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픽업 아티스트'라는 타이틀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아마 여전히 이 명칭이 생소한 사람도 있을텐데, 쉽게 말하면 '여자를 유혹하는 기술을 가진 전문가' 쯤이 되겠다. 이런 직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는데, 이 기술로 책도 쓰고 먹고 살더라. 사이트도 운영하고 상담도 하는 모양이었다. 이 방면의 전문가는 자신이 사귄(이었나 만났다는 거였나) 여자가 몇백명이라고 말하던데, 내가 사귄 혹은 접근했던 이성이 몇십명 혹은 몇백명이라는 것이 정말 자랑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하는걸까? 너무 머리 텅텅 빈 소리 아닌가? 아무도 진득하니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하지 않았다는 뜻이잖아?
내 여자사람친구 한 명도 일전에 그런 얘길 했었다. 자신이 잠깐 사귀었던 남자가 자기에게 '나 사귄 여자 삼십명 넘어' 라고 했다고....
네?
이런 기술을 쓰는 사람들이 쓴 책중에 한 페이지를 가져와보겠다. 국내작이다.
그들은 자기들 스스로를 연애코치라고 부르고 있나보다. 연애코치라니. 볼링공 드립 여성에게 했다가 볼링공으로 대가리 깨지는 수가 있다. 운 좋으면 대가리지 운나쁘면 불알에 볼링공 던져 버리는 수도 있다. 닥쳐라.
책을 읽었다. 시카고대학에서 고전학을 공부하고 프린스턴대학에서 고전학 박사학위를 받은 '도나 저커버그'의 글이었다. 도나 저커버그는 아주 많은 남성들이 여성을 혐오하고 여성에 대한 폭력을 가하면서 고전을 그 근거로 대는 것이 너무 못마땅한 나머지, 이 책을 써냈다.
물론 우리가 익히 아는 고전들에 여성혐오적인 면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가져오느냐는 가져오는 사람들의 몫일거다. 선진국이라고 알려진 -그러니까 나는 항상 세계 최고의 선진국인줄 알았지- 그 미국에서도 오 신이시여, 여성을 혐오하는 사이트가 따로 있었다. 우리 나라로 치자면 일베쯤 되는걸까. 좀 결이 다른것도 같은데, 그래도 소라넷 까지는 아닌 것 같고..
어릴적부터 나는 미국이란 나라를 동경했었다. 그곳은 자유가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고 그곳은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었다. 사람들이 덜멍청하고 더 매너있는 곳이 미국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한 해 한 해, 삶이란 걸 살아보면서 거기도 특별할 거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뽑힌 대통령 때문이기도 했고 인종차별이기도 했고 강간에 대한 대응때문이기도 했다. 도나 저커버그의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 나라나 이 나라나 남자들이 여성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데 별다를 바 없다는 걸 알게 됐는데, 사실 그다지 놀랍지도 않다.
나는 테크놀로지 산업에 종사하는 매우 많은 사람을 알고 있기에 세계를 연결하고 커뮤니티를 만드는 기술의 힘에 대해서도 들은 바가
있다. 유사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연결되는가운데 증오와 편견을 기반으로 강력한 커뮤니티 몇 군데가 결속되는 일은 불가피할
것이다. 이 책에서 연구하고자 하는 커뮤니티는 이에 대한 매우 완벽한 예시라 할 만하다. 소셜미디어는 정보의 전례 없는 민주화를
이끌어냈지만, 한편으로는 반페미니스트적 관념을 가진 남성들이 그들의 관점을 그 어느 때보다널리 퍼뜨릴 수 있게도 해주었다. 그들이
음모론, 거짓말, 잘못된 정보 들을 함께 유포한 것은 물론이다. 소셜미디어는 여성혐오를 완전히 새로운 수준의 폭력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디지털 은둔자를 자처하는 이들이 아니라면 온라인에서이런 남성들을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그럴 때 그들이
자신의타깃을 공격하기 위해서 쓰는 전략을 미리 알고 이에 맞설 준비를 할 수 있다면,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충격이나 그로 인한
트라우마가 덜할 것이다. 그들이 구사하는 전략에는 앞에서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자신들의 주장에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 그리스와
로마의 고전을 차용하는 방식도 포함된다.- P16
너네도 너네끼리 그룹을 지어 여성을 혐오하고 차별하는구나, 그러는구나, 하는데, 아아, 이 미국에도 픽업 아티스트가 있었다. 아, 세상은 어찌 돌아가는 것인가. 네 가슴 볼링공 운운하는 덜떨어진 말을 유혹의 기술이라 펼치는 인간들이, 아아, 대한민국에만 있는게 아니었어. 오..
