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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쓰는 첫 살림 - 곁에 두고 싶은 물건으로 공간을 채우는 미니멈 리치 라이프
이영지.조성림 지음 / 청림Life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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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중 한 사람인 이영지 기자님의 블로그는 오랫동안 눈여겨보며

살림에 관한 글을 읽으며 책으로 나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올 봄에 출간 소식을 듣고는 책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내 기대를 빗나가지 않고 멋진 책이 세상에 나왔다.
곁에 두고 싶은 물건들을 세심하고 멋지게 글과 사진으로 풀어낸 저자들의 감각에 감탄하며 책을 보는 내내 설레고 즐거웠다.

로얄코펜하겐 그릇들을 하나하나 모으는 재미, 싱가폴에서 다른 것보다 WMF 커트러리를 사서 기뻐했던 기억, 일본에 갈 때마다 로프트에서 소소한 그릇과 조리도구를 개비하며 느꼈던 행복한 기억은 내 일상에 생기를 주고 즐거움을 더한다.
사치와 과시가 아니라 취향과 쓰임을 위한 살림 꾸리기의 재미를 이 책을 통해 더욱 알차게 그리고 단단하게 일구어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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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 제120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야베 미유키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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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 여사의 사회파 추리소설 중 하나인 <이유>.
1990년대 중반 일본경제의 버블이 무너지고 부동산시장이 흔들리면서
나타난 일련의 현상들을 살인사건과 연결해 촘촘하게 구성해나간 역작이다.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관련된 인물들을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은,
등장인물만 해도 수십명에 달한다.
등장인물 계보와 수도원 구조도를 옆에 두고 읽어내려가야하는 <장미의 이름>처럼 방대하고 복잡하게 엃힌 사건을 추적하는 작품임에는 틀림없지만, 
<이유>는 한 인물에서 자연스레 다른 인물로 시선이 이동하면서 사건의 추이를 따라가기만 하면 쉬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독자를 옴짝달짝 못하게 궁금증의 포로로 만들어버리는 반전은 없지만,
장대한 서사를 통해 한 사회의 빛과 그림자를 담고있는 일련의 현상과 징후을 성실하게 포착해낸다.
7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지만 읽어내려가면서 전혀 지루하고 길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소설의 얼개가 치밀하게 짜여져 있어서 즐거운 몰입과 집중이 가능하다. 너무 재미있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무대가 되는 반다루 센주기타 뉴시티가 우리로 치면 도곡동의 타워팰리스같단 생각을 했다. 그 난공불락의 성에 입성하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중산층의 욕망은 살인사건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난다. 아직까지 현실에서 그런 사건이 일어나진 않았지만, 부동산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아주 개연성이 없진 않아 보이므로.

미야베 미유키의 다른 작품으로 <화차>와 <스텝 파더 스텝> 두 편만 읽어보았을 뿐인데,
고작 세편만으로도 미유키 여사를 감히 거장이라고 추어올리고 싶다. 아니 거장이다.
왜 사람들이 미미월드(미야베 미유키의 앞 글자를 따서 그녀의 작품세계를 이렇게 부른다)에 빠져드는지,
다른 작품들도 하루빨리 번역되어 출간되기를 손꼽아 기다리는지
100% 공감이 간다.
다음 편 미미월드 입성작으로 뭘 선택할까?
즐거운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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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파더 스텝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1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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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뭐, 이렇게 귀여운 소설이 다 있담.

의뭉스런 부엉이와 살랑거리는 하트, 반짝이는 별들이 수놓아진 산뜻한 표지만으로도

충분히 짐작을 했었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마음 속으로 몇번이나 환호성을 질렀는지 모른다!

아아, 이거 너무 귀엽잖아~

일란성 쌍둥이와 서른 다섯의 프로 도둑인 '나'.

도쿄 교외 주택가에 집을 털러 갔다가 지붕에서 벼락을 맞고 떨어져 깨어보니 온몸에 부상을 입은 나.

국토가 더러워질까봐라는 황당한 이유로 나를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자기들의 아버지가 되어달라며 간호하는 쌍둥이(쌍둥이 부모는 각자의 애인과 사랑의 도피 중, 헉, 그래서 아버지가 필요했다나?  ㅡ.ㅡ).

이들이 엮어가는 허무맹랑하면서도 유쾌한 에피소드들.

