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성형미인이 되었나 - 강남 성형외과 참여관찰기
임소연 지음 / 돌베개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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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재수해서 나보다 한 살 많은 언니와 어울렸던 시간이 있었는데, 그 언니는 키도 크고 예뻤다. 이미 과내에서도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듣는 언니였지만 언니는 방학이 지나자 쌍커풀 수술을 하고 왔다. 저렇게 예쁜데 왜 또 수술을 할까, 라고 친구들과 얘기를 한 적도 있는데 어느날 그 언니는 친구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내게 그런 말을 했다.


"야, 내가 너로 태어났으면 안살아."


언니는 농담으로 한 얘기였고 친구들도 다 웃었고 그자리에서 나도 웃지 않을 수 없어 웃었지만 굉장히 충격이었다. 저렇게 예쁘고 키도 크고 날씬한 언니니 아마 신체적 그 모든 면에서 정 반대에 위치한 나를 보면서 그 생각을 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었을테다. 


이 말이 너무 충격이어서 아직까지도 잊히지가 않고 불쑥불쑥 생각나는데, 그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까지, 누군가 나를 보고 '너로 태어나면 안살아' 라고 말하게 되는 그런 얼굴이라고 해서 내가 성형수술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내 눈은 심한 짝짝이라 한 쪽은 진한 쌍커풀이 있고 한쪽은 쌍커풀이 아예 없는데, 이에 대해서도 가끔 엄마가 '돈 줄테니까 한 쪽 눈 쌍커풀 할래?'라고 종종 말씀하시지만(딱히 진심은 아니시다), 진짜 할 생각이 없다. 사진 찍으면 짝짝이눈 너무 티나는데 그렇다고 해서 내가 수술을 해서 이 눈을 예쁘게 만들고 싶다거나 하지는 않다. 


외모평가를 하는 사회가 잘못된 것이라는 전제를 차치하고, 외모에 대한 지적을 받게 되면 누구나 충격을 받고 절망하거나 혹은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성형수술은 그 때 굉장히 좋은 대안이 되어줄 것이고. 그러나 나는 이렇게 지적을 받아도 쌍커풀 수술을 할 생각도 안하는 걸 보면, 자존감 갑이다, 멘탈 장난 아니야, 지 잘난 맛에 산다고 생각해왔다. 내가 내 외모가 컴플렉스가 아닌데 누가 지적을 하든 그걸 고칠 필요가 없는 거다. 그러니까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하면, 성형 수술을 하는 데에는 자존감 부족도 있다고 생각해왔다는 거다. 내가 어떻게 생겼든 그래서 누가 내 외모에 무슨 지적을 하든 그게 알 바야? 라는 마인드라면 굳이 성형외과에 가서 돈을 주고 마취를 하고 내 얼굴에 칼을 대는 일들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왔던 거다. 해야 할 것 같은 사람은 하는거지, 나는 아니야 정도의 마인드가 내가 성형수술에 대해 가진 것이었다.



성형수술을 하는 사람들의 목적은 더 예뻐지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물론 이건 틀리지 않다. 처음 성형수술이 치료를 위한 목적이었다고 한다면 언제부턴가 미용을 위한 것으로 인식되어져, 몇해전 화상을 입은 사람이 그걸 치료하기 위해 성형외과 몇 군데를 돌아다녀야 했다는 신문기사를 읽은 적도 있다. 그렇다면 미용을 위해, 그러니까 더 아름다운 얼굴을 갖기 위해 왜 굳이 수술까지 해야할까. 이에 대해서는 2004년 일본과 중국 한국이 옴니버스로 만든 영화 <쓰리, 몬스터>를 보고 이미 결론 내린바 있었다(젊고 예뻐지기 위해 낙태한 아이로 만든 만두를 먹는 등장인물이 나온다). 그건 '사랑받기 위해서'라는 것을. 물론 이것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예뻐지기 위해서, 사랑받기 위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형수술을 받고 이것은 '자기 만족'이나 '살아가기 위함' 으로 변명되어지기도 하지만 압구정역에 가기만 해도 보여지는 숱한 성형외과 광고들은 여성의 아름다움을 조장하기 때문에 사회적 세뇌이기도 하다. 예뻐야 대접받는 사회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틀리지 않고 내 신체의 컴플렉스를 고쳐버림으로써 자기만족을 한다는 것도 틀리지 않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성형수술은 이정도일 것이다.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그러나 못생기든 예쁘든 알 바야, 라는 자기 확신은 좀 부족한 상태. 나는 성형수술을 이렇게 생각해왔다. 


