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목요일 밤에는 할머니를 응급실에 모셔야 했다. 2주전 퇴원한 할머니를 엄마는 매일 저녁 가서 보살피시고 다음날 새벽에 돌아오셨다가 본인 일정을 진행하고 다시 저녁에 할머니댁으로 가는 일을 반복하다가, 목요일 밤, 할머니의 다리가 심상치 않고 좀처럼 잠에서 깨질 않으셔서 급한 마음에 아빠와 나에게도 전화했던 거다. 엄마는 할머니가 이제 곧 돌아가실 것 같다고 했고 할머니는 움직이질 못하시고 할머니 계신 곳을 엘리베이터 없는 4층 이고 … 아무튼 복잡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우리 엄마 옆에 나라도 있어야겠다 싶어서 자려고 침대에 들어갔다가 다시 벌떡 일어나 다음날 출근할 옷까지 다 챙겨 가방에 넣고 얼른 택시를 잡고 할머니댁으로 향했다.
할머니댁에 도착하니 할머니의 다리가 정말 끔찍해 보였다. 엄마는 괴사를 의심하셨고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나는 119를 불렀다. 119 대원들이 도착해 할머니를 들것에 실어 이동하려는데, 아마 장기간 입원일테니(혹은 돌아가실테니) 서울 병원으로 갔으면 한다고 우리가 희망했으나 그건 연결이 힘든것 같았다. 2주전에도 같은 상황으로 남양주 병원에 옮겼다가 병원 찾아가기도 힘들고 할머니도 더 안좋아지신 것 같아 우린 서울 병원을 희망했고 안되겠다 싶어 택시를 불러 일단 우리 집으로 가기로 했다. 119대원분들은 함께 기다려주었다가 할머니를 택시에 태워주었다. 다시 택시를 타고 서울 우리집으로 와서 우리는 119를 다시 불렀다. 이번에 도착한 분들은 어느 병원 희망하세요 물었고 우리가 희망하는 병원으로 곧바로 이동할 수 있었다. 같은 서울 지역이라 가능한 것 같았다. 그렇게 할머니는 입원하셨다.
입원한 할머니는 온갖 피검사며 호르몬 검사를 다 했고 결과는 노환이라는 거였다. 아무 약도 쓸 것도 없고 그저 노환이라고. 물론 우리도 짐작했던 바다. 다리는 괴사가 아니라 지나친 스테로이드로 인한 부작용이라고 했다. 허리에 통증이 있을때면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았던 것. 나쁘다는 거 알면서도 고통을 잠재울 수 있으니 맞았던 것이 이렇게 돌아왔다. 할머니는 의식을 찾으셨고 이제 걷기도 하시며 식사도 잘하신다. 남동생과 나는 웃으면서 할머니 또 부활했네, 예수님보다 더 많이 부활하는 할머니야, 라고 농담했고 퇴원하시면 이런 일이 재차 반복될거라는 병원의 말에 요양병원에 당분간 모시기로 해, 할머니 댁에 가 할머니 짐을 챙기는 주말이었다.
엄마가 할머니를 모시면 엄마의 자식인 나에게도 그 영향을 미친다. 물론 내 동생들도 마찬가지. 우리는 할머니 짐도 챙기고 할머니를 병원에도 모시고 이렇게 엄마의 부모 돌봄에 참여해야 하는 것. 마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가도 불쑥불쑥 지치고 힘들기도 하다. 토요일에도 엄마가 짐 좀 챙겨달라 해 짐을 챙기면서 또 불쑥 치밀어 올랐지만, 나보다 엄마는 더 힘들겠지 싶어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식으로 내 지침은 쌓여가는 것 같았다.
할머니의 경과는 예상보다 더 좋아져서 다음주로 예정했던 퇴원을 오늘 해도 된다고 해 이모가 와 퇴원을 시켜드리고 요양병원으로 옮기기로 했다. 어제 할머니 짐 챙겨 병원으로 갖다 드렸는데 엄마는 그 길에 엄마가 가져온 짐을 내게 다시 집으로 가져다 놓으라 하셨다. 알겠다고 하면서 또 답답함이 커졌다. 나는 이 길로 곧장 외출할 예정이었는데 엄마의 부탁 때문에 다시 집에 들러야 하는 거다. 답답했다. 아주 답답했다. 너무나 답답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나는 돈을 열심히 벌어서 실버타운에 들어가야겠다고. 실버타운 돈 많이 필요하다는데, 나는 어차피 비혼이고 나를 돌보아줄 사람 아무도 없으니 실버타운 가야겠다. 그렇게 집에 짐을 부려놓고 나는 다시 외출했다. 외출이 꼭 필요했다. 갈 곳이 있어서가 아니라 바깥으로 튀어 나가 온전히 혼자가 되어야 했다.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그렇게 서점으로 갔다. (응?)