페미니스트 섹스 작가인 클라리시 손은 《픽업 아티스트추적자의 고백: 악명 높은 이와의 긴 인터뷰》에서, 픽업 아티스트를 다음의 여섯 가지 범주로 분류한다.
(1) 애널리스트, 섹스와 젠더에 대한 이해를 돕는 유혹의 기술을 쓴다.
(2) 얼간이 또는 괴짜. 한 번도 데이트를 해보지 못한 수줍고 어색한 사람.
(3) 히더니스트. 가능한 한 많은 섹스를 하고자 하는 사람.
(4) 리더. 다른 남자들을 가르치고 싶은 커뮤니티 조직원.
(5) 샤크. 커뮤니티를 통해 수익을 도모하고자 하는 사람.
(6) 다스 베이더. ‘여성에 대한 원한과 경멸, 불신을 가지고있는 여성혐오자.- P168
지들끼리 책도 내고 기술 공유하고 전문가 되고.. 그러고 있었던 거다. 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남자들아, 도대체 뭐가 문제인거야?
남자들이 여자를 유혹하려는 목적은 무엇일까. 남자들이 여자들을 꼬시고 섹스를 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거기에는 여성을 제멋대로 통제하고 싶어서라는 이유도 있을 것이고, 단순히 섹스로 쾌락을 느끼고 싶어서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모든 남자가 다 그런 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이들은 간혹가다 진정으로 다른 사람과 교류하고 싶고 교감을 느끼고 싶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모든 유혹의 기술을 공유하고 섹스를 많이 하고 싶어하는 데에는 기본적으로 저들끼리, 남자들 사회에서 그 무리에 끼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게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어제도 친구랑 얘기한건데, 이 세상에 이성애가 존재하는 이유도 결국은 남자들이 남자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닌가 싶다. 이거봐 내가 이런 여자를 만났어, 이거봐 내가 여자 몇 명이랑 섹스했어. 그래서 어떤 일이 벌어지냐면, 남자들은 자신들이 섹스한 영상을 찍어 남자들끼리 돌려보기도 하고, 자기와 섹스한 여자를 다른 남자들과 공유하기도 한다. 순전히 남자들과의 교류를 위해 여자들을 인간 취급 안하고 성적 대상으로만 보며 물화시키는 것. 명목상 여자를 한 번도 사귀어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여성 꼬시기 기술이라고 하지만, 그러나 픽업 아티스트들이 나아가는 방향은 성폭력이고 강간이다.
그가 픽업 커뮤니티의 유일한 강간범은 아니다. 《픽업 아티스트 추적자의 고백》에서, 작가 클라리시손은 웹사이트 ‘패스트 시덕션
Fast Seduction’ 포럼에서 의문의 여지없이 강간으로 봐야 하는 사건을 담은 ‘보고서’의 내용을 묘사한다. 2015년 샌디에이고에 사는 세 명의 픽업 아티스트 -알렉스 스미스, 요나스 딕, 제이슨 베를린은 강간 혐의로 고발당했다.
스미스는 법정에서 유죄를 선고받았고, 나머지 둘은 유죄를 시인했다. 이들은 픽업 아티스트 포럼인 ‘리얼 소셜 다이내믹 Real
Social Dynamics‘의 이용자로 ‘트레인 게임train game’ 전문가였다. 트레인 게임이란 한 명의 남성이 어떤
여성과 섹스를하고 나면, 그 남성의 친구가 여성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강간하는 것을 일컫는다. 스미스는 포럼에서 "(트레인 게임의
대상이 되면) 여성은 대체로 놀란다. (…) 친구가 와서 여성에게 뭔가를 시도하여 흥분을 고조시키고 나면 그가 내려오고 다른
친구가 행위를 계속 이어가는 것이다. 그와 요나스 딕은 이피션픽업Efficient Pickup 이라는 회사의 데이트 코치로
일했다. 변명하는 이들이 말하듯 이들이 시도하는 작업의 요점이 남성에게 여성과 숙련된 관계를 맺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었다면, 강간은 필요치 않았을 것이다. 오비디우스와 오늘날의 픽업아티스트들 모두에게서 발견되는 이 무신경한 태도는 그들이 무엇이라고 말하든지 간에, 그들이 창작해낸 텍스트의 목적이 남성들이 여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이들은 남성의 욕망이 여성이 선언한 경계보다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가르친다. 여성이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무엇을 원하고,
동의하는지 여부는 그들에게 중요치 않다.- P232~233
도대체 남자들아, 무슨 짓을 하고 사는거니.
