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잠을 잘 못자고 있는데 우울해서 잠을 못자는 건지 잠을 못자니까 우울한건지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가 본인의 책 《올리브 키터리지》에서 말한 '작은 기쁨'들은 계속 찾아들기 때문에 어제를 버텼고 오늘을 버틸 수 있는게 아닌가 싶다.
















'문목하'의 《돌이킬 수 있는》은 내가 작년에 '올해의 발견'이라고 할만하다 했는데, 며칠전 만난 친구가 이 책을 읽고 있다고 너무 재미있다고 했다. 그리고 어제는 다 읽고나서 '중반부터 흐느끼면서 읽었다'고 했고, 너무 재미있고 여운이 대단하다고 했다. 이 책을 읽는다면 마지막장을 덮고 여운을 느끼지 않을 도리가 없다.


"왜겠어요?" (p.411)


저 '왜겠어요?' 는 '사랑해요' 보다 더 힘이 센 문장이다. 책을 읽으면 안다.

같은 책, 심지어 베스트셀러도 아닌 책을 읽고 좋다는 감상을 공유할 수 있다는 거, 나는 이런 거에서 기쁨을 느낀다. 만세!



















'김소영' 작가가 알라딘의 네꼬님이라는 얘기는 지난번 페이퍼에서 이미 했고, 그리고 나는 김소영 작가가 작가님이 되기 전부터 네꼬님의 글을 찜해두고 좋아했더랬다. 나는 좋아하는 감정을 숨길 수 없는 사람이고 가급적 표현하는 사람이며 심지어 상대가 내 애정에 대한 확신을 갖도록 재차 내 사랑을 언급하는 사람이라서 내가 네꼬님을 좋아하는 건 네꼬님은 물론 내 주변에서도 다 알고 있었다. 누구의 글을 좋아해? 라고 물으면 나는 어김없이 네꼬님! 이라고 대답하곤 했다.

그런 나이다보니 김소영 작가님의 글이 이렇게나 훌륭하게 책으로 나올 때마다 신나는데, 그러면서 거봐, 내가 이럴 줄 알았다고, 진작에 알아봤지, 하면서 뿌듯한 마음이 되는 것이다. 이런 감상을 인스타그램에 남겼는데, 김소영 작가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맨날 나보고 글 많이 쓰라고 하던 친구' 라고. 그리고는 '다락방님이 나를 키웠다'고 덧붙였다.


나는 이 댓글을 보고 나의 한결같음에 놀랐다. (맞다, 자랑이다!) 그러니까, 나는 글 쓰는 친구들에게 늘 글을 많이 쓰라고, 열심히 쓰라고,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말해왔구나 싶어 놀란 거다. 일전에도 친애하는 알라디너가 나와 만나고 헤어진 후, 내가 많이 읽고 많이 쓰라는 얘길 했다는 게 인상적이라는 글을 남긴 적이 있었다. 내가 그런 사람이구나. 마음 속에 있는 말, 늘 생각하는 말은 어김없이 밖으로도 내뱉는 사람이었어. 세상 멋지네.


나는 사람들이, 특히 여자들이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썼으면 좋겠다. 글을 쓰는 게 어떤 사람들에겐 선천적으로 타고난 재능일 수 있지만, 그러나 다른 모든 재능들과 마찬가지로 노력해도 잘 쓸 수 있는 것이다. 잘 쓰기 위해서는 열심히 읽는 것을 담보해야 한다. 다른 글을 읽는 것은 글을 잘 쓰는 가장 좋은 훈련이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글을 '잘'쓰기 위해서도 많이 쓰는 건 필요하지만, 그러나 글을 쓰는것 자체가 나 자신에 대한 가장 큰 발전의 과정이 되기 때문에도 나는 글을 쓰라고 강권하고 싶다. 하다못해 매일 일기를 쓰는 것만으로도 나는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고 내가 어떤 것들 앞에서 고민하는지 알게 된다. 다음 선택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도 알게 되고. 내가 일기를 쓰는 사람이라면, 내가 악하거나 잘못된 선택을 할 확률도 적어지게 된다고 나는 믿는다.