이 책의 저자 임소연은 성형수술을 '연구하기 위해' 실제로 (가칭)청담성형외과에 취업해 참여관찰을 하고 직접 쌍커풀 수술과 양악 수술을 받기도 했다. '과학기술학 연구자'라는 저자의 타이틀과 예뻐지기 위한 성형수술은 어떤 식으로 만나는걸까 궁금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임소연은 그동안 나를 비롯한 사람들이 성형수술에 대해 접근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성형수술을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성형수술을 구성하는 것은 예뻐지고자 하는 환자와 그렇게 해줄 의사가 있겠지만, 임소연은 그 사이에 매개된 사물들을 관찰한다. 수술실에 들어가면 침대부터 시작해서 도무지 용도를 짐작할 수 없는 수많은 도구들이 있다. 그 '사물들'이 아니라면 아무리 의사가 환자의 얼굴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안다'고 해도 실행할 수는 없다. 



이 기구들은 의사의 몸을 기능적으로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수술 기구들은 더욱 미세한 수준에서 의사의 신체기능을 확장해줄 뿐만 아니라, 수술 대상인 환자의 몸과 의사의 몸을 매개한다. 예를 들어, 드레싱용 거즈나 조직을 집는 '겸자'forceps만 해도 미세한 형태적 차이에 따라 수십 가지 다른 종류가 있다. -p.58


기구들의 섬세함을 보고 있노라면 이 기구들의 의사를 보조한다기보다 의사의 몸을 확장한다고 보는 편이 더 적절하게 느껴진다. -p.59


또한 이 수술의 어느 과정에는 세균들이 존재한다. 그건 기구들을 덜 소독한데에서 오는 세균이기도 하고 주사액으로부터 오는 것이기도 하다. 이 세균은 환자의 바람과 의사의 능력외의 것으로 성형수술 속으로 침투해 염증을 일으키거나 부작용을 일으켜서 처음 의도와는 완전히 다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노동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성형수술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간호사들의 노동이 엄청나다. 참여관찰로 직접 몇년간 그곳에 있었던 게 아니라면 아마도 이 부분을 우리는 가사노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것처럼 역시 간호사들의 노동도 보이지 않는다.



간호사의 업무 중 시간적, 체력적 소모가 가장 큰 일은 수술에 사용되는 기구들을 세척, 소독, 관리하는 일이다. 수술실을 비롯해 수술 준비실과 회복실을 정리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술에 사용하거나 공기 중에 노출되었던 기구들을 세척하고 소독하는 일, 수술복과 환자복을 포함하여 트레이와 수술대, 환자의 몸 위에 겹겹이 덮었던 녹색포를 세탁해서 건조시키는 일, 다음 수술을 위해 수량이 부족하거나 교체해야 하는 물품을 외부 업체에 주문하는 일, 수술 시에 발생한 적출물만을 따로 모아서 전문 수거업체를 통해 반출하는 일 등 수술이 끝난 당일부터 그 다음 수술 전까지 해야 할 일들은 무궁무진하다. -p.60



환자의 욕망도 결코 단순한게 아니고 수없이 많은 것들로 구성되어진 것일텐데, 그 욕망은 돈을 가지고 의사를 찾아가 의사의 능력 외의 다른 것들과 결합하여야만 성형수술이 이루어진다. 


임소연은 퍼포먼스로써의 성형수술도 가져온다. 프랑스의 행위 예술가 오를랑의 아홉번의 성형의 사례를 들며 '몸은 뉴욕의 수술대 위에 있지만 그러한 몸의 이미지는 시차와 지역을 초월해 어디에나 존재한다(p101)'며 메세지를 가져오지만 그러나 지금 한국에서 성형수술을 하며 때로는 성형중독, 성형괴물로 불리기도 하는 성형수술을 한 여성들은 더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는 거다. 



성형괴물 퍼포먼스는 아름다워지기 위해서 성형수술을 하는 여성이 아름답다는 찬사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나아가 조롱과 혐오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준다. 페미니스트가 되지 못할까 봐 성형수술을 망설이는 여성보다 괴물이 될까 봐 성형수술을 주저하는 여성들이 더 많은 한, 성형괴물의 존재는 성형수술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될 수 있다. -p.112



이 퍼포먼스에 대한 부분을 읽노라니 인스타그램에서 무작위로 보여지는 영상들이 떠올랐다. 화장하기 전의 얼굴이 화장을 하고나면 얼마나 많이 달라지는지를 보여주는 영상들. 처음 그 영상들을 보았을 때는 도대체 왜 자기가 화장하기 전에 얼마나 다른 얼굴이었는지를 굳이 보여주는걸까 궁금했고 어느 순간 얼마나 화장을 잘하는지를 보여주는건가 했다, 그러다가 자, 이 화장이라는 행동은 나를 어떻게 얼마만큼 변화시키는지 보여줄게, 라는 퍼포몬스로 이해할 수 있겠구나 싶어지는 거다. 사회가 아름다움을 강요한다면 얼마든지 아름다워질 수 있어. 내 본모습은 너희 기준에 맞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이거봐 금세 맞출 수 있지. 내가 이렇게 변화하고 너희들 사이로 끼어든다면 너희들은 그 때의 내 모습만 보고 나를 판단하겠지.