인상적인 건 덴마크였다. 유명한 픽업 아티스트인 발리자데가 덴마크의 여성들을 유혹하는 데 실패한다. 왜? 그 여성들은 굳이 남자들에게 잘 보일 필요도 없고 남자들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복지가 좋은 나라에서 자신의 삶을 편하게 살고 있었기 때문에 남자에 대한 의존성이 없었던 것.
덴마크 여성을 유혹하려다 실패한 발리자데의 경험은 유혹의 기술이 사회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여성이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을 때 잘
작동한다는 사실을 입증한다.2011년 출간된 《덴마크에서는 뱅 하지 마라》를 보면, 처음에 그는 덴마크의 훌륭한
사회복지제도를 찬양하는 것처럼 보인다. "덴마크 사람들은 공공 의료 서비스나 대학 무상교육이 없는 현실을 모른다.
그들은
거지가 되거나 영원히 실직 상태에 처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없다. 정부는 부드러운 손길로 추락하는 모두를 받쳐준다." 그는 또
이렇게 말한다. "미국은 돈을 가진 자들에게 훌륭한 나라지만, 덴마크는 모두에게 훌륭한 나라다. 그가 말하는 ‘모두‘에서
덴마크 여성과 잠자리를 가질 목적으로 이 나라에 건너온 섹스 관광객은 제외된다.
덴마크 여성들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유혹의 기술에 잘넘어가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들이 남성으로부터 어떤 종류의도움도 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천 년 동안, 여성들은 편안한 삶(혹은 그저 생존하기 위해)을 보장하고 강력한 재정적 자원을 보유한 남성과 결혼할 방법을
찾았으나, 덴마크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덴마크 여성은 남자를 찾을 필요가 없다. 데이트에 성공하든 아니든 정부가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를 돌봐주기 때문이다. 그녀가 죽을 때까지 싱글로 살아간다고 해서 삶의 질은 나빠지지 않는다. 덴마크 법에 의하면 고양이가
그녀의 재산을 물려받게 될 것이다. 발리자데의 의사 진화심리학을 탈선하게 만드는 경제적평등의 결과로, 덴마크 여성들은 "남성을
유혹할 만한 외양이나 스타일로 자신을 꾸미고 싶어 하지 않는다." 게다가 덴마크는 "매우 페미니즘적인 나라다. 여성들은 자신이
남성과 동등하거나 우월하다고 생각하며, 알파 남성성을 전시하는 이들을 거세하고 싶어 한다." 발리자데는 덴마크 여성의 외모에특히나
불만을 표하며, 가장 매력적인 덴마크 여성은 모델이 되거나 매춘을 하면서 자신의 외모를 자원화한다고 언급한다. 혹자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그들은 보지와 의견을 함께 가지고 있다. 덴마크 여자는 내가 만나본 전 세계 여자들 가운데에서 가장 여성스럽지
않고 남성적인 로봇들이다." 덴마크 여성을 겨냥하려는 노력이 실패로 돌아간 나머지, 그는 여성들을모욕하는 대신 좋은 점을
찾아보려고 한다. "나는 덴마크 여성에게 적개심을 너무 많이 가진 나머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만들기 위해 그들 가운데 많은
수를 파괴하고자 했다.
덴마크의 사회주의적인 복지 서비스는 여성들이 굳이 스스로를 매력적으로 보이게끔 만들지 않고, 이들이 섹스 관광을 목적으로 하는
이들과 가까워지지 않게끔 만든다. 발리자데에 따르면 덴마크 여성들은 미국 여성들과 기질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비슷하다. 이러한
평가는 심각한 모욕감을 주기 위해 의도된 표현이다. 그러나 덴마크 여성들과 달리 미국 여성들은 남성들로부터 경제적인 지원과
감정적인 인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게임에 걸려들게 된다. 가부장적인 사회일수록 유혹의 기술이 잘 먹힌다. 이는 진보한 사회에서
남녀 간의 게임이 더 필요하다는 픽업 아티스트의 이데올로기와 모순되는 듯 보이기도 한다.
