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목요일 밤에는 할머니를 응급실에 모셔야 했다. 2주전 퇴원한 할머니를 엄마는 매일 저녁 가서 보살피시고 다음날 새벽에 돌아오셨다가 본인 일정을 진행하고 다시 저녁에 할머니댁으로 가는 일을 반복하다가, 목요일 밤, 할머니의 다리가 심상치 않고 좀처럼 잠에서 깨질 않으셔서 급한 마음에 아빠와 나에게도 전화했던 거다. 엄마는 할머니가 이제 곧 돌아가실 것 같다고 했고 할머니는 움직이질 못하시고 할머니 계신 곳을 엘리베이터 없는 4층 이고 … 아무튼 복잡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우리 엄마 옆에 나라도 있어야겠다 싶어서 자려고 침대에 들어갔다가 다시 벌떡 일어나 다음날 출근할 옷까지 다 챙겨 가방에 넣고 얼른 택시를 잡고 할머니댁으로 향했다.


할머니댁에 도착하니 할머니의 다리가 정말 끔찍해 보였다. 엄마는 괴사를 의심하셨고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나는 119를 불렀다. 119 대원들이 도착해 할머니를 들것에 실어 이동하려는데, 아마 장기간 입원일테니(혹은 돌아가실테니) 서울 병원으로 갔으면 한다고 우리가 희망했으나 그건 연결이 힘든것 같았다. 2주전에도 같은 상황으로 남양주 병원에 옮겼다가 병원 찾아가기도 힘들고 할머니도 더 안좋아지신 것 같아 우린 서울 병원을 희망했고 안되겠다 싶어 택시를 불러 일단 우리 집으로 가기로 했다. 119대원분들은 함께 기다려주었다가 할머니를 택시에 태워주었다. 다시 택시를 타고 서울 우리집으로 와서 우리는 119를 다시 불렀다. 이번에 도착한 분들은 어느 병원 희망하세요 물었고 우리가 희망하는 병원으로 곧바로 이동할 수 있었다. 같은 서울 지역이라 가능한 것 같았다. 그렇게 할머니는 입원하셨다.



입원한 할머니는 온갖 피검사며 호르몬 검사를 다 했고 결과는 노환이라는 거였다. 아무 약도 쓸 것도 없고 그저 노환이라고. 물론 우리도 짐작했던 바다. 다리는 괴사가 아니라 지나친 스테로이드로 인한 부작용이라고 했다. 허리에 통증이 있을때면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았던 것. 나쁘다는 거 알면서도 고통을 잠재울 수 있으니 맞았던 것이 이렇게 돌아왔다. 할머니는 의식을 찾으셨고 이제 걷기도 하시며 식사도 잘하신다. 남동생과 나는 웃으면서 할머니 또 부활했네, 예수님보다 더 많이 부활하는 할머니야, 라고 농담했고 퇴원하시면 이런 일이 재차 반복될거라는 병원의 말에 요양병원에 당분간 모시기로 해, 할머니 댁에 가 할머니 짐을 챙기는 주말이었다.



엄마가 할머니를 모시면 엄마의 자식인 나에게도 그 영향을 미친다. 물론 내 동생들도 마찬가지. 우리는 할머니 짐도 챙기고 할머니를 병원에도 모시고 이렇게 엄마의 부모 돌봄에 참여해야 하는 것. 마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가도 불쑥불쑥 지치고 힘들기도 하다. 토요일에도 엄마가 짐 좀 챙겨달라 해 짐을 챙기면서 또 불쑥 치밀어 올랐지만, 나보다 엄마는 더 힘들겠지 싶어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식으로 내 지침은 쌓여가는 것 같았다.



