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한 위의 두 책 모두 책의 분류에 들어가보면 '자서전'이라고 써있는 게 아니라 '에세이' 라고 되어있다. 배구의 신 김연경의 에세이, 미국의 전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에세이. 미셸 오바마의 [비커밍]은 이미 사두었는데(아직 읽지 않았다) 오바마의 책과 나란히 꽂아두면 예쁠 것 같다. 나는 책을 왜 사는가... 여튼 나는 위의 두 인물의 자서전을 사야겠다고 결심했다. 뭐 책 사는데 그렇게 큰 결심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김연경도 오바마도 아직 젊고 그러므로 앞으로 더 얼마나 큰 사람이 될지는 알 수 없다. 아마 앞으로 할 일도 많을 것이고 또 지금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 되어잇을 확률도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자서전은 그러니 그 뒤에 나와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딱 여기까지 살아오면서 생각햇던 것을 쓰는 에세이라는 게 더 적절한 분류일테다.
자서전이라고 생각하면 내가 지금 이나이에 나에 대한 자서전을 쓸 때 무엇을 쓸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나는 쓸게 없었다. 어쩌면 별볼일 없는 연애에 대해서 조금 쓰고, 알라딘에 글을 썼던 것에 대해 일부 쓰고, 회사를 오래 다니는 성실함에 대해 쓸 수 있을까. 그러나 이 모든게 다른 사람들보다 더 특별히 훌륭한 것도 없다. 바로 좀전만 해도 친구들과의 단톡방에서 첫연애의 병신스러움에 대해 얘기했는 걸. 경험치가 있으면 감각을 새길 수 있고 감각이 있으면 그 다음 연애가 더 쉬워지는 건 확실하다, 얘기 하면서 친구1과 나는 내 첫연애는 병신 같았어 내 첫연애는 개박살이었지 같은 얘기 했으니까. 내 첫연애는 내 인생에서 통째로 들어내버리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안다. 그게 내 인생에 없길 바라지만, 그 연애 없는 나를 원하지만, 그 연애가 지금의 나를 만드는데 일조했음도 맞다.
오늘 배구 동메달전을 응원하며 보았고, 그 순간 '배구본다'고 말함으로써, 굳이 '여자배구 본다'고 하지 않아도 내가 보는게 어떤 배구인지 누구나 다 안다는 것에서 일종의 짜릿함을 느꼈다. 이것이 바로 디폴트의 기분인가, 그리고 이것을 우리의 올림픽 국가대표팀이 느끼게 해주었구나! 경기가 끝나고나서 김연경은 상대팀 선수들과도 사이좋게 인사를 나누었다. 다른 경기에서도 심판들과 또 상대팀 코치들과 인사나누는 거 보면서 와, 저 사람은 정말 엄청난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자기 스스로도 능력이 대단한 사람이지만, 그렇게 능력이 대단한 사람으로서 세계적으로 또 다른 능력이 대단한 사람들과 나란히 서서 인사를 하고 안부를 주고받고 친목을 나누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저 사람은 앞으로 어떤 길을 갈까 궁금해지지 않을 수가 없는 거다. 너무 대단하지 않은가. 어떤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면서 저 사람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까, 궁금해지는 지점이 너무 좋다.
휴가동안 안산에 가 여동생 가족들과 2박3일을 보냈다. 우리 모두는 다같이 제이슨 스태덤이 주연한 영화 [메가로돈]을 보았다. 우리 이미 모두 한번씩 본 영화였지만 어쩌다 그 얘기가 나왔고 나는 '이모 그 아저씨 좋아해!' 해서 다같이 다시 보게 되었는데 참 좋은 시간이었다. 조카들과 나란히 앉아 같은 영화를 보고 놀란다는 것. 아 너무 행복해. 여튼,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영화속에서는 잠수함을 조종하는 사람도 해양생물학자도 모두 여성이다. 중요한 자리에 여성들이 있어서 그걸 보는 것도 좋았는데, 큰 회사가 투자한 커다란 잠수함에서 해양생물학을 연구하는 박사는 홀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그 아이도 엄마를 따라 그 잠수함에서 내내 머무른다. 늘 만나는 사람들이 엄마처럼 해양생물학자이고, 잠수함에서 창문밖으로 고래들을 보는 삶을 그 어린 아이가 산다.
문득 저 아이는 자라서 어떤 삶을 살까? 궁금해졌다. 해양생물학자인 엄마와 어릴 때부터 잠수함에서 바다 생물을 보면서 살던 저 아이는, 어떤 아이가 될까? 너무 궁금해지는 거다. 이렇게 궁금해지는 지점, 누군가의 미래가 기대되는 지점들이 나는 너무 좋다.
