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한국의 글쟁이들/(19) 건축저술가 임석재 교수 ‘글쟁이 팔자’란 것이 있다면 건축사학자 임석재(46·이화여대 건축과) 교수가 꼭 거기 해당되지 않을까. 1995년 첫 책 <추상과 감흥>을 낸 뒤 지금까지 12년 동안 임교수는 번역한 책을 빼고도 모두 28권의 책을 썼다. 지금 우리 출판계에서 건축책을 주기적으로 쓰는 필자는 많이 잡아야 서너명 수준. 건축에 대한 우리 저자의 책을 읽고자 한다면 임 교수의 책을 피해가기란 쉽지 않다. 이런 성과가 모두 임 교수 특유의 글쟁이 기질의 소산이다. 미국 유학시절 스승들이 대부분 건축저술가인 것을 보고 자신도 그렇게 살기로 결심한 뒤로 임 교수는 마치 글쓰는 기계를 연상시키듯 책을 쓰는데 매진하고 있다.

임 교수처럼 학문적 글을 쓰는 저술가들은 자신이 직접 분류, 정리한 자료라야 자료로서 활용할 수 있는 어려움 때문에 자신만의 도서관을 홀로 만들게 된다. 임 교수는 특히나 그런 학자들의 숙명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이다. 임교수가 서울 근교에 따로 마련한 자료실 겸 집필실인 방 다섯개짜리 아파트는 부엌과 자는 방을 뺀 모든 공간을 책들이 빈틈없이 채우고 있다. 벽면을 모두 책이 둘러싼 마루 가운데에는 소파 대신 큼직한 책상이 자리잡고 있다. 슬라이드 사진 필름도 방 하나를 차지한다. 거의 원서가 대부분인 책들이 약 1만권, 슬라이드필름이 20만장이다. 역사자료는 시대순으로, 인물자료는 알파벳순으로 정리해 놓았다. 본인 스스로도 “모은 책이 아까워서 딸에게 건축을 전공해보라고 꾀고 있다”고 할 정도다. 바보같은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자료가 많이 필요하냐고.

“건축 자체가 종합학문이에요. 그래서 책을 쓰는 것도 종합적인 시각을 필요로 합니다. 건축현상의 사회문화적 맥락은 물론 배경역사와 철학에 대한 지식을 가져야 합니다. 경제와 공학기술도 알아야 하구요. 그리고 예술적 심미안이 있어야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건축책은 글과 이미지를 함께 다룰 수 있어야 쓸 수가 있어요. 필자가 직접 이미지를 해결하지 못하면 글과 이미지가 잘 조화를 이루는 책을 쓰기가 쉽지 않습니다.” 건축은 종합학문…자료 불을 수밖에 자료가 많아야 하는 이유는 고스란히 건축책 쓰는 어려움에도 해당된다. 다른 인문학과 달리 노트에 볼펜만 들고 책을 쓸 수 없어 카메라를 들고 현장으로 나가야 하고, 수많은 관련지식과 시각 가운데 무엇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머리에서 생각이 저절로 떠오르도록 평소 많은 것을 읽고 생각해놓는 수밖에 없다. “자료란 눈덩어리 같아서 어느 정도 규모가 되어야 굴러가요. 물론 사놓고 평생 안볼 책도 있지요. 그런데 그걸 버리면 나머지 자료들도 같이 죽어요. 경영효율로는 설명이 안되는데 학문적으로는 그래요. 자료가 많아지면 생각이 넓어지는 효과도 있어요. 자료가 오히려 연구주제를 넓혀주기도 하는거죠.” 하지만 그런 당위성과 의무감보다도 오히려 자료정리를 취미처럼 즐기는 ‘체질’이 더 필요해보였다. 실제 임 교수의 자료정리를 보면 거의 ‘애정’ 수준이다. 슬라이드 20만장을 따로 보관한 방에는 필름 보호를 위해 곳곳에 습기제거용품이 놓여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슬라이드철 사이에 끼우려고 크기를 맞춰 자른 신문지 1만장을 따로 준비해놓았다. “습기 제거에는 신문지가 최고거든요. 제가 동네 돌아다니면서 신문지를 모아와 제자들 도움받아 자른 겁니다.” 그 말을 듣고나니 자료철 하나하나 손글씨로 써붙인 항목 인덱스와 책장에 붙인 자료 구분표는 차라리 대단치도 않아 보였다.

