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와 칼
루스 베네딕트 지음, 박규태 옮김 / 문예출판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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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름지기 어떤 새로운 분야를 접하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를 잘 설명해 놓은 개론서나 혹은 이른바 '고전'이라고 불리는 책을 통해 해당 분야를 접하는 것이 정석일 것이다.(물론 어떤 프랑스 철학자는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 고전이라고 자괴감에 빠진 말을 하긴 했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일본'을 접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책이 무엇일까?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국화와 칼]을 일본을 소개하는 책으로 가장 먼저 꼽게 될 것이다.

 

 다만 이 책이 일본을 소개하는 가장 좋은 개론서 혹은 고전인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다.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인이 직접 쓴 책이 아니라 미국인이 쓴 책이라는 점이고 당시 태평양 전쟁 중이라 현지 조사를 할 수 없어 재미 일본인과의 면담을 통해 쓰여진 간접적 책이며 이 책은 미국 '전시정보국'을 위해 수행된 정책 연구를 기초로 발간된 책으로 러미스(C. Douglas Lummis) 같은 경우 이 책에 대해 하나의 정치적 문학이나 정치적 논문 혹은 기껏해야 미술 평론에 지나지 않는다고 혹평하기도 한다.(p.41) 이런 비판에 대해서는 본문 내용을 살피기 전에 먼저 아래에서 하나씩 살펴볼 것이다.

 

 일단 일본인이 쓴 책이 아닌데 일본 문화론의 고전으로 취급되고 있는 것은 마치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 현대사]를 보는 듯 하다. 미국인인 브루스 커밍스가 쓴 이 책은 한국 근현대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는 반드시 넘어야만 하는 큰 산이었다. 마치 미국인인 베네딕트가 쓴 [국화와 칼]이 일본 문화 분석에 있거 아주 기본적인 준거가 된 것과 마찬가지였다. 어쨌든 일본인이 아닌 미국인이 쓴 책이므로 어쩔 수 없이 편견, 특히 미국적인 가치('개인'과 '자유'라는 가치)가 일본적인 가치(집단주의적 가치)보다 우월하다는 신념은 책 속에 내포될 수 밖에 없다.(p.406~407) 그래도 그나마 외국인에 의한 일본 연구 중에서는 실로 편견이 적은 편이라는 점은 많은 학자가 인정하고 있다.(p.38)

 