일본 최고의 추리소설 작가라는 미야베 미유키의 이 소설에 빨려들어 그저께는 내려야할 지하철역을 지나쳐
약속시간을 한참이나 늦어버렸다. 덕분에 어이없어하는 친구의 얼굴과 툴툴거림으로 잠시 곤란했지만, 뭐 그런 거 괜찮다고.

추리 소설같은 전개방식으로 자꾸만 뒷장면이 궁금해지면서 읽어가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쌍둥이 타다시와 사토시의 엉뚱하고 천연덕스러운 캐릭터 , 사이사이 나와 쌍둥이의 따뜻한 부자애를 느끼게하는 뭉클함까지 정말 재미와 감동을 두루두루 갖춘 수작이라고 할까?

암튼, 읽는 내내 헤실헤실 미소가 피어올라 간만에 책을 읽으면서 상당히 기분이 좋았다.

미야베 미유키의 추리 소설도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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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10-04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미야베미유키의 다른 책들과는 ( 적어도 제가 읽어본) 아주 달라요.같은 스타일을 기대하고 보신다면 실망하실까봐 ^^

이 책 영화화 했을때 프로도둑역 누가 했는지 아세요? 왜, 그 예전에 료코랑 부부로 나왔던 사진가, 혹은 쉘위 댄스에서 가발쓰고 춤추던 머리 까진 그 남자. 에요. 책 보기 전에 띠지의 그 배우 사진을 봐버려서, 읽는내내 그 배우의 얼굴이 오버랩 되었다지요 ^^;

플로라 2006-10-04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절한 하이드님~^^ 이거 영화화 됐어요? 아아 너무 재밌겠다! 다케나카 나오토 아저씨가 도둑역을 맡았구나..히힛 너무 잘 어울리는데요~^^
 
공상소년소녀 UGUF의 30일간의 도쿄탐험 - 30 days in Tokyo
박은희.이경인 지음 / 한길아트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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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유. 漫遊. 한가로이 이곳저곳을 두루 다니며 구경하고 놂.

이 책을 덮고나서 딱 떠오른 단어가 이것이다. 만유.

한달이라는 넉넉한 시간을 벗삼아 도쿄의 숨어있는 작고 예쁜 가게들과 골목들을 찬찬히 돌아본 기록이 담겨있으니 말이다.

이미 파리와 캐나다의 보물창고로 유명해진 UGUF는 자신들의 웹사이트와 쇼핑사이트를 통해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이들이다. 이들의 세련된 감성과 안목에 많은 이들이 버닝 중인데, 나 역시 파리의 예쁜 골목과 가게들 사진으로 채워진 고가의 다이어리를 구입했으니 이미 이 책의 잠재독자였던건지도 모르겠다.

한달동안 펼쳐지는 도쿄탐험의 앞 부분은 UF의 친구인 치히로네 집에서의 일상과 친구들 이야기, 인근 가게, 서점, 카페와 음식점 탐방으로, 뒷 부분은 그녀의 남편 UG가 합류하면서 둘만의 쇼핑기와 도쿄인근 에노시마와 가마쿠라까지의 원데이트립 여정으로  채워져있다.

색다른 도쿄의 구경거리를 찾는 이들이나 가이드북에서 찾을 수 없는 도쿄사람들의 생생한 생활의 흔적이 묻어있는 곳들을 찾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뒷부분은 살짝 급박하게 정리를 한 것인지 이야기를 재밌게 하다 갑자기 중단된 느낌인데, 여행시즌에 맞춰 책을 내려고 억지로 마무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이번호 바&다이닝 특집이 도쿄다. 사야하나 말아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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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6-09-03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앗. 이런 책이 있었군요. +_+; 플로라님이 재밌다 하시니 바로 보관함으로 퍼나릅니다. 기대돼요. 굉장히 아기자기할 것 같은 느낌이네요. 한 달간 느긋하게 천천히 도쿄를 거닐어보기. 아, 해보고 싶어요. ^^

플로라 2006-09-03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격대비 책의 함량이 만족스런 건 아니지만, 흠..이렇게 도쿄를 보는 수도 있구나, 싶어요. 한달의 시간이 주어지면 달밤님은 도쿄가 아니라 아프리카로 떠나시지 않을까요? ^^
 
On the Road -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박준 글.사진 / 넥서스BOOKS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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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를 좋아하게 된 건 얼마되지 않는다.


나는 서사에 열광하고 탐닉하는 인간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책 리스트 상위엔 언제나 소설들이 자리했다.


