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리 2007-06-09 00:17   댓글달기 삭제 URL
저...마태가 그러는데요 김훈의 <남한산성> 어떠냐고 하네요.... 마음에 안드시면 서승의 <옥중19년>은 어떠냐고 하더이다.

마태우스님의 대변자가 올린 댓글을 못 보신 분이 있을까봐.

제 독단으로 남한산성으로 확정하겠습니다. 땅땅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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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장을 보여주다.
    from 비우고 채우기 2007-07-02 17:01 
    핑크빛 표지는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산뜻하니 고왔으며 작품의 분위기를 망치지도 않았다.  그것은 김훈 자신이 이 작품을 쓰면서 철저하게 감정을 배제했기 때문일 것이다...
  2. 봄농사를 시작하기 늦지 않았음에 희망 있음을
    from 비평가의 서재 2007-07-02 17:08 
    김훈의 소설을 읽었다. 두 번째다. 『칼의 노래』가 그 처음이었다. 사실 김훈이란 이름이 유명해진 것은 이 『칼의 노래』덕분이다. 아니 정확히는 노무현 대통령 때문이었고, 더 정확...
  3. 그의 소설이 날 전율시키는 이유
    from 처음처럼이 있는 서재 2007-07-02 18:08 
      중국의 패권자로 부상한 청나라를 오랑캐로 여기며 명을 섬기던 조선은 결국 청의 공격을 받아 두 차례의 전쟁을 겪는데, 전쟁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일방적 패배를 당하...
  4. 비루한 책
    from 조선인과 마로, 그리고 해람 2007-09-01 19:52 
    마초 김훈을 싫어하면서도 습관적으로 그의 책을 사보는 독자로서 그의 책에 별 하나를 주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말이다. 늘 임금의 편이 아니라 고통 받는 자의 편이라고 말하길 좋아하는 김훈은 이 책에서 결국 '아무 편도 아니다'라는 비겁함을 보였다. 밥벌이가 지겹다고 말할 수는 있어도, 밥벌이를 위해 비루해질 필요는 없다. 제 아무리 현생이, 혹은 이 세상이 지겹다 하더라도 한 시대를 싸잡아 폄하할 필요가 있었을까? 역사스페셜 식의 자화자찬도 옳은
 
 
 
 전출처 : 조선인 > 안타까움
천자의 나라 - 상 - 북리 군왕부 살인 사건
김유인 지음 / 오두막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무협지라고 하기엔 너무 정적이고
미스터리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엔 너무 속이 들여다 보인다.
상권의 절반이 안 되는 1**쪽에서 대략의 인물들이 어떤 반전을 준비할지 눈에 보여 안타까웠다.

하지만 퓨전 사극으로 만들면 무척 인기있을 구성, 인물, 이야기.
딱 그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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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마노아 > 독자를 행복하게 만든 작가&작품&캐릭터
천자의 나라 - 하 - 봄꽃과 다투어 피지 마라
김유인 지음 / 오두막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천자의 나라를 처음 접한 것은 2001년 8월로 기억한다. 토요일이었고, 몹시 지쳐 울던 그런 날이었을 것이다. 이제 갓 인터넷 연재를 시작했던 때였고, 작가에 대해 알려진 것은 전혀 없었고, 그저 혜성처럼 나타나 폭풍같은 반응을 일으키는 작품이란 입소문을 들은 뒤였다. 그리고 그 소문은 소설을 읽은 뒤 내게도 사실로 확인되었다. 그리고 꽤 오랫동안, 이 작품과 호흡을 같이하며 웃고 울고(눈물이 주르륵 흘렀다기보다 늘 맺히는 편이었다.) 그리고 감동 받았었다. 그래서 이 작품이 진짜 책으로 출간된다고 했을 때 몹시 놀라기는 했지만, 그래 마땅하다는 생각을 당연히 했었다. 출간을 밀어주신 그 교수님 말씀처럼 참 바르고 좋은 글이었으니까.

이틀에 걸쳐서 책을 읽었는데, 상권이 훨씬 책장이 잘 넘어갔다. 아무래도 사건의 주요 핵심이 드러나는 내용이었고 추리해 가는 과정이었기에 더 흥미진진했을 것이다. 하권은 사건을 정리하고 작가가 작품의 주제 의식을 강조(꽤나 자주)하는 내용이어서, 그리고 내용이 아픈 만큼 진도도 조금 더디게 나갔다.

