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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조선인 > '맞벌이의 함정'과 같이 읽을 것 - 최고의 공포가 될지니
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영난 옮김 / 시아출판사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나도 그저 행복해지고 싶었을 뿐이다.
당시 내가 바랬던 건 우리 둘의 힘(돈)으로 결혼하는 것과
시어머니와 우리 3식구 함께 살기에 맞춤하게 여긴 26평 집 한 채와
옆지기 출퇴근 및 주말 나들이에 필요한 소형 자동차 한 대와
내가 일하는 동안 안심하고 마로를 맡길 수 있는 믿음직한 보모 한 명이었다.
그게 과욕이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러저러한 재정적 악재가 겹치자 나는 어느새 카드 돌려막기의 선수가 되어 있었고,
난 그런 내가 무척 무섭게 여겨졌다.

일단 결심한 뒤에도 실천은 더뎠다.
이사를 하고 카드 빚을 갚고, 주택담보대출을 줄인 것으로 한동안 만족했던 것.
그러다가 완전히 결단을 내린 건 지난 12월이다.
결심을 다지기 위해 <맞벌이의 함정>을 다시 읽었고,
조금 어색하게 여겨졌지만 처음으로 재테크에 관한 책 <재테크의 99%는 실천이다>를 사읽었다.
그리고 마침내 달랑 1개만 남기고 모든 신용카드를 없앴으며,
하나 남은 신용카드의 한도도 100만원으로 확 줄여버렸다.
마지막으로 모든 통장을 인터넷전용으로 바꾸고 현금카드는 몽땅 직불카드로 바꾸었다.
남들처럼 화려한 투자 재테크는 아니지만 올해는 그나마 남아있는 담보대출을 갚는 재미로 살기로 했다.

갑자기 씀씀이를 줄이자니 1월은 조금 힘들었다.
다시 카드한도를 늘이고 싶은 유혹에 자꾸 흔들렸다.
그런데 마침 네무코님이 추천해준 <화차>.
덕분에 무사히 1~2월을 넘기고 3월을 맞이한 지금, 통장을 보며 제법 흐뭇해하는 중이다.
월급을 받으면 어떻게 나눠쓸까 예산 세우는 재미가 생각보다 쏠쏠하다.
때로 지름신이 도래하면 수첩을 펼치리라.
그리고 내게 거울이 필요한지, 혹은 다리가 필요한지 곰곰히 생각해 보리라.

"...뱀이 왜 껍질을 벗으려는지 알고 계세요?...그거 생명을 걸고 하는 거래요... 열심히 몇 번이고 허물을 벗는 동안 언젠가는 다리가 나올 거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래요. 이번에야말로, 이번에야말로 하면서요...이 세상에는 다리는 필요하지만 허물을 벗는데 지쳐 버렸거나, 아니면 게으름뱅이거나, 방법조차 모르는 뱀은 얼마든지 있다고 봐요. 그런 뱀한테 다리가 있는 것처럼 비춰지는 거울을 팔아대는 똑똑한 뱀도 있는 거죠. 그리고 빚을 져서라도 그 거울을 갖고 싶어하는 뱀도 있는 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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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아영엄마 > 2006. 12/21~31일까지의 독서기록

목표했던 책 권수를 달성(?)하긴 했지만 연말에 이런 저런 일로 생각만큼
책을 보지 못하고 마감한지라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내년에는 좀 더 분발해야 할 듯...

어린이 책 233. <썩었다고 아냐 아냐>
 아영이가 먼저 읽었는데 재미있다고 함.
발효에 관련된 균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적고 있는데 과연 공룡 이름을
줄줄이 외는 것처럼 아이들이 균 이름을 떠올릴 수 있을까? -.-
각 지방의 사투리와 각종 음식의 이야기가 어우러져서 감칠맛이 나는 책이다.
왜 이 균들이 한 곳에 모이게 되었는지 독자들에게 궁금증을 유발하는 형식이라
호기심을 가지고 끝까지 읽어보게 하고 있음.
아영이가 "과학과 친해지는 책"이랑 "수학과 친해지는 책"인 <10일간의 보물찾기>랑
무슨 관련이 있냐길래 모르겠다고 했는데 아영이가 찾아보고는 알려 줌(같은 출판사 책. ^^;;)

