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타카' 는 마을에 쳐들어 온 재앙신 멧돼지를 죽이게 된다. 마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함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재앙신의 저주에 걸린다. 팔에 커다란 상처가 났고 그 상처가 커지며 결국은 죽게 될 것이라는 것. 마을의 무녀는 서쪽 마을에 무슨 일이 생긴것 같고 거기에 가서 사슴신을 만나면 저주를 풀 수 있을지도 모르니 길을 떠나라 한다. 아시타카는 그렇게 길을 떠난다.
아시카타가 서쪽의 사슴신을 만나러 가면서 만나게 된 부족들은 철을 만들면서 숲과 반목하고 있었다. 숲을 파괴하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과 맞서려는 숲의 짐승들의 중간에서 아시타카는 숲과 인간이 함께 살 수 없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하지만 인간은 사슴신을 죽이려 하고 숲의 멧돼지들과 들개들은 그런 인간을 죽이려고 한다. 아시타카는 어릴 적에 들개에게 버려져 자신을 들개인 줄 알고 살아온 원령공주 '산'을 만나게 되는데, 산은 인간을 증오하여 아시타카 역시 죽이려 하였지만, 사슴신이 아시타카를 살려주는 걸 보고 자신 역시 아시타카를 살려주기로 한다. 그리고 그들은 함께 사슴신의 잘린 목을 찾아주고 서로에게 정이 든다. 생명과 죽음의 신 사슴신은 아시타카의 저주를 풀어주고 죽어버렸던 자연도 다시 살아나면서 나는 산과 아시타카가 그렇다면 이제 어떤 삶을 살게 될까 궁금했다. 이둘이 친해지고 그들 사이에 우정이든 그리고 사랑이든 싹텄다면, 그들은 당연하게 함께 살기를 원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건 산이 있는 숲이어야 할까 아시타카가 있는 인간들의 마을이어야 할까?
모든 일을 해결하고 이제 영화의 마지막, 산은 아시타카에게 말한다.
"난 너를 좋아하지만 인간을 용서할 순 없어."
아시타카는 그런 산에게 말한다. 나는 나의 마을에 돌아가서 살고 너는 너의 숲에서 살아. 내가 널 만나러 갈게.
나는 이 결말이 진짜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이 애니보다 먼저 봤던 <귀를 기울이면>보다 훨씬 좋았다. 귀를 기울이면에서도 주인공들은 중학교 3학년이었는데, 할아버지와 우정을 나누는 걸 그려내다가 결국 중학생들이 '우리 크면 결혼하자'고 끝을 맺었더랬다. 숱한 영화에서 봤던 흔한 장면이고 아마 또래의 관객들도 그런 결말을 원했을런지 모르겠다. 그런데 <모노노케 히메> 에서는 여성들도 싸울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말하고 인간 부족을 이끄는 여성 우두머리가 나오며 남자들은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는 대사가 나오더니, 급기야 결말에서는 너는 너 좋은대로 살고 나는 나 좋은대로 살고 그렇게 각자 살면서 보고플 때 만나자고 하는거다. 와. 아니, 하야오 할아버지, 어떻게 이렇게 세상을 보는 방식이 급격하게 진보하셨지요? 분명 <귀를 기울이면> 이 더 과거일 터. 이들 사이에 시간 차는 얼마나 날까? 찾아보았는데, 얼라리여~ 귀를 기울이면은 1995년 모노노케 히메 는 1997년, 고작 2년의 시간이 그들 사이에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내용의 세련됨에서 차이가 클까? 아무튼 결말이 진짜 짱 마음에 들었다. 너무 좋지 않나. 각자의 행복을 찾아 살아가다가 보고프면 만나는 삶. 너무 좋잖아? 어떻게 이걸 십대의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나. 너무 근사하다 진짜.
오류 정정:
<귀를 기울이면>은 감독-콘도 요시후미, 원작-히라기 아오이
<모노노케 히메>는 감독-미야자키 하야오, 원작-미야자키 하야오
비밀댓글 님이 알려주셔서 정정합니다.
2년간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 게 아니라 아예 다른 감독들이었던 것임에...
잘못된 정보를 적어 죄송합니다 여러분...
꾸벅.
