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과 12월에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로 '푸코'의 《성의 역사》를 결정한 건, 그간 여성학 책들을 읽다보면 간혹 성의 역사가 언급되었기 때문이다. 아 푸코의 성의 역사를 읽어두면 앞으로 여성학 책을 읽을 때 좀 더 낫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서 한두달은 푸코에 투자하자, 더 나은 여성학 책읽기를 위해! 라고 시작한거였는데, 오늘 아침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펼친 성의 역사는 이런 나의 결정을 후회하게 만들었다.
이 책의 제1장, 그러니까 페이지로 치면 22페이지까지만 읽었는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고, 하나도 모르겠으니까 밑줄도 하나도 못긋겠다. 이제 2장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1장에서 무슨 말한건지 모르겠고, 그러니까 뭘 어쩌고 싶어서 이걸 썼다는거야, 눈알이 팽팽 돌아버리는 것이다.
푸코의 성의 역사를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과 똑같은 이유로 프로이트 읽고 싶어서 지난 달에 개론서 읽었는데, 프로이트는 재미있었다. 무슨 말인지도 알겠었고(개론서지만), 뭐야 이 밥통아!! 이러면서 짜증도 내고 그랬는데, 푸코는 뭐 내가 흥분할 일도 분노할 일도 없다. 왜냐하면,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어서.... 이거 읽다보면, 2,3장을 읽어나가다 보면 아아, 이런거구나, 이래서 이런 거 썼구나, 이제야 뭔지 좀 감이 잡힌다...하게 될지 모르겠는데, 지금은 1장 읽고 나니까 집어 던져버리고 싶다.
아, 여성학 책 읽고 싶다.. 여성학 읽고 싶어. 푸코 싫어 ㅠㅠ 성의 역사 싫어 ㅠㅠ 그런데 네 권이나 된대. 아니 푸코씨 어째서 네 권이나 썼죠? 하아- 여성학 책 읽고 싶다. 어제 책 주문해서 오늘 배송되는 책이 있는데, 그중에 한 권을 퇴근길에 읽어야지, 으앗 갈증나서 못살겠다. 그 책은 이것.
N번방 최초 보도자 추척단 불꽃이 며칠전 <알라디너 TV> 에 나와 이다혜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평소 유튭을 전혀 보지도 듣지도 않는 사람이지만, 추적단 불꽃을 응원하고 또 감사하는 마음으로 근무시간에 이어폰을 꽂고 몰래 들었다.
한시간동안 사람들이 응원을 많이 전해주었고 또 추적단 두 멤버의 귀여움도 뿜뿜했지만, 왜그런지 자꾸 나는 눈물이 났다. 좋으면서도 눈물이 났고 미안해서도 눈물이 났고 또 감사해서도 눈물이 났다.
SNS를 통해서 N번방에 알리고자 하는 목소리들을 듣고 응답했을 때, 도대체 왜 이게 이슈화가 안되는건지 답답해서 내가 알라딘까지 청원 링크 끌고와 청원 독려했던 일들도 떠올랐다. 어딘가에서 고통받고 있을 피해자들을 생각하고 또 앞으로 그런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이 일을 얼른 세상 밖으로 널리 알려서 나쁜 놈들을 다 가둬야 할텐데.. 나는 여전히 그렇게 늦게, 그제서야 이슈화 될만큼 사람들이 여성의 성범죄 피해에 익숙해져버린 것(혹은 무심한 것)이 속상하고 야속했다.
방송 중에 마라탕 얘기가 나왔는데, 덕분에 나는 이 방송을 들었던 그제, 퇴근 후에 마라탕을 먹었다. 마침 내 기분이 요즘 통 좋지 않았던 터라 마라탕은 맞춤한 메뉴였다. 순한맛으로 주문했는데도 땀 뻘뻘 흘리고 콧물 흘리면서 먹었고, 먹고나자 조금 기분이 나아져 있었다. 그러자 매운맛에 대한 도전 의욕이 생겨, 어제는 동료와 함께 매운맛을 주문했다. 동료는 먹다가 한 번 크게 사레들고 나서 물에 헹궈 먹고, 나는 중간에 코를 엄청 풀어대야 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무튼 방송을 다시 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링크를 걸어둔다.
https://blog.aladin.co.kr/writertv/12129214
'임소라'의 《언제나 양해를 구하는 양해중 씨의 19가지 그림자》는 표지나 제목만 보고 청소년 소설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양해중'이란 사람을 둘러싼 주변인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짧은 19개의 에피소드에는, 결혼전 성매매를 수십차례 해서 파혼당한 남자, 결혼을 약속한 남자의 아버지 발에 걸린 전자 발찌, 이모부에게 어릴 적부터 성추행 당했던 딸, 모든 자격을 갖추었어도 승진하지 못하는 여성... 의 이야기들이 고루 나온다. 각각의 이슈들이 지금을 반영하는 것도 의미있고 이야기도 잘 써냈고, 게다가 남자 캐릭터들이 너무 실감나서 짜증이 엄청 났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 없음 같은 거 너무 실감나.
첫번째 이야기에서는 '경주'가 남자친구의 부모님께 인사드리러 가기 위해 엄청 신경쓰고 준비하고 그래서 불편한 상태로 남자친구 집 앞에 도착했는데, 마중 나온 지훈의 이런 묘사가 있다.