어린이 책 234. <악어야, 내가 이빨 청소해 줄까?>
어린이 책 235. <진짜 얼마만 해요>
어린이 책 236. <생각하는 ABC>
어린이 책 237. <젓가락 행진곡>
어린이 책 238. <아폴로 13호>


내 책 104. <발 끝으로 걷다>
내 책 105. <마술은 속삭인다>
내 책 106. <화차>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막대한 빚, 개인파산, 야반 도주, 상속 포기...
 친정 부모님과 친척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지켜본 것들이라 다 낯설지 않은 단어들이다.
이런 연유로 <화차>에 나오는 두 여인의 심정에 충분히 공감이 간다.
내가 옛날부터 돈 쓰는 것에 인색한 편이었던 것도 아마 빚에 시달리는 엄마를 봐 와서일 것이다. 돈 몇 푼에 종종 거리고, 뭐 살 때도 몇 번을 고민하게 되는 것도...
뭐 어쨋든 아껴야 잘 살지~~ ^--^
마지막으로... 신용카드 퍽퍽~ 써대는 울 남편에게도 필히 이 책을 보도록 할 참이다!! 

내 책 107. <미륵의 손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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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도 거의 안 쓰는 불량회원인데도 이렇게 또 제게도 책 추천할 자격을 주시니 고맙습니다^^;;;

  네. 제가 추천하는 책은 바로 추리소설입니다.

  '난 추리 소설 절대 안 읽어' 하는 분도 꽤 계실 것 같아 다른 책을 골라볼까 했습니다만, 그래도 제가 읽어 좋았던 책을 소개해 드리는 게 더 의미있을 것 같아서 이 책으로 골랐습니다. 게다가 이 책, 독자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절판되었다가 부활한 신화같은 책이긴 합니다만, 역시나 아는 사람만 알고 그냥 지나가는 것 같아 너무 아쉬운 마음에 한 분이라도 더 읽으셨으면 좋겠다 싶어서 소개해 드립니다. 그러니 꼭 좀 읽어봐주세요^^ (거의 애원 모드입니다요....ㅎㅎㅎㅎ)


이하는 알라딘 책 소개 입니다. 지금 우리 나라의 이야기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일본의 이야기 입니다. 배우들이 친근한 얼굴로 "돈 좀 빌려 써보지 그래."라고 생글거리는 광고를 볼 때마다, 예쁜 얼굴의 그녀들이 카드로 맘껏 지르며 행복해 하는 모습의 광고를 볼 때마다 가슴이 섬뜩해지는 건 이 책의 영향도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과거의 빚을 청산하고 새로운 인생을 꾸리며 행복해지고 싶었던 한 여성이 있다. 지긋지긋한 과거를 어떻게 해서든 털어내고픈 또 한 여성이 있다. 미야베 미유키의 장편소설 <화차>는 같은 운명일 수밖에 없었던, 비극으로 엇갈린 두 여성의 삶을 그린다. 2000년 국내에서 <인생을 훔친 여자>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바 있다.

휴직 중인 형사 혼마가 조카의 실종된 약혼녀 세키네 쇼코를 찾아 나서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설은 그녀를 추적하는 주인공 혼마의 시선을 따라가며, 퍼즐 조각을 다루듯 그녀의 과거를 한 조각씩 맞춰나간다.

어째서 그녀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대신 말없이 사라지는 것을 택했을까? 도대체 그녀는 누구인가? 혼마의 추적에 의해 조금씩 드러나는 실종 사건의 이면에는, 빚으로 인해 '화차(火車: 생전에 악행을 한 망자를 태워 지옥으로 옮기는 불수레)'에 올라타고 만 개인파산자의 비극이 숨겨져 있다.

