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nrim > 독사처럼...
밥, 이성, 나라, 민족, 인류...... 무엇을 사랑하든 독사처럼 칭칭 감겨들고, 원귀처럼 매달리고, 낮과 밤 쉼 없이 매달리는 자라야 희망이 있다. 지쳤을 때는 잠시 쉬어도 좋다. 그러나 쉰 다음에는 또다시 계속해야 한다. 한 번, 두 번, 세 번, 몇 번이라도 계속해야 한다. 혈서, 규약, 청원, 강의, 눈물, 전보, 집회, 추도사, 강연, 신경쇠약, 이런 것은 모두 소용없다.
혈서가 무엇을 가져오는가? 단지 볼썽사나운 혈서 한 장뿐이다. 신경쇠약은 자신의 병이 될 뿐이다. 더 이상 그것을 보물로 여기지 말라. 나의 경애하는, 그리고 미운 친구들이여!
신음하고 탄식하고 통곡하고 애결하는 소리를 듣더라도 놀랄 것이 없다. 그러나 무서운 침묵을 보면 조심해야 한다. 독사처럼 시체의 숲 사이를 기어다니고 원귀처럼 어둠 속을 달리는 것을 보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그것은 '진짜 분노'가 도래할 조짐이다. 그때가 되면 옛날을 흠모하는 자 옛날로 돌아가고, 세상에서 떠나고 싶은 자 세상을 떠나고, 하늘로 오르고 싶은 자 하늘로 올라가고, 영혼이 육체를 떠나고 싶어하는 자, 이제 떠나게 되리라!
<아침꽃을 저녁에 줍다> 루쉰, 96페이지에서...
따우님 이벤트 선물로 <아침꽃을 저녁에 줍다>를 받았다. 오늘 아침 출근 길에서부터 읽기 시작...
나는 지금 쉬고 있는 중....? 한번도 제대로 칭칭 감겨본 적 없으면서 그래도 쉬는 중....?
양끝이 활활 타오르는 불꽃처럼 살고 싶기도 했던 20대. 나는 무엇을 사랑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