임 교수의 일상은 모든 것이 글쓰기에 맞춰져 있다. 방학이면 해외로 취재를 가고, 평상시에는 전국 답사를 한다. 요즘처럼 방학을 맞아 집중적으로 책을 쓸 때는 새벽 6시에 일어나 오후 6시까지 운동시간 1시간과 낮잠 20분을 빼고 오로지 글을 쓴다. 대신 글쓰는 장소는 자주 바뀐다. 노트북들고 거리로 나가 카페에서, 다른 대학 식당에서, 때론 패스트푸드점에서 혼자 원고를 쓴다. 약간 트이고 약간 소음이 웅웅거리는 공간이 머리에 더 자극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도 멋적은듯 웃는다. “저도 왜 이러고 사나 싶을 때가 있어요.” 10여년만에 28권의 책을 써서 독자들과 건축을 이어줄 수 있었던 비결은 실로 단순했지만 대신 확실했다. 이렇게 생활하면서 고급학술지부터 서민들 골목길 풍경까지 훑고 다니다 보면 생각이 범벅이 되면서 책 쓸 주제는 절로 떠오른다고 한다. 일단 주제를 정하면 2~3일 다른 작업을 쉬고 기획을 한다. 그 다음 항목별로 노트북에 바로 풀어쓰면서 인용도 집어넣은 다음에 정밀한 자료를 가지고 와서 처음부터 다시 손을 본다. 그 다음 사진자료를 가져와 내용을 고치는 3단계를 거쳐 책을 쓴다.

임 교수는 “교수라는 직업과 학술저술 가운데 하나를 고르라면 학술저술을 고를 것”이라고 잘라 말하지만, 그가 이렇게 책을 많이 쓸 수 있는 것은 물론 교수라는 안정된 직업을 가진 덕이 크다. 해외취재만해도 경비 600만~700만원에 필름현상비만 300만원 넘게 든다. 이를 포함한 1년 연구비는 대략 2000만~3000만원 선. 반면 들어오는 수입은 훨씬 못미친다. 건축책은 대중적인 것이라도 1만부는커녕 3천~4천부를 넘기기도 힘들다. 이런 어려움속에서도 임 교수는 더욱 쓰는 책의 종류와 폭을 넓히고 있다. 초기 정통 학술서에서 시작했지만 대중건축서로도 <건축 우리의 자화상> <우리 옛 건축과 서양 건축의 만남> 등을 냈고, 전통건축책도 7권을 냈다. 서울 달동네 골목길들을 답사한 <서울 골목길 풍경>같은 독특한 책도 있다.

독특한 사관 깃든 ‘서양건축사’ 그렇지만 역시 가장 주가 되는 작업은 역시 전공인 서양건축사 책들이다. ‘임석재 서양건축사’란 부제를 달고 있는 5권짜리 시리즈가 현재 <땅과 인간> 등 3권까지 나와 있다. 한국학자가 서양건축사 통사를 쓴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는 노작이다. 여기에 모두 30여권으로 기획해 9권까지 펴낸 ‘서양근현대건축사 시리즈’가 있다. 그의 건축사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사학자인 그의 독특한 ‘사관’이다. 그는 건축사를 ‘중층변증법’이란 자기만의 개념으로 풀이한다. 해양성과 대륙성, 남성성과 여성성, 정주성과 유목성 등 대립되는 수백가지의 쌍개념들의 복합작용으로 건축을 분석하고 이를 겹겹이 교직해 특성을 파악하는 방식이다.

건축가 주인공인 소설도 계획중 앞으로 쓸 책 계획에는 사진집 같은 예상 가능한 것들과 함께 뜻밖에도 ‘미스터리 소설’이 들어 있다. 이탈리아의 천재 건축가로 라이벌 관계였던 베르니니와 보로미니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17세기 이탈리아 가톨릭 문명을 총괄해 알려주는 책을 구상중이라고 한다. 거의 건축을 소재로 하면서 책의 십진분류법 모두에 저자 이름을 올리겠다는 태세다. 글쟁이 팔자를 누가 말릴 수 있으랴. 새로운 건축책을 기다리는 독자들은 임 교수의 새 시도를 더욱 부추길 듯하다.

