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의 신 택리지 : 살고 싶은 곳 - 두 발로 쓴 대한민국 국토 교과서 신정일의 신 택리지 1
신정일 지음 / 타임북스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가끔 어떤 책을 읽어볼까 하고 살펴보고 있으면 가끔 '이 책만은 반드시 읽고 소장하고 싶다'라는 책을 발견하게 된다. 나에게 있어서는 바로 이 책이 꼭 읽고 싶은 책이었다. 그 이유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소장과 김지하 시인의 추천사 뿐만 아니라 이중환의 [택리지]를 '지금의 택리지'로 다시 쓰고자 하는 글쓴이의 태도와 노력을 환영하기 때문이었다. 마치 이는 정약전의 [현산어보]를 다시 '오늘날의 현산어보'로 다시 쓴 이태원 선생님의 역작 [현산어보를 찾아서]와 같았다.

 

 흔히 우리는 정약전의 현산어보나 이중환의 택리지에 대해 '시대에 뒤쳐져 졌다'고 생각한다. 정약전이 현산어보를 썼을 때나 이중환이 택리지를 썼을 당시와 비교하여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환경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오늘날 그 의미가 많이 퇴색한 것도 사실이다. 누가 오늘날 [현산어보]나 [택지리]를 읽고 있겠는가? 그런 점에서 오늘날 변화된 환경에 맞게 우리의 고전을 재해색하고 다시 찾아 내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의 글쓴이는 20년간 우리 나라 산하를 두 발로 뛰어 다니며 이중환의 [택리지]를 현대적 관점에서 다시 쓰는데 성공하였다. 바로 이런 글쓴이의 노력과 옛 것을 현대적 관점에서 해석하여 후손에게 물려주고자 하는 글쓴이의 태도를 나는 환영하는 것이다.

 

 이 책은 총 10권으로 예정된 책 중에서 첫번째 것으로 일종의 <총론>에 해당하는바 글쓴이는 이중헌의 [택리지]에서 이중헌이 말한 사람이 살 만한 곳에 대한 일반론을 소개해주고 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지명을 오늘날 지명에 맞추어 소개해 주고 있는 점과 그 지역의 역사와 살았던 인물, 그리고 인문, 풍수지리학적 관점에서 풍부하게 배경지식을 설명해 주고 있어 [택리지] 그 이상의 오늘날의 [택리지]를 쓰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글쓴이가 이야기하는 <풍수지리>에 대해서는 글쓴이의 생각과 다르다. 나는 자연과학 교육을 받았고 실증주의를 추종하기 때문에 과학적 근거가 빈약한 풍수지리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다. 지금은 덜하지만 과거에는 이른바 음덕(陰德)이라고 하여 부모의 묏자리에 대한 풍수지리를 많이 따졌기 때문에 폐단이 심하여 정약용을 비롯한 많은 지식인들이 이에 대한 비판을 하였었다. 나 역시 과학적 근거가 빈약한 풍수지리설에 대해서는 이른바 <유사 과학>으로 일견 과학적으로 보이나 실제로는 비과학적인 학설이라고 여기고 있다. 글쓴이의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나 국토의 무분멸한 개발에 대한 반대는 나 역시 동감하는 바이나 풍수지리에 대한 글쓴이의 입장에는 찬동할 수 없다.

 

 또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지도를 같이 첨부해줬으면 하는 점이다. 서울을 벗어나기가 힘든 대다수 독자에게는 이 책에서 나오는 수 많은 지명은 일종의 암호에 불과하다. 지도에 그 위치를 표시하여 독자의 편의를 고려해 주는 것은 어땠을까? 하나 덧 붙이자면 글쓴이가 2004년에 출판된 [다시 쓰는 택리지]와 과연 무엇이 다른지도 궁금하다. 단순히 제목만 바뀌어서 낸 책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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