발리자데는 무심결에 덴마크를 유토피아로 묘사하면서,
오비디우스의
작품을 포함해 다른 유혹의 매뉴얼들 뒤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도 폭로한다. 유혹의 매뉴얼들은 여성과 남성 사이의 경기장을 평평하게
만든다고 주장하는데, 픽업 아티스트는 사실상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에서 왕성하게 활동한다. 픽업아티스트 가이드는 남성들에게 자신의
사회적 우위를 이용해여성에게서 성적인 이득을 취하라고 가르친다. -p.236-237
한국에서 여자들이 탈코르셋을 하며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남성 드로즈를 찾아 입고 화장을 하지 않고 날씬한 몸매를 위해 애쓰지 않는 것들에 남자들이 혐오감 담은 댓글을 다는 일들을 더러 보게 된다. 그들은 페미니스트를 욕할 때 남자한테 사랑을 받지 못하니까 저런 행동을 하는 거라고, 그래서 페미니스트가 되는 거라고 공격하지만, 역설적으로 남성한테 사랑을 받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것에 괘씸함을 느끼기 때문에 화를 내는 것이 분명하다. 왜? 왜 나한테 잘보이려고 노력하지 않아? 그건 여자가 할 일이 아닌데. 여자는 남자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 꾸며야 되는데, 매일 운동하고 피부를 가꾸어야지, 그게 자기관리야, 나는 자기 관리 하는 여자가 좋아. 자기 관리란 무엇인가. 남자들이 말하는 자기 관리는 결국 남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꾸밈이 아니던가.
도나 저커버그가 이 책을 쓰고자 했던 이유도 그리고 하나하나 낱낱이 분석한 것도 도나 저커버그에게 또 고전을 공부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힘이 되었을 것이고 의미 있는 것이었을 테지만, 이 책을 읽는 나에게는 딱히 특별할 게 없는 책이었다. 여기에도 모지리들이 충분히 넘쳐나고 지들끼리 그룹을 지어서 혐오하고 차별하고 배제하고 악을 써대는데, 내가 굳이 저 세계에도 이런 놈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 뭐하나 싶다. 여성을 사귀고 싶은데 사귀지 못한 열등감에 더 모지리들이 되어가는 걸 뭐 또 알아야 되나.. 입으로 똥싸는 남자들이 저기에도 있다는 걸 책 한 권을 통해 또 아는 것이 내게는 딱히 기분 좋은 경험은 아니었다. 이 책 읽는다고 뭔가 새롭게 의지를 다지게 되는 것도 아니고 좋았어 더 열심히 페미니스트가 되겠어 하게 되는 것도 아니었고, 그냥 어휴 여기에 있는 병신들이 저기에도 있구나..하는게 전부였다.
그동안 살면서 깨달은 게 있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야' 라고 자꾸 말하는 사람은 바로 그 사람으로부터 가장 먼 거리에 있다는 것. 나는 객관적이고 나는 논리적이야, 나처럼 너도 논리적이 되어봐, 이성적이 되어봐, 나처럼 팩트 가져와, 하는 인간들이야말로 논리와 객관으로부터 가장 먼 곳에 있다는 것. 너무 멍청해서 듣는 내가 다 부끄러울 정도인데 자기는 자기의 멍청함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나는 ‘분노로 인해‘ 이런 진지한 조언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여자 친척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기 전 내 승인을 얻는다면 더
나은 내일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굳은 신념으로 주장하는 것이다. 그들은 분명 좋아하지 않겠지만, 나는 남자고 그들은 아니기
때문에, 내 분석적 결정 능력은 그들의 그것보다 더 우월하다. 그러니 그들이 좋은 결정을 내리고자가장 진지하게 시도할 때에도 내가