걸어갈 수 있는 곳-이지만, 사람들이 그 정도 거리를 다 걸어갈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에 알라딘 중고서점이 있어서 일단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다. 실컷 둘러보았는데 딱히 사고 싶은 책은 없었다. 그러면 교보문고 갈까, 하고 근처의 교보문고에 갔다. 꼭 사지 않아도 되지만, 내게는 매장 사용 가능한 생일 쿠폰이 있었다. 10프로 할인이 된다고 했다. 후훗 그러면 한 권 사야지. 이런 쿠폰은 써 줘야 해~ 이 책 살까 저 책 살까 망설이다가 한 권 골라잡아서 계산대로 갔다. 생일 쿠폰 써주시고요, 포인트도 써주세요 했다. 그렇게 책을 한 권 샀다.
길었는데, 월요일 책탑 올리겠다는 뜻이다. 일단, 지난주에도 다정한 알라디너들의 선물이 도착했다.
둘 다 사려고 찜해두었던 책인데 마침 딱 도착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도착한 책탑이다.
물론, 나머진 다 내가 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은 왜 샀는지 잘 모르겠다.
《여행하는 말들》은 트윗에서 누군가 인용한 구절을 보고 사게 되었다. 사고 보니 내가 읽었던 책, 《개 신랑 들이기》의 작가더라. 몇해전만 해도 내가 읽은 책들의 작가는 기억할만큼 총명했었는데, 이제는 그런거 기억을 잘 못하게 되었다. 이것이 나의 노화의 증상인가 …
아시아 여성이 유럽에나 미국으로 가 살아가는 일, 그 과정에서 겪어가는 것들에 대해서는 이곳에서만 살았던 내가 다 짐작하지 못할 견딤이 있었을 것이고, 그 견딤에서 오는 성찰 또한 클 것이다. 자연스레 미국에서 살고 있는 내 친구인 아시아 여성이 떠올랐다. 잘 지내고 있나요?
《서점 탐정 유동인》은 진짜 내가 안사게 생긴 표지인데, 이거 약간 비블리아 고서당 삘인가? 싶어서 샀다. 읽고 괜찮으면 타미 줘야지, 하는 마음으로. ㅋㅋㅋㅋㅋ
8월 여성주의 책 같이 읽기 도서였던 《우리는 당신들이 불태우지 못한 마녀의 후손들이다》를 읽노라면 마지막 옮긴이의 후기에 '조정환'의 《증언 혐오》가 언급된다. 적절한 불러오기 였다고 생각하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옮긴이의 후기가 좀 과했다는 생각을 했다. 책의 본문이 워낙 적은데 옮긴이 후기는 굉장히 길었던 거다. 뭔가 하고자 하는 말을 후기에 다 쏟아낸 것 같은데, 그 내용이 적절하고 또 좋았다고 해도 그 정도는 본인이 새로 글을 써야 하는게 아닌가 싶었다. 다른 책의 옮긴이 후기로 드러낼 것이 아니라. 뭐 내 생각이고, 여하튼 거기에 조정환의 책이 언급되어 반가웠다. 나는 몇 해전에 윤지오에 대한 마녀사냥에 너무 깜짝 놀라 증언 혐오를 읽었고 그 책의 일독을 권한 바 있다. 그 책의 셋트인 《까판의 문법》은 여태 읽지 않고 미뤄두었는데, 이번에 읽어야지 싶어 샀다.
《움직임의 뇌과학》은 내가 잘 움직이는 사람이라 샀다. 예전엔 미처 몰랐는데, 내가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건 내가 많이 움직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이것도 혼자일 때는 내가 잘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걸 몰랐다가, 다른 이들과 함께 움직이면서 깨닫게 되었다. 같은 거리를 걸을 때 나는 먼저 걷기를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은 교통수단을 생각하는 것. 또 함께 걸으면 나보다 다른 사람이 항상 먼저 지치는 거였다. 그제야 내가 남들보다 잘 움직이는 구나 싶었다. 기차든 비행기든 잘 타고 또 걷는 것도 잘 걷는 사람이었어. (버스는 잘 못탄다) 그런 깨달음을 최근에 얻었고, 결국 이 잘 움직임이 나의 역마살을 건드리는 게 아닌가 싶었다. 여튼 뇌과학적인 움직임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
《두번 죽은 남자》는 일전에 읽었던 《목요일 살인 클럽》의 두번째 시리즈이자, 실버타운에서 살아가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주인공이다. 그들이 한 팀이 되어 사건을 해결하는 것. 이 실버타운은 좀 규모도 있고 럭셔리해서 오 이런 데에서 살면 정말 좋겠구나 싶어진다. 나도 돈 많이 벌어서 이런데서 살고 싶은데, 그런데 그 돈 '많이'번다는 것이 기준이 어느 만큼인지를 모르겠다. 지금 나정도로도 안될 뿐더러 내가 혹여라도 일을 그만두고 이제 좀 쉬면서 일하자 싶어서 버는 돈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 그런데 내 살 길은 실버타운인데 … 이왕이면 좋은 실버타운 가고 싶은데 …
《종이학 살인사건》은 어제 내가 교보문고에 들러 사온 책이다. 사실 《순전한 기독교》를 사려고 들고 다니다가 막판에 바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목 너무나 유치한데, 아니 종이학 이라뇨!, 그런데 한 번 사봤다. ㅋㅋㅋ 내가 이 나라의 출판계를 먹여살린다!!
