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노 마리니.
몇 해전 취리히와 베네치아, 로마에 갔을 때, 이 사람의 기마상 조각이 도시의 유명한 미술관마다
보이길래 이름을 기억해두고 있었더랬다.
특히나 베네치아의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 야외정원에 떡 하니 자리잡고 있던 마리니의 기마상이 오래오래 그 여행의 행복했던 장면 중 하나로 남아있다.
파란 바닷물이 출렁이는 한가운데 자리잡은 페기구겐하임 미술관의 낭만적인 풍경이 마리노 마리니라는 이름을 잊을 수 없게 한 것 같기도 하다.
투박한 느낌의 청동기마상이 주는 묘한 감동은 여행의 설렘과 들뜬 마음도 한몫 했던 것 같다.
인절미처럼 늘어지는 말의 형태와 귀여워보이기까지 한 기수의 표정 때문에, 그 알 수 없는 앙상블의 매력 때문에 마음 속에 단단히 박혀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각설하고,
덕수궁미술관에서 마리노 마리니 전이 열린다는 소식에 너무 반가워
안그래도 2월 14일 전시가 시작되길 기다렸었다.
그렇지만 언제나 그렇듯 분주하고 미친 일정으로 지나가는 하루하루 때문에
짬을 내 시청앞으로 발길을 향하기란 쉽지 않았다.
드디어, 오늘 마리노 마리니와 조우.
초기작에 해당하는 <포모나> 시리즈부터 그 유명한 기마상 시리즈, 회화 작품과 샤갈, 장 아르프 등 마리니와 교류했던 예술가들의 초상조각까지 알차게 마련된 마리니의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3만원이나 하는 도록을 사기엔 실린 작품들이 조금 아쉬워 300원짜리 엽서 몇 장으로 마리니와의 조우를 기억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