<화차>는 '역대 일본추리소설 베스트 10'에 드는 사회파 미스터리의 걸작으로 꼽힌다. 미야베 미유키는 이 소설로 일본 양대 대중문학상의 하나인 야마모토 슈고로 상을 수상했다. 또한 같은 작품이 나오키 상 후보에 오르며 그녀를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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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1-31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무코님 대단하십니다^^

nemuko 2007-01-31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저 잘했죠?^^

아영엄마 2007-01-31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모!! 저도 이 책 읽었어요~~. 음.. 근데 리뷰는....(^^)>

nemuko 2007-01-31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은 저도 리뷰는 안 썼습니다. 일단 저부터 올려야겠죠?^^

조선인 2007-01-31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네무코님의 추천을 믿어요. 신기생뎐, 정말 재밌었어요. 다시 한 번 감사 인사 드리고 싶네요. ㅎㅎ

nemuko 2007-02-02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기생뎐>이 조선인님의 마음에 쏙 들었었나 봐요. 이 책도 좋아하셔야 할텐데 말이죠...^^;;;;
 
 전출처 : 파란여우 > 나는 나의 깃발을 흔들뿐이다. 개인 만세!
남쪽으로 튀어! 2 오늘의 일본문학 4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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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상향은 어느 누구에게도 착취당하지 않는 자급자족의 생활이야” 반국가주의자 우에하라 이치로는 네 명의 가족을 데리고 도쿄를 떠난다. 그가 가는 곳은 오키나와에서도 더 남쪽인 이리오모테섬. 1권에서 지로는 수학여행경비 문제와 국민연금 납부 문제로 국가기관과 불화를 겪는 아버지 때문에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엄마는 왜 아버지 같은 사람과 결혼했을까’, ‘어리다는 건 여러모로 억울하다’고 속으로 혼자 마음의 병을 앓는다. 아키라 아저씨가 주고 간 시계를 귀에 대고 초침소리를 들으며 소년은 어른의 세계를 엿듣는다. 이제 얼렁뚱땅 갑자기 살게 된 남쪽나라에서 지로의 성장은 가속도로 쭉쭉 뻗어 나간다. 하지만 이 걱정 많은 소년의 성장통은 2권에서 완전히 졸업한다. 염소우리를 만들고, 페인트칠을 하고 많은 방문객을 맞이하느라 감상에 빠져 사춘기를 향연 할 공간이 없다. 예상 시나리오대로 몰상식한 아버지의 기행은 남쪽 섬에서 이야기의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곧 이어 궁색하지만 행복한 남쪽살림에 국가권력의 폭력은 해일처럼 들이닥친다. 공무원과 아버지의 대결은 영원히 만날 수 없는, 화해의 기운이 전혀 없는 평행선의 다툼이다. 이번에는 국민연금과 수학여행경비 차원이 아니라 생존권과 핫라인으로 연결된 짜릿한 절규의 현장이다. 리조트 재개발과 개인의 삶의 보장이라는 큰 테마다. 다시 말해서 “날씨 좋은 날에는 논밭을 갈고, 비 오는 날에는 책을 읽는 것이야말로 본디 인간이 지녀야 할 모습”-(127쪽)을 파괴하는 괴물의 습격이다. 청경우독(晴耕雨讀)은 개인의 이상주의이며 적자생존(適者生存)은 정글의 법칙이다. 정글을 관리하는 국가라는 괴물은 국가에 반(反)하는 정체를 해체하고 제거하는 이념을 갖고 있다.


2권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아버지의 노동이며, 환경에 빨리 적응하는 열두 살 소년의 쾌속이다. 지로는 비가 새는 지붕조차 최악은 아니라고 자위하며, 전학 첫날 ‘이 섬에 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다섯 명의 학생과 한가한 수업진도, 선생님들의 양심적인 자세에 도쿄태생은 한 시간 반을 걸어서 통학하는 열의를 보인다. 소년은 소녀를 만나고, 새로운 인식을 만나고 새로운 하늘과 바다를 품는다. 그러나 지로가 만난 아버지의 전투가 1권에서 사상의 문제였다면 2권은 좀 더 세분화된다. ‘개발/환경/주민의 생존권/국가정책/자본가의 이익/전통보존과 말살/구시대와 현대의 충돌’ 이라는 복잡한 다차원 방정식을 푸는 문제다. 이 문제를 복잡하게 보는 시각은 많은 사유의 밤을 고뇌하며 보낸다. 하지만 세상만물의 이치를 하나의 원으로 보는 시각은 고민이 필요 없다. 답은 늘 하나로 준비되었다. 언제나 기회주의자들만이 사색의 밤이 긴 법. 단순하게 개인의 삶을 종교로 모시는 아버지는 ‘국가는 내 삶에 침입할 자격이 없다’로 저항한다. 명료한 답은 후련하다. 하지만 당신은 불온하다는 평을 매사 호쾌한 아버지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테러리스트야 말로 명예로운 이름”-(193쪽), “나는 나의 깃발을 흔들 뿐이다”-(196쪽)에서 아버지는 국가라는 공동체에 참여 하고 안하고는 개인의 선택에 따른 자유행위임을 강조한다. 한가한 남쪽바닷가에서 자급자족의 삶으로 일가를 이루고 사는 꿈을 지닌 아버지. 국가가 겨눈 창끝은 개인이 소망하는 최소한의 터전조차 허락하지 않고 그들의 낙원으로부터 끄집어내어 팽개친다. 강제로 국민을 국가에 편입시키고 굴복을 강요하는 체제가 빚어낸 그 많은 인류사의 비극을 이 책에서는 보이지 않는 희망의 이상향으로 끌어낸다. 그것은 파이파티로마의 땅이다. 홍길동이 세운 율도국이나 이어도에 대한 측면공유가 여기에 있다.


