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이야기는 이렇다.
나는 지금 이 계정 말고 엄마 이름으로 계정이 하나 더 있고, 가끔은 그걸로 책을 산다. 사실은, 한 달에 한 번 이상씩은 산다. 왜냐하면 그 계정으로 나오는 적립금(이나 쿠폰)을 날리기 아깝잖아요? 그러다보니 그 계정도 멤버십이 골드가 되었고.. 아무튼, 오프라인 으로 교보에 가서 책을 사기도 하고, 한 달에 한 번 이상씩은 꼭 예스에서도 산다. 왜냐하면 그것도 주말이면 적립금을 더 줘서 삼천원..까지 쓸 수 있는데, 그거 날릴 수 없잖아요?
아무튼 지난주 금요일이었나..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엄마 계정으로 들어가서 책을 담는다. 아직 내 계정으로 주문한 책들이 배송되기 전이었는데, 사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서 어쩔 수 없어.. 2월달에 '지르지 않기로 했지만' 한달에 한 번 쿠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는 것은 지른다기 본다는 어떤 한달에 꼭 치러야 할 의식 같은 것, 통과의례 같은 것.. 뭐 그런 거잖아요? 그렇잖아요? 여튼 그래서 엄마 계정으로 들어가서는 책을 쓸어 담았다. 쓸어담았다기에는 민망한, 네 권의 책이었다. 그 책들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이렇게 장바구니에 넣고 결제를 할까말까 할까말까 막 고민을 하게 되었는데, 내가 진짜 너무 바빠가지고 아아, 충동적인 게 아닌가, 조금 신중해지자, 아아 어차피 살건데 뭐가 신중이야 그냥 사, 막 이랬단 말야? 이것은 꼭 읽고 싶은가 필요를 따져보자, 하면서 로빈슨 크루소의 사치 읽고 싶었잖아? 마음 움직이는거 읽고 싶잖아? 학교와 계급 재생산 왜때문에 넣어놨지? 아무튼 읽어보고 싶어서 넣었잖아? 안녕 드뷔시 뒤로 가면 재미있는 소설이라는데 읽고 싶잖아? 그렇다면 필요 없는 책이 하나도 없네? 그런데 내가 왜 머뭇거려야 해? 왜 기다려야해? 차분하게 퇴근길에 지하철에서 다시 보자, 하면서 가까스로 내가 나를 말리고 다시 일모드로 돌아갔는데, 그날 오후, 내 계정으로 주문한 책 박스가 도착했다. 웅웅... 그렇지만 박스를 개봉할 시간도 없이 너무 바빠서 또 막 후다닥 일을 하고 퇴근 시간 되어 퇴근 준비를 하면서 '지하철 안에서 책 사야지' 이랬는데, 아아, 나는 자리를 뜨려다가 뜯지 않은 알라딘 박스를 발견하고야 만것이다. 오옷. 맞다 박스 왔었지..
나는 그렇게 퇴근하려다가 .. 박스를 뜯었고요, 그 안에서 이런 책들이 나왔습니다. (공작과 나는 배송온지 좀 됐음)
그렇다, 안녕 드뷔시.. 안녕 드뷔시가 박스 안에서 나온 것이다. 우엇. 나 이거 샀어? 금욜에 받았다면 목욜에 주문했을텐데, 금욜에 엄마 계정으로 또 사려고 했어. 미친... 만약 내가 나를 자제시키지 못하고 결제를 해버렸다면, 그랬다면 나는 그 다음날 오는 박스에서 안녕 드뷔시를 또 꺼내야 하는 거다. 안녕 드뷔시, 뭐지? 니가 왜 거기서 나와? ㅠㅠ
그래서 퇴근 길 지하철 안에서는 안녕 드뷔시를 빼고 주문했다. 세 권.. 소박하게 그리고 소심하게.
주말에는 예스에서 책 한 권 주문하고. 그것도 오늘 올거다.
또 주말에는 올만에 교보 나갔다가 소박하고 소심하게 책 두 권 샀다.
소박하고 소심하게 샀다지만 진리의 발견 정가는 44,000 원...
문제는 신뢰연습이다. 저렇게 발걸음도 가벼웁게(사실은 무거웠다) 두 권을 사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아아, 싸해진다. 신뢰연습이 어쩐지 집에 있을 것 같은거다 ㅠㅠ 나 이거 집에 있으면 어떡하지?
집에 돌아온 나는 얼른 내 책장 앞으로 가 신뢰연습을 찾고자 한다. 있나 없나 살펴보자, 하고 책장 앞에 섰는데,
걍 관두기로 했다. 못찾겠어 여기서.. 있을려면 있어라.. 나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래가지고 내 계정의 최근 3개월 구매액이 885,900원이라는 사실을 슬프게 전하고 이제 나는 떠난다. 저 금액은 이 계정만의 금액. 교보 미포함, 엄마 계정 미포함, 예스 미포함...
안녕, 나여...
내가 왜 이런 페이퍼를 쓰냐면 내가 지금도 장바구니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지마...
이것들 갖고싶어서 장바구니에 넣고 물끄러미 보고있다.
← 우왓 이거 이웃 서재에서 발견하고 너무 갖고 싶어서 몸이 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