할머니의 경과는 예상보다 더 좋아져서 다음주로 예정했던 퇴원을 오늘 해도 된다고 해 이모가 와 퇴원을 시켜드리고 요양병원으로 옮기기로 했다. 어제 할머니 짐 챙겨 병원으로 갖다 드렸는데 엄마는 그 길에 엄마가 가져온 짐을 내게 다시 집으로 가져다 놓으라 하셨다. 알겠다고 하면서 또 답답함이 커졌다. 나는 이 길로 곧장 외출할 예정이었는데 엄마의 부탁 때문에 다시 집에 들러야 하는 거다. 답답했다. 아주 답답했다. 너무나 답답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나는 돈을 열심히 벌어서 실버타운에 들어가야겠다고. 실버타운 돈 많이 필요하다는데, 나는 어차피 비혼이고 나를 돌보아줄 사람 아무도 없으니 실버타운 가야겠다. 그렇게 집에 짐을 부려놓고 나는 다시 외출했다. 외출이 꼭 필요했다. 갈 곳이 있어서가 아니라 바깥으로 튀어 나가 온전히 혼자가 되어야 했다.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그렇게 서점으로 갔다. (응?)



걸어갈 수 있는 곳-이지만, 사람들이 그 정도 거리를 다 걸어갈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에 알라딘 중고서점이 있어서 일단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다. 실컷 둘러보았는데 딱히 사고 싶은 책은 없었다. 그러면 교보문고 갈까, 하고 근처의 교보문고에 갔다. 꼭 사지 않아도 되지만, 내게는 매장 사용 가능한 생일 쿠폰이 있었다. 10프로 할인이 된다고 했다. 후훗 그러면 한 권 사야지. 이런 쿠폰은 써 줘야 해~ 이 책 살까 저 책 살까 망설이다가 한 권 골라잡아서 계산대로 갔다. 생일 쿠폰 써주시고요, 포인트도 써주세요 했다. 그렇게 책을 한 권 샀다.



길었는데, 월요일 책탑 올리겠다는 뜻이다. 일단, 지난주에도 다정한 알라디너들의 선물이 도착했다.





둘 다 사려고 찜해두었던 책인데 마침 딱 도착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도착한 책탑이다.

물론, 나머진 다 내가 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은 왜 샀는지 잘 모르겠다.


《여행하는 말들》은 트윗에서 누군가 인용한 구절을 보고 사게 되었다. 사고 보니 내가 읽었던 책, 《개 신랑 들이기》의 작가더라. 몇해전만 해도 내가 읽은 책들의 작가는 기억할만큼 총명했었는데, 이제는 그런거 기억을 잘 못하게 되었다. 이것이 나의 노화의 증상인가 …

아시아 여성이 유럽에나 미국으로 가 살아가는 일, 그 과정에서 겪어가는 것들에 대해서는 이곳에서만 살았던 내가 다 짐작하지 못할 견딤이 있었을 것이고, 그 견딤에서 오는 성찰 또한 클 것이다. 자연스레 미국에서 살고 있는 내 친구인 아시아 여성이 떠올랐다. 잘 지내고 있나요?


《서점 탐정 유동인》은 진짜 내가 안사게 생긴 표지인데, 이거 약간 비블리아 고서당 삘인가? 싶어서 샀다. 읽고 괜찮으면 타미 줘야지, 하는 마음으로. ㅋㅋㅋㅋㅋ

















8월 여성주의 책 같이 읽기 도서였던 《우리는 당신들이 불태우지 못한 마녀의 후손들이다》를 읽노라면 마지막 옮긴이의 후기에 '조정환'의 《증언 혐오》가 언급된다. 적절한 불러오기 였다고 생각하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옮긴이의 후기가 좀 과했다는 생각을 했다. 책의 본문이 워낙 적은데 옮긴이 후기는 굉장히 길었던 거다. 뭔가 하고자 하는 말을 후기에 다 쏟아낸 것 같은데, 그 내용이 적절하고 또 좋았다고 해도 그 정도는 본인이 새로 글을 써야 하는게 아닌가 싶었다. 다른 책의 옮긴이 후기로 드러낼 것이 아니라. 뭐 내 생각이고, 여하튼 거기에 조정환의 책이 언급되어 반가웠다. 나는 몇 해전에 윤지오에 대한 마녀사냥에 너무 깜짝 놀라 증언 혐오를 읽었고 그 책의 일독을 권한 바 있다. 그 책의 셋트인 《까판의 문법》은 여태 읽지 않고 미뤄두었는데, 이번에 읽어야지 싶어 샀다.