 이어서 이 책에서 사용한 방법론에 대한 비판(문화상대주의적 관점, 유형 분석, 비교 방법, 원격지 조사 방법 등에 입각한 문화인류학적 방법론)은 크게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글쓴이는 일본의 역사적 측면을 도외하여 당시 봉건 사회에서 근대 시민 사회로 급격히 변하던 일본 사회를 동일 평면 위에 보는 오류를 범하고 있으며 둘째, 글쓴이가 사용하는 '일본인'은 균질적인 인간의 총체로 전제되어 다양한 계층, 지역, 직업, 연령 등의 구체적 차이가 간과되어 글쓴이는 가변적이고 동적인 측면을 무시한 채, 불변적이고 정적인 것에 매달렸다는 것이다.(p.139), 셋째, 글쓴이가 구상하는 일본 문화의 유형은 너무 정적이고 통일적이며 넷째, 글쓴이가 선택한 인터뷰 대상자들이 대부분 일본에서 메이지 유신 전에 태어나 미국으로 이민한 후 미국 내에서도 주로 일본인 집단 내에서만 생활하여 메이지 유신 전후 일본 문화의 변화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했다는 것이다.(p.39, 43) 이런 방법론에 대한 비판은 타당하다. 다만, 전시 상황에서 일본 문화 연구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으며 기존에 디딤돌이 되어줄 연구가 없는 상황에서 수월한 조사 및 연구를 위해 일본 문화의 유형을 정적이고 통일적으로 여길 수 밖에 없었던 점은 감안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러미스(C. Douglas Lummis)는 이 책이 인류학자에 의한 전쟁 관여라는 점에서 [국화와 칼]이 [문화의 패턴]에 비해 '문화의 상대성'이라는 '자기 비판적 정신'을 완전히 상실하고 '자신감에 찬 정복자의 태도', 즉, '관용의 정신'이 표면에 나타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p.41) 이에 대해 이 책은 비교적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운 책이라는 반론과 함께 많은 이들은 인류학을 순수하게 객관적인 과학이라고 여기지 않으며 많은 부분 정치적 개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예나 지금이나 과학과 정치와의 관계는 문제가 되어 왔다. 개인적으로는 과학에 정치가 관여하여 탄생한 최악의 과학(과학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은 우생학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우생학으로 얼마나 많은 차별이 있어 왔는가? 또한 문화인류학이 과거 제국주의 침략의 도구로 사용된 역사도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학과 정치는 완전히 분리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배층·금력 의존적이며 위계 질서적인 세계 학계의 내부 구조가 바뀌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 책은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은 비판이 있지만 일본 문화의 핵심적 요소들, 특히 일본인의 에토스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들(가령 일본인의 계층적 위계질서 의식, 하지와 명예 관념, 기리, 닌죠, 온 개념 등)을 최초로 명확하게 분석해내어 차후 일본 문화 분석에 있어 아주 기본적인 준거가 되었다는 점(p.35)은 이 책을 일본 문화의 개론서, 혹은 고전으로 높게 평가받게 해주고 있다. 지금까지 이 책에 대한 비판과 이에 대한 반론을 살펴 보았는바 이제 이 책에서 나타난 여러 개념을 먼저 살펴볼까 한다.

 

 가장 먼저 '온(恩)'이란 개념이 등장한다. 글쓴이는 5장과 6장에서 일본 사회에서의 지배 종속 관계가 자기에게 주어진 온에 대한 온가에시(

 



 

 이어서 이 책에서 좀 더 생각할 것을 찾아보면 글쓴이는 일본인은 지도처럼 정밀하게 미리 정해진 세계, 각자의 사회적 지위가 고정된 세계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살아왔지만 이런 계층적 위계질서가 고정되지 않고 유연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p.103~105) 즉, 고리대금업자나 상인들이 자신의 아들을 사무라이 집안에 데릴사위로 보내는 '무코요시(壻養子)'를 통해 상류 계급 신분을 획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일본에서는 각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끼리 혼인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중세 유럽에서처럼 봉건제도를 붕괴시킬 강력한 중산 계급이 발생하지 않았고 상인과 하층 사무라이 간의 동맹 관계가 이루어진 것이며 이런 동맹 관계가 봉건 질서를 가진 막부를 무너뜨린 동맹이 되었다는 점을 글쓴이는 지적하고 있다.(p.106) 사실 나는 유럽에서는 부를 축적한 부르주아가 봉건 신분 제도를 무너뜨리기 위해 혁명을 주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당시 일본에서는 유연한 신분 질서가 있었고 상인과 하층 사무라이 간의 동맹 관계로 강력한 중산 계급이 발생하지 않았는데 왜, 그리고 어떻게 메이지 유신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이 책에서는 명확하게 알려주지는 않는 것 같다. 또한 메이지 유신 당시 '존왕양이(尊王攘夷)'의 기치를 내걸었던 존왕파가 승리하여 1868년 왕정복고가 일어났으므로 당연히 지독하게 보수적인 고립주의 정책을 실시할 것이라고 예상되는데 왜 오히려 반대로 개항과 개혁을 했는지는 역시 명확하지 않다. 이렇게 궁금한 점은 다른 책을 통해 채워야 할 듯 하다.