임소연은 쌍커풀 수술과 양악수술을 받는다. 양악 수술을 한 뒤로 얼마간은 액체만 마시면서 버텨내야 한다. 게다가 얼굴도 심하게 붓고 가라앉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몸을 회복하기 위해 쉬면서 매일 거울을 보고 임소연은 고통스러워 한다. 내가 원하는 얼굴이 될까, 그리고 아프다. 이 붓기는 언제쯤 사라질까.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 붓기도 가라앉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혹여 예쁘다는 말을 듣게 된다고 해도 양악수술을 했다는 사실이 본인에게서 사라지는 건 아니다. 임소연은 양악 수술 3,250일이 지난 후에도 턱이 떨어져나가고 제대로 맞지 않는 악몽을 꾼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꾸는 악몽이 과연 임소연 혼자만의 경험일까? 어쩌면 아주 많은 성형수술 경험자들은 이런 시간들을 혼자 감당하고 있는게 아닐까?



게다가 수술을 했다고 해서 그 수술이 만족스러우리란 보장은 없다. 수술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면 모두가 환호하며 너 겁나 예뻐졌다고 말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어색해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저 달라졌다고 말한다. 실제로 거울을 봤을 때 그전의 나와 별로 다르지 않은데, 라는 생각을 하게도 된다. 과거의 사진과 지금의 사진을 보면 달라졌지만, 내가 거울을 봤을 때는 그걸 확신할 수가 없는 것. 이에 임소연은 생각한다. 내 몸은 내것이지만 내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그렇게 나아가 임소연은 몸이 물질이라는 것, 그리고 살로써의 몸에 대해서도 접근한다. 포스트 휴먼 그리고 사이보그로서의 인간에 대해서도 언급되는데 도나 해러웨이가 등장하는 건 빠질 수 없다.



책을 읽으면서 보다 읽고나서 더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다. 무엇보다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과 페미니즘적 관점이 아닌 다른 식의 접근을 보는게 참신했고 그것에서 오는 수많은 생각들은 확실히 이 책을 읽고난 후에 얻어지는 것이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내가 수술실을 구성하는 사물들에 대해, 수술 도구들을 관리하는 노동에 대해 알 수 있었을까. 살과 물질로써의 몸, 포스트 휴먼에 대한 부분은 가끔 꺼내보며 더 잘 이해해야겠다 싶어진다. 그러나 무엇보다 내가 놀랐던 건, 수술을 했다고 해서 그 전에 내가 가진 고민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거였다. 수술을 하고나서 3,250일이 지나도 그에 대한 악몽을 꾼다는 것은 나로서는 상상도 못해본 일이었다. 임소연도 이책에서 재차 언급하지만, 그래서 성형수술을 하는 사람은 이 모든 것들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예쁘지고 싶다는 욕망은 정말 예뻐졌다로 끝이 아니라는 것. 그 사이에 육체적 고통과 내 몸을 내 마음대로 다룰 수 없음에 대한 절망과 그리고 결과 자체도 내 뜻과 다를 수 있고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 거기에서 오는 악몽 혹은 견뎌내야 할 외로움이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중요한 걸 덧붙이는데, 이렇게 예뻐진 외모로 남자들에게 칭송받고 클럽에서 이 테이블 저 테이블 불려다니는 젠더 수행 역할에 충실하게 됐고 또 거기에서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짜릿함을 느꼈다고 해도, 그것이 결코 남자들보다 '우월하다'거나 남자들과 '동등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는 거다. 내가 예뻐서 저기 저 남자도 그리고 저기 저 남자도 나랑 같이 놀고 싶어한다고 해서 나에게 어떤 이득이 있는가? 내 임금이 그들과 같아지는가? 내 지위가 그들과 같아지는가? 지금 이렇게 아름다운 나를 모두가 칭송한다는 것이 남성과의 경쟁사회에서 어떤 이점을 가져다주는가?