오바마에 대해서도 그렇다. 오바마 자서전에 대해서 그동안에는 큰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어제 호캉스 하면서 텔레비젼 채널 돌리다가 오바마 인터뷰를 보게 됐다. 인터뷰에서 오바마는 자신이 대통령 선거 유세를 다니는 동안 아내와 아이들이 보고 싶어서 힘들었지만, 아내가 홀로 육아를 감당하는 삶은 더 힘들었다는 것을 안다고 얘기했다. 부끄럽게도 한국 미국 모두 가사노동에 있어서 여성차별이 존재한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고, 그 환경을 바꿔야 한다고 얘기하는 거다. 와, 저래서 대통령인건가 싶었다.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사람도 한국과 미국의 여성차별을 인지하고 있는데, 왜 때문에 한국의 남자들은 역차별을 얘기하는가. 집에서 엄마가 해주는 밥 먹고 게임이나 하면서 악성 댓글이나 달고, 자기 안만나준다고 징징대고, 만나면 또 지뜻대로 안된다고 폭력을 휘두르고, 자기 노력으로 메달 따는 선수의 메달을 박탈해야 한다고 댓글이나 써제끼고, 그러면서 외신에 이 일이 보도되자 한국의 페미니스트들 나쁘다는 거 소문 났다고 지들끼리 낄낄대면서 영어 못하는 거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부끄럽기 짝이 없다. 오바마는 아는데 한국의 '일부' 남성들이 모르는 그것, 그게 바로 여성차별이고, 그걸 인지하고 못하느냐에 따라 백수 찌질이가 되느냐 대통령이 되느냐로 갈리는 것 같다. 물론 트럼프 같은 사람도 대통령이 됐고 대한민국에서도 그런 대통령이 나올지도 모르지만...
호캉스하던 친구와 그런 얘길 했다. '나도 차별 받았어. 국민학교때 우유당번 했단 말이야' 라고 징징댈 수 있는 삶, 내가 기억하는 차별이 우유당번인 삶은 어떤 것일까, 에 대해서. 친구는 웃음을 멈출 줄 몰랐다.
"너 그런 삶 상상해본 적 있어? 차별당한 거 떠올리려면 우유당번이었던, 그런 삶.. 그런 삶은 어떤 삶일까?"
인생에 있어서 떠올릴 차별이 우유당번인 삶, 정말 기차게 쭉쭉 뻗어가는 삶이다. 인생의 고통이 우유당번... 네.........
오바마는 안다. 자신이 힘들었다는 걸 알지만, 내가 힘든 시간에 다른 사람들도 힘들었다는 걸 안다. 내가 이렇게 살지만 다른 사람들은 다른 삶을 산다는 걸 알더라. 자신이 피해 당사자가 아니어도 다른 피해자의 삶을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이라니, 그 사람의 에세이를 읽어보고 싶어졌다. 내 기분대로 안된다고 폭탄을 제조하고 스토킹하고 칼로 찌르고 염산을 뿌리고 불법촬영하고 성희롱 댓글을 다는 사람이 아니라, 이 나라엔 차별이 존재하고 누군가가 어딘가에서 끊임없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의 이야기를 읽어보고 싶다. 또한 그 사람의 그동안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사람이 앞으로 써나갈 이야기도 궁금하다. 나는 앞으로의 이야기가 더 긍정적인 사람에 대해 늘 호감을 가지게 된다. 앞으로의 이야기가 긍정적이려면 지금 역시 바른 가치관을 가지려고 노력하며 성실해야 한다는 것은 전제조건이다.
휴가 기간동안 책을 많이 읽지는 못햇는데 그러면서 왜이렇게 사고 싶은 책은 많은 건지 모르겠다. 으휴.. 인간.. 아니, 으휴.. 나...
아 얼마전에 친애하는 알라디너 님이 다락방 똑똑하다고 페이퍼를 써줬는데, 나는 그 글을 다른 사람들이 더 많이 읽고 알아야 할텐데 초조했더랬다. 그런데 토요일에 똭- 알라딘 뉴스레터에서 뿌려줘서 매우 흡족했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로 이 글 --> https://blog.aladin.co.kr/jyang0202/12832559
아오 휴가 이제 끝나서 오늘 아침부터 우울했다. 릴렉스 릴렉스 릴렉스..
아무튼 나중에 자서전에 쓸 거 많은 삶을 살도록 하겠다.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