그 주말은 나를 포함한 친구들과 여행이 예정되어 있었다. 아마 그 때 우리가 지리산을 갔던가... 우리가 가는 차 안에서도 친구는 그 남자의 전화를 받았다, 잘 다녀오라고. 분위기는 좋았고, 웃으면서 통화한 친구는 다녀와서 만나자고 했다. 그래서 그 차 안에 있던 나를 포함한 친구들이 웃으면서 이열~~ 했었는데, 그 주말이 지난 후 친구는 그 남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미안하다고 못만나겠다고. 주말동안 인라인 스케이트 타러 갔다가, 거기에서 여자를 만났는데 그 여자가 좋다고... 



많은 가능성이 열려있다. 나에게 당신에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그 가능성을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에 기다리라고 부탁하며 다짐을 받기도 하고 볼콘스키처럼 너는 자유로워 변화가 찾아온다면 가렴, 하기도 한다. 우리는 우리에게 열려있는 많은 가능성을 안다. 그래서 일 년은 너무 길다. 그 안에 무수히 많은 가능성이 포함되어 있다. 일 년이 뭐 그렇게 힘들다고, 라고 나는 생각하지만, 나는 이것이 나라는 사람의 개인적 성향임을 안다. 나는 롱 디스턴스 연애를 했을 때 일 년에 한 번 볼까말까였다. 그런데 그것이 나에게는 힘들지 않았다. 아주 많은 친구들이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힘들지 않아?' 라고 내게 물었고, 그러면서 '나라면 그렇게 못해' 라고 덧붙였을 때, 나는 다들 왜그러나 했다. 그때 내 반응은 그랬다. 


"왜 그걸 못한다고 생각해? 니가 사랑하는 사람이 멀리 있어, 그러면 그 사람 사랑하면서 그냥 사는거 아니야? 그러면 그냥 누구나 다 할 수 있는거 아니야?"  


나는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이게 나라서 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나에게는 단단한 일상이 있고 나에게 이 장거리 연애는 이대로도 충분했지만,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리고 내가 사랑했던 그 사람에게도 이건 힘든 일이었다. 나는 힘들지 않았고, 그가 나를 보기 위해 한국에 왔을 때, 나는 그냥 평생 이렇게 일 년에 한두번 너 만나면서 살고 싶다고도 얘기했었다. 그렇게 사는거 나는 좋다고. 그리고 그건 나의 진심이었다. 아직도 나의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나에게 이것은 가능하고 이것은 좋다. 그러나 상대는 그럴 수 없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럴 수 없는 것 같다. 그는 내게 이별을 통보했고 그리고 그는 일상을 언제나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았다. 일 년에 한 번 만나는게 아니라 그냥 옆에 있으면서 사소한 걸 동시에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그와 통화를 했는데, 그가 그랬다. 일상을 함께 하는게 자신에겐 너무 중요했다고. 나는 그의 말을 이해했다. 그제서야 내가 연애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나는 이 장거리 연애가 얼마든지 괜찮고 딱히 일상을 함께 하자 않아도 역시 괜찮았다. 오히려 간혹 그와 함께 사는걸 상상했을 때 조차도 그의 옆에 붙어있고 싶진 않았다. 나는 여행을 자주 다니는 사람인데, 그와 함께 사는 걸 상상할 때에도 그 여행에 그가 함께는 아니었다. 그는 집에 있다가 여행에서 돌아오는 나를 맞이하는 걸로, 나는 언제나 상상을 했다. 내가 그린 그림에서는 우리가 늘 붙어있지 않았다. 다만,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은, 그런 나에게 하루, 한 달, 일 년, 십 년은 다른 사람에 대한 가능성이 딱히 열리지 않는다는 거였고, 상대에게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는 거였다. 나는 이 장거리 연애가 불편하지 않은데, 그런데 이 장거리 연애가 상대에게 힘들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는 거였다. 그에게 다가올 무수한 가능성들을 그가 어떻게든 떨쳐내고 있는데, 그것이 힘들 거라는 걸 나는 몰랐다. 나는 내가 그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단단해서 딱히 휘둘릴 일이 없었는데, 그런데 그는 번번이 다가오는 유혹에 지쳐가고 있었던 거였다. 그에게는 옆에 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고, 나에게는 나는 그 사람 말고 다른 사람은 필요가 없었다. 보지 않았다. 나는 내가 이런 사람이라서 상대도 같을거라고 크게 잘못 생각했다. 