 

 또한 글쓴이는 유럽이나 아시아 어느 나라든 향후 10년간 군비 지출을 하지 않는 나라는 군비를 지출하는 나라를 증가할 가능성이 있으며 일본이 군국화를 국가 예산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경제적 번영의 기틀을 마련해 아시아의 통상에서 중심적인 나라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p.400~401)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일본이 천문학적인 국방비를 소비하지 않고 경제 발전에 투자하였기 때문에 세계에서 손 꼽히는 경제 대국이 되었는지는 의문이지만 어찌 되었건 경제 강대국이 된 것은 분명한 바 글쓴이의 통찰력이 놀랍다. 이에 대해 좀 더 첨언하자면 우리 나라는 미국, 일본으로 대표되는 해양 국가와 중국, 러시아로 대표되는 대륙 국가 사이에 있는 나라로 우리 나라의 국력을 감안했을 때 국방비를 근처 4대 강국보다 많이 투자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붇기를 하는 것 보다는 천문학적 국방비를 경제/문화 발전과 동아시아 평화 정착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 국가 발전에 오히려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닐까?

 

 결국 이 책은 비록 방법론에 있어서는 비판을 받지만 최초로 일본 문화의 핵심적 요소를 명확하게 분석해 놓았다는 점에서 일본 문화 이해의 고전이라고 평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안에 농밀하게 스며 있는 일본 컴플렉스(우월감과 열등감의 미묘한 조합)을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일본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사족을 달자면 이 책은 나름 '고전'이라 수많은 번역본이 존재하고 대다수는 을유문화사의 책을 읽는 것 같으나 문예출판사의 책이 역주가 더 충실하고 역주에 다른 학자들의 의견도 틈틈히 들어가 있는 것이 좀 더 좋은 번역본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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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일의 신 택리지 : 살고 싶은 곳 - 두 발로 쓴 대한민국 국토 교과서 신정일의 신 택리지 1
신정일 지음 / 타임북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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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어떤 책을 읽어볼까 하고 살펴보고 있으면 가끔 '이 책만은 반드시 읽고 소장하고 싶다'라는 책을 발견하게 된다. 나에게 있어서는 바로 이 책이 꼭 읽고 싶은 책이었다. 그 이유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소장과 김지하 시인의 추천사 뿐만 아니라 이중환의 [택리지]를 '지금의 택리지'로 다시 쓰고자 하는 글쓴이의 태도와 노력을 환영하기 때문이었다. 마치 이는 정약전의 [현산어보]를 다시 '오늘날의 현산어보'로 다시 쓴 이태원 선생님의 역작 [현산어보를 찾아서]와 같았다.

 

 흔히 우리는 정약전의 현산어보나 이중환의 택리지에 대해 '시대에 뒤쳐져 졌다'고 생각한다. 정약전이 현산어보를 썼을 때나 이중환이 택리지를 썼을 당시와 비교하여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환경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오늘날 그 의미가 많이 퇴색한 것도 사실이다. 누가 오늘날 [현산어보]나 [택지리]를 읽고 있겠는가? 그런 점에서 오늘날 변화된 환경에 맞게 우리의 고전을 재해색하고 다시 찾아 내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의 글쓴이는 20년간 우리 나라 산하를 두 발로 뛰어 다니며 이중환의 [택리지]를 현대적 관점에서 다시 쓰는데 성공하였다. 바로 이런 글쓴이의 노력과 옛 것을 현대적 관점에서 해석하여 후손에게 물려주고자 하는 글쓴이의 태도를 나는 환영하는 것이다.

