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진작부터 읽고 싶었던 작품이다. <이토록 사소한 것들> 먼저 구입해 놓고, 왠지 <맡겨진 소녀> 먼저 읽어야 할 것 같아서 책장에 꽂아둔 채, <맡겨진 소녀>는 구입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하다가 일단 대여 후 이제야 읽어 본다.

100여 페이지밖에 되지 않는 워낙 짧은 단편 소설이라 읽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틀이지만 온전히 책만 읽은 시간으로는 2시간도 안될 터. 그런데 참 이상하게 한 문장, 한 문장 벌써 읽어내려가는 게 그렇게 싫더라는 것.

작가는 그저 담담히 이 소녀의 시점에서 간결하게, 보이는 것 들리는 것 생각하는 것을 나열할 뿐이다. 그런데 그 나열 속에서 소녀의 상황이, 소녀가 받은 애정이, 그럼으로써 이 소녀가 어떻게 성장하는지 독자가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그렇게 가장 마지막 문장에 왔을 때에는 "울컥!" 하게 되는 것이다.

시원하고 깨끗한 물을 표현하며 "아빠가 떠난 맛, 아빠가 온 적도 없는 맛, 아빠가 가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맛...30p"이라니!

어떤 상황에서 자라더라도 아마 이 여름이 있었기에 소녀는 제대로, 건강하게 자랄 수 있지 않을까. 돌풍을 일으킨 작가의 팬이 될 수밖에 없는 순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젠가부터 자주 보이던 책, <쇼코의 미소>를 드디어 읽어 보았다. 20-30대 여성들이 많이 읽는 듯 보였고 왜 그렇게 이 작가의 책이 인기인지 궁금했다. 책을 빌려보면서 한가지 희망을 갖고 있었던 건, 적어도 또다른 장소 힐링 책은 아니겠다~ 라는 믿음. ㅋㅋ

<쇼코의 미소>는 총 7편의 단편을 담고 있는 단편 소설이다. 표제작 "쇼코의 미소"에서부터 마지막 "비밀"이라는 작품에 뒤에는 서영채 문학 평론가의 해설과 작가의 말이 담겨 있다. 그 해설을 읽고서야 "쇼코의 미소"가 2014년 젊은 작가상 수상작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아, 그렇게나 오래된 책이었구나. 그런데도 사람들에게 여전히 읽힌다는 건 분명 좋은 책이라는 증거일 터.

표제작에서부터 마지막까지 진짜 좋았다. 왜 그렇게 많이 읽히는지 알 것 같은 느낌. 특히 젊은 여성들이 인정할 만한 작가일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과 책 속에서 흐르는 "할머니", "할아버지", "어머니"의 존재들이 거듭 등장하니 내 또래도 인상깊게 읽을 수 있겠다 싶었다.

책 한 권을 흐르는 공통점이 많다. 아마도 그것이 작가의 특징일 것이다. 가족 간의 유대감, 시대 사회적 문제 등이 작가의 잔잔한 필체로 흐른다. 하지만 강요하지 않는다. 작가는 그저 등장인물들의 서사로 보여줄 뿐이다. 그 서사가 참 좋았다. 아마 앞으로도 작가의 다른 책을 계속 찾아 읽어볼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공의 환상 동물원 1 - 전설의 수호자와 검은 사냥꾼
다나카 도모후미.오카 아스시 지음, 아리타 미스히로 그림, 현승희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재미있는 어린이 시리즈를 만났다. 환상 동물을 소재로 한,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동화 시리즈이다. 제목은 <천공의 환상동물원> 으로 이기적인 사람들에 의해 스스로 사람들 앞에서는 자신의 모습을 지운 환상동물들과 그 환상 동물을 지키려는 사람, 그들을 차지해 이익을 얻으려는 집단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1편 "전설의 수호자와 검은 사냥꾼"에서는 이제 막 시작한 시리즈이므로 이 책 시리즈의 전체적인 배경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네 편의 이야기를 담아 굉장히 스피드 있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환상 동물이 존재한다고 믿는 구와 어릴 적 친구인 덴카는 우연히 한 선글라스를 줍게 되고 그것을 통해 페가수스를 발견하고 놀란다. 하지만 이 놀람도 잠시 겐지라는 사람이 나타나 환상동물원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다.


구와 덴카의 조합이 아주 좋다. 건장한 여자아이와 환상 동물을 좋아하는 다소 연약한 남자 아이는 서로의 장점을 이용해 앞으로 겐지를 도와 환상 동물을 지키게 될 것이다.





다양한 환상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읽어내려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익히 알고 있던 환상 동물도 있고, 이름이나 생김새는 알았지만 특성은 잘 몰랐던 환상 동물이 있는가 하면, 전혀 몰랐던 환상 동물도 등장한다. 세계에는 이렇게 다양한 환상 동물과 그 동물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가 등장하는구나 싶어 신기했다. 대부분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환상 동물이기도 했지만 동양의 환상 동물도 함께 하고 있어 의미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책의 마지막 즈음 이 환상 동물을 노리는 단체, 헤르한트가 등장해 구와 덴카에게 위협이 되기도 하지만 그보다 1권의 에필로그 속 새로운 등장인물이 무척 께름칙하고 두려운 기색을 가진 것이 2권이 벌써 기대된다. 무엇보다 구와 덴카는 어른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방법과 생각으로 환상 동물을 도우려고 하는 자세가 무척 교훈적이기도 했다.