《움직임의 뇌과학》은 내가 잘 움직이는 사람이라 샀다. 예전엔 미처 몰랐는데, 내가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건 내가 많이 움직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이것도 혼자일 때는 내가 잘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걸 몰랐다가, 다른 이들과 함께 움직이면서 깨닫게 되었다. 같은 거리를 걸을 때 나는 먼저 걷기를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은 교통수단을 생각하는 것. 또 함께 걸으면 나보다 다른 사람이 항상 먼저 지치는 거였다. 그제야 내가 남들보다 잘 움직이는 구나 싶었다. 기차든 비행기든 잘 타고 또 걷는 것도 잘 걷는 사람이었어. (버스는 잘 못탄다) 그런 깨달음을 최근에 얻었고, 결국 이 잘 움직임이 나의 역마살을 건드리는 게 아닌가 싶었다. 여튼 뇌과학적인 움직임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


《두번 죽은 남자》는 일전에 읽었던 《목요일 살인 클럽》의 두번째 시리즈이자, 실버타운에서 살아가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주인공이다. 그들이 한 팀이 되어 사건을 해결하는 것. 이 실버타운은 좀 규모도 있고 럭셔리해서 오 이런 데에서 살면 정말 좋겠구나 싶어진다. 나도 돈 많이 벌어서 이런데서 살고 싶은데, 그런데 그 돈 '많이'번다는 것이 기준이 어느 만큼인지를 모르겠다. 지금 나정도로도 안될 뿐더러 내가 혹여라도 일을 그만두고 이제 좀 쉬면서 일하자 싶어서 버는 돈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 그런데 내 살 길은 실버타운인데 … 이왕이면 좋은 실버타운 가고 싶은데 …

















《종이학 살인사건》은 어제 내가 교보문고에 들러 사온 책이다. 사실 《순전한 기독교》를 사려고 들고 다니다가 막판에 바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목 너무나 유치한데, 아니 종이학 이라뇨!, 그런데 한 번 사봤다. ㅋㅋㅋ 내가 이 나라의 출판계를 먹여살린다!!


《명탐점의 제물》은 책탑에 없는데, 내가 다 읽기도 전에 주말에 온 남동생 손에 들려 보냈기 때문이다. 남동생이 누난 다 읽었어? 묻는데 아니, 아직 읽다 말았어.


-왜, 재미없어?

-아니, 너 빌려주기 전에 다 읽을라고 했는데 바빴어.


이래서 지금 남동생에게 가있다. 얼른 종이학 살인사건 읽고 남동생 빌려줘야겠다. 아 기운 딸려 ㅋㅋㅋㅋㅋㅋㅋㅋ

















《전쟁 같은 맛》은 알라딘 책소개를 가져와보도록 하겠다.


1986년. 열다섯 살 되던 해, 그레이스는 세상 가장 중요한 이가 세상에서 사라지는 과정을 목도한다. 그 사람은 ‘군자’, 1941년 한국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고 기지촌에서 일하다 미국으로 이주해 험하고 치열한 삶을 살아낸 생존자이자, 이 책의 저자 그레이스 M. 조를 낳고 기른 여성이다.

눈부시게 아름다웠고 야성미와 카리스마가 넘쳤던 군자, 동포를 보살피고 마을을 먹여 살렸던 그는 어느 날 ‘목소리’를 듣기 시작하더니 세상에 문을 닫고 외부 세계와 완전히 단절된 채 소파에 틀어박혀버렸다. 모든 것을 바꿔버린 군자의 사회적 죽음은 조현병이란 이름으로 찾아왔다.