 

 이 책은 총 10권으로 예정된 책 중에서 첫번째 것으로 일종의 <총론>에 해당하는바 글쓴이는 이중헌의 [택리지]에서 이중헌이 말한 사람이 살 만한 곳에 대한 일반론을 소개해주고 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지명을 오늘날 지명에 맞추어 소개해 주고 있는 점과 그 지역의 역사와 살았던 인물, 그리고 인문, 풍수지리학적 관점에서 풍부하게 배경지식을 설명해 주고 있어 [택리지] 그 이상의 오늘날의 [택리지]를 쓰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글쓴이가 이야기하는 <풍수지리>에 대해서는 글쓴이의 생각과 다르다. 나는 자연과학 교육을 받았고 실증주의를 추종하기 때문에 과학적 근거가 빈약한 풍수지리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다. 지금은 덜하지만 과거에는 이른바 음덕(陰德)이라고 하여 부모의 묏자리에 대한 풍수지리를 많이 따졌기 때문에 폐단이 심하여 정약용을 비롯한 많은 지식인들이 이에 대한 비판을 하였었다. 나 역시 과학적 근거가 빈약한 풍수지리설에 대해서는 이른바 <유사 과학>으로 일견 과학적으로 보이나 실제로는 비과학적인 학설이라고 여기고 있다. 글쓴이의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나 국토의 무분멸한 개발에 대한 반대는 나 역시 동감하는 바이나 풍수지리에 대한 글쓴이의 입장에는 찬동할 수 없다.

 

 또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지도를 같이 첨부해줬으면 하는 점이다. 서울을 벗어나기가 힘든 대다수 독자에게는 이 책에서 나오는 수 많은 지명은 일종의 암호에 불과하다. 지도에 그 위치를 표시하여 독자의 편의를 고려해 주는 것은 어땠을까? 하나 덧 붙이자면 글쓴이가 2004년에 출판된 [다시 쓰는 택리지]와 과연 무엇이 다른지도 궁금하다. 단순히 제목만 바뀌어서 낸 책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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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수첩 - 내 취향에 딱 맞는 125가지 위스키 구르메 수첩 6
성중용 지음 / 우듬지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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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우리 나라의 위스키 음주 문화는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어 있다. '즐기기 위한 술'이 아니라 '취하기 위한 술'을 마시는 우리 나라에서는 알콜 도수가 40% 이상 되는 위스키는 취하기에 매우 좋은 술로서 우리 나라에서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이른바 '폭탄주' 만드는데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상황이 아닌가 싶다. 이는 나 역시도 마찬가지인데 알콜도수 20% 이상의 독주는 거의 마시지 못하는 나로서는 위스키 같은 독한 술을 왜 마시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나마 와인의 경우에는 심장병 예방에 도움이 되지만 위스키 같은 증류주의 경우에는 그런 효과를 얻을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간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그러나 위스키는 '비싼 술'이라는 선입견이 있어 누구를 접대할 때 필수적으로 포함되는 술이기는 하나 취하기 위한 술로서 고급술임에도 불구하고 와인 같은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나 역시 최초로 위스키를 마셔본 것은 대학교 1학년 시절 [조니 워커 블랙라벨]이었는데 선배가 가져온 것을 그냥 길거리에서 호기심에 한 모금 마셔본 것에 불과하였다. 당시에 든 생각은 이렇게 독한 술을 왜 마시는 거지라는 생각이었는데 역시 술 역시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은 명확해 보인다.

 