그들을 위해서 결정을내릴 때보다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
분노로 인해 이렇게 단언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이 더
분석적이고 덜 감정적이라는 주장은 레드필 스토아주의로부터 타당성을 입증받은 내용이다. 2장에서 언급했듯이, 레드필 커뮤니티는 고대
스토아철학의 텍스트를 자신들의 믿음을 영속화하기 위해서 사용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세계를 감정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이해하기에
충분히 이성적이며,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이 세계를 지배해야 한다고 본다. 지적인 거인과도 같은 죽은 백인 남자들 또한 제 역할을
하고 있는데, 발리자데는 독자들에게 그들의 유산을 언급하며 이 같은 긴급한 선언으로 글을끝맺는다. "우리가 재빨리 여성이 가진
자유를 재고하지 않으면, ‘서구 문명의 생존은 위험에 처하게 된다‘.- P296
아아 왜 부끄러움은 나의 몫인가. ㅠㅠ
좀 더 나은 세계를 꿈꾸라고 까지는 안할테니 좀 더 나은 자신에 대한 상상력을 발휘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여자가 없어도 남자들이여, 사는데 지장 없다. 그렇게나 부족한 여자들인데 뭐하러 굳이 섹스를 하려고 그렇게 애를 쓰냐. 나는 여자 없어도 행복해, 나 스스로의 삶에 만족해, 하면서 사는 것이 자신을 위해서 더 나은 길이 될 수 있다. 산책도 좀 하고 온 몸으로 햇살도 좀 받고 그렇게 비타민디도 생성하고 걸어라. 걸으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다면 수시로 메모도 좀 하고. 흐르는 물소리를 듣고 바람 소리를 듣고 새소리 들어가면서 살아라. 아 내가 지금 이 순간 호흡하고 있고 저 나뭇가지를 흔드는 바람을 느낄 수 있다니, 이것의 삶이 작은 기쁨인가... 깨달으면서 좀 쉬고. 잠을 충분히 자고 맛있는 것 좀 스스로 해 먹으면서, 오늘도 내가 나를 위해 이렇게 나의 기술과 에너지를 썼구나, 스스로 감탄하면서 살아라. 침대 시트를 깨끗이 빨고 집안 청소도 게을리 하지 말고, 베개는 햇볕에 소독도 좀 하고, 허구헌날 레드필인지 뭔지 그런 사이트 들어가서 다른 남자들의 의견에 옳소 옳소 하지말고, 서점에 가서 책을 읽어라. 사람들이 뭐 읽나 좀 보고 영화는 어떤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나 살펴보고. 밤에는 별을 보고 달려라. 달리면 그렇게나 좋다더라. 플랭크를 하고 수리야나마스까라 하면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해라. 푸쉬업 한달 도전 이런거 하면 스스로 나아지는 자신을 만끽할 수 있을텐데 어째서 왜 때문에 여자랑 섹스할거야, 섹스해주는 여자 없어서 너무 우울해, 강제로라도 섹스하겠어.. 이런거 생각하는 자신에 대해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된다. 스스로 괜찮은 인간이 되면 주위에 괜찮은 인간들이 하나씩 둘씩 다가온다. 친구가 여자 꼬시러 가자고, 가서 섹스하자고, 내가 섹스한 다음에 너가 들어오라고, 이런 말을 하면 와 이 쓰레기새끼 범죄자 신고한다고 말하고 절교해라. 여자랑 섹스 안하고 살아도 된다. 그동안 안하는 시간들도 살아왔는데, 다른 것들로 충분히 몸과 마음을 채우면서 살아갈 수 있단 말이다. 섹스섹스 정복정복 그런거 생각하지 말고 살아라. 여자 백명이랑 섹스해서 뭐하는데? 여자 백명이랑 섹스한 나.. 라는 게 과연 자랑이 되니? 정신차려. 생각을 하고 살아야 한다, 인간이란... 하아-
자꾸 여자여자 섹스섹스 생각들면 모든거 다 처분하고 산에 들어가서 자연인 해라. 멧돼지랑 벗하면서 살아... 나무도 좀 타고..... 풀잎 뜯어서 밥도 비벼먹고 그래라.
이쯤한다.
