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달아 책 샀다는 페이퍼만 쓰게 되는데 연달아 책을 샀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지난주에 온 책들은 이것들이다.
이 두권은 얼마전에 읽은 <소설보다 봄 2022>의 이주혜 단편을 읽고 사게됐다.
이 책의 실린 세 편의 단편중 나는 마지막의 이주혜 단편이 제일 좋았는데,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을 앞둔 여성의 영혼이 수술대 위에 놓인 자신의 육체를 보며 지난 날을 회상하는 기록 형식으로 되어있다. 단편 자체도 좋았지만 나는 작품 뒤의 인터뷰에서 이 작가가 궁금해졌는데, 그건 이런 부분 때문이었다.
『자두』에서 에이드리언 리치와 엘리자베스 비숍은 각각 남편과 연인의 자살 원인 제공자로 비난받지만, 숱한 오해와 비난도 그들의 영혼까지는 건드리지 못합니다. 두 사람은 끝내 고개를 들고 걸어가지요. (그게 얼마나 '쫄리는' 일인지 생각만 해도 식은땀이 흐르네요.) 이 소설의 화자 역시 끝내 고개를 들고 걸어가주길 바랐는데, 이 역시 은정의 짐을 더 부겁게 만든 게 아닐까 싶어 다시 미안해집니다. -p.144
매 단편이 끝나면 그 단편의 작가와의 인터뷰가 실려있는데 작품은 어렵지 않지만 인터뷰는 되게 어렵게 써져있다. 굳이?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렵게 내용을 파헤치려는 것 같고 이게 궁금해서 묻는건가 이렇게 물으면 지적으로 보이겠지 라는 생각으로 묻는건가 싶을만큼 인터뷰는 다 별로였는데, 여튼 이주혜 작가의 저 인터뷰 부분에서 어? 에이드리언 리치와 비숍이 그랬다고? 라는 생각이 들면서 에이드리언 리치와 엘리자베스 비숍의 저 대화 혹은 저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거다. 뭘 읽어야 저 부분에 대해 알 수 있을까? 하고 검색했다가 알게된 게 《세기의 쏘울메이트》였다. 저 책에 에이드리언 리치가 실린거다. 오오, 그렇다면 그녀의 소울메이트는 엘리자베스 비숍? 하고 목차를 보았지만, 아니었... 흐음.. 그래도 궁금하고 어떤 식의 언급이 잇을지도 모르니까 일단 사자! 하고는 샀고,
확실히 그 부분이 나올것 같은 책, 《자두》도 그게 궁금해서 샀다. 에이드리언 리치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 책이라니. 읽어봐야지, 하고 샀는데, 아니 이게 뭣이여, 책의 시작에 바로 에이드리언 리치와 엘리자베스 비숍의 저 일화가 나오는데, 소설 속에서 작가는 자신이 번역한 에이드리언 리치의 책에 실려있다고 말하는거다.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소설이니까, '에이드리언 리치의 책을 번역한' 것이 사실인지 소설적 설정인지를 모르겠는거다. 게다가 그 책은 《우리 죽은자들이 깨어날 때》라는게 아닌가! 뭐라고요? 아니, 이거봐봐, 이거 생각을 잘해보자.
이미 존재하는 책의 번역을 자신이 했다는 것을 알리면서 파생되는 이야기인건가 혹은
자신이 번역하지 않았지만 소설적 이야기의 흐름상 자신이 번역했다고 설정한 것인가, 그렇다면 그것은 원번역자의 허락을 받은것인가
너무 궁금해지지 않나. 그래서 나는 내 책장에 이미 있는, 당당하게 다정한 알라디너로부터 선물 받아 이미 갖추어둔!!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를 얼른 가서 꺼내온다. 어디있는지 내가 이미 알고 있었지. 그래서 딱 꺼내가지고 역자의 이름을 본것이다.
아아, 여러분 이 책은 이주혜가 번역을 했습니다. 한겁니다. 와 맙소사. 찐번역자가 이 책을 번역하다가 에이드리언 리치와 엘리자베스 비숍의 일화로부터 영향을 받아 《자두》를 탄생시킨 것이다!!! 내가 내리 자두를 바로 그 자리에서 다 읽었는데(분량 적음) 저 일화로부터 영감을 받은 소설임이 너무 확실한 것이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진짜 너무 좋지 않나. 그러니까 우리보다 먼저 살아온 한 여성이 다른 여성과 함께 감정을 교류하고 그걸 지금 여기의 여성이 읽고 영감을 받아 그런 식의 이야기를 재탄생 시키고... 크- 멋짐 뽕이 우러러나온다.
내가 항상 이래서! 여성들이 더 많이 말해야 한다고 하는거다. 알쓸신잡에 남자들만 우르르 나올 때 빡쳤던 지점이 그거였다. (나는 안봤음) 거기에서 남자들만 잔뜩 말을 하면, 그 다음 인용될 말들도 그 남자들의 말일 터였다. 여성들의 말이 인용되게 하려면 여성들이 말하는 걸 먼저 들어야 하는데 애초에 그게 차단되어 버리면 뭐 어쩌라는거임? 그러면서 역시 지식인은 남성이 많아.. 이렇게 될 거 아녀. 대환장 지점이지. 에이드리언 리치의 책을 번역하고 자신의 소설을 써낸 이주혜, 그 사연이 담긴 자두, 좋습니다. 좋아요! 그러자, 세기의 소울메이트 저 책을 굳이 안읽어도 될 것 같은 느낌적 느낌.. 이 들어버렸...... 헤헷..
《반딧불이의 무덤》,《그때 미국에 가지 말걸 그랬어》,《투 미닛 룰》,《어둠의 속도》는 알라디너 들의 글이나 트윗에서 보고 장바구니에 넣고 휙휙 결제해버렸는데, 절박하게 사고싶은 마음이 들어 얼른 결제하고 나면, 박스를 뜯은 후에 '그렇게 절실하게 사야했나.. ' 싶어진다. 왜냐하면 이제 진짜 책을 놓을 공간이 없어서... 그래서,
독립하고자 한다!
책을 둘 곳이 없다면 어떻게 하면 된다?
집을 사자!!!!!
당장 내일이나 모레 독립은 안되겠지만 여하튼 내년 안에는 나가야지. 거실에 책장 사두고 책 다 꽂아야지.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거실 책장 이런거 네이버에 검색해보고 그러고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거 말고는 구체적인 계획이 전혀 없다는 것은 함정이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그렇다.
아무튼 오늘부터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열심히 읽어 주말이 오기전에 끝내버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