뭐랄까? 첫 부분에, 황제가 전조와 만나는 장면은 극히 인상적이었다. 시끄러운 시장통에 태사의 화려한 마차, 비단 옷을 입고 구경에 여념 없을 황제(게다가 어린애마냥 군것질을 하던^^;;;)와 남색 유삼을 걸친 전조와, 그의 팔에 난 상처에서 보인 붉은 핏방울까지. 선명하게 대조되는 그 색감이 글로 읽는 독자들에게 영화로 보듯 강렬한 시각적 인상을 남긴 것이다. 이렇게 설명하면 될까? 헐리웃 영화는 초반 5분에 일단 관객을 압도시켜 놓고 영화를 전개한다고 했다. 한마디로 기선제압! 초반 내용의 절정은 전조가 객잔에서 눈앞의 사내를 향해 황제를 닮았다고 말한 부분이다. 효과음이 있다면 “쿠쿵!” 정도 되었을 것이다.

이쯤 되면, 이미 책을 손에서 놓는 것은 힘들어진다. 왜? 너무 흥미진진하니까. 게다가 작가는 진지한 와중에도 코미디적 요소를 많이 집어넣는다. 아니 집어넣는다는 인위적인 느낌보다 자연스럽게 묻어 나온다는 것이 맞겠다. (작가가 인정할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작품 중에는 코미디적 요소가 꽤 많이 보인다. 그리고 상당히 웃기다!) 이를테면 인종이 덥다고 투정부리는 바람에 전조가 장풍을 일으켜 인간 선풍기가 된다든지, 적청을 만났던 때, 경공을 써 먼저 날아간 전조를 좇아오느라 허옇게 달뜬 그의 모습이 그랬다. 소풍 나갔다가 황제로서 남방 과일 먹어본 게, 온천 한 번 다녀간 게 마음의 빚이 되어야겠냐고 투덜거리는 인종의 모습도 마찬가지였다. 그러고 보면 작품 속에서 코미디적 요소를 도맡아 했던 인물은 인종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것은, 이 작품 속에서 가장 입체적이고 생동감 있게 묘사된 인물로 내가 황제를 꼽는 이유이기도 하다. 

작품의 미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첫 번째로 꼽을 것은 각 캐릭터의 성격을 세심하게 나눠놓았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드라마 포청천이나 칠협오의 등에서 그저 왕조, 마한, 장룡, 조호 식으로 죽 이름만 나열되었을 사람들에게 각각 독특한 캐릭터를 주입하는 것 말이다.(이들 네 사람은 작가의 또 다른 작품 '사형제'에서 가장 뚜렷하게 그 사실을 증명했다.-이 작품은 저자의 홈페이지에서 읽을 수 있다.) 천자의 나라에서는 전조 대신 희생된(라기보다 기꺼이 희생한) 다섯 사람이 그랬다. 또 천풍오랑이 그랬고, 세 명의 가짜 소공자와 북리운천, 적청까지도 모두 그 생김새가 그려질 만큼 작가는 세심하게 캐릭터성을 부여했다. 놀랍고도 부러운 점이다. 그러나 또 한편에선 겹치는 캐릭터 성격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그게 나쁘다거나 단점이라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말투가 비슷하기 때문일 텐데, 이를테면 승휴의 성격과 조호가 빼다 박았고, 잠깐 나왔지만 그 대사는 여러 번 재탕된 점소이가 그랬다. (천풍부도 막판에 깨지기 직전엔 좀 비슷했다.) 아, 나중에 제 모습을 찾은 북리현도 많이 비슷했다.

작가는 지나칠 듯 완벽한 캐릭터 전조라는 멋진 남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도 음으로 가리어질 법도 한 여자 캐릭터에 철저하리만큼 생명성을 부어주었고, 그 빛나는 사내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을 영리함과 지혜, 반듯함도 부어주었다. 그리고 또 전조 팬들에게 많이 강조된 ‘미남’ 전조보다도 ‘반듯한’ 전조를 더 앞세웠다.(심지어 생김새로만 보면 좌수백이 더 잘 생겼다지 않은가.-사실 인정하고 싶지는 않다..;;;;;) 게다가 적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종국엔 적이라고 할 수도 없었던 위청운의 캐릭터도 상당히 매력적이었다.(그에 비해서 위지량은 존재감이 약했다. 굳이 드러낼 필요도 없었지만.)