 이 책에서는 본격적으로 위스키에 대해 설명하기에 앞서 위스키에 대한 역사 및 간략한 설명을 하고 있다. 위스키는 보리를 증류한 것으로 위스키 특유의 거칠고 연기 냄새가 나는 듯한 맛과 향은 이른바 피트(Peat)를 이용하여 보리를 증류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피트라 함은 우리 나라 말로 이탄인데 석탄의 일종인 이탄을 이용하여 증류하기 때문에 위스키 특유의 향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약 40여 종의 위스키를 설명하고 있는데 주로 우리 나라 사람들은 스카치 위스키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현재 가장 많은 생산량을 자랑하는 곳이 스코틀랜드인데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스코틀랜드가 가장 먼저 위스키를 제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피트가 풍부하여 위스키 제조에 좋은 지리적 요건을 가지고 있으므로 오늘날 최고의 위스키로 스카치 위스키를 꼽는다. 그 중에서도 <발렌타인 30년 산>을 가장 높게 치는데 블렌디드 위스키로 현재 최고의 위스키로 꼽히고 있다. 다만 일본에서도 좋은 위스키가 생산된다는 점이 놀랍고 한 때 우리 나라에서도 위스키를 제조하려고 하였으나 오랜 숙성 기간에 따른 재정 압박 때문에 현재 우리 나라에서는 위스키를 제조하지 않고 스코틀랜드에서 제조된 위스키를 블렌디드하여 수입하는 것만 이루어 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윈저><임페리얼>이 이렇게 생산되 위스키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각 위스키 마다 구체적인 별점을 매기던지 혹은 가격을 표시해 주었으면 좀 더 유용한 책이 될 수 있었다는 점은 아쉬운 점이다. 그래도 이렇게 '취하기 위한 술'로 대접받는 위스키를 좀 더 잘 알아갈 수 있는 얇고도 충실한 책임에는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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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 (반양장) 주니어 클래식 3
사계절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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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이른바 [고전]'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누구도 읽지 않는 책'이라고 비야냥을 받는다. 분명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고전이 전해지는 것은 시대의 흐름을 초월하여 오늘날에도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당시 시대에 맞는 구체성보다는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으로 쓰인 책이 이른바 고전으로 전해지게 되어 오늘날 이렇게 고전은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라고 비야냥을 받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사계절 출판사의 [주니어 클래식]은 이런 고전을 청소년을 대상으로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고전에 '칼집'을 넣은 책이다. 사실 되도록 원전을 읽는 것이 가장 좋은 길이라는 것을 잘 알지만 아무도 고전을 찾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칼집'은 필요악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씁씁함을 감출 수 없다. 또한 그나마 제대로 '칼집'이 된 책을 찾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오늘날 청소년 용으로 나오는 책들은 이리 저리 난잡한 '칼집'으로 본래의 뜻을 찾기는 요원한 일이 되었다. 그러나 사계절 출판사의 [주니어 클래식] 만큼은 제대로 '칼집'을 넣은 책으로 고전에 담긴 의미는 잘 살리면서도 청소년이 이해하기 쉽게 잘 버무려 놓았다. 하지만 원전을 읽지 않는다면 수박 겉 햝기에 불과하므로 다음에 [논어] 원전을 찾아 읽는 일이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대형 서점에서 동양 철학의 [논어]를 찾으면 너무도 많은 책이 있어 놀라게 된다. 서양 철학과 달리 동양 철학의 경우 원문 보다는 이를 해설한 '주석'이 중요한데 사람마다 논어 원문을 해설하는 주석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책이 범람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른바 정통적인 논어를 찾기가 쉽지 않다. 여러 고민 끝에 나는 배병삼의 [한글 세대가 본 논어]김학주의 [논어], 유교경전번역총서 편찬위원회의 [논어], 도올 김용옥의 [논어한글역주세트]가 좋은 논어 책이라고 생각된다. 배병삼 교수의 [한글 세대가 본 논어]는 한글 세대를 위해 쉬운 우리말로 풀다보니 의역이 좀 심한 느낌이 있지만 쉬운 우리말로 풀어 쓰면서도 원문에 비교적 충실하였고 김학주의 [논어]는 딱딱하긴 하지만 원문에 충실한 직역이 돋보이며 유교경전번역총서 편찬위원회의 [논어]는 성균관대학교에서 번역한 것으로 가장 정통적인 논어 번역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도올의 [논어한글역주세트]는 도올 김용옥의 엄청난 노력이 담긴 역작으로 평가할 수 있다.

