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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코드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생중계의 묘미는 다양한 방면에서 잡아주는 화면의 생생함이다.때로는 현장에 있는 것보다 더 짜릿한 순간들이 있다.그것은 입체적으로 화면을 구성해주는 기술력 덕분일터.사실 야구는 현장에서 보는 것보다,TV로 생중계되는 화면을 볼때 야구의 백미를 더 만끽 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긴장한 타자와 땀을 뻘뻘 흘리는 투수를 한 화면에 잡고,양팀 감독의 상반된 표정을 대비시키고,환호하는 홈팀의 관중과 실망하는 원정팀의 써포터스를 차례로 비추어줄때..나는 인생의 희로애락을 엿 본다.그야말로 짜릿하고 비릿한 무언가가 재빨리 지나가지 않는가.
강준만은 그러한 거친 현장의 목소리를 독자들의 안방으로 고스란히 옮겨주는 이 시대 최고의 도우미다.책상머리 글이 아닌,거친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혀 써내는 홧홧한,살아있는 글들이다.최고의 기술력으로 이쪽과 저쪽,보이지 않는 곳까지 샅샅이 훑어내는 성실맨이기도 하다.나는 그가 졸속으로 책을 내는게 아니라 부단한 노력,남보다 한발 더 뛰어 잡아내는 강준만 특유의 부지런함과 그의 안목으로 태어나는 책들이라 평가하고 싶다.무엇보다 그의 글은 현실의 적실성이 있다.그래서 공감이 더 가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현대를 살아가는 바로 우리들 이야기다.나는 그 중에서도 마지막 10장,‘목숨걸고’ 편을 재미있게,그러나 다소 심각하게 읽었다.이른바 다걸기,올인에 집착하는 한국인들.화끈한건 좋으나,외줄타기 아니던가.나는 10장을 읽으며 이 부분이야말로 한국인을 나타내는 가장 적확한 단어가 아닐까 싶었다.너는 어디편이냐와 올인.
결국 우리 삶이 정치적이라고 볼 때,우리 정치의 방향타가 일반 국민의 삶까지도 지배한다고 본다면..우리정치의 현주소가 우리 국민성을 대변한다는 것은 자명하다.책에서도 언급 되었지만 우리 지도자와 정당들은 너무 올인을 좋아한다.올인이 실패했을 때의 대안은 과연 마련했느냐? 하는 문제와 올인을 하지 않고서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었느냐 하는 문제를 생각해 본다.
바둑을 두다보면,냉철한 형세판단이 필요할 때가 있다.과연 내가 저 대마를 무조건 잡아야 이기느냐(올인),아니면 잡는척 하다가 살려주고 적당히 타협해도 이길 수 있느냐의 갈림길.판단은 개인의 몫이지만,중요한건 대마는 쉽게 잡히지 않는다는 정설,고로 이득을 보았다면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물러설줄도 알아야 하는게 순리이고 이치이다.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그렇지 못했다.결국 그 속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고,서로 상처를 입었다.생각해보면 모든 갈등과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다.진지하게 그 중간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그것에 대한 전국민적 컨센서스(합의)가 필요하다는 결론은 당연하지만,매우 어려운 우리 사회의 화두이다.그 화두에 대해,강준만은 여러 책을 통해 이미 밝혔고,내는 책마다 잊어버릴만 하면 다시 한 번,강조하고 환기시킨다.그 반복이 싫지 않고,매우 적실하게 계속 다가온다면..좋은 것인가,나쁜 것인가.
고로,강준만의 현장르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그것도 아주 정밀하고 다이나믹하게 말이다.
ps:강준만의 책내는 속도,도 분명 한국인 코드에 부합한다.글의 내용 뿐만 아니라 강준만 개인의 활약상을 곰곰이 곱씹어보면서 책을 읽어보면,그것 또한 묘한 재미가 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