글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임석재가 말하는 내 책은… <추상과 감흥> (절판) 문예마당(1995) 20세기 서양 모더니즘의 문을 연 사조인 비엔나 아르누보를 다룬 건축이론책이다. 당시 건축들의 내용 속에 20세기 현대 서양건축이 지닌 고민의 단초들이 들어 있다는 점을 주목해, 현대 건축의 고민이 어디서 출발했고 어떤 연장선상에 있는지 설명하고자 했다. 이후 쓴 책들보다 학문적 완성도가 더 높았다고 보는데 너무 안팔려 절판됐다.

<우리 옛 건축과 서양 건축의 만남> 대원사(1999) 알기 쉬운 대중건축책으로 우리 전통건축을 서양건축에까지 접목시켜 보는 비교건축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건축 개념이 대부분 서양 개념인 점을 감안해 전통건축을 현대적 시각으로 풀이해봤다. 그동안 건축책들은 전통건축을 전통시각만으로 보고 단순하게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는 역사 정보로 다뤄왔는데, 이 책은 전통건축을 현대적 분석을 통해 지금 우리의 생각으로 보고자 했다.

<임석재 서양건축사 시리즈>북하우스(전5권·3권까지 나옴) 인간을 매개로 서양문명을 크게 5단계로 나눠 기술한 서양건축통사. 땅-기독교-하늘-인간-기술 등 다섯가지 문명단계별로 건축물을 중심에 놓고 인간에 대한 서양문명의 시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살펴보려 했다. 건축책으로서는 드물게 서양어와 우리말 대응사전 등 인덱스와 부록에도 많은 신경을 쓴 것이 특징이다.

<한국전통건축과 동양사상> 북하우스(2005) 대표적인 동양사상이자 지금 우리 기본정서를 이루고 있는 유·불·도 3대 사상의 관점에서 전통건축이 갖는 의미와 철학, 미학 등을 해석한 책. 우리가 자신을 봤을 때 우리의 특징으로 제시할 수 있는 국민성, 민족감성, 전통정서 등이 건축속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분석했다.

http://media.paran.com/snews/newsview.php?dirnews=397901&year=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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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소설가 조세희씨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이 드라마로 제작·방영된다. 한국방송 1텔레비전은 다음달 3일 <에이치디(HD) 티브이 문학관-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극본 박진숙, 연출 김형일· 밤 10시20분)을 내보낸다. 연극이나 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있지만 드라마로 제작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난쏘공>은 주인공 난쟁이네 가족을 통해 1970년대 도시 빈민층의 좌절과 애환을 그린다. 12편의 연작 소설로 이루어진 원작의 네번째 편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원작과 달리 난쟁이가 죽은 뒤 가족들이 다른 곳으로 이사가고 큰 아들이 살인죄로 사형 선고를 받는 등 뒷이야기를 덧붙인다. 작가 박진숙씨 “70년대 시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2007년 현재를 사는 젊은이들에게 그 시대 사람들의 얘기를 어떻게 전달할지를 고민했다”며 “노동운동 측면보다는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무력한 가장이 가족을 위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등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족애에 무게 중심을 두었다”고 말했다. 원작 소설에서 단연 백미로 꼽히는, 난쟁이네 가족들이 집이 헐리는데도 식사를 하는 가슴 뭉클한 장면을 보여주는데 공을 들였다고 한다.

드라마는 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원작의 분위기를 충실히 담는다. 무엇보다 주인공들이 사는 낙원구 행복동의 모습을 그대로 살리고자 했다. 김형일 피디는 “원작에 나오는 것처럼 방둑이 있고 공장이 있는 산동네를 찾기 힘들었다”며 “한 공간에 다 담을 수 없어 서울 상도동과 하월곡동, 부산의 물망골 등 세곳을 오가며 촬영했다”고 전했다. 이미 산동네 대부분이 재개발이 된 터라 마지막으로 남은 산동네를 어렵게 찾아 찍은 것이란다. 사실적 묘사보다는 비유적인 표현이 많은 원작의 느낌도 담아냈다. 박 작가는 “난쟁이가 달을 향해 쇠공을 던지는 모습 등 상징적인 의미를 띠는 장면을 살렸다”고 했다.