《명탐점의 제물》은 책탑에 없는데, 내가 다 읽기도 전에 주말에 온 남동생 손에 들려 보냈기 때문이다. 남동생이 누난 다 읽었어? 묻는데 아니, 아직 읽다 말았어.
-왜, 재미없어?
-아니, 너 빌려주기 전에 다 읽을라고 했는데 바빴어.
이래서 지금 남동생에게 가있다. 얼른 종이학 살인사건 읽고 남동생 빌려줘야겠다. 아 기운 딸려 ㅋㅋㅋㅋㅋㅋㅋㅋ
《전쟁 같은 맛》은 알라딘 책소개를 가져와보도록 하겠다.
1986년. 열다섯 살 되던 해, 그레이스는 세상 가장 중요한 이가 세상에서 사라지는 과정을 목도한다. 그 사람은 ‘군자’, 1941년 한국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고 기지촌에서 일하다 미국으로 이주해 험하고 치열한 삶을 살아낸 생존자이자, 이 책의 저자 그레이스 M. 조를 낳고 기른 여성이다.
눈부시게 아름다웠고 야성미와 카리스마가 넘쳤던 군자, 동포를 보살피고 마을을 먹여 살렸던 그는 어느 날 ‘목소리’를 듣기 시작하더니 세상에 문을 닫고 외부 세계와 완전히 단절된 채 소파에 틀어박혀버렸다. 모든 것을 바꿔버린 군자의 사회적 죽음은 조현병이란 이름으로 찾아왔다.
트라우마를 안고 명문대에 입학해 자유와 지성의 세계에서 학자가 된 그레이스는 ‘군자’로 대표되는 전후 한인 이주여성의 기구한 삶의 궤적과 지독한 병의 뿌리를 연구했다. 그리고 2008년 갑작스레 찾아온 모친의 물리적 죽음 이후, 다시 그 생애를 새롭게 복기하기 시작했다. ‘그레이스야, 나 기억나지?’ 군자는 오래전에 잃어버린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고, 거기에 귀를 기울이자 스스로 침묵을 깨고 이야기가 된 한 생애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알라딘 책소개 中
너무 읽고 싶지 않나요, 여러분?
나머진 다 읽고 남동생 줄라고 산 책들 ㅋㅋㅋ(나머지 취급) 흑뢰성은 지금 여기에 링크를 안했는데 귀찮으니까 패쓰 ㅋㅋㅋㅋㅋㅋㅋ(이제 링크도 패쓰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이렇게 많은 책들을 산 지난주에, 아니 글쎄, 애나 칭의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한 것이었던 것이었다.
아마도 도나 해러웨이 책 읽다가 애나 칭의 존재를 알게 된것 같은데, 그 때 읽으면서, 아니 세상에 반려견 얘기하면서 인간의 삶에 대한 얘기를 하더니, 그런 도나 해러웨이가 끝이 아니라고? 이 세상의 어딘가에서는 버섯으로 인간의 삶에 대한 얘기를 한다고? 하면서 놀라고 궁금해 했더랬다. 그래서 어디 나도 한 번 그 책 읽어보게쒀!! 했지만 당시 국내에 애나 칭의 저서가 번역된 건 없었고, 《21세가 사상 최전선》에 애나 칭의 짧은 글이 있다는 정보를 알라디너를 통해 알게 되었다. 물론 그 책은 이미 가지고 있었다. 오 아쉽지만 그렇게 달래야겠군, 했는데, 아니 세상에 그런 애나 칭의 버섯 책이 나와버린 것입니다. 맙소사. 이건 사야해! (다른건?)
책값도 비싸지만, 그래도 질렀다는 훈훈한 소식을 전하며 마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책이 포함된 책탑은 다음주 먼데이에. 샤라라랑~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