트라우마를 안고 명문대에 입학해 자유와 지성의 세계에서 학자가 된 그레이스는 ‘군자’로 대표되는 전후 한인 이주여성의 기구한 삶의 궤적과 지독한 병의 뿌리를 연구했다. 그리고 2008년 갑작스레 찾아온 모친의 물리적 죽음 이후, 다시 그 생애를 새롭게 복기하기 시작했다. ‘그레이스야, 나 기억나지?’ 군자는 오래전에 잃어버린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고, 거기에 귀를 기울이자 스스로 침묵을 깨고 이야기가 된 한 생애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알라딘 책소개 中



너무 읽고 싶지 않나요, 여러분?


나머진 다 읽고 남동생 줄라고 산 책들 ㅋㅋㅋ(나머지 취급) 흑뢰성은 지금 여기에 링크를 안했는데 귀찮으니까 패쓰 ㅋㅋㅋㅋㅋㅋㅋ(이제 링크도 패쓰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이렇게 많은 책들을 산 지난주에, 아니 글쎄, 애나 칭의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한 것이었던 것이었다.
















아마도 도나 해러웨이 책 읽다가 애나 칭의 존재를 알게 된것 같은데, 그 때 읽으면서, 아니 세상에 반려견 얘기하면서 인간의 삶에 대한 얘기를 하더니, 그런 도나 해러웨이가 끝이 아니라고? 이 세상의 어딘가에서는 버섯으로 인간의 삶에 대한 얘기를 한다고? 하면서 놀라고 궁금해 했더랬다. 그래서 어디 나도 한 번 그 책 읽어보게쒀!! 했지만 당시 국내에 애나 칭의 저서가 번역된 건 없었고, 《21세가 사상 최전선》에 애나 칭의 짧은 글이 있다는 정보를 알라디너를 통해 알게 되었다. 물론 그 책은 이미 가지고 있었다. 오 아쉽지만 그렇게 달래야겠군, 했는데, 아니 세상에 그런 애나 칭의 버섯 책이 나와버린 것입니다. 맙소사. 이건 사야해! (다른건?)


책값도 비싸지만, 그래도 질렀다는 훈훈한 소식을 전하며 마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책이 포함된 책탑은 다음주 먼데이에. 샤라라랑~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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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8-21 08: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다락방님.. 고생 많이 하셨군요 ㅜㅜ 토닥토닥 사실 책탑 높이에 살짝 당황했는데.. 다락방님의 고됨을 생각하면 끄덕끄덕.... 앞으로 책탑 없다는 말씀은 왜 하셨던건지 의문이 들긴 하지만 아무튼 끄덕끄덕.. ㅋㅋㅋㅋ
다락방님은 근데 운전은 안하십니까?! 출근도 지하철로 하시던데 궁금하네요!

다락방 2023-08-21 08:47   좋아요 2 | URL
저 이십대 중반에 1종 면허 따놨는데요(뭐가 됐든 먹고 살만한 걸로 따보자!!), 운전 면허 따면서 운전은 하지 말아야겠다 생각했어요. ㅋㅋㅋ 운전 하면 잘하겠지 싶어 딴건데 막상 차 몰아보니까 아주 그냥 제 타입 아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서울에서라면 출퇴근은 대중교통이 짱입니다. 아침 출근길의 독서를 저는 포기할 수가 없어요. 운전에 대한 욕망이 없는데, 자가용을 뽑을까 운전을 할까 생각하게 될 때는 인천공항에 갈 때입니다. 리무진 버스 편하게 타고 가지만 버스라서 저는 좀 쫄리거든요. 지하철 타고 이동하기도 하는데, 인천 공항 왔다갔다 할 때면 운전할까 … 하는 생각이 잠시 들기는 합니다.

아무튼 책탑 없다는 말은 앞으로도 또 할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나 책탑 없다는 말 했다가 왜 다음주 먼데이에~ 이러고 있지? 어휴.. ㅠㅠㅠㅠㅠㅠㅠㅠㅠ

건수하 2023-08-21 0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모님의 부모님에 대한 돌봄 노동을 돕는 것이 가까이에 사는 자식의 몫이 되지요. 저는 자주 못하고 있지만 그게 또 마음에 걸리고 ㅠㅠ 고생 많으십니다. 요즘 읽는 책에 딸이 엄마로부터 독립하는 길은 멀리 사는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는데, 그 말 정말 맞고 근데 전 도움을 받고 있어서 할 말이 없고..