2권에는 또 어떤 다양한 환상 동물들이 등장할지, 어떤 악의 세계가 도전할지 무척 기대되는 책이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30만 부 기념 한정 플라워 에디션)
윤정은 지음 / 북로망스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7월 말에서 8월 초에 많이 아팠다. 코로나 검사를 두 번이나 했는데 안 나오더니, 시간이 지나도록 낫지 않는 걸로 보아 아마도 코로나였던 듯. 5주가 지났는데 아직도 기침에 목 아프고, 가래 나오고. 그래서 잠을 잘 못 자고 그러니 피곤하고..... 악순환의 연속이다. 이럴 땐 힐링 소설이 딱인 듯. 도서관 갈 힘도 없어 "우리집도서관"에서 아이 책과 함께 대여함.

처음엔 이 책이 동화책이었던가~ 싶었다. 설정 자체가 아이들 판타지에서 딱 나올 법한~. 그 모든 설정이 끝난 후에야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가 시작되고 그 이후는 대부분의 힐링 소설들과 비슷. 모든 책을 엄청 읽는 나로서는 진짜 빠르게 읽었다. 한 이틀?

일단 난 그리 예민하지도, 고민이 많지도 않은 사람이라(거기에 극 T) 웬만하면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는 타입. 그래서 소설 속 연자씨와 비슷하다고 하달까. 때문에 굳이 지우고 싶은 기억도, 생각들도, 감정도 별로 없다. 그 모든 것이 모여 내가 되었다고 생각하기에.

고민과 생각이 한창 많은 20대들에겐 충분히 공감할 만한 이야기일지도.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진리!

"오늘 지금 이 순간"을 열심히 살라는 말. 그리고 행복은 거기에 있다는 것이 이 책이 주는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싶다.

2편인 마음 사진관도 나온 듯한데 굳이 그거까지 읽을 생각은 없고....

그냥~ 요즘 우리나라 작가들은 거의 젊은 여성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에 기쁘기도 하고. 뭐 그랬다는 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힐빌리의 노래>라는 책을 구입했던 건, 빌 게이츠의 도서 목록 덕분이었다. 매년 발표되는 빌 게이츠의 목록 중 재밌어 보이는 몇 권은 따라 사 본다. 문제는 바로 읽지 않고 묵힌다는 점.ㅎㅎ(이 습관은 언제쯤에나 고칠 수 있을런지..) 하여간~ 그렇게 책장 속에 묻혀 있던 책이 드디어 빛을 보았다. 그러니까 그 이유는... 한 2~3주 전부터 갑자기 이 책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뜨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응? 왜? 이제서? 갑자기?" 하며 궁금해 하다가 비로소 알게 됐다. 작가 J. D. 밴스가 트럼프 진영의 부통령 후보가 되었다는 사실을. 하... 진짜 이상했다. 내가 알기론 <힐빌리의 노래>는 트럽프의 당선 당시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그 현상을 가장 잘 파악하고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문화, 사회적 배경을 잘 드러낸 책이 <힐빌리의 노래>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자 J.D. 밴스는 트럼프를 공화당의 쓰레기라며 가장 많이 비웃는 사람이었다. 도대체 어째서, 어떤 이유로 이 사람은 가장 끝에서 가장 끝으로 이동한 걸까. 궁금해졌다.


각종 미디어에서 소개한 대로 <힐빌리의 노래>는 애팔래치아 지역 중 "힐빌리" 지역에서 태어나 자란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그 지역의 특수성을 설명한다. 한 가족의 이야기는 마치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이야기가 난무하지만 저자에 의하면 그런 이야기들이 그 지역의 모든 이웃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실이라는 점이다. 마약, 다혼, 불성실, 알코올 중독, 10대 임신 등 끊임없는 사고는 사고를 낳고 아이들은 제대로 돌봐지지 않으며 그렇게 자란 아이는 부모와 같은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저자의 가족도 마찬가지다. 저자의 많은 형제들 중 진짜 친형제는 없다. 법적 아버지와 생물학적 아버지가 다르다. 어머니는 매일같이 아버지라는 다른 사람들을 데려오고 그때마다 이사와 전학이 반복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아이들이 올바르게 자랄 수 있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저자의 어머니는 자신은 버린 인생일망정 아이들이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어떤 이유든 책을 많이 읽게 했다. 또한 할머니, 할아버지는 끝까지 아이들 곁에 남아 무한의 지지와 올바른 길을 위한 교육에 대한 열정을 쏟아붓는다. 그렇기에 저자는 그곳에서 탈출해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나름 성공할 수 있었다.


책에선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만을 하고 있지는 않다. 결국 저자가 하고 싶었던 건, 이 지역의 이 사람들이 왜 그렇게 살아가느냐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 8조 프로그램(정부에서 지원하는 정책)을 통해 이 사람들이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 (주를 이루는 견해는 수많은 백인 노동자가 내가 딜먼에서 본 것과 똑같은 광경을 목격하고 분노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거 1970년대 누구의 말마따라 복지 제도에 기대 놀고 먹는 사람들이 "정부에서 돈을 받으며 사회를 비웃는다!! 우리 같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매일 일터에 나간다는 이유로 조롱받고 있다"라는 인식이 백인 노동 계층 사이에 팽배해지면서 공화당의 대선 후보 리처드 닉슨을 지지하기 시작했다"...234-235) 이곳 사람들 사이에 팽배한 노력 부족, 남 탓만 하고 더 나아지려고 하지 않는 그 습성을 지적한다. 


솔직히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나서도 어째서 이 지역, 이 계층 사람들이 트럼프를 왜 지지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내가 너무 정치에 무지해서이기도 하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트럼프는 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럼프의 반대편에 있던 J.D.밴스의 변심이 또한 충격이다. 이미 한번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바꿔놓은 것이 없어 연임이 되지 않았다면, 가능성이 없는 것이 아닐까. 무엇을 보고 그는 그를 지지하는가. 역시 정치는 어렵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