작품의 두 번째 미덕으로 추리물이 주는 적절한 긴장감이다. 아령이 사실은 여자였고, 진짜 소왕야라는 진실은 연재 중에도 많은 사람들이 알아차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지만 그 사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트릭은 작가가 설명해주기 전에는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았다. 완벽한 남자 전조도 그 수많은 수수께끼를 한번에 해결하지는 못한다.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조금씩 푸는 듯하다가 다시 손도 못 대게 섞어 놓고는, 한순간 다시 확 풀어주는 것은 그 테크닉에 가히 혀를 내두를 만하다. (내가 가장 놀란 부분은, 복면 괴한이 사실은 창룡단 고수였던 것, 북리운천이 부러 인종을 떼어내게 했던 그 부분이다.) 

세 번째 미덕은 풍부한 고증과 그것을 준비한 꼼꼼함이다. 작품을 홍보할 때 이미 말했듯이 이 소설은 역사 소설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만큼의 역사적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 그 수많은 각주들은 읽을 때마다 이 책이 보통 평범한 책이 아님을 수시로 각인시켰다. 흔히들 ‘팬픽’이라고 하는 새로운 장르에 대해 사람들이 갖고 있을 편견이 안타까울 만큼 이 책은 장인 기질을 유감없이 보여준 것이다.(대체 그 수많은 관리들의 사건 사건들을 어찌 다 찾았을까, 참으로 신기했다.)

네 번째 미덕은 역사 무협이라고 소개했던 것이 무색하지 않은 액션(?)씬이다. 무협소설과 무협드라마를 많이 접해보지 못한 나이지만, 작품 속에서 보여주는 일종의 전투 씬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영상이 되기에 충분했다.(혹 내가 무협에 너무 무지해서 과하게 환호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내 수준에서 이 정도 액션이면 눈 황홀했다!) 그리고 그런 만족도를 줄 수 있는 것은 작가의 섬세한 필치, 그러면서도 힘 있는 필치가 주는 문장력의 힘이었다. 유하면서도 강한 그 장면들은 이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지면 얼마나 대단할까! 라는 상상을 자주 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천자의 나라,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그리고 가장 자랑스러운 점은, 작가가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말하고자 했던 핵심 주제에 있다. 천자란 곧 하늘 아들, 그리하여 만백성이라고 설파한, 강한 것이 정의가 아닌 바른 것이 정의라는 기치, 치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 등, 이러한 가치관들이 이 작품을 타 작품과 가장 구별시켜 주는, 게다가 고급화시켜주는 핵심 요소들이었다. 이러한 의미들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기는 쉽지만, 그 가치들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생각으로 정리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전조가, 아령이, 그리고 북리현이 짙게 호소하는 대사들은 모두 마음을 움직이는 울림이 있었다.(오죽하면 그 대단한 황제가 감탄하고 탄복하며 변화되겠는가!) 많은 미덕 중, 가장 으뜸을 찾으라고 한다면 나는 작가의 이 가치관을, 그 같은 생각의 틀과 바탕을 꼽고 싶다. 

책을 읽으면서 그다지 눈물을 흘리지 않는 편인 내가, 작품을 읽으면서 자주 눈시울이 젖곤 했던 부분들은 호소력 짙은 그네들의 대사 때문이었다. 아프고 아픈, 서럽디 서러운 그 사내에게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말해주었던 인종, 아주머니 때문에 싸웠습니다... 한마디로 관창우를 섬뜩하게 했던 전조의 모습, 그리고 전조에게서 섭섭함을 느꼈던 황제의 철없는 마음까지도 참으로 절절하게 독자의 가슴을 울린다. 블로그에서도 대표적인 문구로 찍혔던 그 대사, “사랑하는 마음이여, 봄꽃과 다투어 피지 마라. 한 조각 그리움은 한 줌 재가 되리니.” 이 문장이 주는 여운은 꽤 오래 갔다. 마치, 아령이 회화꽃을 담아 모았을 그 단지에 내가 푹 젖었다 나온 느낌? 그러나 이 명시보다 더 남는 말은 이어서 작가가 덧붙인 구절, “사랑하는 마음이여, 어둠과 다투어 지지 마라. 한 조각 그리움은 한 점 별이 되리니.”였다. 개인적으로 대구를 몹시 좋아하는데, 딱 적절한 표현으로 느껴졌다. (작가가 시작 재주는 없다고 잘라 말했지만, 이 유려한 문장을 쓰는 사람이 왜 못 한다 할까? 잘 납득 안 되고 있다.) 사실 밑줄 그으며 읽고 싶은 부분이 많았는데, 빌려줄 사람이 많아서 참았다. 줄그으려고 다시 한번 복습을 해야 할 듯^^. 