<전쟁같은 맛> 저도 책 소개 보고 넘 궁금했어요. 다락방님이 얼른 읽으시면 좋겠..
애나 칭 책은 일단 담았는데 비싸기도 하고 다른 사고싶은 책도 넘 많고. 안 읽은 책 몇 권 읽으면 저에게 선물하기로 했습니다 :)

다락방 2023-08-21 10:08   좋아요 2 | URL
저도 최근에 진작 독립했어야 했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함께 사니까 제가 돌보아야 할 일들이 눈에 보이고 그래서 안할 수 없고. 차라리 멀리 살았으면, 진작에 내가 따로 살았으면 어떻게든 부모님들이 스스로 해나가지 않았을까 싶고 말이지요. 이제 내 눈에 내 부모의 노화와 병듦이 너무 선명하게 보이는데 어떻게 나가나 싶어요. 감당하고 이어가야 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지요. 저는 결혼과 출산, 육아를 선택하지 않았으니 자유로운 영혼일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제 부모님이 제 옆에 돌봄을 기다리고 있어요. 어쩌면 인간에게는 저마다 할당된 돌봄 노동이 있는게 아닌가 싶어집니다. 제게 그것은 늙어가는 부모이고요. 살면서 누구나 타인의 몸을 돌보아야 하는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 인간의 삶은 연속되는 게 아닌가 하고 말이지요.

애나 칭 비싸서 저도 보자마자 사야지! 했다가 잠깐만! 했다가 어제 결국 샀습니다. 저는 또!! 저에게 선물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8-21 10:41   좋아요 1 | URL
제가 서른에 독립해서 같은 서울에 살면서도 엄마하고는 좀 떨어져서 지내는 편인데 엄마가 아직 운전도 하시고 이동이 불편하거나 건강이 나쁘거나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무튼 저희 자매 중 제가 돌봄 노동에서 가장 자유롭기는 합니다...(그래서 신은 저에게 괭이 여섯마리를....) 동생아 미안;;

다락방 2023-08-22 13:54   좋아요 1 | URL
잠자냥 님에게는 여섯마리의 고양이가 돌봄으로 할당된 게 아닐까 합니다. 제 친구도 부모님과 멀리 살고 동생들과도 떨어져 살지만 고양이를 세 마리 키우고 있거든요. 아플 때면 병원 데려가고 화장실 청소해주고 장난감 사주고 그러는 걸 보면, 이 친구의 돌봄 할당은 고양이로구나 싶어져요. 뭐가 됐든 인간은 돌봄을 수행하는 순간을 맞닥뜨리게 되지 않아 싶습니다.

blanca 2023-08-21 0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모님의 부모 돌봄 노동...읽으며 많은 생각이 지나가고 부모님도 생각하게 되고 나의 늙음도 생각하게 되고..또렷한 답도 없고, 다락방님의 힘듦에 공감도 가고...그러나 여전히 걸어 서점 가서 책 사고 읽고 그러면 또 사는 게 좋고...그렇습니다.

다락방 2023-08-22 13:56   좋아요 1 | URL
저는 언제나 영생을 꿈꿔왔는데요, 나의 의식이 있는데 내가 배변활동을 컨트럴 할 수 없다는 거, 나의 정신이 있는데 내 다리가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거, 이런 것들을 감당해야 한다면 영생은 어떤 의미가 잇을까 싶더라고요. 죽음은 언제나 제게 가장 두려운 것이었는데, 늙고 병들어가는 몸도 너무나 무섭고 두렵네요. 당사자가 되는 것은 두렵고 주변인으로서는 고생스러운 것이 인생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도대체 왜 태어났나, 하고 말이지요.

오늘은 어제보다 더 늙었어도 어쨌든 열심히 걸어보겠습니다. 화이팅!!