모든 남자가 다 그런 건 아니야‘는 여성혐오에서 남성의 관점을 중심에 두고, 자신이 오독되고 있으며 성차별주의에대한 논의에서 자신의 덕성이 부적절하게 평가된다고 느끼는발화자의 개인적인 감정을 특권화한다. 그 남성은 문제가 실재한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문제에 기여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을 칭찬해주기를 요구한다. - P54
무소니우스가 여성 교육을 통해 궁극적으로 목표한 바는 가계를 꾸리고아이를 기르는 데 여성들을 준비시키는 것이라고 보는 편이 낫다.51 무소니우스는 "여성과 남성은 정의롭게 조화되어 살아야한다. 남성은 불공정하면 좋은 시민이 될 수 없고 여성은 정의를 따르지 않는다면 가계를 잘 꾸릴 수 없다"(《강연록》 4권)라고 말했다.52 또한 그는 여성 철학자는 남성 철학자처럼 마을을돌아다니지 말고 겸양을 갖추고 집에 머무르며 아이에게 젖을먹여야 한다고 말했다(《강연록》 3권), 페미니스트 철학자 마사누스바움이 지적했듯이 여성의 덕성을 논하는 모든 텍스트는남성 청중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반페미니즘적이다. - P128
레드필 커뮤니티에 드나드는 남성들은 자신이 누구보다도 이성적이고 덜 감정적인 사람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이러한 자신감은 커뮤니티 외부에서 이 남성들을 이성적이고, 평온하고, 감정 조절을 스스로 할 수 있는 개인들이라고 믿는 이들이 거의 없다는 사실과는 무관하다. 1장에서 다루었듯이 그들은 자신들이 프레임을 유지하고 있는 한, 바깥의 의견으로부터 흔들리지 않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스토아철학의 표현을 빌리자면 ‘평가적 전망’이라고 부르는 프레임 컨트롤에 대한 그들의 생각은, 모든 인간에게는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이 있는데 이 인식은 외부의 의견으로부터 흔들리거나 휩쓸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이들이 스스로를 분노에 차 있고 가학적이라고여기기보다 그들 스스로가 이성적이고 비감정적이라고 믿는일을 계속하게끔 만든다. - P138
시 속에서 오비디우스는 독자에게 오늘날이라면 성폭력으로 간주될 만한 일을 하라고 조언한다. 오비디우스가 그처럼 불쾌한 방식으로 강간을 묘사한 것은 《사랑의 기술 뿐만이아니다. 1장에서 이야기했듯이, 오비디우스의 명작인 《변신 이야기》 역시 성폭력 묘사로 화형대에 오른 적이 있다. 한 학자는 《변신 이야기》를 두고 "강간 핸드북"이라고 말한 바 있다. 누군가는 《변신 이야기》가 강간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지침을 주는 매뉴얼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다소 불편한 묘사일 수도 있는 ‘강간 핸드북‘이라는 표현은 《사랑의 기술에 정확히 더 들어맞는 설명이라고 말할 것이다. 픽업 커뮤니티가 고대 로마에서나 존재했을 법한 동의에 대한 태도를정상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맥락을 고려할 때, 일부 학자들이《사랑의 기술 속에 등장하는 시들을 기본적으로 유희적이거나 전복적이라고 바라보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여겨진다. 오비디우스의 작업이 보여주는 매력적이고 도발적인 면모는이와 무관할 수 없다 - P166
오비디우스의 재미있고, 매력적이며, 불쾌한 픽업 아티스트 매뉴얼은 유혹의 기술 속에 여성을 조종하 여고 학대하는 일이 포함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 P166
이 남자들은 여자들의 동의 여부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데, 이들은 여자들이 원하는 바가 그들에게나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들은 고전고대에 존재했던 이런 방식의 부권적인 통제가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생각은 레드필 세계의 가장 어두운 구석에서도 발견된다. 바로 성적 실패로 인해서 여성 집단 전체를 유해하게여기고 때로는 이들을 살해하는 데까지 이를 수 있는 분노를 품은 ‘인셀’ 커뮤니티다. 84 ‘강제 결혼’ 키워드는 서브 레딧 ‘인셀’포럼에서 흔히 발견된다. 이 포럼은 2017년 후반, 여성에 대한폭력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폐쇄되었다. 인셀들은 여성이 그들과 섹스하지 않기 때문에 여성에게 섹스 파트너를 결정할 권리를 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 P300
페미니스트들은 더 나은 인터넷을 누릴 자격이 있다. 그리고 다음 세대 독자들은 고대 세계에 대한 더 나은 종류의 담론을 접해야 한다. 그 담론은 엘리트주의로부터 자유로우면서도무비판적으로 경탄하지도, 성급하게 멸시하지도 않는 종류여야 한다. - P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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