연극배우 강성해가 주인공 난쟁이 역을, 중견배우 고두심이 난쟁이의 아내 역을 맡았다. 그룹 인디고 출신의 신인배우 서한과 영화 <다세포소녀>에 나온 유주희가 각각 난쟁이의 둘째아들 영호와 막내딸 영희 역으로 출연한다.

<… 티브이 문학관>에서는 <난쏘공> 이외에도 다음달 2일에는 방현석 원작의 <랍스터를 먹는 시간>(밤 10시), 4일에는 박민규 원작의 <카스테라>(밤 10시20분)를 방송한다. <… 티브이 문학관> 100선 프로젝트 홍성덕 팀장은 “9월쯤에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 김훈의 <언니의 폐경>, 정미경의 <나의 피투성이 연인>을 원작으로 한 작품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제공

http://www.hani.co.kr/arti/culture/entertainment/19165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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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 유키오의 <사랑의 갈증>

미시마 유키오의 <사랑의 갈증>은 우아하고 감상적인 통속소설이다.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이 그랬듯 단순히 도덕이라는 잣대로 재기 힘든 한 여자의 삶과 그 속내를 섬세하게 발라낸다. 그리고 묻는다. ‘편견이 아닌 도덕이 있을까?’ 거기에 대한 교과서적인 답안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미시마 유키오는 주인공 에쓰코가 왜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가의 문제를 기가 찰 정도의 천연덕스러운 문장으로 풀어간다.

에쓰코는 시댁 식구들과 살고 있다. 에쓰코의 남편 료스케는 장티푸스로 죽었는데, 죽기 전에 이미 상당한 여성 편력을 자랑했다. 그는 아내에게 여자 관계를 숨기는 정도의 성의조차 보이지 않았다. 분한 마음이 든 에쓰코가 두 번째로 음독을 시도하려한 날 밤 남편은 병이 드는데, 며칠이 지나 장티푸스임이 밝혀져 병원에 갔을 때 남편은 이미 위독한 상태였다. 신혼 이후 처음으로 에쓰코는 행복을 맛보지만, 남편의 여자들이 하나씩 병원에 나타나고, 마침내 그는 죽는다. 남편이 죽은 뒤, 에쓰코는 남편을 보살피던 격리병동 같던 시골 마이덴 마을의 시아버지 집으로 가서 시아버지, 남편의 형 겐스케 부부, 남편의 동생 유스케의 아내와 아이들과 더불어 산다. 하지만 기실 그녀는 시아버지의 애인이다. 목욕하다 쇄골에 물이 고이면 떨어지지도 않을 정도로 바싹 마른 깐깐한 시아버지와 그녀 사이는 집안 식구들 사이에서도 암묵적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에쓰코는 농사를 돕는 열여덟살 일꾼 사부로에게 마음이 가 있다. 그 사실 역시 집안 식구들이 다 알고 있지만 에쓰코는 언제나 침착하려 하고, 사부로는 눈치조차 못 챈다. 어느 가을 저녁날의 축제날, 마을 젊은이들이 반라로 사자의 머리를 든 행렬을 이끌고 있었다. 에쓰코는 그 가운데 있는 사부로를, 사부로의 눈동자에 비친 화톳불을 본다. 에쓰코는 겐스케 내외와 떨어져 군중 속에 파묻히고, 사부로의 맨 등을 만지는 데 성공하지만 그날 그녀는 하녀 미요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인생에는 무슨 일이나 가능할 것 같은 순간이 몇번 있는데, 사람들은 아마 그 순간 보통 때는 볼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볼 것이다. 그것들이 일단 망각의 심연에 가라앉은 뒤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되살아나 세계의 고통과 환희의 놀랄 만한 풍요로움을 다시 우리에게 암시한다. 그러나 운명적인 이 순간을 피하는 것은 아무나 가능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이나 자신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것 이상의 것을 봐버리는 불행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미시마 유키오는 에쓰코가 시아버지와 더불어 두 물체 같은 무표정한 관계를 유지하다가 그 삶의 화톳불에 눈이 머는 순간으로 에쓰코를 치밀하게 몰아넣는다. <사랑의 갈증>은 누구나 손가락질하지만 사실 누구나 그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고 마는 진부하고 통속적인 인간에 관한 흥미로운 관찰기다.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article_id=44151&mm=00300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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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은 언제나 공부를 하는 곳이었다. 시험을 앞둔 수험생과 취업 준비생들은 새벽같이 열람실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을 치러왔다. 참고서가 아닌 책을 보기 위해 도서관에 가는 것이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지는 주객전도의 상황. ‘공부방’이 아닌 도서관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규모는 작지만, 특별한 다섯곳의 도서관을 찾아갔다.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도자기를 굽고, 공원을 산책하며, 만화책에 파묻힐 수 있는 곳. 하나의 문화 공간으로 도약 중인 신나는 도서관, 즐거운 도서관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책 테마파크