어디 대사뿐이던가. 모든 수수께끼가 다 풀리며, 그 모든 위험한 순간들에 공통적으로 들어가 있던 사내 이정 선생을 전조가 다시 보았을 때, 재차 누구시냐고 물었을 때, 그의 마지막 바람을 저버렸던 황제가 다시 위험에 빠지고 그를 구하기 위해 희생된 전조에, 다시 전조를 구해내기 위한 007작전까지. 클라이맥스로 확실하게 치달아가는 작품의 구성은 독자의 혼을 쏙 빼놓기에 충분한 힘을 지녔다. 그리고 소제목 하나씩 끝날 때마다 마지막 구절들은 참 애틋하게 여운을 남기며 뒷장으로 손길을 재촉하는데, 마치 일일연속극이 30분짜리 짧은 극일지언정 다음 날을 보고 싶게 만들게끔 마지막 씬에 전력을 기울여 시청자의 마음을 훔치는 것과 비슷했다고 할까. 

그밖에 생각나는 것들을 나열해 보자면, 작품만큼이나 단정하게, 그리고 여백의 미를 살린 책 표지! 비록 때가 잘 타기는 하지만 매우 고급스런 느낌을 주는 책장이 참으로 마음에 든다. 하다못해 글자체까지도 딱! 적당했다.(그렇지만 내부 여백은 아랫단이 좀 컸다..;;;)
또 이채로운 표현들과 순수 우리말 등, 심지어 사전을 찾아봐야 했던 여러 단어들이 주는 신선한 충격도 몹시 즐거웠다. (덕분에 많이 배웠다.)

흠, 생각나는 대로 많은 말을 했는데, 좋단 말만하면 작가가 싱거워할까 봐, (그리고 내가 입이 가벼워서..;;;;) 아쉬웠던, 혹은 불만이었던 점도 얘기해볼까 한다. (그러나 앞에서 고백한 대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자격도 없을 뿐더러 심히 부담스러운 게 내 입장이다.)

앞서 첫 번째 미덕이라고 짚었던 바로 캐릭터의 문제, 숱한 등장인물 중 내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한 인물은 황제였다. 비록 그의 오만함에서 출발하여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상처 입고 심지어 죽기까지 했지만,(뭐, 그건 작가가 시킨 거다^^;;;) 작품 중 가장 순수하게 보인 사람이 다름 아닌 그 황제였던 것도 사실이다. (가장 큰 사기를 쳤음에도 가장 순수해 보인다니 좀 아이러니하긴 하다.) 그는 세상 물정 잘 모르고 구중궁궐 높은 자리 그저 한없이 귀하고 높기만 한 인물이었지만, 그가 그곳 보좌에서 내려와 겪게 되는 세상과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그가 보여준 행동들은 참 따스하고, 그래서 웃음도 많이 나고 눈물도 나던 그런 모습이었다.(이 자리에서 죽더라도 마음만은 진실이었다고 믿어달라는 그 모습은 꼭 내가 전조가 된 것처럼, 내가 이정 선생이 된 것 같은 기분까지 느끼게 했다.) 전조가 고백했듯이, 황제의 몸으로 전조를 도와주고자 왕야 앞에서 굴러 넘어지기까지 한 그 모습은 참 애틋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런 그가 맘에 드는 만큼, 나는 갈수록 전조에게 불만이 많아졌었다. (놀랍게도, 작품 연재 시에는 그다지 느끼지 못했던 부분이다.)

