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러니까,
어제 트윗을 통해 알라딘에서 <야쿠자의 덕질>을 사면 술잔을 굿즈로 준다는 걸 알게되었다.
이벤트는 여기로 ☞ 야쿠자의 덕질 2 출간 기념, 의형제 도자기 술잔 2종 세트 : 알라딘 (aladin.co.kr)
나는 어제도 퇴근해 집에서 소주를 마셨지만, 평소에 집에서 소주를 잘 마시기 때문에 저 소주잔에 혹했다. 물론, 저 잔 없어도 내가 소주마시는 나의 음주 라이프에 아무런 지장도 없다. 집에 소주잔 많다. 일전에 선물 받은 소주잔도 있어서 저것은 꼭 필요한 것은, 당연히, 아니다. 그러나! 저걸 가지면 재미도 있을 것 같고, 내가 쓰지 않으면 남동생에게 선물해주어도 좋을 것 같아서, 데헷, 야쿠자의 덕질? 사실 뭔지 알지도 못하고 검색해보기로 했다. 제목부터가 내 타입이 전혀, 전혀 아닌 것 같았지만, 그래도 알지도 못하면서 제목만 보고 뒤돌아서느니 어떤 책인지 보기나 하자, 했던 것. 그랬더니,
똭-
아니.. 만화..책 인거다. 읭?
나는 만화책을 안보고 조폭은 진짜 싫어한다. 조폭 영화는 안보기 땜시롱 국내 흥행한 영화는 거의 못봤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텐데, 만화책에, 무려 조폭? 내 타입이 아니구먼... 하고 술잔에게 사요나라~ 하였단 말이야?
그런데 누가 저 만화의 일부를 캡쳐해 올린 걸 보니, 저 야쿠자가 덕질하는게 케이팝.. 이라는 거다.
네??
최근에 영화 《성덕》을 무척 좋게 봤던지라 갑자기 케이팝 덕질.. 이러면서 그렇다면 1권을 볼까? 싶어져서 후다닥 1권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런데 담고보니 술잔이 안딸려와. 다시 보니 술잔은 2권을 사야 주는 거였다. 아니, 내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만화책을 두 권이나 사면서 술잔을 얻고 싶진 않아, 나 저 술잔 없어도 술 잘만 마셔.. 이러고 뒤돌아 서려고 했는데,
좀전에 친애하는 친구의 블로그에서 '얼른 2권 사야지' 하는 문장을 보게 되었고, 아니, 이 친구도 그렇다면 1권을 읽었단 말이야? 그런데 2권도 사고 싶어졌다고??????????????????? 하게 되었고, 그렇다면 큰 마음 먹고 내가 이 책 1,2권을 사자!! 이렇게 된것이다. 그래, 1,2권 사서 소주잔도 받고 다 읽은 다음에 남동생에게 너도 읽어보렴 주자, 오랜만에 만화책이니 좋아하겠지, 그래, 그러면 되는거야!! 라고 마음을 먹고 2권을 예약장바구니에 뽝- 넣었는데, 아니 저 술잔은, 해당도서 포함 만화 2만원 이상 사야 준다는 거다...
Orz
나는.. 정말 자신이 없다.
만화로 2만원 채울 자신이 없다.
야쿠자의 덕질 1,2권 합치면 10,800 원이다.
나는 만원을 더 채울 수가 없다.
그나마 저 만화 두 권이 내가 넣을 수 있는 최대치였다.
그냥 재미있어 보이는거 만원어치 더 넣을까, 싶어 만화책 똭 보는데...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왜 문학이나 여성학은 표지나 제목 보면 어떤 느낌 같은게 오지 않나. 근데 만화책은... 나를 밀어내고 있다. 나는 만원어치를 더 고를 수가 없다.
궁금하긴 한데, 야쿠자가 케이팝 덕질...
술잔아, 우리는 허락되지 않는 인연인가봐. 보내줄게.. 굿바이.
아, 위에 잠깐 영화 성덕 언급했는데, 말이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성덕 좋다!
오세연 감독이 자신에게 그리고 자신의 친구들에게 실제로 일어났던 일에 대해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오세연 감독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정준영을 좋아했고 그에 대한 덕질은 엄청나게 해서 정준영도 그리고 정준영의 다른 팬들도 오세연을 알았다고 한다. 공부 열심히 하라는 정준영의 말에 중학교때는 전교 1등도 했다고. 그렇게나 좋아했던 정준영이 성폭행범인걸 알게 됐을 때 오세연의 마음, 정준영 뿐만 아니라 승리를 비롯한 다른 남자연예인들을 덕질하다가 그들이 성범죄자로 밝혀졌을 때 그 팬들의 마음들이 이 영화 안에 담겨 있다.
나는 누군가를 그렇게 덕질할 정도로 좋아한 적이 없다. 그런식의 팬심이 없다. 소설을 그렇게나 좋아해도 어느 작가를 만나보고 싶냐고 물어보면 사실 딱히 작가를 만나고 싶다고 생각하며 살진 않앗다. 그냥 책만 잘 써주면 됐지. 애초에 내게 팬심 같은건 별로 없는 그런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에게 소위 덕질을 한다는 것, 그 덕질은 내 상상의 범위를 뛰어넘는다는 것에 놀랐다. 그것이야말로 에너지일 것이었다. 어딜 가도 따라다니고 응원해주는 그 팬들 때문에 그들은 연예인을 지속할 수 있는 거였을테다. 그래놓고, 자신의 팬 대부분이 여성들인데, 그런데 여성대상 성범죄를 저지르다니, 여성을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고 자기가 어떻게 대해도 되는 대상으로 취급하다니, 불법촬영을 하다니, 내가 느낀 괘씸함과 배신감도 어마어마한데 그 팬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물론, 숱한 팬들중에 일부는 여전히 성범죄자 연예인을 믿고, 응원하고, 기다리고 있다고도 한다. 그 마음은 내가 더 모르겠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정말이지 젊은 여성들에게 놀랐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 그리고 자신이 느꼈던 감정, 자신이 이런 성범죄자를 응원했다는 일에 대한 죄책감, 혹여라도 피해자에게 자신이 2차가해를 한것은 아닌지에 대한 염려. 이런것들을 이렇게 영화로 만들어 보여줄 수 있다니. 게다가 영화속 감독이 인터뷰하는 여성들 중에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사람들도 있지만, 자신의 얼굴을 있는 그대로 다 드러내고 인터뷰하는 여성들도 있었다. 이 다큐멘터리의 성격상 영화속 그녀들은 성범죄와 성범죄자에게 분노하고 죗값을 단단히 치르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 말들을 하면서 자신의 얼굴을 감추지 않고 드러낸다는 것도 또 얼마나 용기일까.
여성들의 애정을 먹고 살면서도 여성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남자들과,
그런 남자들을 좋아했다는 것에 대한 배신감과 죄책감에 영화를 만드는 여자들이,
동시대를 살고 있다.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다.
나는 이 영화를 엄마랑 같이 보았는데, 보면서 엄마에게 그랬다.
"엄마, 이 젊은 여성들 진짜 대단하네. 세상이 바뀐다면, 이 젊은 여성들 덕분일거야."
아..야쿠자의 덕질에서 성덕까지 얘기해버렸네.
오세연 감독님 응원합니다!!
책도 나왔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