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 케이크 (부제:빵 한입 우유 두 모금)
파운드 케이크를 만들어보겠다고 큰소리 쳤으니 만들어 보았다.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기존에 만들었던 것과는 다른 레시피로 만들어 보았다. 친구로부터 받은 링크를 참고하고 또 친구의 레시피를 참고해서 결과적으로 나만의 레시피로.. (응?)
재료: 박력분 210g, 버터 210g, 설탕 210g, 계란 210g, 베이킹파우더 4 g, 우유 30g, 호두 원하는만큼
재료를 저렇게 써놨지만 나는 요리할 때 쓰는 저울이 없고, 그래서 도대체 저게 얼만큼의 양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버터는 마트에 가니 200g 짜리가 있어서 그래, 이거 한 통을 다 넣으면 되겠구나 하고 준비했지만 다른 건?
요리를 즐겨하는 여동생에게 저울이 있으니 도대체 밀가루 210g 이 얼마나 되냐 물으니, 여동생은 자신이 가진 책에서 사진을 찍어 보내줬다. 밀가루는 고운 가루라서 종이컵 하나에 100g 이라고. 오호 그래? 그렇다면 종이컵으로 두 번 넣고 더 넣으면 되겠구나. 친구는 만들 때 설탕의 양을 확 줄였다는데, 나도 줄여야 할 것 같았다. 종이컵의 절반만 넣자. 이것저것 영상을 찾아보니 베이킹파우더는 한꼬집 이라고 써있기도 하길래, 한꼬집은 도대체 얼마나 되는 양이 한꼬집인가. 이것도 그냥 알아서 넣었다. 계란.. 210g 은 몇 개일까? 친구에게 물어보니 자신은 보통 저 레서피에 3개를 넣는다고 했다. 나는 영상 몇 개를 찾아보았고, 그래서 저 재료들로 이렇게 만들었다.
상온에 한시간 이상 두었던 재료들임을 미리 밝힌다.
1. 계란을 풀고 거기에 준비한 설탕을 넣어 계속 휘핑한다. 휘핑한다는 대체 뭘까.. 젓는다는거겠지. 젓는다. 설탕이 잘 녹아야 한다고 뜨거운 물 담긴 그릇안에 계란 푼 그릇을 넣은 영상을 봐서 나도 그렇게 한다.
2. 버터를 뽀개가 뭉개다가 잘 안돼서 걍 그 버터 담긴 그릇에 1번을 넣고 막 젓는다. 부드럽게 죄다 풀려야 되는것 같은데 안된다. 그냥 이만큼만 하자, 포기하고.
3. 체에 받쳐 곱게 걸러낸 밀가루+베이킹 파우더를 2에 넣어 젓는다.
4. 3에 뽀갠 호두를 넣고 다시 반죽한다.
5. 파운드케이크 틀에 이걸 쏟아 붓고 예열된 오븐에 굽는다.
까지 하다가 앗!!! 씽크대에 꺼내둔 우유를 보고 소리를 질렀다.
"어떡해 우유 안넣었어!!"
엄마는 깔깔대고 웃으시며 지금 넣으라고 하셨지만, 이번판은 그냥 망치는 판으로 하자...고 내심 나를 다독인다. 그렇게 완성된 파운드케이크는 아래와 같다. 젓가락으로 푹 찔러서 밀가루가 묻어나오지 않으면 익은거라는데, 일단 그랬단 말야? 성급한 엄마는 딸이 만든 케이크가 어떤지 너무 맛보고 싶으셔서, 포크를 가져와서 푹 떠드셨다. 엄마... 이게 뭐야 ㅠㅠ

맛은 있는데 퍽퍽하다. 맛이 없을리가 없지. 버터랑 계란이 그렇게나 들어갔는데. 그리고 단맛이 전혀 없어. 흐음. 이제, 다시 시도하자. 성공하도록 하자. 첫판의 실패를 보충해가며 좀 더 나은 파운드 케이크를 만들자.
나는 우유도 빼먹지 않고 넣었고 설탕은 기존보다 좀 더 넣었다. 밀가루와 베이킹 파우더의 양도 조금 늘렸다. 베이킹 파우더가 한꼬집보다 더 들어가야 할 것 같아 그냥 내 생각대로 넣었다. 계란도 하나 더 넣었다. 여동생이 저울로 계란 하나를 쟀더니 껍질 포함 60g 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네 개 넣었다. 나는 자기 주장이 좀 강한편이야...
저녁에 남동생네 식구들이 와서 부모님과 식사를 함께할 예정이었던 터라, 빵을 좋아하는 올케에게 내가 만든 파운드케이크를 선물하고 싶었다. 그렇게 보완해 만들어낸 두번째 파운드 케이크는 아래와 같다.