그러고보면 나는 내가 추구하는 바가 그래서인지 이런 결말을 좋아했다. 영화 <라라랜드> 에서도 그래서 그 연인은 행복하게 함께 살았습니다, 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길은 지금 니 옆에 있지 않고 저 멀리 있네, 라고 말하고 상대는 무조건 너 따라갈거야 너 아니면 나 죽어, 하는게 아니라, 그래 너의 살 길을 찾아 떠나렴, 하는 그 결말이 너무 좋았더랬다. 내가 그런걸 좋아하는 걸 평소에 너무 티내고 살았는지, 라라랜드를 보고 내 친구 한 명은 계속 내 생각이 난다고 말했더랬다.
<노멀 피플>이 좋았던 것도 그래서였다. 돌고 돌아 결국은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좋은 상대이고 다른 사람들하고는 이렇게까지 좋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러면서도 '그것이 너가 하고 싶은거라면 다녀와' 라고 말해줄 수 있는 것, 어쩌면 지금 보내면 다시 못보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보내주는 게 너무 좋았던거다. 아, 진짜 이런 결말 아름답지 않나요. 물론 서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행복하게 살면 좋겠지만, 세상일은 그렇게 막 뜻대로 되는게 아니니까요... 흠흠.
아름다운 결말의 영화였다. 넘나 내 타입..
얼마전에 <문명특급> 에 탕웨이와 박해일이 출연할 걸 보았다. 아직 영화 <헤어질 결심>을 보기전인데, 호스트인 '재재'는 설문조사를 했다며,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되는 이유'에 대해 들려주었다. 역순으로 불러주며 1위가 무얼지 맞혀보라는 거였는데, 탕웨이와 박해일은 곰곰 생각해보고 있었고, 나는 5위부터 2위까지 그게 안나오길래 단번에 1위를 알아맞힐 수 있었다.
그건 바로바로~~ '먹는게 꼴보기 싫을 때' 였다.
아니, 이건 진짜 누구나 다 그런거 아닌가요?
나는 정말 이래서 헤어진 적이 있다. 헤어져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가 상대의 먹는 모습인 적이 있었다. 와 진짜 세상 꼴보기 싫은거다. 디테일하게 무엇이 싫었느냐하면 먹을거 보고 덤벼드는 식탐부터 쩝쩝대는 거 스파게티 면치기 하는거 밥 먹으면서 입벌리는거 등등인데, 그전에는 이런게 보이지 않다가 한 번 똭- 보이기 시작하고서부터 와 그 다음부터는 진짜 더 참을 수가 없는거다. 너무 꼴비기 싫어.. 이건 어떻게 안고 갈 수가 없는 문제였다. 안된다, 이건 안돼. 와 먹는 거 꼴보기 싫어지니까 말도 하기 싫어지고 같이 있는 시간을 견디는 게 너무 싫고, 내가 나를 아무리 달래려고 해도 달래지지가 않았던 그런... 휴...........
아무튼 그렇다.
조만간 헤어질 결심 보러 가야지, 생각만 하면서 너무 귀찮아서 안보고 있네 ㅎㅎ 탕웨이 넘나 좋아서 보고 싶은데. 탕웨이 텃밭 있다고 한다. 나는 얼마전에 방울토마토 심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그렇다는 거다.
어제 모노노케 히메 다 보았다는 나의 톡에 조카는 얼른 전화를 걸어왔다. 영화에 대한 수다를 한껏 떨고 그리고 나에게 다음에는 뭘 보라고 또 막 일러주고 그러면서 이것저것 다양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아니 글쎄 나의 조카가 제주도 한달 살기를 언젠가 해보고 싶다는 거다. 그래서 응 그래? 했더니,
"이모 그 때 나랑 같이 살래?"
이래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또 좋아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히죽히죽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그래, 다 살자 다 살어. 제주도든 일본이든 그게 어디든 다 살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바쁘다. 여성주의 책도 읽어야 되고 영어 원서도 읽어야 되고 내가 좋아하는 소설도 읽어야 되는데 조카가 추천하는 애니까지 보려니 진짜 몸이 이천개라도 모자랄 판. 아아, 신이여, 저에게 48시간을 허락하소서....
아 사고싶은 책들을 쳐다보고만 있
는건 아니고... 여튼 또 사고 싶은 책들이 생겼다.
그 몽테뉴 말입니다.. 지금 당장 읽을 것도 아닌데 왜 사고 싶지요?
이런 책들도...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