전조는, 너무 강직했다. 부러질지언정 휘어지지 않는 그 모습이, 그저 ‘바르다’라는 것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참 답답했다. 작품 속 그의 성격은, 많이 부끄러워 얼굴이 벌게져도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놀리고 있음을 못 알아차리는 순진함을 보여주는데, 설정이라지만 ‘순진’이라고 부르긴 참 못 마땅하기도 했다. (아아, 돌 맞을 소리란 것 안다..;;;;;) 아령이 북리가의 숨은 여식이었음이 밝혀지던 장면- 분노한 왕야에게 “잘못이 있으면 꾸짖고 가르쳐주실 일이지”는 내가 왕야라도 “버럭!”이었다. 그 똑똑한 전조도 너무 곧다 보니 때로 눈치 없어 보일 때가 있다.(강조하지만 이것은 내가 전조에게 가진 불만이지 작품의 흠이 아니다.) 남에게 있어선 거의 성인 수준의 인격을 보여주는 전조이지만, 자신에게 있어선 너무나 박한 그의 인정이 안타까워서 더 나를 화나게 했던 듯싶다.(자월 십오야에서 황제의 영약... 미타수를 끝내 거부했던 그를 기억한다. 그렇지만 다행히 천자의 나라에선 청룡주를 받았다.-역시 작가의 홈페이지에서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왜일까? 어려서 버려졌던 깊은 상처가 그를 실수해선 안 되는 인물로 다그치게 만든 것일까? 혹은 내재 중에 또 다시 버려질지 모를 거란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의 그 강직함은, 위급한 상황에서 너무 많은 말을 하게 한다. 형틀에 묶여서 풀려날 때, 자신 대신 그 자리를 지키려는 손을 막기 위해 그가 내쏟은 말은 솔직히 감정과잉이었다.(물론 그때 전조의 감정은 격하지 않으면 수상하지만) 마찬가지로 천풍오랑과 싸울 때도 말이 너무 많았다. 그 몸 상태로 그 말 다 할 수 있었던 게 용했다.  또 천풍오랑의 무공을 폐지할 때의 장면에서 ‘-구려’의 말투는 너무 영감 같았다..;;;; 그리고 그의 성격에서 오는 그 답답함은 개봉을 떠나려는 모습에서도 여전히 오버랩 된다.(결과적으론 해결되었지만) 그래서... 종종 묻고 싶었다. 전조 너 자신은 행복하냐고? 그 상처 다 끌어안고 사는, 웃지만 마음 깊은 곳 서러운 울음 간직한 너는 행복하냐고? 혹시 너를 행복하지 못하게, 혹은 행복할 수 없게 만드는 가장 큰 적은 너 자신이 아니냐고? 바라건대, 전조가...... 그가 좀 더 마음의 자유를 얻었으면 한다. 좀 더 스스로에게 솔직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 진실로,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이제, 나의 불만은 아령에게도 이어진다. 물론, 고백하건대, 그녀가 전조의 사랑을 받아서 괜히 부리는 심술은 저얼대 아니다.(사실은 기다!) 그녀의 똑똑함을 배 아파함도 아니다.(거의 맞다!) 아령은, 전조와 비슷한 느낌의 답답함을 주는데, 그것은 ‘완벽’함에서 오는 부담감이다. 그녀는 어린 나이에 경학과 시문에 밝은데, 그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그녀가 읊어대는 시구를 듣다 보면 자칫 숨이 막힐 때가 있다. 뭐랄까? 준비된 대사를 읽는 느낌? 이쯤에서 울어줘야 하고, 이쯤에서 감동을 줘야 하고, 이쯤에서 한 건해야 하는...... 그 정해진 수순을 밟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이것은 황제가, 이정 선생이 매 순간 변화해 가며 성장해 가는 모습과 대조되어 더 아령을 평범하지 않은 여인으로 만들고 그 탓에 더 혀를 내두르게 만다는 것과 같은 일맥이다. 감탄은 하지만, 그것 자체가 감동은 되지 않는. 그래서 그 똑똑함과 더 대조적으로 약한 일신의 모습, 여린 어깨, 잦은 눈물 등이 그녀를 약하게 보이기보다 더 완벽한 무기로 무장하는 모습으로 비쳐진다.(너 그렇게 전조를 꼬셨지!라고 속으로 발악을 했던 이 철없는 독자...;;;;) 그 심성, 사실은 여리다기보다 강하디 강한 강족 처녀라지만, 마지막에 꼭 고향으로 돌아가야 했을까? 전조 곁에 남을 수는 없을까?(혹 작가도 독자처럼 전조 옆에 여인네를 용인하지 못한 것????)