여자들아 글을 쓰세요.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쓰세요. 부지런히 쓰세요. 거창한 글을 쓰겠다고 마음만 먹지 말고, 한줄의 일기라도 매일 쓰세요. 언젠가 한 줄이 두 줄 되고 두 줄이 두 쪽 된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다시, 올리브》를 읽으면서 친애하는 알라디너 s 님과 올리브에 대해 그리고 작가에 대해 자꾸 얘기를 나누게 되는데, 그러면서 알게된 놀라운 사실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현재 남편(두번째 남편!)이, 작가의 광팬이었다는 거다! 작가와 광팬으로 만나 부부가 되었고, 결혼 후에는 남편이 작가인 아내의 글쓰기를 팍팍 밀어주고 있다는 것. 아무래도 그녀의 글을 좋아해서 팬이 되었으니 그녀가 글을 쓰는 걸 가장 응원할 수 있는게 아닐까. 너무 아름다운 스토리다. 이상적인 스토리야. ♡.♡


내가 이 스토리를 너무 좋아하는 건, 이 광팬이 좋아하는 작가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라는 데에 있다. 다른 작가도 아니고, 무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야! 그는 '소설'을 읽은 것이고 심지어 '매우 좋은' 소설을 알아본 것이다. 그런 작가를 좋아해서 팬이 되다니, 그런 남자가 나쁜 남자일 거라는 생각은 잘 들질 않는 거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를 읽고 알아보는 눈을 가진 사람이라니. 너무 좋지 않은가. 내 주변에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혹은 올리브 키터리지를 좋아하는 여자사람은 많지만 좋게 읽은 남자사람은 한 명 밖에 못봤거든 나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친구, 나랑 올리브 키터리지 같이 읽은 친구다. 물론 세상에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와 올리브 키터리지를 좋아하는 많은 남자사람들이 있긴 하겠지만, 여자사람들보다는 적을 터, 알아보는 눈을 가진 게 너무 좋은 거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를 알아보다니, 제법인데? 하게 되는 것. 후훗.


이건 나를 좋아하는 사람에 있어서도 그렇다. 내 글 역시 여자사람들이 훨씬 많이 좋아하는데, 내 글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남자사람이라면, '오호라 제법인데? 눈이 밝아?'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 오늘의 자뻑은 이만큼 하자. 그리고 올리브 얘기로 돌아가자.





《다시, 올리브》는 단편 하나 하나 끝날 때마다 할 이야기가 많은 책이지만, 마지막 단편까지 덮고 나서 할 이야기가 더 많아지는 책이다. 그리고 아직 읽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중요한 꿀팁을 하나 드리자면, 기존에 출간된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작품들을 먼저 읽어본다면, 다시 올리브를 '더더더더더더더더더더더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거다. 내 말을 명심하세요! 물론, 안읽어도 다시 올리브가 재미없는 책이 되는 건 결코 아니지만, 그러나 전작들을 다 읽고나면 '더' 재미있는 책이 되는 건 사실이다. 두둥- 나는 아직 《버지스 형제》도 읽지 않았고, 《무엇이든 가능하다》도 읽지 않았기 때문에, 이 두 책을 읽고난 후에 다시 올리브를 재독할 생각이다. 그리고... 입이 근질거려서 하나만 더 풀어볼게요... 《에이미와 이저벨》미리 읽어두신 분들, 복받으신 겁니다... 네, 그렇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우리는 다시 올리브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요. 만세!! ㅋㄷㅋㄷ



자, 오늘은 올리브 중에서 어떤 얘기를 해볼까, 하고 플래그 붙여둔 데를 살펴보다가, 그래, 이 얘기를 해볼까, 한다. 그러니까,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는 내가 누누이 그간의 페이퍼를 통해서 '당신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당신이 무엇을 욕으로 하는지'가 말해준다고 얘기해왔다. 올리브는 이 비슷한 얘기를 잭에게 한다.