흔히 여자는 외모로 평가된다고 하지만, 예쁜 여자라고 해서 특별할 것은 없다. 클럽의 예쁜 누나가 성형외과의 임 코디보다 더 우월한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세명 중 가장 마지막까지 테이블에 남아 있는 것이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세 명 중 가장 먼저 테이블을 떠나게 된다고 해서 그곳의 남자들보다 우월하거나 그들과 동등한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그토록 찾에 헤매던 여자로서의 나의 집, 나의 안식처는 남자와 동등하게 경쟁하는 세계에서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음을 나는 끝까지 가보고 나서야, 성형수술의 세계에 얽혀 마침내 사회가 규정하는 여성성을 온전히 수행하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p.182


임소연의 책은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인데, 나는 이 책 《나는 어떻게 성형미인이 되었나》가 훨씬 좋았다. 여러가지 의미로 읽으면 좋을 책이지만, 무엇보다 성형수술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 성형수술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미리 읽어두면 좋을 책이고, 이미 성형수술을 한 사람들도 역시 읽으면 도움을 받을 책이다. 모두가 그런건 아니겠지만 어쩌면 성형수술을 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악몽을 꾸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고 여전히 변화된 내 신체 때문에 신경이 쓰이는 사람들도 있을텐데, 그런 사람들도 읽어보면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여담인데,

저자가 일한 청담성형외과에 내가 성형수술을 하고 싶어 찾아간다면, 상담 후에 원장으로부터 이런 말을 듣게 될것 같다.


"당신의 얼굴은 미인의 모든 조건을 다 갖추고 있으니 성형수술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돌아가세요."


나는 발걸음도 가볍게 돌아서 나올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간호사의 업무 중 시간적, 체력적 소모가 가장 큰 일은 수술에 사용되는 기구들을 세척, 소독, 관리하는 일이다. 수술실을 비롯해 수술 준비실과 회복실을 정리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술에 사용하거나 공기 중에 노출되었던 기구들을 세척하고 소독하는 일, 수술복과 환자복을 포함하여 트레이와 수술대, 환자의 몸 위에 겹겹이 덮었던 녹색포를 세탁해서 건조시키는 일, 다음 수술을 위해 수량이 부족하거나 교체해야 하는 물품을 외부 업체에 주문하는 일, 수술 시에 발생한 적출물만을 따로 모아서 전문 수거업체를 통해 반출하는 일 등 수술이 끝난 당일부터 그 다음 수술 전까지 해야 할 일들은 무궁무진하다. - P60

숫자도 가늠할 수 없느 엄청난 양의 사물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수술실이지만, 매 수술마다 자기 이름을 거는 자는 바로 의사다. 의사는 단연코 수술의 저자著者다. 그러나 일단 수술이 시작되면 의사도 환자와 같이 사라진다. 환자가 몸에 주렁주렁 튜브를 달고 녹색 수술포를 뒤집어 쓰고 있듯이, 의사 역시 녹색 수술복에 수술모를 쓰고 손, 머리, 발은 무언가와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양악수술을 하는 박 원장의 손에는 전기 드릴이 들려 있고, 그의 머리에는 헤드라이트 밴드가 둘러져 있으며, 그의 발은 혈액을 빨아들여 시야를 확보하게 해주는 석션기의 페달 위에 놓여 있다.
이 기구들은 의사의 몸을 기능적으로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수술 기구들은 더욱 미세한 수준에서 의사의 신체기능을 확장해줄 뿐만 아니라, 수술 대상인 환자의 몸과 의사의 몸을 매개한다. 예를 들어, 드레싱용 거즈나 조직을 집는 ‘겸자‘forceps만 해도 미세한 형태적 차이에 따라 수십 가지 다른 종류가 있다.
- P58

기구들의 섬세함을 보고 있노라면 이 기구들의 의사를 보조한다기보다 의사의 몸을 확장한다고 보는 편이 더 적절하게 느껴진다. - P59

그리고 나는 곧 수술실에서 내가 볼 수 없었던 또 다른 존재를 알게 되었다. 바로 세균이다. 2009년 9월 부산 모 성형외과에서 수술 부작용으로 두 명이 죽고 한 명이 중태에 빠진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MBC TV의 《PD 수첩》보도에 따르면 사망의 원인은 세균이었다. 그것이 청결하지 않은 수술실의 문제인지 제약 업체로부터 구매한 주사액의 문제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했다. - P61

