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떠난다. 쿠바는 지구 위의 어느 곳보다 멀게 느껴지는 곳이다. ... 어떤 것도 쉽게 추리해낼 수 없고, 얼굴을 스치는 공기조차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럼 먼 곳, 그곳이 내게는 쿠바다.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의 쿠바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예전의 내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먼 곳으로 가고 싶었다. 광고와 핸드폰과 벨소리로 가득한 일상에서 나를 떨어뜨려 놓고, 이전의 나를 완전히 잊은 채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서 나는 쿠바에 가야 한다.-30쪽
누구든 "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I CAN - 나는 할 수 있다"는 말은 아무 의미도 없다. 중요한 것은 "I DO - 나는 한다" 이다. 원하는 것을 해 내는 의지와 열정이다. 누구나 자전거 여행이나 쿠바 여행을 꿈꿀 수는 있다. 하지만 이번 여행 이후 나와 다른 사람들 사이에 차이가 생긴다면, 그것은 내가 "오, 나도 쿠바에 가볼 생각이었는데..."라는 말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56쪽
나는 무엇으로 세상을 보는가. 체 게바라 자서전의 저자의 눈으로? 사석원 씨의 눈으로? 가이드북의 눈으로? 나는 방관자 입장에서 이미지가 사물을 잡아먹고 있는 것을 넋 놓고 보고 있다. 스펙테이터, 구경꾼으로서의 일생을 살 것인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현실을 직시하자. 있는 힘껏. -69쪽
사람들은 속고 속인다. 물론 나를 속이는 사람이 많다. 나 역시도 다른 사람들을 속인다. 더 나쁜 점은 나 스스로 나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것이다. 내 머리는 내가 한 일을 끊임없이 합리화하며, 내 입술을 내가 생각하지 않은 것을 말하고, 내 입은 다른 사람들의 안녕을 위해 웃는다. 내 눈은 세상의 비극보다 희망을 보려하고, 내 귀는 질책과 비난보다는 칭찬에 더 밝다. 하지만 내 다리는 한번도 날 속여본 적이 없다. 장대비가 회색 하늘에서 쏟아지던 그날도, 쉬지 않고 진흙탕 속에서 페달을 밟았던 내 다리는 내 머리보다 위대하다.-80쪽
외국어를 열심히 공부하는 이유는, 여행하는 국가의 언어를 익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본에 갈 때도, 이태리에 갈 때도 한 달 이상은 꼭 외국어 공부에 할애했다. 만약 여행 도중 하나님이 점지해 준 여인을 만났는데, 말이 안 통해서 그녀와 엮일 수 없다면 그것만큼 비참한 것도 없을 것이다.-134쪽
가만히 바다를 바라봤다. 그리고 사진을 몇 장 찍다가 다시 바다를 바라봤다. 믿기지가 않았다. 나를 이곳으로 이끈 지점, 그리고 내 상상으로 거대해진 곳. 그런데 나는 그 자리에 서 있다.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넓디넓은 바다가 보일 뿐 혁명의 열기나, 불타는 용기 같은 위대한 흔적은 남아 있지 않았다. 역사적으로는 매우 위대한 지점이지만 아무 것도 없는 그곳에서 나는 오랫동안 서 있었다. -212쪽
열심히 자전거를 타고 체 게바라의 길을 좇아갔다. 여행을 통해 나 자신을 체 게바라 흉내를 낼 수 있을 뿐, 결코 그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기분 나쁘거나 애석한 일이 아니다. 체 게바라가 역시 다시 태어난다 해도 내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니까.-239쪽
그렇다. 나는 바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 말도 안되는 여행 덕분에 내가 의미 없는 삶을 살았다고 후회할 가능성은 조금 줄었다고 생각한다.-2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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