 

 각설하고 이제 이 책 내용을 살펴볼까 한다. 3번째 챕터인 문명을 숨을 쉰다는 소제목을 달고 있는 팔일 편에서는 글쓴이는 공자는 사회를 버리고 자기 몸의 안전만 취하는 이기주의와 국가가 개인을 위협하는 폭력인 전체주의 사이에서 이른바 중용을 지키고자 노력했다고 말한다.(p.71) 일단 [논어] 속에서 개인주의를 넘어선 이기주의에 대한 공자의 부정적 시각은 쉽게 알 수 있지만 글쓴이가 지적하는 전체주의에 대한 비판까지 찾기는 힘든 일 같다. 공자의 비판은 전체주의에 대한 것보다는 민생과 상관없이 자신의 사욕을 채우기 위한 전쟁을 거듭하는 잘못된 정치에 대한 비판이지 이를 전체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보는 것은 '전체주의'란 단어에 대해 글쓴이가 잘못 알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리고 '자공'이라는 제자-공야장 편에서는 [논어] 9장 12편의 아래 내용을 단순히 돈에 밝은 자공의 재능과 그를 둘러싼 상업적 환경을 보여주는 것으로만 이해하고 있는데(p.86) 이렇게 단순히 볼 것이 아니라 공자는 자신의 재능을 썩힐 것이 아니라 세상에 나가 뜻을 펼쳐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좀 더 옳은 해설이라고 보인다. 이런 해석이 은둔자와 이기주의에 대한 공자의 일관된 부정적 시각에 알맞는 해설로 보여진다.

 

 자공이 여주었다. "아름다운 구슬이 여기 있다고 합시다. 궤짝 속에다 감춰 두어야 할까요, 아니면 좋은 값에 팔아야 할까요?"

 공자 말씀하시다. "팔아야지. 팔아야 하고 말고! 다만 난 제값에 팔리길 기다릴 뿐이다."(p.80)

 

 이어서 '부모에 대한 효도'와 '국가에 대한 충성' 사이에 등호를 그리는 이른바 충효 사상은 [논어]와 상관없는 후대 천하통일 시대의 논리라는 지적은 놀랍다. 즉, [논어]에서의 충(忠)은 스스로의 행위에 대한 '성실성'을 뜻하는 말인데 비해 이것이 임금에 대한 충성의 뜻으로 쓰인 것은 전국 시대의 [순자]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p.110) 나는 국민 의례나 애국가 제창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경기장에서 국민 의례 할 때도 그냥 제자리에 앉아 있고 애국자 제창할 때도 그냥 가만히 있곤 한다. 이렇게 국가에 대해 충성심은 이런 요식행위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나 개인을 위해줄때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 나라는 국민을 위하기 보다는 오히려 국민을 억압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요구할 수 있을까?

 

 이어서 공자 당대에도 공자의 가르침이 먹고 사는 현실적 문제와 무슨 관련이 있느냐는 비판이 있었다는 점도 흥미롭다.(p.206) [논어] 13장 4절에서는 번지가 농사 기술에 대해 공자에 대해 질문하자 공자는 자신은 농사 기술에 대해 잘 모른다고 대답하면서 번지 보고 소인배라고 하는데 이는 당시 시대 정신이 요구하는 바는 농사 기술이 아니라 농사 기술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정치/사회적 환경을 마련해 주는데 있다는 점을 공자는 지적한 것이다. 이는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흔히 공자의 사상을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곤 하는데 당시 공자가 살았던 시대에는 이런 전문 기술보다는 전문 기술이 싹을 틔울 수 있는 토대가 되는 정치/사회적 안정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다만 곳곳에서 글쓴이의 현 시대에 대한 비판이 담겨져 있는데 글쓴이는 이와 같이 비판한다. "결국 바른 색깔을 흩트리는 간색(間色), 노래 중에서도 대중가요가 클래식을 어지럽히는 사태, 그리고 겉치레 말로 여론을 오도하여 끝내 공동체를 망치는 언어와 실천 간의 괴를 증오한다는 것이다."(p.256) 여기서 앞에서 말하는 간색(間色)은 비유니까 그렇다 쳐도 두번째 구절인 대중가요가 클래식을 어지럽힌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이런 글쓴이의 주장 속에는 클래식이 대중가요보다 우월하다는 의식이 숨겨져 있다. 클래식이 최고의 음악이라고 믿는가? 새로운 해석을 전혀 용납하지 않는 악보 중심주의, 관객과 연주자를 완전히 분리시켜 자유로운 소통을 막는 클래식 음악회의 풍경, 어느 누구도 길 가며 MP3를 통해 클래식을 듣지 않아 대중에서 외면받고 새로운 클래식 작곡가가 더 이상 나오지 않은 클래식은 이미 '죽은' 음악이자 박제된 음악이다. 그런데 대중가요가 클래식을 어지렵힌다니…. 글쓴이의 클래식 중심주의, 좀 더 나아가 서양중심주의에는 쓴웃음이 나올 뿐이다. 이른바 동양 철학을 했다는 분이 오리엔탈리즘에 빠져 있는 모습이 역설적으로 느껴진다.