나는 나타샤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타샤가 다른 남자를 만나고 키스를 하고 사랑을 속삭이고 다른 남자랑 떠나기로 약속한 것 자체가 나타샤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타샤는 잘못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타샤가 그런 남자를 만난건 잘못이다. 아니 그건 잘못이라기보다 유감이다.  나타샤가 새로이 사랑에 빠진 남자가 좀 좋은 남자였더라면, 정정당당하고 싱글이었다면, 나타샤의 이 사랑이 도대체 어디가 잘못됐단 말인가. 그러나 나타샤가 만난 남자가 이 시대의 난봉꾼이라서, 어라 예쁘네 꼬셔볼까? 안되면 말고~ 하는 그런 남자라서, 이미 결혼한 남자라서 그리고 다른 예쁜 여자를 만나는 순간 나타샤 역시 내다 버릴 사람이라서, 그런 남자라서 그게 유감이다. 

우리는 젊은 시절 숱하게 잘못을 겪고 살아간다. 그 잘못들 덕에 우리는 그 다음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 나쁜 남자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좋겠지만, 남들에게 다 보이는 그의 나쁜 점이 내게는 보이지 않아 나쁜 사랑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지 않는다면 좋겠지만, 그런데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어른이 된다. 그렇지만 그건 잘못이 아니다. 나쁜 남자(여자)가 잘못한거지 그 사람을 사랑한 내가 잘못한건 아니다. 내가 나쁜 상대를 만났었다는 이유로 다른 사랑을 하지 못할 이유도 없고, 그것이 다른 사랑을 하지 못하는 조건이 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나타샤가 살았던 시대에는 그렇지 않아서, 그래서 나타샤는 내팽개쳐졌고 나타샤는 병이 든다. 나타샤여, 힘을 내..


일 년은 너무 길고 일 년은 너무 짧다. 

일 년은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고 일 년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만약 무슨 일이 일어났다면, 그 일이 내 예상과는 다르게 진행됐지만, 그런데 어쨌든 찾아왔고 진행됐다면, 그러면.. 그건 그냥 내 운명에 있던 일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나타샤에게 앞으로 어떤 인생이 펼치지기 위해 볼콘스키라는 진지한 사랑이 등장하고, 그런데 일 년의 공백이 주어지고, 그런데 왜 난봉꾼이 갑자기 등장을 했는지 모르겠다. 만약 그 난봉꾼이 소냐에게 찾아왔다면 소냐는 그 난봉꾼을 사랑하지 않고 물리쳤겠지만, 문제는 이런 식의 가능성은 사실 부질없다는거다. 왜냐하면, 그 난봉꾼은 소냐가 아니라 나타샤에게 찾아왔거든. 그게 사랑의 비극이고 그게 사랑의 재미있는 지점이다. 


일 년은 너무 길고 일 년은 너무 짧다.

누군가에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고 그러나 다른 사람에겐 수차례의 커다란 일들이 일어났을 수도 있다.

일 년간, '자니?' 라는 물음에 반가워 응답할 수도 있지만, 일 년간, '자니?' 라는 물음에 '쉿 나 애기 깨니까 연락하지마' 라고 응답할 수도 있다. 일 년은 너무 짧고 일 년은 너무 길다. 어찌됐든 무수히 많은 가능성이 그 안에 있다. 





