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읽어주는여자] 글쓰기 열풍

과장할 생각은 없지만, 유사 이래 최근처럼 우리 국민이 글쓰기 열풍에 휩싸인 적이 없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선 대입 논술시험이 불러온 폭풍이 먼저 떠오르고, 인터넷 공간에서의 글쓰기­블로그 꾸미기, 댓글, 이메일, 메신저 형태­와 소소하게는 모바일 문자 메시지에 이르기까지 이제 글을 잘 써야 할 이유는 흘러넘치고 있다.

출판사에도 투고 원고들이 날마다 쇄도하는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글쓰기 매뉴얼에 대한 책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직장인의, 비즈니스를 위한 글쓰기의 필요성이 증대된 사정도 이 같은 글쓰기 열풍을 부추기는 한 동인일 것이다.

글쓰기는 아주 중요한 치유의 기능을 갖고 있다. 그래서 지난날 나는 여러 차례 자신의 인생을 글로 써보자고 주창했었다. 흔히들 우리는 자신의 인생을 책으로 쓰면 열 권은 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쓰지 않으면 자신의 인생을 정리할 방법이란 기실 별로 많지 않다. 또 실제로 적어보면 일반적으로 열 권까지 다 안 적고도 할 말을 다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까 글쓰기의 차원에서 볼 때 상상하는 것과 행하는 것은 엄청난 격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을 돌아본다는 의미다. 글쓰기의 이런 기능이 우리가 삶에서 실패하지 않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해준다. 내일의 삶을 말해주는 것은 오늘의 우리 삶이기가 쉽다. 그런 점에서 나는 우리가 제각기 방식으로 글을 쓰면 더 행복해지리란 것을 감히 말하고 싶다. 그런데 어떤 목적의식이 없으면 글을 쓴다는 것도 쉽지 않다. 따라서 개인별로 어떤 목표를 설정할 필요는 있다. 특히 요즘은 출판 방식도 다변화되고 일반인의 접근도 용이해졌으므로 책으로 기록을 남기기도 쉬워졌다. 뿐만 아니라 글쓰기의 좋은 점은 별로 사전 준비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종이와 노트, 혹은 모니터에 글을 적어 넣으려는 의지만 있으면 된다.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터키의 작가 오르한 파묵도 글쓰기를 ‘바늘로 우물 파기’에 비견했는데, 이런 각오만 있으면 우리도 큰 우물을 팔 수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가 모두 전업 작가를 원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보통 시는 춤, 산문은 보행에 비유되는데 한 걸음 한 걸음 글쓰기의 보행을 하다 보면 또 어느 순간 작가나 저자가 될 수도 있는 법이다. 작가란 말의 한자적 의미는 ‘집을 짓는 사람’을 뜻하므로 상상의 공간에서 집을 짓는 사람은 누구나 작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집에는 용적률도 지가도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첨언하고 싶다. 무한한 저 푸른 초원 위에 맘껏 설계를 하고, 시공만 하면 된다. 맘에 안 들면 없애는 것도 아주 용이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결국 창의적인 사고와 좋은 글을 많이 읽는 노력, 그것뿐이라고 생각한다. 또 책을 읽는 가운데 자신의 ‘글쓰기 멘토’를 발견하는 노력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리라고 믿는다. 최근 대입 논술고사를 둘러싼 논란도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글쓰기 능력의 본격적인 확장 과정에서 나온 어느 정도의 부작용으로, 우리의 글쓰기 능력이 향상되면 해결될 과도기적 문제가 아닐까 싶다.

우리 모두 전업 작가급 저술 능력을 지니는 그 날까지 쭈욱 글을 써보자.

정은숙 시인·마음산책 대표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855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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