올리브는 교사로 근무하던 시절 동료 교사를 좋아했고 동료교사가 '나랑 도망치자고 하면 하겠어?' 라고 물었을 때 그러겠다고 대답한 적이 있다. 이 일을 잭이 안다.


잭 역시 교수로 근무하던 시절 동료 교수와 바람을 피웠는데, 그 일에 대해서 올리브가 역시 안다. 올리브가 이제 늙어서 자신의 발톱을 자르는 것을 힘겨워할 때, 잭은 올리브에게 발관리를 받아보라고 말한다. 그리고 네일샵에 데려가 발 관리를 하게 한다. 올리브는 네일샵에 가본 적도 없고 발관리도 모르던 사람이라 남편을 따라가 처음 해보고는 신세계를 만난다. 발 관리를 해주는 사람이 있다니, 이렇게 만족도가 크다니! 하면서 말이다.


실제 발 관리를 여성인 올리브가 받았는데 남성인 잭이 안내할 수 있었던 것은, 잭은 발 관리라는 게 존재하고 어떤 여자들은 그걸 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자신의 젊은 애인이 늘 발 관리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애인으로부터 들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잭은 발 관리 받던 젊은 여자와 연애를 한 경험으로 인해 올리브에게 발톱 자르기가 힘들어졌을 때 발관리를 추천할 수 있게 된다. 나의 연애 경험은 그대로 차곡차곡 쌓여서 나라는 인간을 형성한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과거의 연애는 현재의 나의 연애에 영향을 미치고, 현재의 연애는 나의 미래 연애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가 더 나은 연애 상대를 만나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런 수순이 아닐까 싶다. 나는 이런 것도 싫어하고, 이런 건 끔찍했고, 이런 건 걸러야겠어, 하면서 쳐내고 쳐내서 지금의 상대와 미래의 상대를 만나게 될테니까. 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최상의 사람을 만나고나서 다음 연애에 더 고통스런 시간을 갖기도 한다. 사랑은 나 혼자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어쨌든 잭은 올리브에게 발 관리를 추천할 수 있는 그런 연애를 과거에 해왔다.



발 관리를 했던 젊은 여성을 사귀었기 때문에 지금의 올리브에게 안락한 시간을 선사할 수 있었다면, 그것은 아마 과거의 연애가 준 좋은 영향일 것이다. 아, 물론!! 그것을 올리브에게 말하지 않는 것은 중요하다. 만약 올리브에게 '나 바람피웠던 젊은 애인이 발 관리했는데 발이 그렇게나 늘 예뻤어' 라고 한다면, 올리는 얼마나 빡칠까요? 닥쳐! 그런 말 하지도마! 어디 감히.. 하게 될텐데, 잭은 그걸 말하지 않을 만큼의 현명함이 있었다. 물론, 이 나이 먹고 올리브가 그걸 모를 리 없다. 잭이 발 관리를 어떻게 알았을까? 그것을 잭에게 묻지 않는 현명함도 올리브는 가지고 있었다.



올리브와 잭이 드라이브를 하다 새로 생긴 레스토랑에 들어갔을 때, 그들은 잭의 과거 불륜 상대인 '일레인'을 마주친다. 잭은 그녀와 연애 시절 그녀를 너무 사랑했지만, 결국은 고통과 안좋은 기억만 남아있다. 우연한 만남이 반가울 리 없고, 게다가 만났을 당시에 나이차이도 났던 터라, 이렇게 오랜만의 재회는 여러모로 달갑지 않다. 잭은 너무 늙었고 배도 많이 나왔다. 분명 일레인이 자기를 위아래로 훑은 것 같다. 이 식사 시간이 즐겁지 않다. 그리고 올리브는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만난 여자가 바로 '그 여자' 라는 걸 알아챈다. 그 일로 잭이 식사를 제대로 못했다는 것도. 그렇게 올리브와 잭은 다투게 된다. 잭도 올리브의 과거를 꺼내고 올리브도 잭의 과거를 꺼내고 둘은 다툰다.