프랑스의 행위예술가 오를랑은 성형수술 퍼포먼스로 잘 알려져 있다. 오를랑은 1990년부터 1993년까지 총 9회의 성형수술을 하고 그 과정을 행위예술과 미수작품으로 보여주는 작업을 했다. 오를랑은 <성녀 오를랑의 환생>La Reincarnation de Sainte Orlan(1990~1993) 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서양 미술가의 옛 거장들이 그린 명화 속 여성 인물들의 신체를 모방한 얼굴을 만들고자 했다.
(중략)
오를랑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각각의 부위를 합성해서 서구 미의 전범이라고 할 만한 얼굴 모델을 만들어 냈고, 그것을 자신의 얼굴에 적용했다. 1993년 11월 21일 뉴욕에서 이루어진 일곱 번째 수술은 미국 CBS TV쇼인 《20/20》이 제작을 담당하고 위성을 통해 뉴욕, 파리, 토롤토의 미술관에서 실시간으로 중계되었다. 몸은 뉴욕의 수술대 위에 있지만 그러한 몸의 이미지는 시차와 지역을 초월해 어디에나 존재한다고 해서 <편재>Omnipresence(1993)라는 - P101

제목이 붙었다. 오를랑은 국소마취만 했기 때문에 수술을 하는 중에도 관람객이나 의료진과 대화를 나누거나 텍스트를 낭독하는 등의 행위를 할 수 있었다. 이 퍼포먼스 당시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가 했던 표현을 패러디해 "이것은 내 몸이다. (…)이것은 내 소프트웨어다‘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오를랑의 성형수술 퍼포먼스는 여성성, 외모, 주체성과 연관된 몸, 테크놀로지 등에 대해 다양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으로 해석되어 왔다(신책, 2002;이수안, 2017;조윤경, 2011;전혜숙, 2016)
- P102

흔히 여자는 외모로 평가된다고 하지만, 예쁜 여자라고 해서 특별할 것은 없다. 클럽의 예쁜 누나가 성형외과의 임 코디보다 더 우월한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세명 중 가장 마지막까지 테이블에 남아 있는 것이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세 명 중 가장 먼저 테이블을 떠나게 된다고 해서 그곳의 남자들보다 우월하거나 그들과 동등한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그토록 찾에 헤매던 여자로서의 나의 집, 나의 안식처는 남자와 동등하게 경쟁하는 세계에서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음을 나는 끝까지 가보고 나서야, 성형수술의 세계에 얽혀 마침내 사회가 규정하는 여성성을 온전히 수행하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 P182

몸은 여러 차원에서 존재하지만 보여지는 몸인 외모는 ‘단순히 예뻐지려는 것‘정도로 취급될 수 있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몸은 오로지 나와만 연결된 존재이기에, 몸의 문제만큼 나를 외롭게 하는 문제도 없다. - P195

내 몸은 내 것이면서 또 내 것이 아니다. 성형수술의 과정 내내 내 몸은 나에게 그런 존재였다. 내 것이기에 내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었고 그 변화의 과정에서모든 감각과 고통, 불안, 그리고 책임이 나만의 것이라서 외로웠다. 그러나 내 몸을 온전히 내 뜻대로 움직이거나 나조차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그것은 내 것이 아니었다. - P210

성형수술은 내가 수십 년 동안 내 몸과 맺어온 관계를 뒤흔드는 사건이었고, 나는 내 몸과 새로운 관계를 맺기 위해 수많은 협상을 해야 했다. 그 협상의 과정에서 내 몸은 내 뜻에 저항하기도 하고 내 뜻에 순순히 따라주기도 했다. 어떤 몸은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또 어떤 몸은 아무리 노력해도 꿈쩍하지 않다가 어느새 슬며시 사라지기도 했다. 마치 나를 놀리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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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DADDY 2023-03-24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괴‘라는 단어가 자꾸 거슬려 생각해보니 요즘은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성형을 하는 시대인데도 성형을 한 여성에게만 쓰는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여성이 남성에 비해 자신의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은 남성이 만들어 놓은 질서 안에서 생존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부분임에도 남성들은 성형을 한 여성에 대해 특히 부정적인 시각을 갖는 것 같아요. 이중적인 남성의 잣대를 드러내는 단어의 내면을 보는 것 같아 착잡합니다.

다락방 2023-03-24 11:20   좋아요 0 | URL
못생기면 못생긴걸 놀리잖아요. 사랑받을 수도 없는 사람이라고 규정지어놓고 그래서 성형수술을 하면 또 성형수술로 예뻐졌다고 손가락질을 하죠. 세상에서 제일 쉬운게 남 욕하는 일인것 같아요. 못생기면 못생겼다고 수술하면 수술했다고.. 자기자신에게 충실하면 다른 사람 험담할 일도 줄어들텐데 다들 영혼이 어딘가 비어있는 것 같아요.