책을 들고, 미술품 한번 보고, 숲 향기 한번 마시고

이용시간: 10:00~18:00(월요일, 법정 공휴일 휴관)
찾아가는 길: 지하철 분당선 서현역에서 내려 119, 1500-2, 1005-5, 3, 22, 17, 3-1번 버스 이용
이용문의: 031-708-3588, www.snart.or.kr

겨울의 공원은 소슬하다. 잎을 떨군 나무들, 차갑게 굳어진 흙바닥은 가슴속까지 시리게 만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1월의 주말, 분당 율동공원의 공기는 사람들이 뿜어내는 뽀얀 입김으로 가득하다. 손을 꼭 잡은 연인에서 느긋하게 유모차를 밀고 가는 부부까지 방문객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에 공원 속 공원이 있다. 책 테마파크, 성남문화재단의 운영 아래 지난해 4월 문을 연 이곳은 설치미술가 임옥상, 건축가 승효상, 시인 김정환의 합작품이다. 책을 의미하는 각 나라의 언어들이 표지판처럼 세워진 ‘바람의 책’을 통과하면, 건물의 한면 전체에 훈민정음을 새겨넣은 거대한 조형벽이 손님을 맞이한다. 벽면 옆으로는 건물을 감싸는 산책로이자 책의 역사를 그림과 문자로 새겨넣은 ‘시간의 책’이 미로처럼 이어진다. “엄마, 여기 아톰도 있어!” 벽화를 더듬으며 신이 난 아이들이 재잘대는 사이, 부모들의 카메라 셔터도 쉬지 않고 움직인다.

그렇다면 정작 도서관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굽이굽이 꺾인 미로를 빠져나가면 ‘공간의 책’, 말 그대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소가 등장한다. 테이블 위에 차곡차곡 책을 쌓아놓고 문자의 세계에 빠져든 사람들의 모습은 여느 도서관 풍경과 다를 바가 없지만, 공간의 분위기만큼은 색다르다. 분홍빛 꽃을 틔운 나무, 천장 곳곳에 자리한 색색의 말풍선들은 이색 카페를 연상케 한다. 책을 든 사람들이 자리를 잡는 것이 아니라 건물 밖으로 총총히 걸음을 옮기는 광경도 특이하다. 뒤를 따라가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도서관 뒤편의 잔디밭은 한가로이 앉아 책을 읽기에 안성맞춤이다. 기린, 자동차 등 다채로운 조형물 사이에 돌로 만든 벤치가 놓여 있고, 그 위에는 김정환 시인의 자작시가 꼼꼼히 새겨져 있다. “일반적인 도서관의 개념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책을 주제로 한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보아야 한다”는 박봉석 사서의 말처럼 책 테마파크는 도서관, 미술관, 공원이 한데 어우러져 화음을 빚어내는 공간이다. 매서운 날씨에 움츠려들지 않고 발걸음을 옮긴다면, 얼음조각 교실(1월27~28일) 등 겨울에만 가능한 이벤트도 더불어 선사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서대문구립이진아기념도서관

마음의 양식도 쌓고 나만의 취미도 살리고

이용시간: 09:00~18:00(월요일, 법정 공휴일 휴관)
찾아가는 길: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4번 출구, 서대문 독립공원 내
이용문의: 02-360-8600, www.sdmljalib.or.kr