잘 된것 같지만, 사진으로 알 수 있는지 모르겠는데, 겉에가 좀 바삭거린다. 파운드케이크는 바삭 보다는 푹신 쪽에 가까워야 하는데... 잘라낸 단면을 보자.

여길 봐도 어떤 뻑뻑함...이 느껴진다.
우유가 부족했을까? 베이킹 파우더를 더 넣어야 했을까?
게다가 내가 설탕을 더 넣느라고 넣었는데도 1도 안달아. 하아... 내가 설탕에 대해 두려운 마음을 갖고 있는가 보았다. 설탕에 대해 쫄고 있어... 어쨌든 버터가 가득 들어갔으니 맛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굉장히 목이 메이는 것이다. 음..단면이 저것보단 부드러워야 할 것 같은데... 내가 버터랑 계란이랑 푸는데에 있어서 젓기가 너무 싫은거야... 나는 진짜.. 하면서 생각했다. 앞으로 절대 하지 말자고. 어쨌든 저거 해서 먹는데 달지 않아서 좋긴 했지만 빵 한 입 먹으면 우유 두 모금을 먹어야 했다. 엄마는 커피랑 마시자고 해서 엄마와 내 커피를 내리긴 했지만, 커피랑 저 빵 한 조각 먹으려면 커피가 한없이 들어갈 것 같은 거다. 나는 좋아하지도 않는 우유를 부러 꺼냈다. 어차피 빵만들고 남았어.. 그래서 빵 한입에 우유 두 모금씩.. 가까스로 빵을 먹었다. 흑흑 ㅠㅠ
남동생이 집에 와서 보더니 와 근사하다 좋다고 하고는 맛을 보더니 딸기쨈을 발라 먹어야겠다고 했다. 너무 안달다고..왜 설탕을 넣지 않았느냐고.... 나는 넣었다고 했다. 단지 쫄았을 뿐.... 너무나 뻑뻑하여 내가 만든 것이 파운드 케이크인지 스콘인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ㅠㅠ
저 두개짜리에서 예쁜거를 올케한테 안겨줬다. 먹어...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요가 잠깐 해주고 파운드 케이크 두 판 굽고 그 뒤로 일요일 밤까지 뻗어있었다. 진짜 개힘들어. 내가 왜했을까. 버터며 우유며 장 볼 때 엄마가 같이 갔었는데 하지말라고, 하지말란 말야, 옆에서 계속 말리셨지만...'에휴, 그래, 해라, 너는 고집이 세지' 하면서 날 내버려두셨어. 넌 한다면 그냥 니가 해야 직성이 풀리니까, 하면서..그리고 주말 내내 힘들어 힘들어 뻗어있는 나를 보면서 '사먹자고 몇 번 말했니' 라고 하셨다.
그런데 일요일밤 저녁 먹으면서 나는 채널을 돌리다가 그 뭣이냐, 이연복이 중국에 가서 탕슉 만들어 파는 걸 보았고...나는 엄마에게 말했다.
"다음 주말엔 탕수육 해볼까?"
엄마는 다시 나를 말리셨다. 사먹어. 사먹자. 제발 하지마..너 또 힘들어서 뻗어버리려고 그래....
나는 왜 요리만 하면 뻗을까? 왜 내 에너지를 요리가 다 가져갈까? 진짜 다시는 안해야지. 베이킹 하고 주말 이틀을 뻗어있었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게 그냥 ...나랑은 너무나 안맞는 일인 것 같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제 안해야지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재료비 겁나 많이 들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버터 200g 짜리 세 개나 샀단말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리고 마트 간김에 와인도 샀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걍 파운드 케이트 두개 샀으면 2만원에 퉁치는건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마트 가서 10만원 쓰고 왔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우유는 1+1 로 샀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호두 사다가 옆에 있는 캐슈너트도 사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만두 시식했다가 만두 사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난 멍충이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