중간에 누나의 급작스런 방문과 섬에 대한 애착, 아버지에 대한 관대함의 발견은 1권에서 보여준 것과 극적인 대비라 독자는 다소 시니컬하다. “나도 화염병 한 번쯤 던져보고 싶은데”-(245쪽)라는 대목에서는 누나가 보여준 도쿄에서의 행동이 오버랩 된다. 누나의 놀라운 반전은 그저 덩달아 놀랄 수밖에! 그럼 뭘 기대했단 말인가. 정말, 허풍선이 이치로가 야스쿠니에 불을 질러주기를 기대한다면 소설이 소설을 넘는 오버가 되고 만다. 그런 건 김진명의『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나, 근육질로 연기를 하는 실베스터 스텔론의『람보』시리즈에서나 기대하자. 그런 점에서 오쿠다 히데오의 교묘한 종결처리방법인 ‘파이파티로마’는 진부하지만 적절했다. “힘으로 인간을 억압하는 것을 끝까지 허락하지 않은 영혼이 지금도 저 먼 남쪽에서 바람을 보내오고 있습니다.”-(310쪽)  “그러나 지금 그들은 모두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들의 이상은 어디로 사라졌는가”-(314쪽) 오쿠다 히데오가 쓴 명랑가족 우에하라 이치로씨의 가족사는 정직한 정신으로 저항했던 과거의 물음을 현대의 무대위에 디지털로 올려 놓았다. 국가는 왜 개인에게 적이 되어야 하는가의 현실적 물음이 2권의 주제다. 개인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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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파란여우 > 허풍선이 이치로씨, 나도 국민을 관두고 싶어요.
남쪽으로 튀어! 1 오늘의 일본문학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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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의 책표지는 그의 문체처럼 ‘딱’ 떨어진다.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다. 한 컷으로 보여주는 표지의 강렬한 시선은 국민연금을 의무적으로 납부하지 않기 위해서 기꺼이 국민을 포기하겠다는 우에하라 이치로의 도발, 그 자체다. 사실, 이 남자는 도발적이라기보다 위험하고 불안정한 인물이다. 태어날 때부터 ‘의무와 권리’장전에 등록되는 일을 지배층과 피지배층으로 국가/국민을 분리하는 발상부터 보라. 공무원을 두고 ‘체제에 빌붙어 사는 개’라고 단정하는 대목에서는 벌써 ‘빨간 조짐’이 보인다.