DYDADDY 2023-03-24 12:28   좋아요 1 | URL
노력으로 성취할 수 있는 부분의 우열을 가리는 것은 가능하지만 생득적인 신체 조건을 조롱이나 비하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자신의 도덕적 열등감을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표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다락방님의 그 ‘한 살 많은 언니‘는 다락방님에게 어떤 부분에 있어 열등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요. 그 열등감을 자신과 주위의 사람들에게 감추기 위해 굳이 그런 말을 했을 것이라는 가능성 높은 심증이 있어요. 최소한 다락방님은 아름다운 독해력과 유머를 가지고 있죠. ^^

잠자냥 2023-03-24 10: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니 저 언니 아직도 잘 살아요?
귀싸대기 한 대 쳐주고 싶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어제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여자가 정말 말 그대로 전형적 성형얼굴이던데, 그 얼굴을 보면서
저렇게 똑같이 생겨지는 게 마음에 드는걸까...뭐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여자도 남자도 다들 외모에 미친 사회.... 한국은 참 여러 가지로 답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락방 2023-03-24 11:24   좋아요 3 | URL
저 언니는 원하던 직업을 갖고 부자 남자 만나서 결혼했어요. ㅎㅎ 그 다음은 잘 모르겠습니다.
저 말이 되게 강력했어서 당시엔 농담이라고 언니가 했다 해도 그 농담 속에 진담이 있는 거잖아요. 평소에 나를 보고 생각했던 게 농담이 되어 나온거겠죠. 언니랑 저랑 사이가 나쁘거나 한 건 아니었는데 평소에 언니는 저의 외모를 보고 와 저렇게 태어나면 어떤 기분일까..를 생각했던 게 아닌가 싶어요.
저는 ‘너로 태어나면 안살아‘ 라는 말이 되게 충격이었는데 그렇다면 나는 누구를 보면 그런 생각을 하게 될까? 누구를 보면 나도 ‘너로 태어나면 안살아‘라는 말을 하게 될까 언젠가는 생각해보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런 케이스가 없더라고요. 저는 누구로 태어났든 어쨌든 살 것 같아요. 졸라 열심히 잘 살 것 같아요. ㅎㅎ

저자 임소연은 성형 수술을 아주 많이 해서 얼굴이 이상해진 친구를 만나는데요, 그런데 그 친구에게 차마 예쁘다고 말을 할 순 없는.. 정말 이상한 얼굴이 된 경우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는 상황에 대해 묘사를 해요. 성형수술은 결국 자기 육체의 고통과 절망이며 외로움 그러다 자기 만족 등등을 가져오지만, 성형했음을 아는 지인들에게도 편하지만은 않은 것 같은 상황을 주는 것 같아요.


외모에 미친 사회에서 혼자 외모에 미치지 않고 꿋꿋한 다락방 입니다. 엣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먼지 2023-03-24 13:00   좋아요 3 | URL
언니분 발언에 쒸익쒸익하며 댓글 달러 내려왔다가 한술 더뜨시는 잠자냥님 덕에 진정합니다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3-24 13:48   좋아요 2 | URL
어휴 이 다정한 분들 ♡ 아무튼 저는 저로 태어났어도 아주 잘 살고 있습니다!! 샤라라랑~~

공쟝쟝 2023-03-24 11: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성형인은 되어도 성형‘미‘인이 되기는 힘들텐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어내리다가 - 참여 관찰법이나 해러웨이 포스트휴먼 비인간사물 ㅋㅋㅋ 뭐 이런 말들 나오니까 또!! ㅋㅋㅋㅋㅋ 아는 척 하고 싶네요 ㅋㅋㅋ 동물 성애도 그렇고 ㅋㅋ (뭐 그 저자가 직접 동물 성애를 하는 건 아니지만요 ㅋㅋ) 이 시대의 연구자들은 정말 훌륭...해야하는 거고 정말 페미니즘은 꼭 공부해서라도 장착해야할 필요한 관점이구나 하게 됩니다.
저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쉽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외모적 컴플렉스를 돈으로 극복할 수 있다면 하는 게 좋다고 보는 데요. 사회의 시선과 기준은 높고 언제나 욕망은 그 끝을 모르니까 나 자신이 컴플렉스처럼 느껴지는 건 너무 쉬운 일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쉬운 해결책인 돈을 많이 벌기 전(버는 게 쉬운건 아니닼ㅋㅋ)에 역시 자기 기준을 잘 세워야 하는 데 자기 기준 그것도 걍 만들어지는 건 아니고 ㅜㅜ 아 현대사회 답답합니다. 책 읽고 공부하는 것만이 답인 것 같네요!

