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의 어느날, 인스타를 통해 토마토 마리네이드 만드는 영상을 보았다. 얼핏 보았는데 올리브유는 집에 있고 방울토마토만 있으면 되겠다 싶어 연휴동안 만들어야지, 방울토마토를 주문해 두었다. 그리고 일요일, 전날 안산에 갔다가 집에 돌아가던 길, 아 그런데 토마토 마리네이드 마늘.. 집에는 빻아서 얼린 마늘만 있으니 생마늘 사서 빻아야겠다, 하고 마트에 들러 깐마늘을 한봉지 사가지고 갔다.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 방울토마토를 꺼내들고 쨔잔- 레서피를 찾아봤는데, 마늘이 아니라 양파가 들어가는 거였다. 읭? 나 왜 마늘이라고 생각한 부분? 그래도 뭐 오케이. 양파는 집에 있으니까 마늘은 이따가 삼겹살하고 같이 먹지 뭐, 하고는 방울토마토, 양파, 올리브유를 꺼내두었다. 그런데 얼라리여? 발사믹 식초도 필요하다는게 아닌가. 나는 발사믹 식초가 없는데? 다다다닥- 발사믹식초 대체품을 찾아보았더니 무슨 와인 식초 어쩌고가 나온다. 아니, 그런게 있을리 없잖아. 하는수없이 나는 여동생에게 '발사믹 식초가 없는데 뭘 대신 넣어야 할까?' 물어보니, 여동생은 발사믹식초 생략가능이라고, 자신은 그거 안넣고 한다는 게 아닌가. 굿. 좋았어. 그러면 과감히 빼! 대신 여동생은 소금으로 간을 좀 맞추라고 했다. 소금은.. 어느정도나 넣어야 할까? 아무튼 이 블로그 저 블로그 기웃거리며 찾아보니 어떤 사람들은 바질을 다져서 넣고 어떤 사람은 페퍼민트를 다져 넣었다. 생략가능해 보였지만, 뭔가 허브를 넣으면 더 좋은가 보았다. 흐음. 바질은 없는데, 페퍼민트도 없고... 파슬리 가루만 있는데 이건 그게 아니고.. 하다가. 앗!! 나에게는 고수가 있다!! 하는 큰 깨달음이 닥쳐오는 게 아닌가. 그래, 내게는 내가 농사 지은(응?) 고수가 있다. 좋아쒀!! 나는 얼른 나의 베란다로 가 고수를 몇 장 따온다. 따는 순간 향이 훅- 퍼져와서 너무 많이 넣지는 말자, 하고 조금만 따왔다. 내가 재배한 고수인 것이다.
내가 찾아본 토마토 마리네이드 레서피에 고수를 넣은 사람은 없었지만 ㅋㅋㅋ 나는 무려 내가 키운 고수가 있다. 내가 해보게쒀!! 바질도 되고 페퍼민트도 되면 고수라고 안될게 뭐람? 좋아쒀!! 그렇게 나는 토마토 마리네이드를 만든다. 둠칫 두둠칫. 아주 어깨춤이 절로 난다. 꺄울 >.< 토마토의 껍질을 벗기고 양파와 고수, 소금 약간과 올리브유를 넣고 만들었다, 마리네이드!!
뒷배경의 저 하트는 ㅋㅋㅋ 엄마 생신이라고 올케가 장식 사와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거실 창문에 붙인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리 식구들이 안떼고 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렇게 만들었고, 맛은요?
다소 싱겁지만 ㅋㅋ 그래도 맛있다. 방울토마토와 양파가 씹히는 게 진짜 너무 좋다. 와인 안주 삼아 먹었다. 으하하하. 아직도 조금 남아 있어서 또 먹을 수 있다. 만세!! 너무 좋다. 다음엔 소금 양을 약간 더 늘려도 될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이번에 얼만큼 넣었는지 모르는 부분.. ㅋㅋㅋ 기억 못함. 아무튼 이렇게 씐나있는데,
저녁엔 삼겹살을 먹었단 말야? 나는 내가 농사지은(응?) 치커리를 잔뜩 재배해온다. ㅋ ㅑ ~
저기에 고수도 몇 잎 들어가있고 제법 풍성하다. 캬- 아니 진짜 나 너무 멋지지 않냐? 세상에 치커리를 키워서 그걸 재배했다니까? 그리고 겉절이를 만들었다. 쌈싸먹기에는 사이즈가 좀 작은 것 같아 만들어본 겉절이!!
아 진짜 나는 내가 너무 좋다. 내가 나를 너무 사랑해. 내가 너무 뿌듯하다. 얼마나 기뻤는지 아마 다른 사람들은 짐작도 못할거다. 내가 키운 고수로 마리네이드 만들고 내가 키운 치커리로 겉절이 만들었어. 그렇게 삼겹살과 함께 먹는다. 삼겹살은 마켓 컬리 연잎 삼겹살. 크 -
아 진짜 너무 맛있게 먹었다. 맛도 맛이지만 나의 뿌듯함이 가슴 가득 차올라 정말이지 자랑스러웠다. 너무 근사해! 누가? 내가!!! 이런 사람이 나다. 회사 다니면서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술도 마시는데 농사도 짓는다. 이런 캐릭터 너무 독보적이야. 이런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까? 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진짜 내가 너무 좋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깨에 너무나 힘이 뽝 들어간다. 내가 엄마 아빠한테 재배한 치커리 보여드리면서 "내가 재배한 치커리로 겉절이 만들어줄게 딱 기다려!" 해가지고 엄마 아빠 빵터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너무 좋아. 진짜 내 자신이 너무 좋다. 최고다. 내 자신에게 돈 주고 싶지만 그러면 내 자신의 돈이 나가야 하므로 패쓰..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개멋짐 ㅠㅠ
지금 이 순간 세상천지에 부러운 사람 하나도 없다. 나 자신, 천상천하유아독존...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책을 샀다.
지난주에 《아니 에르노의 말》을 읽고 아니 에르노 읽고 싶은 욕망이 솟구쳐서 굉장히 급박하게 아니 에르노 책들을 주문 넣었고 그래서 연휴전에 받았지만, 연휴에 다 끝내버리게쒀!! 하던 나의 의지는 실현되지 못했다. 책만 사서 또 쌓았네 ㅠㅠ 《탐닉》은 일전에 읽다 포기한 책이지만, 다시 읽으면서 뭔가 발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샀다. 무엇보다《부끄러움》을 가장 급박한 마음으로 샀는데 또 걍 쌓여있네. 어째.. 흐미.. 하나씩 읽으면서 살걸 또 왜 사서 쌓아놓는거야? ㅜㅜ 그러지말자. 이 급박한 마음, 다스려보자.
《헌치백》은 읽고 싶어서 샀지만 읽자마자 팔아버릴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리고 두 권의 책을 선물 받았다.
《원래 그런 슬픔은 없다》는 내가 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아하는 알라디너로부터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 메일에서 닉네임을 발견한 순간의 기쁨을 잊을 수 없다.
《SO LATE IN THE DAY》는 클레어 키건의 최신작 원서이다. 미국에 있는 친구가 보내준 것. 아직 국내에 번역본이 나와있지 않은데, 클레어 키건은 요즘 핫한 작가이니 곧 번역본이 나오겠지 기대하고 있다. 후훗.
내년에는 월요일 책탑 없을 예정이다. 책 안사겠다는 말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