“나는 관청이 싫어”, “그렇다면 나는 국민을 관두겠어”, “학교에 다니기 싫으면 다니지 마라”, “콜라와 캔커피는 미국 제국주의의 산물이다” 아들의 담임이 가정방문을 하는 와중에 “학교 조회시간에 애국가 제창을 하기 싫으면 거부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 이 수상쩍은 아버지의 직업은 ‘프리 라이터’다. 글이라고는 쓰는지 안 쓰는지 거실에서 콧구멍만 쑤시며 늘어져서 사는 무위도식의 가장이 도대체 왜 툭하면 ‘국가’의 존폐에 관한 주제를 물고 늘어지는 건가. ‘베스트셀러’를 내서 가족을 편안하게 만들겠다는 허풍쟁이. 자신의 가정경제조차 책임지지 못하는 인물이 국가의 위악이 어쩌고 논할 자격이 있는가. 나는 책을 읽는 내내 발칙하게 끝나는 간결한 문체에 마치 내 허파에 팽팽한 풍선이 턱하니 빵빵하게 차지한 것처럼 기가 찼다. 주어의 생략과 성장통이라는 소재를 배경으로 삼은 성장소설의 특징은 ‘교훈’의 출연이다. 주인공 아이에게 서정적인 감성으로 성장통이 접근했다면 오쿠다 히데오가 만든 성장통은 부르주아의 낭만에 빠질 여력을 주지 않는다. 얼마나 빡빡하게 구는지, 가난한 가정환경을 잠깐 훑는 것처럼 보여 주더니 곧장 학원폭력으로 뻗어간다. 하급생의 농구공을 강제로 뺏는 중학생 깡패 가쓰는 힘의 우월감을 과시하는 협박과 공갈의 상징인 무단정치를 상징한다. 고사리 주먹은 커서 '국가의 주먹'이 된다.(정치깡패, 관용깡패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가쓰=국가의 폭력, 무력하게 농구공을 뺏기는 나약한 준=국가 권력의 횡포 앞에 무너지는 개인의 무기력이다. 이 대입은 이 책의 뛰어난 장점이며 동시에 오버한 부분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열두 살 아이의 복잡다단한 성장통이 국민으로 편입되기를 거부하는 ‘몰상식하고, 개똥같고, 수상쩍고, 난감한’ 아버지의 존재에 묻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소설의 성격은 성장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주제가 크고, 아니라고 하기에는 아이가 주인공이므로 난감하다. 너무 오래 학원폭력을 대입한다 싶은 부분에서는 적절한 새인물이 툭 튀어 나왔다. 아키라 아저씨의 설정은 기존의 문학관에서 단골 출연한 예다. 새삼스러울 것이 없지만 예상 가능한 결말을 남기고 아키라 아저씨의 역할은 잠시 정지되었다. 이쯤 되면 결말도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문사의 문화부 기자들이 쓴 미디어판의 평판은 한결같이 “대단히 흥미로운!”으로 귀결됨을 발견한다. 독자들, 특히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단어를 모두 동원한 듯 한 장편에 길들여지지 않았거나, 작가 김훈의 지적처럼 ‘복잡하고 생각을 깊게 요하는 글을 거부하는, 또는 능력이 되지 않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세대들에게는 거의 핵폭발의 위력으로 평가 받고 있다. 속도전으로 몰입하는 빠른 진행이 일등공신이다. 아이들의 폭력과 국가의 폭력을 적절히 왕복하며 사용한 비유도 흥미로웠고, 그 중 가장 뛰어난 인물은 쿠바의 카스트로와 나란히 사진을 찍은 아버지의 정체다. 수상한 과거를 의심받던 엄마는 ‘역시나!’ 성공한 자본주의가문출신이다.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 전복을 꿈꾸는 혁명가 집단과 미나미 선생같은 중간 제도권자등 국민구성원의 총출동이다. 그래서일까. 소설은 내내 왕왕 시끄럽다. 도쿄 뒷골목가의 그 이층 다다미집엔 사건사고도 많지!


1권이 끝나가는 무렵에 서둘러 남쪽으로 짐가방을 꾸리는 가족의 모습에서 2권의 내용은 벌써 머릿속에서 찰칵댄다. 큰 그림으로 볼 때 오쿠다 히데오의 책은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럼에도 그의 책이 갖는 위험성은 그것의 목소리가 ‘국가’를 향해 내리꽂고 있다는데 있다. 거대권력을 경쾌발랄하게 쫘르륵 내려 휘갈기는 짧고 경쾌한 문체는 얄미움을 넘어서 귀엽다. 계층간의 분화를 구도화해서 보여주는 이 책을 두고 ‘만화’적 기법을 차용한 명랑만화라고 말한다면 무리일까. 왜 우리는 국가를 그토록 심각하고 심란한 발음으로 논해야 하는 건가. 고로 이 책은 '국가'라는 거대단어에 대한 문체의 전복이다. 국가주의를 종교로 삼는 일본에서 “개인 단위로 생각할 줄 아는 사람만이 참된 행복과 자유를 손에 넣는 거얏!”-(328쪽)라는 무정부주의자 우에하라 이치로씨의 남쪽 행에 나도 슬며시 합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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