거리의화가 2023-08-21 10: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걷는 걸 좋아하셔서 다행이다 싶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소리치고 싶은 순간이 있잖아요. 그럴 때마다 고함을 지를 수는 없으니까 혼자 아무 생각 없이 걷는 것이 스트레스의 해소법이 되는 것 같아요. 저도 그렇습니다. 그래도 다락방님은 운전면허를 따셨었군요!ㅋㅋ 저는 아예 딸 생각도 없었네요.
이제는 부모님과 떨어져서 살아서 상대적으로 매일 부딪쳐야 할 일은 없지만 그럼에도 부모님께서 병이나 아픔에 점차 취약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이건 저에게도 해당되는 것이지요. 나이 든 자가 더 나이든 자를 돌보아야 하는 상황. 점점 고민이 많아집니다. 그런데 딱히 무슨 타개책이 떠오르진 않네요. 생각하면 답답하고요ㅜㅜ 다락방님의 고생이 전해져서 저도 마음이 짠해졌습니다.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랄게요!

다락방 2023-08-22 13:59   좋아요 0 | URL
맞아요, 거리의화가 님. 저도 제가 걷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게 너무 좋아요. 걷는 걸 좋아해서 열심히 걸어왔고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잘 걸을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소리 지르고 싶을 때 무작정 나가 걸을 수 있다는 건, 확실히 저에게 도움이 됩니다. 저에게 걷기는 스트레스 해소가 되는게 틀림없어요. 스트레스 해소도 되고 걸으면서 여러가지 생각도 하게 되어서 저에게 걷기는 계속 해나가야 할 일상이 되었어요. 저는 이런 지금이 참 만족스럽 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걸으면서 지내고 싶어요.

저는 제가 운전을 되게 잘할 것 같아서 딴거였는데, 주행 연습하는 과정에서 아 나랑 안맞는구나 싶더라고요. 일단 따긴 따지만 운전은 하지 말자 싶어졌는데, 사실 서울에서 살면서는 운전을 할 필요를 전혀 못느끼기도 해요.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제가 가지 못할 곳이 없으니까요. 저는 서울 내에서도 잘 돌아다니고 지방으로도 잘 돌아다니고 외국까지, 운전하지 않아도 운전하는 사람들보다 더 잘 다니고 있는 것 같습니다. ㅎㅎ

댓글 감사드려요, 거리의화가 님! 우리 건강 잘 챙기면서 이곳에서 계속 다정하게 지내도록 합시다, 거리의화가 님!

잠자냥 2023-08-21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습니다.
다락방님이 주말에 좀 많이 조용하셔서(원래도 주말은 조용하시긴 하지만...특히 이번주는 더) 할머님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했는데.. 그랬군요. 그렇지만 그래도 다행입니다.
아무튼 책을 사고 걸어요~

다락방 2023-08-22 14:00   좋아요 1 | URL
주말에 하루종일 바쁘고 우울했어요. 그 와중에 아가 조카가 큰 기쁨이었지요. 어찌나 예쁘고 사랑스러운지, 신이 나를 사랑하셔서 이 조카를 내게 주셨구나 싶더라고요. 제 성향을 파악하고 자식 대신 조카를 주신 것이었어, 라는 생각을 수차례 했습니다. ㅎㅎ

책을 사고 걸읍시다. 그러니까 오늘은 네 권 셋트를 … (먼 산)

얄라알라 2023-08-21 1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왕! 다락방님 <전쟁 같은 맛> 맛 보시겠네요.

저, 글 초반부 조마조마 했어요. ˝부활˝을 분위기 부드럽게 하시려 농담하시면서도 얼마나 마음이 조마조마 불안하고 힘드셨을까요? 그래도 참 다행이고, 아무쪼록 할머님의 만수무강 기원에 힘을 얹어봅니다.

허리 아프실 때...˝** 주사˝라는 이름의 주사가, 스테로이드 데 주사인가요? 뼈주사라고 하는? 부작용이 그렇게 무섭게 올라오다니...그래도 다시금 다행이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락방님의 어머님께서도 건강 잘 챙기시기를요..