"솔직히 올리브, 자식이 여섯이고 아내가 있고 동료 교사한테 헨리를 떠나서 나하고 같이 살래? 하고 말하는 남자, 술에 취해 나무에 차를 들이받아 삶을 마감한 남자가 사랑스럽진 않지, 올리브. 하느님 맙소사."

"당신은 아무것도 몰라." 올리브가 말했다.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당신은 전혀 몰라. 그런 어리석기 짝이 없는 생각은 혼자만 해주면 고맙겠어. 그는 사랑스러운 사람이었어. 그 여자는 새우벗고 소름 끼치는 인간이고. 당신이 몇 년 동안이나 같이 잔 그 끔찍한 여자 말이야."

"그만해, 올리브."

"아니, 안 끝났어. 그 여자는 거만해. 그냥 쓰레기야, 잭."

"올리브. 부탁이니까 제발 그만해. 그래, 쓰레기였어. 누가 상관한다고?"

"내가 상관해." 올리브가 말했다. "그게 당신에 관해 뭔가를 말해주기 때문에 상관해. 당신이 그런 쓰레기한테 매력을 느낀다는 사실이 당신에 관해 뭔가를 말해준다고." (p.265)




누구를 좋아하는지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말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일전에도 내가 안젤리나 졸리 얘기를 꺼내면서 한 적 있는데, 내가 안젤리나 졸리를 좋아한다는 것은 나에 대해 일정 부분 드러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내 책장을 보여주는 게 혹은 내가 책에 밑줄 그은 부분을 보여주는 게 어느 부분 나에 대해 드러나는 것 같은 것처럼, 내가 누구를 좋아하는지를 말하는 것도 그렇다. 사람은 다 달라서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것도 역시 다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당신은 싫어하고 당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내가 싫어하는 게 너무 당연하다. 일전에 '유해진' 주연의 영화 《럭키》를 보고난 후에도 나는 그 영화속 젊고 잘생긴 '이준' 캐릭터보다, 성실하고 노력하는 '유해진' 캐릭터가 더 좋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게 나를 말해준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올리브는 이 얘기를 잭에게 한 것이다.


그 여자한테 매력을 느꼈다는 사실이 당신에 관해 뭔가를 말해주기 때문에, 올리브가 화가 난다는 거다. 나는 이 때의 올리브의 말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한 사람이 누구에게 매력을 느끼는지, 어디에서 재미를 느끼는지가 그 사람에 대해 무언가를 말해준다고, 나 역시 생각한다. 어떤 개그에 웃는지가 그 사람에 대해 말해주고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에 변명을 하는지, 어떤 것을 농담으로 하는지가 그 사람에 대해 말해준다고 나는 생각한다. 누구의 편을 드는지 어느 편에 서는지가 그 사람에 대해서 말해준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면면들이 그 사람을 구성하고 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구린 취향을 보는 것, 그러니까 그의 유머 코드라든가 좋아하는 연예인에 대한 것들이, 올리브가 잭에게 느낀 것처럼, 나를 슬프게 만들 수 있다. 나를 화나게 만들 수 있다. 올리브가 일흔여덟, 잭이 일흔아홉에도 이런 일이 가능하다.




잭과 올리브가 함께 산 지 이제 오 년째였다. 잭은 일흔아홉, 올리브는 일흔여덟이었다. 처음 몇 달 동안 그들은 서로 안고 잠을 잤다. 두 사람 다 밤에 누군가를 안고 잔 게 아주 오랜만이었다. 잭은 일레인과 둘이서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가 생긱 때마다 밤에 어느 호텔에서든 그녀를 끌어안았었다. 하지만 그건 그와 올리브가 함께 살기로 하고 처음 몇 달 동안 안고 잔 것과는 달랐다. 올리브는 한쪽 다리를 그의 두 다리 위에 올렸고 머리는 그의 가슴에 갖다댔다. 밤 동안 그들은 자세를 바꾸었지만 끌어안은 것은 풀지 않았다. 잭은 그들의 크고 늙은 몸이 조난을 당해서 해안에 던져진 거라고 상상했다-그들은 죽기 살기로 끌어안았다! (p.238)