가슴 처진 게 다 비치는 에어리즘 반팔 티, 아마도 팬티일 반바지, 털이 많은 발가락들과 슬리퍼. (P.13)
물론 이따가 인사드릴 때는 양복으로 갈아입겠다고 말하긴 했지만 너무... 너무 실감나. 너무 싫다.
아마도 팬티일 반바지
아마도 팬티일 반바지
아마도 팬티일 반바지
아마도 팬티일 반바지 같은 거 입고 마중 나오는 남자랑 왜 결혼해야 할까.......
일전에 여자사람 친구가 그런 얘길 한 적이 있다. 자기는 항상 신경써서 옷 챙겨입고 나가는데 남자친구는 너무 막 나와서 어느 순간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고. 모자까지 눌러쓰고 편하게 나온 걸 보면 나는 뭐한건가 싶었다고. 그 여자사람친구는 결국 그 남자와 헤어졌다. 아마도 팬티일 반바지를 입고 마중 나온 지훈을 보노라니, 그걸 인식한 순간부터 경주는 어떤 싸한 감정을 갖게 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물론, 들어가고 나니, 아버지를 만나고 나니, 더 어마어마한 악몽같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아침 출근길에 스벅에 들러 크리스마스 블렌드 리저브 커피를 주문했다. 마침 쿠폰이 있었다. 리저브 커피를 주문하면 초콜렛을 함께 주는데, 커피가 좀 써서 초콜렛과 환상의 짝을 이룬다.
(샌드위치는... 걍 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커피를 테이크아웃 해서 사무실에 도착해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거울로 보는 내 옆모습을 보니 영낙없이 뚱뚱한 아빠곰이다. 아빠곰은 뚱뚱해~의 그 아빠곰. 나도 뚱뚱하고 옷도 뚱뚱하고 백팩도 뚱뚱해서 뚱뚱삼단콤보를 이루고 있어. 엘리베이터 보다가, 으앗 뚱뚱하다, 뚱뚱한 아빠곰이닷!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이렇게 뚱뚱한 아빠곰같으니 뚱뚱한 아빠곰같은 사람과는 끌어안으면 서로 배가 먼저 닿아서 튕겨나가겠구먼, 같은 생각을 하면서, 그래서 내가 만날 상대는 복근 단단히 갖춘 근육질이어야 한다, 그래야 안튕겨나간다....라고 생각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괜히 근육질을 좋아하는게 아님. 근육 만세다, 만만세!!
아니, 그런데 곧 개봉할 영화중에, 그 누구야, 클로이 모레츠 근육질 영화가 있대요... 세상 기대되는구먼. 게다가 그 누구냐, 크리스틴 스튜어트랑 맥켄지 데이비스 ♡ 같이 나오는 영화도 개봉할거래. 그렇지만 극장을 가본게 언제인가.. 맥켄지 님ㅠㅠ
저 이제 치아바타도 굽는답니다! 흑흑 ㅠㅠ
오늘은 <신계숙의 맛터사이클 다이어리>가 하는 날이다. 본방은 월요일인데 늦어서 내가 못보고 19:45의 수요일 재방을 볼 수 있다. 신계숙 교수님은 처음, <세계 테마기행>이었나, 거기에서 대만으로 여행갔던 걸 본 적 있었는데, 와, 엄청 유쾌한 분이시고 엄청 잘 드시고, 그러니까 내가 좋아하는 모든 부분을 다 갖고 계신 분이었다. 요즘엔 특히나 더 잘 먹고 잘 지내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샘솟는데, 게다가 교수라고 하니 교수가 되기까지 그 분이 노력한 시간은 얼마일까 싶어서 너무 좋았다. 오십대의 교수님이신데 비혼이시고, 본인의 전문적인 직업을 갖고 있고 그걸로 탄탄히 쌓아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방송도 하면서 유명세까지 얻고 계시니 너무 좋은 거다. 게다가 모터사이클을 아주 잘 타시고 즐기셔서 국내 여기저기를 오토바이를 타고 막 다닐 수 있는 거다. 일해서 돈 벌 수 잇는 능력과 어디든 갈 수 있는 기동력을 모두 갖추신 분이라니. 너무 좋은 거다. 게다가 전통조리가 교수님이셔서 요리도 엄청 잘하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국내 여행 갔다가 만나 식사를 대접받고 본인도 웍에다가 팔보채를 해주시는데, 후딱후딱 너무 멋져!! 넘나 좋은 롤모델이시다. 직업을 갖고 있고, 이름도 날리고, 모터사이클도 타고!! 그런데 모터사이클하고 오토바이는 다른건가요?? 모르겠다. 스쿠터랑 다른 건 알겠는데...
스쿠터 타고 다니던 친구야, 아직도 스쿠터 타고 다니니. 헬멧 쓰고 찍었던 사진을, 내가 폰에서 다시 뒤져봐야겠구나.
아무튼 요즘 신계숙 교수님 방송을 엄마랑 나랑 요즘 엄청 재미있게 보고 있어서 내가 방송 틀어두고는 '엄마 계숙씨 보자, 우리 계숙씨!'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커피가 너무 쓰네...
아 가을이라서 너무 미치겠는데, 가을이라 그런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