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작가는 우선 독자이며, 우리가 무엇을 읽는가는 중요하다. 나는 주로 페미니즘, 퀴어, 반인종주의 책들을 읽는 독자다. 이런 책들이 이 책의 지적·정치적 지평을 형성한다. 이 책들은 내게 행복이 사회적 형식을 어떻게 창조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내 철학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내 아카이브에 책과 영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p.42
일전에 친애하는 알라디너가 모든 책을 육아서로 읽는다는 말씀을 하셨더랬다. 나는 그전까지 한 번도 내가 육아서로 읽었다고 생각을 한 적은 없었지만, 그 말을 듣고보니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그래, 모든 책이 육아서가 될 수 있지. 다른 알라디너는 자신에게는 결국 모든 책이 자기계발서가 된다고 했다. 책을 읽고 그것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읽는 자의 몫이므로 역시 자기계발서라는 말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보니 그러네, 나도 자기계발서로 읽는다고 할 수 있지. 이미 그러고 있었어.
오늘 아침 사라 아메드의 책 《행복의 약속》을 읽으면서, 나는 비로소 내 책들이 나에게 와서 무엇이 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게 되었고 맞춤한 표현을 찾게 되었다. 육아서일수도 있고 자기계발서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내게는 내가 읽는 모든 책들이 나의 철학책이 되고 있었다. 내가 읽는 모든 책들은, 설사 재미없거나 유쾌하지 않은 내용들이라도, 험담할 거 투성이어도, 나에게로 와 어떻게든 내 사상과 삶의 태도 혹은 방식을 형성하게 해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고 또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주는 것처럼, 내가 읽는 책들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만나는 사람 그리고 내가 만나길 피하는 사람, 내가 읽는 책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모두 나를 형성할 것이며, 사라 아메드 말대로 이 모든 것들은 내 아카이브 일 것이다. 책과 영화와 음악 그리고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과 멀어진 사람들까지도.
사라 아메드는 우리가 무엇을 읽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떻게 읽는가도 중요하다. 정희진 쌤은 매거진을 통해 작가와 싸우면서 읽으라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그러니까 어떤 책을 어떻게 읽느냐는 온전히 읽는 자의 몫일 것이다. 나는 대체적으로 나쁜 책에서도 얻어지는 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최소한 '이런 글은 쓰지 말아야지' 같은 것들 이라도.
게다가 '모든 작가은 우선 독자'라는 사라 아메드의 말 역시 참이다.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읽기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가끔 읽기는 잘 하지 않으면서 쓰려고 하는 사람들을 보게 되는데, 그들의 글이 얼마나 형편없는지는 본인 빼고 다 안다. 게다가 '나는 글을 좀 잘 쓰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읽기보다 쓰기를 하는 사람들이다. 하나의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 많은 읽기가 반드시, 반드시 필요하다. 글을 쓰는 건 문장력도 중요하지만 사유와 사상도 중요한데, 그것은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바뀌거나 깊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읽기는 반드시 필요하다, 고 나는 생각한다.
이 책의 작가 소개를 보면 사라 아메드는 '오드리 로드와 글로리아 안잘두아 등 흑인 레즈비언 페미니스트들의 작업을 '생명줄' 삼아 현상학적으로 감정의 구조를 탐색함으로써 권력의 작동 방식을 분석하는 저작들을 꾸준히 발표했다' 고 되어 있다. 흑인 레즈비언 페미니스트들의 영향이라니, 사라 아메드도 유색인종 인가보구나 싶었다. 이름에서 유색인종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나는 그렇다면 정말 유색인종인건가? 아니면 흑인 페미니스트들한테 영향 받은 백인인건가 싶어 오늘 검색해보았다.
이렇다고 한다(난 안읽음 ㅋ). 한국어 위키피디아는 아직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검색하다 아래 사진 보았는데, 아마 말과활에서 사라 아메드의 책을 같이읽기 했던 것 같다.
아니 근데 이 사진 너무 좋지 않나요... 뭔가 주머니에 손 넣고 있는 사라 아메드의 포즈도 좋은데 뒤에 책장들이 ㅋ ㅑ ~ 너무 좋음.
검색하다보니 사라 아메드의 파트너(애인을 말하는 것 같다)가 '사라 프랭클린' 이라고 나온다. 그래서 또 눌러보았더니, 세상에 사라 프랭클린은 인류학자 라고 한다. 학자는 학자를 만나는 것인가... 사라 아메드 교수이고 연구자이고 작가이고 그런데 인류학자랑 연애하는 부분.. 역시 어떤 사람을 사귀는가가 나를 말해주는 것. ㅋ ㅑ ~
내가 지금 비연애상태인 이유는 신비주의 때문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드러내지 않도록 아무도 사귀고 있지 않은 부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거 그냥 지금 생각나 쓰는 아무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아침 흐린 하늘을 배경 삼아 행복의 약속을 찍어보았다. 흐린 하늘과 행복의 약속.
지난주에 책을 사려다가 꾹 참고 이번주에 사려고 넘겼는데, 그 사이에 읽고 싶은 책이 또 여러권 생겼다. 아니, 사고 싶은 책! 일단, 정희진 쌤 오디오 매거진에서 들은 이 책! 듣자마자 검색했더니 예약구매라고 나온다. 오... 너무나 읽고 싶다!
제목부터 뭔가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자세한 내용은 4월호 <정희진 오디오 매거진>을 참고하세요~
그리고 해나 개즈비의 책도 나왔더라고!!
책 사러 가야겠다.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