미담을 소개하는 지면이나 방송을 통해 한번쯤 들어보았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진아라는 이름에 “그게 누구야?”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릴 사람이 더욱 많지 않을까. 2003년 어학연수차 미국에 가 있던 딸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의류업체를 운영하던 아버지 이상천씨는 딸을 기리는 뜻으로 도서관 건립 사업에 50억원을 기부했다. 그 돈이 씨앗이 되어 이진아기념도서관은 이진아씨의 25번째 생일인 2005년 9월에 탄생하게 되었다. 아버지가 딸을 위해 만든 도서관이란 어떤 모습일까. 눈이 채 녹지 않은 서대문 독립공원을 관통해 가파른 계단을 올라서니 붉은 벽돌의 아담한 건물이 나타난다.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이진아씨의 모습을 담은 벽화다. “책 좋아했던 딸을 그리며, 가슴에 묻는 대신 영원히 살리기로 결심하다”는 아버지의 글귀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안내 데스크에 마련된 책자를 펼쳐드니 빼곡하게 들어찬 문화 프로그램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발레스쿨, 과학놀이 등 유아 프로그램을 비롯해 도예, 컴퓨터 등 성인 강좌까지 모양새가 여느 문화센터 못지않다. 개관 당시 9개반으로 출발한 문화 프로그램은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57개반으로 늘어났고, 800여명의 수강생을 배출했다. 이정수 팀장의 말을 빌리자면, “특화된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열이 높은 지역 주민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강좌를 수강하지 않는다고 해서 서운함을 느낄 필요는 없다. 일반 열람실을 없애고 자료실의 기능을 강화한 이진아기념도서관의 주인공은 누구보다도 순수하게 책을 읽기 위해 도서관을 찾는 이들이다. 마음에 드는 책을 골랐다면, 4층 종합자료실에 앉아 책장을 넘겨보자. 독립공원을 향해 활짝 트인 창밖 풍경은 눈의 피로를 씻어주는 작은 청량제다.

서울애니메이션센터 만화의 집

옛날 만화부터 유럽 만화까지

이용시간: 09:00~18:00(월요일, 법정 공휴일 휴관)
찾아가는 길: 지하철 4호선 명동역 1번 출구, 서울애니메이션센터 내
이용문의: 02-3455-8331, www.ani.seoul.kr

꼴깍, 침을 삼키는 소리가 정적을 깨뜨린다. 다시 침묵. 서걱대며 책장을 넘기는 소리만이 들려올 뿐이다. 사법고시라도 앞둔 것일까. 하지만 웬걸, 자그마한 도서관을 가득 메운 것은 갓 열살을 넘겼을 법한 꼬맹이들이다. 아이들을 몰아의 경지로 몰고 간 것은 다름 아닌 만화책. 책장 사이의 공간이란 공간은 모조리 점령한 아이들은 양반다리를 한 채 초밥왕과 개똥이를 만나는 중이다. 남산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안에 자리한 만화의 집은 이름 그대로 국내외 만화책을 모아놓은 공간이다. 둘리와 도우너, 또치가 손짓하는 입구를 지나 1층 도서정보실에 들어서면 3만여권의 만화책이 손님을 반긴다. SF, 무협, 추리, 로맨스 등 장르별로 꼼꼼히 분류된 ‘장서’들을 읽는 것은 물론 무료. 문을 닫기 전까지 한권이라도 더 보겠다는 각오로 무장한 아이들은 잡담 한마디 주고받지 않고 열독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만화에 대한 애정을 간직한 성인이라면, <13> <리드뱅> 등 일반 서점이나 대여점에서는 접하기 힘든 유럽 만화들이 무엇보다 반가운 선물이 되어줄 것이다. 공짜 만화로 충분히 배를 채웠다면 소화도 시킬 겸 계단을 올라가보자. 벽면을 장식한 <마린 블루스> <파페포포 메모리스>의 주인공을 따라 걸음을 옮기면 전시실이 나타난다. 발소리를 내는 것조차 부담스럽던 아래층과는 대조적으로 전시실은 시끌시끌 높낮은 목소리들이 넘쳐난다. “엄마, 얘는 외계인이야?” “진짜 웃기게 생겼다~.” 캐릭터 모형에 바짝 달라붙어 눈을 빛내는 아이들도 신이 났지만, <소년세계> <어깨동무> 등 옛날 잡지를 앞에 두고 “이게 엄마가 어렸을 때 보던 거야?”라며 은근한 향수를 표하는 어른들도 흥이 오른 눈치다. 남산 언덕의 만화세계에 입장하기 위해선 잊지 않고 두 가지를 준비해야 한다. 물리도록 만화책을 보기 위한 마음의 준비, 그리고 신분증.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