샌드위치나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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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5-02-21 1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재미있게 읽었어요. 톨스토이 저는 진짜 의문인 게 속에 여성 자아가 따로 있나 싶게 여성의 심리를 잘 알더라고요. 저도 나타샤에 완전 이입해서 읽었던 기억 나요. 아, 그리고....마지막 결말(스포는 안할게요) 가장 톨스토이다운 엔딩이었어요. 주말 인라인 사연 ㅋㅋ 너무 웃기네요. 캐나다와 커피 <전쟁과 평화> 너무나 어울려요.

다락방 2025-02-21 13:34   좋아요 1 | URL
아, 톨스토이 다운 엔딩이라니!! 너무나 궁금합니다. 뭘까요, 어떻게 되는걸까요. 저 이제 막 2권 끝낸 참이라 3,4 권이 남아 잇습니다. 얼른 읽고 싶네요. 너무 재미있어요! 저는 안나 카레니나 때도 그랬지만 톨스토이는 남자도 되고 여자도 되고 심지어 개도 되는구나 했었습니다.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02-21 15: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미보장 하시더니, 역시나 재밌군요!! 일년이란 시간에 온갖 일이 일어날 수 있겠죠 정말.. 저는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어야 하는 쪽이라서, 장거리 연애는 못했을 것 같아요 ㅜㅜ 모든 걸 함께해야 되는 건 아닌데, 만나고 싶을 때 만날 수 있고 손잡고 싶을 때 손 잡을 수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저는.
전쟁과 평화 재밌는 소설이었군요. 너무 두꺼워서 엄두가 안 났는데 ㅎㅎ 다락방님의 다음 재미난 글도 기대합니다!!

다락방 2025-02-26 10:43   좋아요 2 | URL
전쟁과 평화는 여러모로 아주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지금 4권을 읽고 있는데 톨스토이 정말 여러 방면으로 지식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구나 싶고요, 캐릭터도 정말 다양합니다. 언젠가는 꼭 읽기를 권합니다, 독서괭 님!

사실 일년이 아니라 이틀이어도 뜻밖의 일은 생기기는 하죠. 하루만에도 가능한데 무려 일년이라뇨. 아무 일도 없기가 더 힘든 시간이 아닐까 싶어요.

햇살과함께 2025-02-22 15: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실눈 뜨고 봤네요. 궁금하지만... 전쟁과 평화 얼른 읽어야겠네요.

다락방 2025-02-26 10:43   좋아요 2 | URL
햇살과함께 님! 전쟁과 평화 너무나 재미있습니다. 톨스토이가 얘기하는 전쟁도 사랑도 죽음도 모두 다 흥미진진합니다!!

관찰자 2025-02-24 0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직 안 읽어봐서 정확히 톨스토이 선생이 어떻게 여자도 되고, 개도 되는 지 모르겠지만,
옛날에 하루키 한창 읽을 때, ˝하루키는 여잔가? 어떻게 이렇게 여자의 심리를 다 아는 것처럼 글을 쓰지?˝ 했던 기억이 있는데,
약간 그런 느낌일까요?
다락방님 리뷰를 읽어보니 <전쟁과 평화>는 전쟁이야기일까? 사랑이야기일까? 궁금해져서 더는 못 참겠어요>.<

다락방 2025-02-26 10:44   좋아요 1 | URL
전쟁과 평화는 전쟁이야기이며 사랑이야기이며 살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톨스토이가 얘기하는 그 모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정말 즐겁게 읽힙니다. 읽어보세요, 관찰자 님!!

단발머리 2025-02-26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1권 읽고 멈춤한 상태라 ㅋㅋㅋㅋㅋㅋ (어떻게 멈췄는지 묻지 말아주세요) 다락방님 이 페이퍼 나중에 읽으려고 ‘좋아요‘만 누르고 안 읽었는데 여태 궁금해서 읽었는데 읽기를 잘한거 같아요.

