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랜드 여행기 - Izaka의 쿠바 자전거 일주
이창수 지음 / 시공사 / 2006년 2월
품절


나는 떠난다. 쿠바는 지구 위의 어느 곳보다 멀게 느껴지는 곳이다. ... 어떤 것도 쉽게 추리해낼 수 없고, 얼굴을 스치는 공기조차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럼 먼 곳, 그곳이 내게는 쿠바다.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의 쿠바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예전의 내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먼 곳으로 가고 싶었다. 광고와 핸드폰과 벨소리로 가득한 일상에서 나를 떨어뜨려 놓고, 이전의 나를 완전히 잊은 채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서 나는 쿠바에 가야 한다.-30쪽

누구든 "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I CAN - 나는 할 수 있다"는 말은 아무 의미도 없다. 중요한 것은 "I DO - 나는 한다" 이다. 원하는 것을 해 내는 의지와 열정이다. 누구나 자전거 여행이나 쿠바 여행을 꿈꿀 수는 있다. 하지만 이번 여행 이후 나와 다른 사람들 사이에 차이가 생긴다면, 그것은 내가 "오, 나도 쿠바에 가볼 생각이었는데..."라는 말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56쪽

나는 무엇으로 세상을 보는가. 체 게바라 자서전의 저자의 눈으로? 사석원 씨의 눈으로? 가이드북의 눈으로? 나는 방관자 입장에서 이미지가 사물을 잡아먹고 있는 것을 넋 놓고 보고 있다. 스펙테이터, 구경꾼으로서의 일생을 살 것인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현실을 직시하자. 있는 힘껏. -69쪽

사람들은 속고 속인다.
물론 나를 속이는 사람이 많다.
나 역시도 다른 사람들을 속인다.
더 나쁜 점은 나 스스로 나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것이다.
내 머리는 내가 한 일을 끊임없이 합리화하며,
내 입술을 내가 생각하지 않은 것을 말하고,
내 입은 다른 사람들의 안녕을 위해 웃는다.
내 눈은 세상의 비극보다 희망을 보려하고,
내 귀는 질책과 비난보다는 칭찬에 더 밝다.
하지만 내 다리는 한번도 날 속여본 적이 없다.
장대비가 회색 하늘에서 쏟아지던 그날도,
쉬지 않고 진흙탕 속에서 페달을 밟았던 내 다리는
내 머리보다 위대하다.-80쪽

외국어를 열심히 공부하는 이유는, 여행하는 국가의 언어를 익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본에 갈 때도, 이태리에 갈 때도 한 달 이상은 꼭 외국어 공부에 할애했다. 만약 여행 도중 하나님이 점지해 준 여인을 만났는데, 말이 안 통해서 그녀와 엮일 수 없다면 그것만큼 비참한 것도 없을 것이다.-134쪽

가만히 바다를 바라봤다. 그리고 사진을 몇 장 찍다가 다시 바다를 바라봤다. 믿기지가 않았다. 나를 이곳으로 이끈 지점, 그리고 내 상상으로 거대해진 곳. 그런데 나는 그 자리에 서 있다.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넓디넓은 바다가 보일 뿐 혁명의 열기나, 불타는 용기 같은 위대한 흔적은 남아 있지 않았다. 역사적으로는 매우 위대한 지점이지만 아무 것도 없는 그곳에서 나는 오랫동안 서 있었다. -212쪽

열심히 자전거를 타고 체 게바라의 길을 좇아갔다. 여행을 통해 나 자신을 체 게바라 흉내를 낼 수 있을 뿐, 결코 그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기분 나쁘거나 애석한 일이 아니다. 체 게바라가 역시 다시 태어난다 해도 내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니까.-239쪽

그렇다. 나는 바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 말도 안되는 여행 덕분에 내가 의미 없는 삶을 살았다고 후회할 가능성은 조금 줄었다고 생각한다.-240쪽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이드 2006-07-21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니깐, 이 책 미국가기 직전에 샀었는데,
읽어봐야지. B와 함께 쿠바 가고파요. 독립기념일 전주 주말에 강가 앞 잔디밭에 드러누워(그 잔디밭 참 폭신폭신했는데) 불꽃놀이 보고 돌아오는 길에 시가를 피웠어요. ( 그니깐, 나 말고 B) 아, 쿠바 생각난다. 그 민트랑 라임 들어간 투명하고 초록빛 나는 칵테일도,,,

플로라 2006-07-21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디 B와 함께!! ^^ 제 로망은 헤밍웨이가 머문 그 동네에서 모히토를 맛보고 싶다는거.......먼저 로또 당첨부터 해야겠죠? ^^;;
 
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장바구니담기


언제나 그녀의 주위에만 다른 바람이 불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에게는 천성적인 활달함, 환경에 단련된 강인함과 더불어 타인에 대한 관대함이 있었다.-25쪽

선명한 푸른 하늘에 부드러운 비단구름이 살랑살랑 떠 있다. 저 구름이 되고 싶어, 하고 다카고는 생각한다.
이렇게 바람도 없는 날, 기분 좋은 하늘에 두둥실 떠 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29쪽

몸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걷는 것은 좋아했다. 이런 식으로 차가 없고 경치가 멋진 곳을 한가로이 걷는 것은 기분 좋다. 머릿속이 텅 비어지고, 여러 가지 기억과 감정이 떠오르는 것을 붙들어두지 않고 방치하고 있었더니 마음이 해방되어 끝없이 확산되어 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59쪽

우리의 '인생'은 아직 멀었다. 적어도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우리들의 '인생'은 시작되지 않는다. 암묵적으로 그렇게 되어 있다. 진학 고교라는 꼬리표가 붙은 상자에 들어가 있는 지금은 모든 점에서 대학진학 준비가 기본이 되며, '인생'이라고 부를 만한 것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은 아주 조금밖에 없다. 기껏해야 그 궁핍한 빈 시간을 변통하여 '인생'의 일부인 '청춘'인지 뭔지를 맛보자고 생각하는 것이 고작이다.-64쪽

바다는 언제나 경계선이다. 그 너머에 뭔가가 있어 이쪽 세계와의 사이를 차단하고 있다.
황금색으로 빛나는 물가와 시시각각 모양을 바꾸는 거품이 부딪치며 서로 얽힌다.
-83쪽

지구는 둥글어서 그것을 누군가가 꼬옥 껴안고 있다.
수평선을 보면 언제나 그런 느낌이 든다.
-83쪽

모든 것의 시작은 언제나 기대에 가득 차 있다.-105쪽

시간의 감각이라는 것을 정말로 이상하다.
나중에 돌이켜보면 순간인데, 당시에는 이렇게도 길다.
농밀하며 눈 깜짝할 사이였던 이번 한 해며, 불과 얼마 전 입학한 것 같은 고교생활이며, 어쩌면 앞으로의 일생 역시 그런 '믿을 수 없는'것의 반복일지도 모른다.
아마 몇 년쯤 흐른 뒤에도 역시 같은 말을 중얼거릴 것이다.
어째서 뒤돌아보았을 때는 순간인 걸까. 그 세월이 정말로 같은 일 분 일 초 마다 전부 연속해 있다는 걸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하고.-224쪽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야클 2006-05-12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밑줄 치고 싶은 문장들은 누구에게나 비슷하구나 하는 느낌. ^^

플로라 2006-05-12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알라디너들의 코드는 어쩜 이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