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친구들이 작은 모임을 하나 만들자는 제안을 해서 흔쾌히 수락했다.거기까지는 좋았는데,내가 주도해줬음 한다는 뜬금없는 부탁을 받고,또 얼떨결에 그러마,했다.약 8명 정도 되는 친구들을 밋밋하게 만날 수는 없는 노릇이고,좀 생산적인 모임으로 만들어보자 싶어 ‘책’을 매개로 하는 모임을 생각해 냈다.예상밖으로 다들,찬성하는 쪽이었다.
뭘 하나 맡고나니,일이 끝이 없다.헌데 그 일을 또 처리해내야 두 발 쭉 뻗고 잘 성격이니,이놈들이 나를 잘 알고 이용해 먹는단 억울한 느낌이 든다.여간 신경 쓰이는게 아니었다.이 인간들의 독서경력이나 수준,취향 같은걸 전혀 모른다는 생각이 퍼뜩 들자,이걸 맡은걸 슬슬 후회하기 시작했다.아는게 병이라고,내가 미쳤지 하면서..잘하면 본전일텐데,하는 생각이 마구마구 들면서.책 뿐만이 아니라 만날 장소도 헌팅해야 되고,시간을 조율해야 했으며,회비는 또 어떻게 얼마나 책정해야 하는지..머리가 찌끈찌끈 아파온다.
고심끝에 최규석의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를 첫 책으로 선정했다.일단 만화라고 통보하니 다들 만만해 하는 눈치들이다.두 번째 책은 공지영의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으로 정하고 영화가 개봉하면(강동원,이나영 주연) 같이 보는걸로 간신히 합의를 봤다.
무언가를 맡아 한다는 것이 참 어렵다는 걸 새삼 느꼈다.앞에 나서서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것은 쉬우나,막상 그것이 내 일이 되면..쉽게 그들을 비판할 수 없게 되는 평범한 이치.
ps:이 모임 준비하면서 알라딘에 차력도장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그리고 선정도서라는게 있는줄 처음 알았다.최규석의 단편집은 거기서 힌트를 얻었다.차력도장 회원님들께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