일흔둘에도 사랑은 시작하고 일흔여덟에도 끌어안고 잘 수 있다면 그야말로 안정적 삶의 형태가 아닌가 싶다. 게다가 둘다 포옹에 대해 목이 마른 상태라 죽기살기로 끌어안았다니, 궁극적 형태의 결합이 아닐까. 누군가를 끌어 안고 자는 게 아주 오랜 만이라 몇 달동안 안고 잔다는 것, 그것에 대해 둘이 일치했다는 것도 너무 좋다. 이 장면이 너무 따뜻해서, 그들의 크고 늙은 몸이 서로를 안고 잠들 수 있어서 너무 좋은데, 만약 나였다면 나 역시 끌어안기를 택했을까, 생각해보게 됐다.


나는 포옹 너무 좋아하고,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포옹하기를 좋아한다. 조카 안는 거 너무 좋고, 엄마도 자주 끌어 안는다. 여동생도 마찬가지. 사랑하는 사람을 끌어안는 거 너무 좋지만, 만약 '아주 오랜만'에 파트너가 생겨 한 침대에 눕게 되고-올리브처럼 일흔여덟에!-, 우리가 함께 살기로 했다면, 내가 몇달동안 상대에게 하고싶고 받고싶은 건, 지금 생각으로는, 포옹이 아닐 것 같다. 물론 포옹 너무 좋지만, 나는 한침대에 눕는 걸 생각했을 때, 그 존재의 등을 느끼고 싶다. 나는 등이 너무너무 좋다. 등 진짜 좋다. 등이 너무 좋아서 뒷모습에도 반하곤 하는데, 한밤중에 눈을 떴을 때, 내 옆에 있는 존재의 등을 보고 마음이 편안해진 적이 있다. 그 기분이 너무 좋았다! 내 옆에 이 등이 있네, 하는 기분은 정말 최고였어. 나는..가슴보다 등이 좋은데, 이것조차도 나에 대해서 뭔가를 말해주는 것 같다고 방금 생각했다. 가슴보다 등이 좋다니, 나는 이래서 그냥 혼자 지내는건가 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왜이렇게 등이 좋지? 아 등 너무 좋아. 등 사랑해. 등 진짜 짱이야 등이 만세 만세 만만세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 등에 페티쉬 있나? 잭은 발 페티시가 있는 게 아니라 '그녀의 발' 페티시가 있다고 했는데, 나는 등에 페티시가 있는걸까 그의 등에 페티시가 있는걸까? 혼란스럽다...




일레인은 발이 예뻤다. 잭이 평생 본 발 중에 가장 예뻤고, 그 말을 듣자 그녀는 놀라면서 자신의 발이 예쁜 줄 몰랐다고 말했다. 아마 몰랐을 것이다. 그녀의 발은, 발바닥의 오목한 아치가 높았고 발목은 가늘었으며 발가락-늘 선홍색이, 가끔은 귤색이 칠해져 잇었고, 처음 같이 자고 난 뒤 그녀는 웃으면서 "매주 발 관리를 받아"하고 말했었다-은 잭이 느끼기론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가락이었다. "당신은 발부터 머리끝까지 나를 미치게 만들어." 그녀는 침대에서 웃었고, 잭은 자신이 발부터 죽어간다고 주장했던 남자의 이름을 따서 그녀를 소크라테스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잭은 발에 대해 알게 된 후로는 종종 발부터 시작했다. 그녀는 간지럽다며 웃고 또 웃었고, 그에게 발 페티시가 있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사실 잭은 발 페티시가 없었고, 그녀의 발에만 페티시가 있을 뿐이었다. 그녀의 배는 볼우물처럼 움푹 들어갔고 엉덩이는 작지 않았다. 잭에게 그녀는 미인으로 보였다. 그는 그렇게 아름다운 여자를 본 적이 없었고, 그건 그가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이란 걸 알았다. (p.259)



사실 잭은 발 페티시가 없었고, 그녀의 발에만 페티시가 있을 뿐이었다.