그리고 역시 같은 맥락에서의 아쉬운 점은, 아령만 등장했다 하면 그 부분 내용이 꽤 현학적으로 흘렀다는 것이다. 전조와 이정 선생 혹은 북리현의 대화에서는 별로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데, 아령이 나올 때면 잦은 고사와 싯구(꼭 따라오는 각주-물론 독자를 위한 배려지만)들이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 이상으로 글을 어렵게 만들었다.(독자의 무식함이 작가 탓은 아니지만 말이다.) 속된 말로 하면 작품을 폼 나게 만드는 그 각주들이, 때로 과하다 싶을 때의 느낌을 주었던 것이다. 진을 파훼하게 만든 공은 칭찬해주고 싶지만, 그 방위체제 솔직히 너무 어려웠다...;;;; 그리고 그때 그녀는 너무 침착했다.(이젠 별게 다 시비야!) 이런 현학적인 부분은 초기에 등장했던, 그리고 자주 인용되었던 점소이의 명대사에서도 보여진다. 아무리 끼어들기 좋아하고 수다쟁이라지만, 그리고 점소이라고 그리 유창하게 말 잘하지 못하란 법 없지만, 그때 점소이의 대사는 넘 유려해서, 역시나 각본대로 움직인 그런 느낌. (황제 기억력 겁나게 좋았다!) 그래서 그의 끼어들기는 상당히 생뚱맞았다.

한참 쓰고 보니 생각나는 대로 거칠게 투정을 부렸는데, 그럼에도 이 작품은 참 소중한 존재감을 지닌다. 자연을 닮은, 혹은 자연을 품은 그런 느낌. 마치 읽고 나면 무언가 내 안에 더러운 것들이 정화되어 깨끗해질 것 같은 기분, 그래서 주변에 퍼트려 나 같은 증세를 마구 전염시켜야 할 것 같은 사명감을 주는 작품이다. 인터넷으로 처음 소개가 된, 문명의 이기를 충분히 누리며 독자들에게 알려진 작품이건만, 정작 작품의 색깔은 이 땅 소중한 흙을 밟고 있는 느낌? 하여간에, 시종일관 참 따스했다. 아마도 그것은 작가의 시선이 그처럼 따뜻해서일 것이다. 중원 땅에서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사내가(물론 스스로 인정 안하지만!) 무기조차도 녹여 쟁기로 만들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고 했을 때, 사실 그 꿈은 작가가 꾸는 꿈을 전조의 입을 빌려 얘기한 것이고, 그리고 그 꿈은 어느 순간 독자의 꿈이 되고 만다. 

다시 책을 찬찬히 읽으면서 거듭 든 생각은, 주인공 전조가 참으로 작가를 닮았더라는 것. 아아, 안다! 작가는 분명 펄쩍 뛰며 가당키나 하겠냐고 도리도리를 할 것이다. 흐음, 순전히 주관적인 느낌이라지만, 내겐 그랬다. (심지어 육류를 즐기지 않는 모습과 키 크고 마른 듯한 체형까지도.) 자신의 얘기를 잘 하지 않지만 남의 얘기를 잘 들어주는 모습이 그랬고, 함께 분노하고 함께 아파해주는 것으로도 능히 위로가 되어주는 그 듬직함이 그랬다. 그리고 이건 정말 얘기하기 민망하지만, 처음 작가의 진짜 이름을 알았을 때, ‘비누향’이란 닉네임이 아닌 ‘김유인’이라는 실명을 들었을 때, 난 꼭 이정 선생의 진짜 정체를 안 전조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설마 그럼 니가 전조? ..;;;;;;;) 흠, 아무래도 작품에 너무 심취했나 보다. 이제 현실과 허구의 세계가 마구 헷갈리고 있다. (지난밤엔 감상문 쓰다가 잠자리에 들었는데 감정이 격해서 잠이 안 왔다..;;;)