 

 어쨌든 이 책은 [논어]라는 고전에 잘 '칼집'을 내어 청소년이 먹기 좋게 만들어 놓은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논어]를 접하고 이후 원전을 통해 논어를 이해하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 인(仁)을 추구하여 군자(君子)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서양 철학과 달리 동양 철학은 철학보다는 윤리 혹은 사상으로 보아야 하는바 [논어]를 읽어도 이를 실천할 수 없다면 [논어]를 읽지 않는 것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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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뒷세이아 - 그리스어 원전 번역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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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호메로스의 양대 서사시인 <일리아스><오뒷세이아>를 다 읽게 되었다. 왠만하면 앞서  <일리아스> 서평에 썼었던 중복된 내용을 피하려고 한다. 그래도 혹시라도 수많은 <오뒷세이아> 혹은 <오딧세이아> 번역본 중에서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을 위해 우리나라 번역 현실에 대한 설명을 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번역본의 가장 큰 명제는 언제나 가장 좋은 번역본은 해당 언어에 능통하면서 해당 분야에 전문가적 식견을 가진 사람이 직접 번역하는 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그런 책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그나마 인문/사회 분야 책은 많은 옮긴이의 노력 끝에 좋은 번역서가 점점 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대표적으로 나는 김만수 교수가 번역한 <전쟁론>의 번역본을 보고 이건 사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동했었다. 최초로 독일어→한국어로 번역한 완역본인데다가 거의 책의 1/3을 차지하는 옮긴이의 주석은 옮긴이의 정성을 느끼게 해주었다. 물론 너무 많은 주석에 대한 호불호는 갈리긴 한다.)

 

 하지만 자연과학 책의 번역 현실은 굉장히 취약하다. 대표적으로 내가 지금까지 읽어 본 책 중 최악의 번역본으로 꼽는 책이 바로 도올 김용옥의 형님인 김용준 선생이 번역한 <부분과 전체>이다. 이건 진짜 번역도 책도 아니다!! 대체 왜 사람들이 이 책에 대해 별점을 높게 주는지 이해할 수 없다. 물론 김용준 교수의 다른 '한글' 책들은 굉장히 좋은 책이라는 것은 인정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한 챕터는 구어체를 쓰고 다른 챕터는 문어체를 쓰는 등 딱 봐도 각 챕터마다 대학원생들에게 나눠줘서 번역한 것이 눈에 띄는데 왜 사람들은 별점을 높게 주는 것일까? 아마도 사람들은 이 책을 읽어도 이해할 수 없는데 이 책이 <서울대 100권 추천 도서>에 포함된 것을 보고 내가 멍청해서 이해 못 했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높은 평점을 준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꾸준히 좋은 번역본과 옮긴이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것이 올바른 번역을 우리나라에 뿌리 내리기 위한 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감히 나는 그리스/라틴 고전 번역에 있어서 현존하는 가장 좋은 옮긴이는 <천병희> 교수라고 생각한다. 대다수의 사람들 역시 천병희 교수의 번역이 가장 깔끔하다는데 동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기서 YES24에 올라온 천병희 교수의 번역관을 아래 그대로 옮겨 왔다.