아 너무 좋지 않은가. 세상의 모든 발에 그러는 게 아니야... 네 발에만 그래... 그녀의 발에만 페티시..이건 노래 제목으로 써도 될 것 같다. 그녀의 발에만 페티시 둠칫 두둠칫~ 이건 남자 파트. 여자 파트는 그의 등에만 페티시 둠칫 두둠칫. 듀오를 결성해야겠군. 잭과 다락방. 아아, 그러나 인생이란 이렇게나 허무하고 연애도 사랑도 이렇게나 허무하다. 이렇게나 발 때문에 미치게 만들었던 여자를 잭은 훗날 쓰레기라고 부르게 된다. 인생...........................



그만두자, 이런 얘긴. 슬퍼서 더이상 못쓰겠어........




이제 일이나 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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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비 2020-11-25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다락방님, 한 줄이 두 줄 되고 두 줄이 두 쪽 된다! 너무 좋은 말이라서 가슴에 새기고 갑니다. 다시, 올리브, 저도 꼭 읽어보고 싶네요.

다락방 2020-11-25 09:52   좋아요 0 | URL
초록비님께 좋은 말로 닿았다니 너무 좋네요! 열심히 읽고 씁시다, 초록비님. 열심히 읽고 쓰면서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결국 뭔가에 이를 것이라고 생각해요!
다시, 올리브는 초록비 님도 좋아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

잠자냥 2020-11-25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 글 좋아하는 남자사람이라면 ‘제법‘이죠. 암요. ‘제법‘입니다.
그나저나 요즘 다락방 님 글에서 저 스포일러 피해다니느라 힘들어요. ㅋㅋㅋ
<주군의 여인>이랑 <올리브> 관련 부분은 글 읽다가 건너뛰고 건너뛰고 하고 있음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11-25 11:29   좋아요 1 | URL
크- 그렇지요, 잠자냥 님? 제 글을 좋아하는 남자사람이라면 제법이라고 생각할만 합니다 ㅋㅋㅋㅋㅋ

잠자냥 님, 저 주군의 여인 조금 남겨두고 있는데요 재미있어요. 그리고 좋은 작품입니다. 막판에 이르러 제가 어떤 의미로(스포일러 될까봐 말하진 않을게요) 반성도 하게 되었고요. 좋은 작품입니다. 잠자냥 님이 읽으신다면 엄청난 리뷰가 나올 것 같은 작품이에요. 제가 페이퍼 쓸 때 사랑이야기만 내리 쓰긴 했지만, 거기에 사랑만 있는건 결코 아닙니다.

아니 그러니까 올리브랑 주군의 여인 먼저 빨리 읽으시면 되잖아욧!!!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11-25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미와 이저벨 미리 읽어두신분, 복 받으실 분, 손!!! 🤗

다락방 2020-11-25 11:30   좋아요 0 | URL
에이미와 이저벨을 미리 읽어두셨다면 [다시, 올리브]를 읽을 때 작은 기쁨의 쓰나미를 맞게 되실 겁니다. 후훗.