다락방 2023-03-24 11:27   좋아요 5 | URL
쟝님이 쓴 것처럼 성형수술을 했다고 해도 기대했던 미인이 되지는 않더라고요. 기대했던 만큼의 미인이 되는 경우는 아주 극소수이고요 실제로는 사실 별로 달라진 게 없지 않나 하는 느낌을 더 받는 것 같고요. 그중에 일부는 그래도 만족하는게 컴플렉스가 워낙 컸어서 그게 해소된 것만으로도 성형이 제 할일을 다 해줬다고 생각하더라고요.

저자가 페미니즘적 관점과 시선을 가졌기 때문에 과학자로서 성형수술을 관찰해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성형수술에 대해 사회에 만연한 편견과 고정관념 같은 것들 외에 이렇게 다른 접근을 했다는 게 저는 참 좋더라고요. 성형 수술 얘기하다 도나 해러웨이 나온다니. 저는 너무 좋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저자의 이 책에 대한 인터뷰는 김혜리 기자의 팟빵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혹시 관심있다면 들어보세요! 저도 거기서 듣고 알게 되어 읽었어요.

치니 2023-03-24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전 관련 업계에서 일할 때 비슷한 생각을 했어요. 성형을 결심하는 분들이 최소한 과정을 시뮬레이션 한 영상을 본다거나 가능하다면 수술 전반적 과정을 모두 미리 볼 수 있다면 다른 결정을 할지도 모르겠다고. 대부분의 성형 시술은 뭐가 됐든 부작용 위험이 몹시 큰 수술이기 때문에 양악 이후 한참 지나도 저런 꿈을 꾼다는 부분, 완전 이해되고요. 스스로 저 정도도 감당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신중하게 접근했으면 좋겠다...늘 그런 맘이 들었어요.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사회적 객관적 평가와는 완전 별개라는 점도 동의합니다. 누가 봐도 엄청 예쁜데 만족 못하는 사람들 많이 봤어요. 근데 성형의 가장 큰 아이러니는, 주로 그런 사람들이 만족을 위해 선택하지만 성형을 하면 할 수록 점점 더 만족을 못한다는 것. 조금만 더 조금만 더......마약과 비슷한 메카니즘을 지닌 것 같아서;; 저는 오히려 거기서 일한 경험상 절대 성형이나 시술 안 할래 주의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냥 생긴대로 살고 맘이나 편하게 살자...주의. ㅎㅎ

다락방 2023-03-24 14:45   좋아요 0 | URL
치니님은 관련 업계에서 일한 후 성형하지 않겠다 생각하셨다 했잖아요. 안그래도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굳이 성형까지 했어야 했을까도 생각했거든요. 참여관찰과 인터뷰 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았나, 왜 성형을 직접 하기까지 했을까도 생각해보았는데, 분명 당사자성을 갖고 난 뒤에야 더 얻어지는 통찰이 있었던 것 같아요. 연구의 결과를 얻기 위한 직접 참여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성형은 못생긴 사람들이 할거라 짐작되지만 아주 많은 경우 이미 예쁜 사람들이 좀 더 예뻐지기 위해 선택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하고난 후에는 그러나 크게 만족을 얻지는 못하고요. 할수록 어딘가 좀 더 고쳐야 할 부분이 눈에 띄는 것 같아요.
저는 성형에 대해서 좀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편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까 좀 달라졌어요.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건 아니고 아주 많은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겠구나 하는 쪽으로 바뀐거죠.
그리고.. 정말 저도 안하고 싶어졌어요. 3천일이 지난 후에도 부작용이 생기는 악몽을 꾼다니. 그건 정말 겪고 싶지 않아요 ㅠㅠ