다락방 2023-08-22 14:02   좋아요 1 | URL
허리아플 때 맞는게 근육 주사라고 했던가 통증 주사 라고 했던가, 그게 다 스테로이드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통증이 심하면 그걸 안맞을 수가 없다고. 그게 이렇게 나이든 지금 부작용으로 찾아오네요 ㅠㅠ 저도 피하고 싶지만, 그런데 큰 통증이 찾아온다면 저도 어쩔 수 없지 않을까 싶어요.

할머니가 편찮으시지만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는데, 지금 이 모든 증상들이 다 노환으로 인한 것이라니, 그렇다면 이젠 남은게 무엇일까 싶더라고요. 그리고 그 모습이 내 엄마의 모습 또 내 모습이겠지 싶고요. 늙어가는 할머니를 옆에 두고 생각이 많아집니다. 걱정도 많아지고요. 무엇보다 저에게 앞으로 닥쳐올 저 혼자의 생활을 어떻게 꾸려가야 할지 더 고민해봐야겠어요.

독서괭 2023-08-21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휴.. 다락방님, 힘든 주말을 보내셨네요. 어머님 입장에서는 맏딸의 존재가 더 고맙고 든든하게 느껴지셨겠지요. 하지만 이래저래 아픈 가족들 챙기느라 제일 많이 소환되시는 것 같아 지치실 것 같습니다. ㅠㅠ
거기 알라딘 중고서점 생긴 거 저도 봤습니다!! 한번 가보고 싶은데요. 조만간..
그나저나 이번 책탑 어마어마한걸요 ㅋㅋ 최근 조금 자제하신 것 같은데 반작용입니까!! 가볍게 처리하실 수 있는 <그책은>부터 시작하시길 추천드립니다 ㅋㅋ(저는 이미 읽었지롱요)

다락방 2023-08-22 14:04   좋아요 0 | URL
독서괭 님, 지난 주말은 생각하지도 못하게 바쁘고 고생스럽게 흘러갔고, 어쩔 수 없이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어요. 그나마 제가 밖으로 나가 걸을 수 있는 사람이어서, 그렇게 땀 흘리는 사람이어서 다행이다 싶어요. 그리고 저는 서점으로 가 책을 살 수도 있는 사람이지요. 이런 저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 책은> 어제 퇴근길에 지하철에서 읽었는데, 뭐 백자평 쓸 것도 없더라고요, 저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꼬마요정 2023-08-22 0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 고생하셨네요ㅠㅠ 할머니 좋아지셔서 다행이에요. 얼마나 맘 졸이셨을지... 저도 나이 들면 실버 타운 가고 싶어요. 전 돌봐 줄 사람도 없어요 ㅋㅋ 남편이랑 저랑 서로 먼저 죽겠다고 그럽니다. 돌봄은 어려운 일입니다. 마음은 짠하고 몸은 고되니까요. 힘 내세요 다락방 님!!!

책탑 보면서 아주 많은 반성을 합니다. 지금도 제 주변엔 책들이 널부러져 있는데, 심지어 다락방 님 책탑보다 쉬운 책들인데 다 언제 읽죠?

다락방 2023-08-22 14:09   좋아요 2 | URL
안타까운 마음에 병원에 모시고 치료를 받아 지금 다시 좋아지셨지만, 그러다 또 이렇게 당황하고 응급실가고 마음 졸이고 하는 일들의 반복만이 남아있는 것 같아서, 이젠 돌아가셔도 되지 않나 생각도 해요. 그렇지만 막상 병든 육체가 눈앞에 놓여있는데, 그게 내 가족인데 어떻게 가만 있나 싶고요. 생각도 감정도 복잡해집니다. 이렇게 나이 들고 약한 노인이 가족 중에 있다면 수시로 병원에 갈 일은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고요. 제가 짜증내지 않고 번번이 대응할 수 있을지 저는 자신이 없습니다. ㅠㅠ

저야말로 이제 사둔 책을 좀 읽어야 할 때입니다. 이제 진짜 책 그만 사야겠어요. 불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