정(情)으로 통하는 도서 사랑방

이용시간: 09:00~18:00(월요일, 법정 공휴일 휴관)
찾아가는 길: 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에서 내린 뒤 1215번 버스 이용, 홍릉초등학교 앞 하차
이용문의: 02-960-1959, www.L4D.or.kr

“옛날 옛날 한 옛날에, 인간 세상 생겨났다네~.” 한복 의상을 차려입은 아이들이 무대 위에서 목소리를 뽐낸다. 15명의 아이들이 3개월 동안 연습해온 뮤지컬 <삼신할망>을 마침내 선보이는 날, 객석은 공연을 보러온 아이들과 어른들로 꽉꽉 들어찼다. 어린 배우들이 입을 모아 합창을 선보일 때마다 박수와 함께 플래시가 펑펑 터져나온다. 한껏 달아오른 공기가 콘서트장 부럽지 않은 이곳은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의 시청각실이다. 청량리2동 홍릉공원 옆에 자리한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은 지난해 6월 문을 열었다. 개관한 지 이제 반년 남짓이지만, 회원 수만 1만2천명에 일일 방문객이 3천여명에 이른다. 자그마한 신생 도서관이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을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도서관을 잠시라도 둘러본 이라면 그 이유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의 가장 큰 힘은 바로 사람이다. 이우정 관장과 17명의 사서들은 “무섭고 딱딱한 도서관이 아닌 친근한 도서관”을 목표로 “백화점 수준의 서비스”를 보여주자는 의견을 모았다. 쉽게 사서를 찾을 수 있도록 유니폼을 맞추어 입었고, 사무실이 아닌 각층에 나가 직접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우선 업무로 삼았다. 뮤지컬 공연처럼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참여와 만남의 자리를 마련했음은 물론이다. 사서들과 함께 도서관의 얼굴을 이루는 것은 지역 어르신들. 이웃 할아버지, 할머니가 일원이 되어 운영하는 도서관의 공기는 따뜻하고 편안할 수밖에 없다. “사서들을 비롯해 자원봉사자, 어르신들은 도서관에 자주 오는 아이들의 이름을 모두 기억한다”는 김정규 사서의 이야기는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이 지역사회와 맺고 있는 끈끈한 관계를 말해준다. 나의 이름을 불러주는 도서관. 그곳에는 책의 향기만큼이나 진한 사람 내음이 가득하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동화 놀이터

이용시간: 09:00~18:00(월요일, 법정 공휴일 휴관)
찾아가는 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8번 출구, 도보로 5분 소요
이용문의: 02-3451-0800, www.nlcy.go.kr

“봄비가 내렸습니다. 강아지똥 앞에 파란 민들레 싹이 돋아났습니다.” 소곤소곤 동화를 들려주는 어머니와 호기심으로 눈을 빛내는 아이. 여느 가정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24시간을 채우고도 모자랄 이야기보따리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 역삼동 옛 학위논문관 자리에 들어선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진 책의 놀이터다. 부모의 손을 잡거나, 또래끼리 무리를 이루어 도서관을 찾은 아이들이 가장 많이 향하는 곳은 어린이 자료실. 동화책과 그림책이 모자람없이 준비되어 있는 까닭도 있지만, 공간 자체가 아이들의 몸에 맞게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신발을 벗은 채 편안히 앉을 수 있는 마룻바닥, 동그랗게 배열된 테이블, 낮고 넓게 만들어진 서가와 발 받침대 등 사소한 부분 하나하나에서 섬세한 배려가 묻어난다. 어머니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수 있는 공간인 ‘그림책 나라’가 별도로 마련된 것도 그 같은 맥락이다. 근처에 이사온 뒤 매주 한두번은 꼭 도서관을 찾는다는 소연이 어머니는 “책의 종류가 다양하고 보관 상태도 좋다”며 “애가 도서관에 가자고 하도 졸라서 요새는 힘들다”며 고충(?)을 털어놓는다. 어린이 자료실 맞은편의 외국 아동 자료실은 성인들에게도 매력적이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세계 각국 동화책들이 서가를 장식한 가운데, 자료실 한편에서는 각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인 ‘외국문화여행’이 진행 중이다. 현재 여행의 목적지가 된 곳은 터키. 전통 민담집부터 <내 이름은 빨강>까지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낯선 세계의 안내서로 마련됐다. 파트너가 되어줄 아이가 없다 해도 망설일 필요는 없다. 그림책을 놓고 투닥대는 아이들의 정겨운 소음이 귀를 간질이는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동화 속 세계 이상의 행복감을 안겨줄 테니까.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mm=003003001&article_id=44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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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어주는여자] 글쓰기 열풍

