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꿨다.
꿈에 그는 나와 같은 회사를 다녔지만 다른 부서였고 다른 층에 근무했다.
월요일 아침이 되어 나는 출근했고 업무를 시작하기 전 회사 근처 한 바퀴 돌고 산책이나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복도로 나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위에서 내려온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그 안에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그가 있었다. 간단히 인사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그는 등이 훤히 드러난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아니 회사에 무슨 이런 티셔츠를 입고 와? 깜짝이야. 그는 내게 어디 가냐 물었고 나는 걍 한바퀴 돌고 들어올거라고 말했다. 그는 같이 가자고 했다.
회사 건물 바깥으로 나간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 그는 내 어깨에 팔을 둘렀다. 그렇게 우리는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그는 성인 과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 외국어를 가르치는 모양이었다. 가르치는 학생이 여성인데 최근에 그녀로부터 선물을 받았다고 했다. 향수였는데, 너무 마음에 든다고, 향이 진한데 굉장히 남성적 느낌이라는 거다. 그러고보니 그에게서는 진한 향수 냄새가 났다. 그는 마음에도 없는 것처럼 말했는데, 학생이 공부나 하지 무슨 향수 선물이냐고 했다. 상대도 성인인만큼 나는 그에게 '그 학생이 너를 이성으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 했고, 그는 그렇지 않을거라고, 그렇다 해도 자신은 학생과는 연애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 니가 아무리 연애 안한다고 해도 너 좋다고 고백도 하고 다정하게 굴면 너라고 별 수 있겠냐, 그러다 연애 시작되지 않겠냐고 했다. 내가 보기엔 그의 성격이라면 그러다 연애를 할 것 같았다. 쳇. 안하긴 뭘 안해, 그러다 하는거지 뭐, 라고 속으로만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는 회사 건물로 돌아왔다. 회사 건물로 돌아오자마자 우리는 서로에게 걸었던 팔을 풀었다. 그리고 각자의 사무실로 헤어져 들어갔다. 사무실 들어오자마자 일 폭탄이 떨어져서 짜증이 났다. 괜히 바람 쐬고 왔네, 일도 많은데 일이나 할걸, 이라고 생각했다. 짜증이 났다.
어휴, 사흘간의 연휴를 보내고 월요일을 맞이하려니 잠도 잘 안오고 이딴 꿈이나 꾸고. 직장인이란 무엇인가..
전남친 엉덩이 만지고 싶다고 했더니 .. (이하 생략)
그래도 연휴는 즐거웠다.
금요일에는 너무너무 보고싶었던 영화 <추락의 해부>도 보았다. 제목과 포스터의 느낌은 어쩐지 무서울것 같아서 으 안봐, 했는데, 아니, 김혜리의 팟빵을 듣는데, 이것은 추락의 해부란 제목을 달고 있지만 사실 관계의 해부라는 게 아닌가?! 아니, 뭐라고, 너무 좋잖아? 게다가 김혜리 기자가 게스트와(누군지 기억이 안남) 이야기를 나눌수록 더 이영화가 보고 싶어졌다. 프랑스 영화는 내가 딱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러나 관계의 해부라니, 너무 내 취향이다!!
남편이 추락했다.
추락한 남편의 시체를 보고 경찰에게 신고했는데 이것이 타살의 가능성도 있는것 같다고 경찰에선 얘기하고 유력한 용의자로 아내가 지목된다. 아내는 지인인 변호사에게 연락해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고자 한다. 이미 유명한 작가였던 아내는 남편을 죽이고 싶다는 등장인물을 소설 속에 넣었던 적도 있었는데, 그 소설은 그녀가 살인범이라는 근거로 제공되기도 한다. 재판 과정이 진행되면서 이들 부부가 어떤 시간을 보냈었는지, 그들에게 어떤 대화와 어떤 사건 그리고 어떤 다툼이 있었는지를 하나씩 꺼내 보여준다. 김혜리 기자는 아내를 멋있다고 표현했는데 게스트 남자기자는 아내가 비호감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렇지 않아졌다고 했다. 영화를 본 나는 아내의 성격이 매력적이라 생각했는데, 그러나 대부분의 남자들에게, 그리고 어떤 여자들에게도 비호감으로 느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여자는 자신이 양보하고 인내하는 것에 대해서 티를 내지 않는다. 그리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 게다가 능력도 있다. 남편은 자신이 희생하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어필하고 불평불만을 늘어놓는다. 그러나 남편의 불행은 남편이 선택한 것이었다. 나는 아내의 표현대로라면 '남편의 징징댐'을 들으면서, '지 팔자 지가 꼰다'는 생각을 했다. 힘든 길을 선택하고서는 힘들어서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그렇다면 그 해결을 위해 이렇게 혹은 저렇게 하면 어떻겠느냐는 조언은 듣지 않는다. 그러면서 화를 내고 그러다 힘들다고 중도 포기하고. 그리고 나는 이렇게 힘든데 너는 왜 나의 힘듦을 나누어가지지 않느냐고 한다. 내가 딱 싫어하는 성격이다.
영화에서는 실제로 어떻게 남편이 죽었는지를 보여주지 않는다. 재판후의 판결이 진실인지 아닌지도 관객은 알 수 없다. 다만, 그러나 그것이 진실일거라는 저마다의 추측은 존재할 것이다. 나는 '아내의 무죄'가 사실일 거라고 생각했고, 당연히 남편은 자살한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의 그동안 말과 행동으로 보건데-물론 이것도 내가 영화에서 보여준 것만으로 판단한 거지만- 남편의 자살은 '도망' 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내는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인터뷰를 진행하는 와중에 그렇게 음악을 크게 틀어두다니, 나라면 그런 남편한테 짜증냇을텐데, 아내는 '저 사람은 원래 일을 할 때 저러니까' 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인거다.
