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격무와 야근에 시달리는 고단한 대한민국 직딩 중 한 사람으로 의연하게 살아가려면,
퍽퍽한 일상에 가끔씩 기름칠이 필요하다.
2월초에 짧은 휴가가 기억의 저만치로 사라져가고 있을 즈음,
난데없이 3월에 어디로 또 놀러가자, 여기저이 이야기들이 오간다.
그건 그렇다치고,
하루 평균 2회 이상 업무관련 회의만하기도 벅찬데, 격월간으로 나와줘야하는 매체 만들랴,
1월부터 가동한 웹진 끌어가랴, 공주 출장건으로 만들어야할 책까지 내 앞으로 밀려오는 일들로
정신없이 한주가 지나가버렸다.
설 연휴에도,
할머니 돌아가시고 제사를 우리집으로 가져오면서 설 연휴 전날까지 일하셔야하는 엄마를 대신해
하루종일 장 보고, 온갖 전들 부쳐대고, 만두까지 빚어내느라 아주 제대로 주부모드로 살았다는 거.
올케가 있어도 둘이 음식 장만하고 준비하는 일이 녹록치 않더라.
암튼, 오늘은 모처럼 간만에 하루를 통째 일 생각않고 신나게 돌아다니고 모처럼 영화도 봤다.
B양 커플과 소금양과 나.(어째 가족처럼 너무 자주 만나는 거 같지만....^^;;)
청담동 버터핑거에서 브런치 먹고
근처에 있는 풍월당 가서 음반 구경하고 몇개 집어들고 고민하다
네빌 마리너가 지휘하는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마틴필즈의 모차르트 오보에 협주곡&클라리넷 협주곡 음반 하나.
이 음반은 몇 년전부터 사려다 계속 우선순위에 밀렸다.
1972년에 녹음된 모노사운드보단 매끈한 디지털 사운드가 귀에 더 착착 와닿았던 까닭일까? 허나 요즘 카를로스 클라이버의 70년대 음반들을 계속 듣다보니 오히려 ADD사운드의 매력을 아주 조금이나마 알겠더라.
그리고 그라모폰의 디 오리지날 시리즈로 나온 폴리니가 연주한 슈베르트의 방랑자 환상곡 음반 하나를 샀다.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은 베레초프스키와 쿠르트 마주어의 뉴욕필 협연 음반만 들어봤는데, 폴리니와 리히터로 조금씩 넓혀가볼까 생각 중.
풍월당에서 실컷 음반들 구경하고, 시네시티로 이동. <드림걸즈>를 봤다.
연휴 전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였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스토리는 살짝 늘어지지만 장면마다 나오는 노래들이 너무나 좋고, 제이미 폭스와 에디 머피, 그리고 비욘세와 에피역으로 나온 제니퍼 허드슨까지 연기와 노래가 일품. 특히 에디 머피가 어찌나 감미롭게, 멋지게, 파워풀하게 노래를 잘하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베벌리힐즈캅의 그 코미디배우 에디 머피 맞아? 할 정도로... ㅎㅎ
근처 스폰지에서 허우 샤오시엔의 <쓰리타임즈>가 상영 중인데, 간만에 나들이 좀 나서줬더니 피곤해져서 그냥 일찍 들어왔다. 내일 아침에 종로에서 봐야지. 홍콩 갔을때 HMv에서 DVD 사서 한번 봤는데, 영어자막으로 보다 다 이해가 안돼서 포기.ㅜ.ㅜ
집에와서 냉동실에 잠자고 있던 핏자 한조각 데워먹고, 뭔가 허전해 너구리까지 끓여먹고, 사이다로 마무리했더니 너무 포만감이 밀려온다. 일때문에 미처 다 못본 노다메(완소 치아키 사마님을 봐야징~ㅋㅋ)로 이 즐거운 토요일을 마무리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