픽션에서 논픽션으로 넘어오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잘 생각이 나진 않는다.


다만, 내가 삶을 꾸려가면서 일상의 많은 부분이 '여행'이라는 존재로 채워지고 있다는 걸 어느 순간 느끼게 되면서 남들의 시시콜콜한 여행기가 하나하나 내 눈에 포착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동남아시아를 여행하는 이들에겐 일종의 성지같은 방콕의 카오산로드.


몇년 전 태국여행을 하고 돌아온 친구가 하도 카오산로드 예찬을 해서 한번쯤을 가고 싶었더랬다.


그래서 그냥 마음 속에 언젠가 가봐야할 곳 쯤으로 카오산을 새겨넣은 것 같다.


<on the road>는 바로 이 카오산로드에서 만난 이들을 인터뷰해서 엮은 책이다.


처음엔 참 책 쉽게 만들었군,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먼 이국의 거리에서 인터뷰 섭외하는 게 쉬운일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인터뷰가 다 건질게 있는게 아닐거라는 걸 알면서도, 어쩐 일인지 자유롭고 행복한 영혼들로 채워진 이런 책을 펴낼 수 있었던 저자에 대한 질투라면 질투일 나만의 소심한 태클.


예상대로 책을 읽으면서 인터뷰에 응한 이들의 빛나는 눈빛과 행복한 고백 앞에 나는 굴복했다.


국적과 나이, 성별을 초월해 모두가 '여행'이라는 명약의 달콤한 주문들을 풀어놓는다.

그 달콤한 주문들 가운데 오랫동안 내 마음에 남아있던 말은 안야 로터스라는 독일인의 말이었다.

"일주일에 40시간을 일했어. 회사에서 하루 종일 일하며 사는 것, 그런 게 인생의 목표는 아니잖아. 나는 내가 정말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찾고 싶었어. 그래서 회사를 그만 두고 여행을 떠난 거야."

 

누구나 행복해지고 싶다고 회사를 그만 두고 여행을 떠날 순 없다. 나 역시 그렇게 대범한 쪽은 아니다. 다만 안야는 그녀의 결단으로 인해 행복해질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았다고 한다. 나 역시도 눈치코치봐가며 얻은 휴가로 다녀오는 짧은 여행을 통해서도 행복이 조용히 다가오는 걸 이미 알고 있다. 그녀의 말이 여운이 남는 건 언젠간 나도 그렇게 해보고 싶다는 희망을 위한 응원가처럼 들려오기 때문이다. 

 

"여행의 매혹이란 여행에 관한 것만이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는 인생의 매혹이다." 

인생의 매혹에 다가가기 위해 오늘도 야근 중인 나에겐 구원투수같은 책.

바로 <on the 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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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15 0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owup 2006-08-15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원투수와 응원가^-^
나머지 이닝을 다 던지기 위해 필요한 것이로군요.
플로라 님이 어디로 떠나실지 아주 궁금해집니다.

플로라 2006-08-15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과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으샤으샤!!

나무님, 호오, 나머지 이닝을 위해 필요한 것들 맞네요...^^ 미처 생각지 못했는데... 언제든, 어디든 떠나고 싶지만..... 일단 몸부터 만들고 자금을 확보한 뒤에 밀어부쳐야겠지요...ㅎㅎ 떠나게되면 나무님께 꼭 알려드릴게요...^^

2006-08-15 1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06-09-03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주에 오십시간 일해도 이런 거 시러-_-하고 무작정 떠날 수 없는 사람들도 무척이나 많지요. 그래서 저역시 여행기가 넘 좋아욧 >.< 우리 플로라님이 오늘도 으쌰으쌰 눈을 반짝이며 열심히 일하실 모습, 선합니다. 행복해질 수 있는 실마리라니, 읽는 것만으로도 은근히 만족스러워져요. 저도 플로라님을 위한 응원가를 부를래요! 그리고 사기만 해놓고 옆에 재놓은 이 책도, 어서 읽어야지요. ^^;

플로라 2006-09-03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감동 100배 댓글로 힘을 실어주니다니, 달밤님 너무 멋지심다. 그리고 감사드리구요.^^ 달밤님의 응원가는 다음달 부산에서 들을 수 있을까요? ^^ 아, 11월에 메가박스 일본영화제도 있군요.저도 답가를 준비해야겠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당장 공항으로 떠나고싶어 들썩거릴지도 모르지만, 달밤님도 재밌게 읽으시리라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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