 

"다른 고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그리스 라틴 고전들도 원전으로 읽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작가 또는 저자의 뜻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정확히 알아야 우리 것으로 소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원전을 읽을 수 있을 만큼 고대 그리스어나 라틴어를 배우자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요즘처럼 입학하자마자 취업 경쟁에 내몰리는 상황에서는 학생들이 고대 그리스어나 라틴어를 계속해서 배우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리스 라틴 고전을 편역하는 수준을 넘어 원전에 최대한 충실하게 번역하고 주석을 다는 것이 차선책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나로서는 잘된 우리말 번역이 잘된 영역이나 독역보다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하게 원전을 이해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일어를 배운 지가 벌써 50년이 훨씬 넘었고 번역할 때면 영역 몇 가지와 독역 몇 가지를 참고하니까 계속해서 독일어와 함께하는데도, 적어도 내 경험으로는 영역은 말할 것도 없고 아무리 잘된 독역이라도 읽어 보면 알쏭달쏭한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빗대어 말하자면, 외국어 번역을 읽는 것이 달밤에 밤길을 걷는 것과 같다면, 우리말 번역을 읽는 것은 대낮에 길을 걷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대로 된 우리말 번역일 경우 말입니다."

 

 결국 가장 좋은 길은 해당 언어를 배워 원전을 읽는 것이고 차선책으로는 한글 완역본을 읽는 것이고 그조차 안 되면 영역본이나 중역본을 읽으라는 말이다. 그 만큼 자신의 번역본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하지만 이 책에서도 <일리아스>와 마찬가지로 2006년에 주석을 첨가하면서 증가된 주석 번호를 그대로 두어 잘못된 주석을 찾아가게 하는 잘못은 여전하다. 또한 왠만하면 지도 하나 정도는 첨부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단순히 어떤 지명이 어디에 있다고 주석에서 설명하면 그냥 읽고 넘어가지만 지도가 같이 있다면 좀 더 독자의 이해를 도울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어쨌든 <일리아스>와 비교해보면 좀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오뒷세이아>는 일종의 모험담에 가까워서 단순히 영웅담에 그쳤던 <일리아스> 보다는 재미있는 부분이 많았다. 다만 나는 이 두 개의 서사시가 같은 인물이 썼다는 점에서는 조금 회의적이다. 많은 사람이 이미 지적했고 이 책 뒷편에 있는 [호메로스의 작품과 세계]라는 글에서도 말하듯이 이상화된 자연이 있는 <일리아스>와 달리 <오뒷세이아>에서는 자연의 힘 앞에 주인공은 무력하며 비유 역시 <오뒷세이아>에서 훨씬 적게 사용되고 있다. 또한 <일리아스>에서는 사납고 자제력 없고 굽힐 줄 모르고 오직 불멸의 명성만을 추구하는 아킬레우스가 이상적 인물로 그려져 있는 데 반해 <오뒷세이아>에서는 참을성 많고 임기응변에 능하고 유연한 사고를 가진 오뒷세우스가 이상적 인물로 그려져 있다. 이는 <일리아스>가 쓰여질 당시에는 용감한 군인이 필요했던 사회적 배경에 비해 <오뒷세이아>가 쓰여질 당시에는 참을성과 임기응변에 능하고 모험심이 강한 바다 사나이가 필요했던 사회적 요구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멘토(Mentor)가 오뒷세우스가 트로이아로 떠나며 자기의 재산을 관리해 줄 것을 부탁한 친구로 후에 오뒷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에게 훌륭한 조언도 해준 맨토르(Mentor)에서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만큼 호메로스의 서사시가 미치는 영향이 오늘날에도 그대로 남아 있다. 한 번 <일리아스>, <오뒷세이아>와 함께 호메로스가 안내하는 세계로 탐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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