책읽는나무 2023-03-24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언니라는 분!
다락방님께 그런 말을 했다는 건 되려,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를 가지고 살고 있는 본인의 초조한 심정을 단박에 드러낸 것이네요. 아마도 지금도 외모 컴플렉스를 달고 살지 않을까?싶어요. 그래서 자식들에게도 쌍수를 적극 권장하고 있을지도?ㅋㅋㅋ
주변에도 보면요~ 컴플렉스가 있어서 젊었을 때, 쌍수를 했었던 사람은 딸도 쌍수를 시켜서 깜놀했습니다. 전 얼굴에 칼을 댄다는 건 넘 무섭거든요. 제 딸들이 한동안 무쌍인 것에 한탄을 했었는데, 지네 아빠는 기다려봐라! 아빠 돈 많이 벌어서 쌍수 시켜줄게! 그러면 저는 정말 짜증이 나서 어디 칼을 대냐고!! 버럭하게 되더라구요. 내가 봐도 쟤들은 왜 아빠를 닮아 무쌍일까? 좀 예쁘게 태어나지? 뭐 그런 생각을 늘 합니다만, 그렇다고 성형은 시키고 싶지 않아요. 무섭잖아요?ㅋㅋㅋ
근데 내가 성형에 넘 관대한 자였다면 그래, 방학 때 엄마 손 잡고 가자! 그랬을 것 같아요.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를 없애주는 게 주변 말들에 현혹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딸들한테 늘 니네들이 제일 예쁘네? 무쌍인데 이리 예쁘다니????? 김고은인데???ㅋㅋㅋ...그래서 요즘은 무쌍도 가장 큰 매력일 수도 있겠다며 애들이 생각을 많이 바꿨어요. ㅋㅋㅋ
그리고 성형 부작용! 그거 정말 심각하던 걸요?
제 지인은 노안으로 눈꺼풀이 심하게 처져서 쌍수를 한 케이스인데요. 후유증이 심각해서 일 년동안 눈이 가라앉질 않아ㅜㅜ
암튼 수술직후 거울 보고 넘 놀라 안나을까봐 노심초사 하면서 며칠을 울었다고~ㅜㅜ
지인은 항생제 부작용이라던데, 다락방님 글 읽으니 세균 감염이었나? 그런 생각도 듭니다.
에혀....성형에 관한 이런 이야기들은 참 슬픈 이야깁니다ㅜㅜ

다락방 2023-03-27 09:20   좋아요 1 | URL
그 언니는 외모가 아주 중요한 직업을 갖고 싶어했고 그래서 그렇게 되었거든요. 그 직업을 갖는데 사실 저의 외모는 보자마자 탈락이었을 겁니다. 그 직업을 갖는게 그 언니한테 중요했던만큼 제 외모로는 그게 불가능했다는 것도 그 언니가 알고 그랬겠지요. 그 언니가 농담으로 했다한들 그 안에 일단 저처럼 생기면 안된다는 생각은 분명히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이 책에서도 언급하지만 성형수술을 한 사람은 정말 주변에 엄청 많아요. 많이 하거나 티 나게 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보면 알 수 있기 때문에 아 저사람 했구나 싶지만, 그러나 그렇게 어색한 사람 말고 자연스럽게 된 사람은 훨씬 많다는거죠. 쌍커풀 수술은 가장 기본적인 수술인 것 같아요. 그정도는 그냥 대부분 다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저자 임소연도 거울 볼 때마다 붓기가 가라앉지 않아 되게 초조해 하더라고요. 저라도 그럴 것 같아요. 저는 수술하고난 후 낫지 않으면 어쩌나 고민하는 것도 그랬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에 관련된 악몽을 꾼다는 게 너무 무섭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식의 일들이 일어난다는 걸 인지하고 해야할 것 같아요.

이 책을 읽는 건 확실히 유익햇어요. 저는 책장에 꽂아둘 생각입니다. 훗.

감은빛 2023-03-27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도 있군요. 흥미롭네요.
그리고 그보다 더 흥미로운 건 다락방님의 이 글이구요.

저 교통사고 이후로 코 성형수술을 고민했었는데요.
결과적으로는 지속되는 후유증 때문에 수술을 포기했지만,
포기하기 전까지 정말 긴 시간 수술에 대해 많이 생각했었어요.
저는 물론 코 하나 수술한다고 당장 외모가 확 나아져 보일 정도의 얼굴도 아니지만,
사고 때문에 자꾸 거슬리는 내 얼굴을 고치고 싶다는 생각은 포기하기 힘들더라구요.

그런데 결국 포기한 건, 이 얼굴 조금 손 대봐야 어차피 티도 안 날거야 라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ㅎㅎㅎㅎ

다락방 2023-03-28 09:24   좋아요 0 | URL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성형수술을 ‘더‘ 하는 이유가 한 번 한 걸로 딱히 티나 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일겁니다. 흐음, 예뻐지려고 했는데 딱히 달라진 것 같지 않고, 그렇다면 여기를 더 해볼까, 여기를 더 해볼까.. 하게 되는거 아닐까요. 그래서 성형 중독이라는 말도 있는 것 같고요.

회복하는 동안 아주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하는 것 같아요. 다른 수술도 마찬가지잖아요. 회복하는 게 힘들잖아요. 언제 낫나, 언제 좋아지나 자꾸 걱정되고요. 그런데 그게 얼굴이라면 더 힘들것 같아요.

감은빛 님도 저도, 뭐, 안해도 여태 잘 살아왔는데 앞으로도 그냥 잘 살도록 합시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