너무 길어졌다. 조금만 더 얘기하고 마쳐야겠다. 작가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먼저 썼다고 말했다. 그 힘일까? 작품을 모두 마치고 에필로그로 정리하면서 참 맑고 단정한 느낌, 모든 것이 다 제자리로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역사의 한 묶음을 몰래 엿보고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온 느낌, 돌아올 때 내 얼굴은 웃고 있는 그런 모습. 마음은 차오른 감동에 한껏 들떠 있는데, 입 꼬리는 살짝 미소 지으며 올라가 있고, 이 감정을 누구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마음껏 수다 떨고 싶은 충동. 탁월한 상상력을 지닌 작가 덕에, 난 정말 11세기 중반 송나라에서 이런 그림 같은 검객 있었고, 그림 같은 황제 있었고, 그림 같은 이야기 있었더라.... 라고 믿어버릴 지경이다. 허구의 속성을 마음껏 펼친 무협의 설정을 그대로 가져왔음에도 진짜 저런 사람, 저런 이야기 있었구나... 라며 내게 속삭이게 된다. 참 고맙다. 참 반갑다. 참으로 그런 사람, 그런 작품, 그런 작가 만나서, 그리고 내가 영향을 받아서...... 내가 느끼고 받는 모든 감정의 폭주까지도... 참으로 나는 고맙다. 고맙고, 그리고 행복하다. 작가의 독자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글쓰기는 여전히 계속 되어야 한다. 앞으로도 쭈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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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아영엄마 > 기생의 눈물은 누구도 닦아주질 못한다네.
신 기생뎐
이현수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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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이라... 한세월을 거슬러 올라간 조선조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그렇지도 않네 그려. 세월의 뒤안길로 영 사라진 줄 알았던 기생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현대의 기생들의 이야기다. 이름하여, <신기생뎐>이다. 군산에 터를 잡은 부용각 기방에서는 화투짝 내리치는 소리며 "쓰리 고"를 외치는 비명소리가 터져 나오거나 노래방 기계음과 유행가가 흘러나오기도 한다. 미스 민이 기방의 전통에 따라 화초머리를 올릴 적에도 밤무대 의상을 입은 밴드가 풍물잡이와 함께 들어서는 것을 보면 전통도 세월의 흐름을 꽁꽁 묶어두지는 못하는 모양이구나 싶어진다.  

  조선조 선비들이 기녀들이 시와 풍류를 알아듣는다 하여 해어화(말을 알아듣는 꽃)라 불렀다던가...  <신기생뎐>에서는 기생의 길을 받아들이고 피를 쏟아가며 얻은 소리로 인정 받았지만 점차 빛을 잃어가는 한 떨기 해어화를 만날 수 있다. 각 인물을 중심으로 연작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 작품은 구성진 가락과 질펀한 사투리로 기생의 애환과 슬픔, 기방의 삶과 죽음을 담아 내고 있다. 

  부용각은 반백 년의 세월을 기방 부엌에서 보냈다는 타박네가 여자 장사가 아닌 기방의 전통을 고수해왔다는 자부심으로 지켜 온 곳이다. 타박네의 손길, 눈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는 부용각에는 손맛을 잃지 않기 위해, 이 곳을 지키기 위해 한 순간도 마음 편하게 쉬어보지 못한 부엌 어멈의 고단한 삶이 묻어 있다. 일흔 아홉 살이란 나이를 잊게 만드는 강단을 지닌 타박네의 강팍한 사투리는 이야기 자락 자락에 끼어들어 매콤한 양념 역할을 해주는지라 부용각 뿐 아니라 이 이야기에서도 없어서는 안될 존재이다. 바싹 마른 두 다리를 새가슴에 붙이고 앉아 있곤 하는 타박네의 손맛이 변함이 없었던 비결에 어쩔 수 없이 눈매가 젖어온다. 

   기생의 제복인 색 고운 화사한 한복과 장신구로 치장을 하고 미모와 웃음, 소리와 춤으로 사내들을 녹이고 홀리는 이들이 못내 미울 법도 하다. 헌데 화려한 삶의 밑자락에 허망함과 슬픔을 채우며 사라져갈 운명이 자못 안타까워진다. 손님이 아내에게 주기 위해 사 들고 온 작은 화분을 보며 한숨을 쉬는 이들은 사랑에 패배할 운명을 지니고 여인들이다. 한없이 추켜 올려졌다가도 순식간에 나락으로 내팽개쳐지는 처지가 되는 것이 이들이다. 미모나 재능이 뛰어나 이름이라도 알려지면 사내들은 한 번이라도 품어보고 싶은 욕망에 애간장을 태워가며 줄을 선다. 그러나 어쩌다 제 맘에 들지 않거나 기분이 틀어지면 "기생 주제에... "라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이 그네들의 슬픈 운명인 것이다.  