저도 다락방님이랑 비슷한데 나타샤가 사랑에 빠진 건 문제가 안 되는 거 같아요. 일년은 엄청 긴 시간이고, 그 시간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건 예상할 수 없을테니깐요. 요는 난봉꾼인데, 그니깐 그 남자가 진심이 아니었다는데 문제가 있겠지요. 전... 안 읽은 사람으로서, 톨스토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그래서 조심해~!‘인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 락방님 페이퍼 읽고 나니 저도 읽어야겠다, 하지만 시간이 좀 많이 필요하겠군, 이런 생각이 들어요. 전 문학동네 판으로 1권만 읽었습니다.

위에 블랑카님이 댓글에 ‘캐나다와 커피 <전쟁과 평화> 너무나 어울린다‘고 하셨는데, 완전 동감입니다.
행복한 인생에는 역시나 러시아소설, 역시 커피, 배경은 캐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2-27 07:46   좋아요 1 | URL
저 전쟁과 평화 다 읽었어요!! 만세!!
톨스토이가 말하고자 하는 건 ˝그래서 조심해!˝는 아니고요, 전쟁과 역사적 사건들 모두에 있어서 같은 시점을 가지고 있는데 한 사람이 어떤 일을 해서 그 일이 그렇게 되었다기 보다는 모든 것들이 이렇게 저렇게 맞물려서 그 일이 그렇게 된것이다, 라는 거거든요. 나타샤가 난봉꾼을 만난건 안타깝지만, 그런데 사랑하는 남자를 보지 못하는 시간이 길었고, 마침 그 참에 새로운 남자가 다가왔고, 그런데 그 남자는 육체적으로 들이밀고 그래서 아프고... 하다가 4권에 이르러 나타샤를 만나게 되면, 아아 일은 결국 이렇게 되는 것이로구나.. 싶거든요. 하여간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안물었지만 빅토르 위고 쪽이 저는 더 좋습니다. ㅋㅋㅋ

행복한 인생에 뭐 있겠습니까, 친구와 맛있는 것과 책과 캐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꼬마요정 2025-02-26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나타샤 힘 내!!! 저도 저 부분 읽을 때 그랬어요, 안드레이 너가 1년 유예기간 가지자 했잖아!! 하면서요. 마음이 떠날 수도 있다고까지 했던 것 같은데 말이죠. 게다가 나타샤는 한창 나이 아닌가요. 말똥 굴러가는 것만 봐도 웃기고 낙엽 떨어지는 것만 봐도 눈물이 날 나이인데... 아나톨 나쁜노무스키!! 저는 3권이 제일 좋았어요. 안드레이를 제일 좋아했거든요. 나타샤도 너무 매력적이지만 이상하게 저는 안드레이가 무척 좋았어요 ㅋㅋㅋ 톨스토이는 정말... 대단한 작가예요!!

다락방 2025-02-27 07:48   좋아요 1 | URL
마지막 에필로그 보면 니콜라이랑 피에르랑 언쟁하는 부분이 있잖아요? 피에르는 혁명해야 한다고 하고 니콜라이는 나라가 부른다면 나는 너도 죽일 수 있다! 고 하는데, 그렇게 서로 다른 입장에 대한 이야기들까지 잘 써낸 걸 보면 톨스토이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낍니다. 음 저는 니콜라이가 농노들과 함께 일하고 영지 관리하는게 좀 좋더라고요. 무릇 윗대가리라면 그런 정신을 가져야 하는게 아닌가 싶고요. 그들이 잘 살아야 결국 나도 잘산다, 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톨스토이 소설에서는 그 누구도 개인적으로 좋아하게 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안나 카레니나도 재미있게 읽었지만 사실 그 누구도 애정하지 않았는데 전쟁과 평화도 재미있지만 어느 캐릭터가 딱히 좋지는 않네요. 그래도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다 읽었다, 만세만세!!

잠자냥 2025-02-28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니…?

다락방 2025-02-28 18:00   좋아요 0 | URL
어디갔다 이제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