과장할 생각은 없지만, 유사 이래 최근처럼 우리 국민이 글쓰기 열풍에 휩싸인 적이 없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선 대입 논술시험이 불러온 폭풍이 먼저 떠오르고, 인터넷 공간에서의 글쓰기­블로그 꾸미기, 댓글, 이메일, 메신저 형태­와 소소하게는 모바일 문자 메시지에 이르기까지 이제 글을 잘 써야 할 이유는 흘러넘치고 있다.

출판사에도 투고 원고들이 날마다 쇄도하는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글쓰기 매뉴얼에 대한 책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직장인의, 비즈니스를 위한 글쓰기의 필요성이 증대된 사정도 이 같은 글쓰기 열풍을 부추기는 한 동인일 것이다.

글쓰기는 아주 중요한 치유의 기능을 갖고 있다. 그래서 지난날 나는 여러 차례 자신의 인생을 글로 써보자고 주창했었다. 흔히들 우리는 자신의 인생을 책으로 쓰면 열 권은 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쓰지 않으면 자신의 인생을 정리할 방법이란 기실 별로 많지 않다. 또 실제로 적어보면 일반적으로 열 권까지 다 안 적고도 할 말을 다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까 글쓰기의 차원에서 볼 때 상상하는 것과 행하는 것은 엄청난 격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을 돌아본다는 의미다. 글쓰기의 이런 기능이 우리가 삶에서 실패하지 않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해준다. 내일의 삶을 말해주는 것은 오늘의 우리 삶이기가 쉽다. 그런 점에서 나는 우리가 제각기 방식으로 글을 쓰면 더 행복해지리란 것을 감히 말하고 싶다. 그런데 어떤 목적의식이 없으면 글을 쓴다는 것도 쉽지 않다. 따라서 개인별로 어떤 목표를 설정할 필요는 있다. 특히 요즘은 출판 방식도 다변화되고 일반인의 접근도 용이해졌으므로 책으로 기록을 남기기도 쉬워졌다. 뿐만 아니라 글쓰기의 좋은 점은 별로 사전 준비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종이와 노트, 혹은 모니터에 글을 적어 넣으려는 의지만 있으면 된다.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터키의 작가 오르한 파묵도 글쓰기를 ‘바늘로 우물 파기’에 비견했는데, 이런 각오만 있으면 우리도 큰 우물을 팔 수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가 모두 전업 작가를 원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보통 시는 춤, 산문은 보행에 비유되는데 한 걸음 한 걸음 글쓰기의 보행을 하다 보면 또 어느 순간 작가나 저자가 될 수도 있는 법이다. 작가란 말의 한자적 의미는 ‘집을 짓는 사람’을 뜻하므로 상상의 공간에서 집을 짓는 사람은 누구나 작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집에는 용적률도 지가도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첨언하고 싶다. 무한한 저 푸른 초원 위에 맘껏 설계를 하고, 시공만 하면 된다. 맘에 안 들면 없애는 것도 아주 용이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결국 창의적인 사고와 좋은 글을 많이 읽는 노력, 그것뿐이라고 생각한다. 또 책을 읽는 가운데 자신의 ‘글쓰기 멘토’를 발견하는 노력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리라고 믿는다. 최근 대입 논술고사를 둘러싼 논란도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글쓰기 능력의 본격적인 확장 과정에서 나온 어느 정도의 부작용으로, 우리의 글쓰기 능력이 향상되면 해결될 과도기적 문제가 아닐까 싶다.

우리 모두 전업 작가급 저술 능력을 지니는 그 날까지 쭈욱 글을 써보자.

정은숙 시인·마음산책 대표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855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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