그나저나 이미 남편을 죽인 아내로 재판을 받았다는 사실을 세상이 다 아는데, 앞으로 그녀와 어린 아들의 삶이 어떻게 될지 극장을 나서면서 너무 걱정이 됐다. 다른 나라로 가는게 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테면 그녀의 모국인 독일로 돌아간다든가, 그녀가 행복했다고 회상하는 영국으로 가는 것이 답일 수 있겠지. 그러나 같은 유럽으로 간다면 그녀가 남편을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은 계속 따라오지 않을까?
그녀는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기 너무 힘들었고, 그러나 그녀가 유죄임을 추측하고 발언하는 건 너무 쉬었다. 그렇게 그녀가 어쨌든 용의자로 사람들 앞에 섰는데 모든 재판이 끝나고 난 뒤, 이제 어째야 하나. 그녀의 삶은 원래대로 될 순 없을텐데.
토요일에는 친구를 만났다.
친구와 나는 밥을 먹고 까페로 가 차를 마셨다. 날이 너무 추워서 롱패딩 입고 오길 잘했다고 열다섯번 생각했다.
까페에 가 각자가 시킨 차를 앞에 두고, 친구는 내게 일본 여행에서 사온 선물을 건넸다.
아니, 사케라니, 술이라니!!
나는 너무 씐나서 우리 남매들 단톡방에 자랑했다. 남동생은 '그거 내 꺼!' 라고 하더니 '나랑 같이 마시자' 한다. ㅋㅋ 그래서 내가 '싫은데? 나는 오늘 마실건데?' 했더니, '그럼 우리 집 와서 절반만 나눠주고 가'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기지마 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남동생에게 '오늘 마시고 절반 남겨줄게' 했다.
친구와 씐나게 수다를 떨고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향하면서 이 좋은 술을 마실 좋은 안주로는 어떤게 좋을까 생각하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저녁 드시지말어. 내가 좋은 술이 있어, 참치회 시킬게 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집에 가 참치회를 시켜놓고 친구가 준 사케를 함께 마셨다.
ㅋㅋㅋㅋ 남동생에게 사진을 보내니 영상통화를 걸어왔다. 기어코 그걸 마셔야겠냐, 응? ㅋㅋㅋㅋ 그래서 내가 그렇다고 했다. 절반 남길게 ㅋㅋㅋㅋ 했지만, 아니, 이게 쏠랑쏠랑 잘도 넘어가는 거에요. 너무나 깔끔하고 맛있고 취하지도 않고 너무너무 좋아서 마시다 보니까 다 마시고 말았습니다.
빈병이다 ㅋㅋㅋㅋ 남동생과 여동생의 단톡방에 다마셨다고 올림 ㅋㅋㅋㅋ 남동생 분노함 ㅋㅋㅋ 여동생이 남동생에게 '내가 사줄게'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다 마시고 그런데 너무 깔끔하고 정신도 멀쩡하고(15도) 너무 좋아서 엄마도 '야 마신 것 같지 않게 참 깔끔하네, 취하지도 않고?' 하셨다. ㅋㅋㅋㅋ 아니 이거 진짜 뭐지. 다음날도 좋았어서 어쩐지 인생술을 찾은 것 같다. 그간 사케를 안마셔본 것도 아닌데, 차가운 거 뜨거운 거, 도쿠리, 잔 다 마셔봤는데, 아니 한 병 다 비워도 이렇게 끄덕없다니 ㅋㅋㅋㅋㅋㅋ 사케 좋은 술이네요? 나에게 맞는 술을 이 나이에 뒤늦게 찾았다. 그건 바로 사케였어!!! >.< 사케, 나의 인생 술. 샤라라랑~
역시 사람은 다양한 친구를 만나야 한다. 친구 덕에 나는 인생 술을 찾았다. 만세!! 이거 그런데 그냥 한국 면세점에서도 팔려나? 흐음.. 정말 너무나 갈끔한 술이었다. 술이 깔끔하다는 게 어떤건지 모르시겠다면 사케를 드셔보세요. 이것이 깔끔, 바로 그 자체입니다. 우하하하하.
자, 그렇다면 월요일이니 책탑 사진도 올려볼까?
사실 지난주에 책을 한 권도 사지 못했다. 관심있게 내 서재를 지켜본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어떤 날엔 알라딘에 들어와보지도 못했다. 정말 너무나 너무나 바빴기 때문이다. 야근하는 날들도 이어졌다. 너무 바빠서 알라딘에 들어오지 못하고 장바구니를 들여다보지도 못하고.. 흑 ㅠㅠ 그래서 이번주에는 책탑을 올릴 수 없었는데!!
토요일 만난 친구와 광화문이니 교보 한 번 들를까? 해서 교보에 갔단 말이지? 둘다 원서 코너에 한참을 머물면서 ㅋㅋㅋㅋ 원서를 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란 여자 ㅋㅋㅋ 자꾸 사면 안되는데 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토요일에 산 책이자 지난 한주에 산 책이자 월요일 책탑은 이렇다!!
근검절약하며 책을 사지 않는 다락방이 되었다. 만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