라로 2020-11-25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이킬 수 있는] 계속 첫부분에서 머무르고 있어요. 저는 다른 책 때문에 아직 읽지못하고 있는데 다락방 님의 이 글을 읽으면서 느낀건 제가 소설에 빠지기는 정말 쉽지 않다는 것요. 그러니까 [올리브 키터리지]나 [다시, 올리브]가 얼마나 대단한지 느껴져요. 저는 첫 문장부터 빠져들었거든요. 약국의 첫 문장은 지금도 기억해요! [다시, 올리브]는 제가 간호대를 막 졸업하고 코비드 때문에 모든 일이 막막 할때 제 친구가 되어준 책이라 특별한 감정이 남아 있어요. 🥰
그리고 글쓰기! 노력해도 잘 쓸 수 있다고 하시니 노력! 해보겠어요!!! 불끈 🔥 🔥 🔥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20-11-26 09:09   좋아요 0 | URL
저는 sf 장르를 거의 안읽어보았기 때문에 처음 진입할 때 힘들기는 하더라고요. 그래서 첫부분에서 넘기기 힘들었던 기억이 나요. 그렇게 넘기다보니 이야기에 빨려들어서 재미있게 읽었어요. 헐리우드에 판권 팔렸다던데 영화로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책은 정말 대단하죠! 그래서 저도 반복해 읽었던 것 같아요. 올리브 키터리지도 책장에 꽂아두고서는 수시로 들춰서 아무 문장이나 보곤 했어요.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끌어가는 힘도 대단하고 문장력도 대단한것 같아요. 무엇보다 인간 내면을 잘 이해한다고 할까요. [다시, 올리브]는 늙어가는 것과 죽음에 대해 계속 생각해보게 되고요. 저 역시 나이들어 가면서 노화와 죽음에 대해 관심이 점점 더 많아지기 때문인지 다시, 올리브 읽는데 마음이 막 묵직해지고 그랬어요.

라로님의 의식의 흐름에 따른 글 제타입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금도 충분히 열심히 읽고 쓰고 계시지만, 우리 계속 노력합시다. 계속 읽고 쓰자구요!!

수연 2020-11-25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쓰고_ 저도 다락방님이 그 말 해줄 때마다 힘이 팍팍 샘솟아요. 어딘가에 다다르면 좋겠다 하지만 오늘은 오늘의 읽기와 쓰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울 때가 있어요. 아 읽지 않은 책들이 너무 많습니다;;;;;;

다락방 2020-11-26 09:12   좋아요 0 | URL
어딘가에 다다르기 위해 읽고 쓰는게 아니어도 읽고 쓰는 시간을 오래 살다보면 결국 어딘가에 다다르게 되는것 같아요. 그리고 다다른다면 그 때 우리는 ‘아, 내가 여기에 오기 위해 그런 시간을 보냈구나‘ 하게될 겁니다. 그 시간이 만족으로 가득차려면 지금 열심히 읽고 쓰는게 중요할테고요. 수연님 지금도 열심히 읽고 쓰시는거 너무 잘 알고 있고요, 지치지 마세요!! 뚜벅뚜벅 갑시다!!

공쟝쟝 2020-11-25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정도면 올리브키터리지를 막 읽어버리고 싶은데 !!! 으앙~~~~~!! 나도 내년엔 소설 페이퍼 계에 데뷔한다!!

다락방 2020-11-26 09:14   좋아요 1 | URL
공쟝쟝 님의 소설 페이퍼 데뷔를 격하게 환영합니다. 자, 오라고! 와! 컴온 컴온!!

scott 2020-11-26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댓글을 안달수가 없게 만들었어욧!!
올리브 여사가 첫번째 남편이 죽었을때보다 잭이 죽었을때 받았던 충격이 더컸다는것
진짜 남편은 잭이라고,,,(잭은 첫번째 마누라 못잊어 ㅜ.ㅜ)

아들 크리스토퍼가 두사람이 노년의 마지막 사랑을 보냈던 그집을 사버린것도 정말 감동적이였어요.

**작가 스트라우트는 두번째 남편 두번 만난후 그다음번에 키스하고 빛의 속도로 사랑에 빠져서 빛의 속도로 결혼도장을 찍었데요 ㅎㅎ

다락방 2020-11-27 09:19   좋아요 1 | URL
크- 좋구먼요..

저도 비슷한 거 있어요!
저는 제 블로그 글로 알게된 남자 처음 만나가지고 ㅋㅋㅋㅋ 처음 만난 그 날 키스하고 빛의 속도로 사랑에 빠졌답니다? 제 인생 사랑이었어요. 물론 지금은 다 끝나버렸지만요... But it‘s over now..

(어쩐지 엉뚱한 댓글 쓰고 쓸쓸히 뒤돌아 간다.. 터벅터벅)

scott 2020-11-27 21:28   좋아요 0 | URL
매력쟁이 다락방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