  타박네와 함께 부용각의 전통을 지키고 있는 이는 소리기생 오 마담이다. 속없이 있는 거 없는 거 다 펴주다 사랑에 속고, 사랑에 울면서도 또 그 놈의 사랑에 목을 매는 오 마담의 속절없이 목마름은 기생이 필연적으로 지닐 수 밖에 없는 삶의 빈자리 때문일까.  오 마담에게 들러붙어 등골을 빼먹는 기둥서방 김사장의 이야기도 한 쪽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가 꾼으로서의 품위(?) 유지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살짝 가상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가 읊어대는 여성에 대한 견해를 듣고 있자니 부애가 나서 양푼이에서 밥을 떠먹던 숟가락으로 '얌통머리 없는 놈'의 뒤통수를 한 대 딱~ 때려주고 싶은 심통이 불쑥 쏟아 오른다. 반면 능소화에 홀렸는가, 소리에 취했는가, 어쩌다 한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긴 사내의 한결같은 사랑은 늘 같은 자리에 놓여 마루에 인두로 지진 것 마냥 동그란 대접 밑테 자국을 남길 만큼 지극하다. 

  기생의 눈물은 누구도 닦아주질 못하니 그저 마르거나 시들게 내버려 두어야 한다고, 기생의 일생에 남는 건 고작해야 몇 가지 삶의 흔적과 한 장의 손수건 뿐이라고....

  풍물잡이의 장단에 어깨를 들썩이듯, 가녀린 손 끝으로 만들어내는 춤사위를 지켜보듯, 꽃살문에 손 구멍을 폭폭 찔러 안을 들여다 보듯, 그렇게 기생들의 삶의 애환이 담긴 이 작품을 읽었다. 역사 속으로 조용히 사라져가는 기생의 비감하면서도 허허로운 삶의 한 자락이 가슴 한 구석에 꽃잎 하나를 떨구고 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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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6-11-04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저도 모처럼 차력도서 리뷰 하나 썼습니다. ^^* 뿌듯뿌듯~

차력도장 2006-11-05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홍홍
 

 

 

 

 

10월도 두권짜리였는데, 11월도 고르고 보니 두권짜리네요.
남쪽으로 튀어!와 이 책을 두고서 계속 고민했는데, 10월 선정도서가 남쪽으로 튀어!가 되어버렸으니 운명(?)이라 생각하고 밀어부칩니다.^^

이 책은 역사+추리+무협+팬픽입니다.
그래서 선입견이 있으면 에이 안 봐! 하고 자르기 쉬운데, 일단 열어보시면 그런 후회는 안 드실거예요.
김유인 작가는 처음 사용한 필명으로 그 이전엔 기자 생활을 하면서 책을 내셨고, 지금은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고 있어요.
(최근 작업으로는 "역사는 한번도 나를 비켜간 적이 없다"라는 책을 인터뷰하고 편집하여 책으로 냈습니다.)

배경은 중국 송나라를 무대로 하고 있으며 전설적인 검객 남협 전조가 주인공으로 나옵니다.(처음에 잠깐이지만 포청천도 등장하지요. ^^;;)

이야기의 구조가 역사적 배경을 따오면서 추리소설로 진행되기 때문에 내용의 전개도 흥미있지만,
이 안에 담겨 있는 작가의 정신과 메시지가 참 좋습니다.

"천자의 나라"라고 하였는데, 이때의 천자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같이 고민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이 책은 현재 오디오 북으로도 나와 있답니다. 성우 목소리가 좀 별로긴 하지만, 나름대로 의미있는 시도같아요.

보리 출판사의 자회사로 오두막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는데, 그냥 보리 출판사 이름으로 나왔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홍보의 실책이랄까.. ^^;;;

대중적이지 못할 이유도 사실 없는데, 널리 알려지지 못한 게 아쉬워서 이 자리를 빌어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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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6-11-23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 이런, 오늘에야 접수^^;;
주문하러 갑니다...총총....

마노아 2006-11-23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헷, 재밌게 읽으셔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