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넥타이를 좋아한다.
어릴 때는 어른의 옷장을 열어 넥타이를 머리띠 대신 두르기도 했고
셔츠 위에 리본 대신 목에 매기도 했다.
그렇게 반나절 놀다가 넥타이의 주인한테 걸리면, 인간의 입에서 용의 불꽃이
터져나오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넥타이를 다 구겨놨으니 짜증났을 것이다.
내가 그렇게 넥타이를 좋아하는데도 아무도 어린이용 타이를 사주지 않았다. -_-
10대 후반이었는지 20대 초반이었는지
난 우연히 잡지에서 넥타이 잘 매는 법에 대한 다양한 방법을 보고 말았다.
그 시절, 난
"내가 넥타이 매줄까? 내가 매줄까?"
그렇게 떠들고 다닌던게 일과였다.
결국, 20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넥타이 삼매경에 빠지기 시작했다.
마트 같은데에 가도 지나가다 이쁜 타이가 있으면 낼름 손에 들었고, 인터넷으로
옷을 사다가 타이를 덤으로 준다고 하면 홀랑 그쪽으로 클릭했다.
백화점에서 파는 넥타이들은 다 아저씨같은 스타일에 촌스럽기가 하늘을 찔러서
일찌감치 그런데서는 사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한테도 몇 번 선물한 거 같다. 철저히 내 취향대로...( -_-) 아핫.
당연 넥타이를 색별로 모으다 보니, 셔츠색도 다양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노란색, 빨간색, 초록색과 같은 원색의 셔츠는 아직 시도해보지 못 했..;;
어쨌거나,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난 넥타이를 좋아한다.
그 놈의 자슥들, 한 줄로 죽 걸어서 늘여놓으면 얼마나 흐믓하던지~ ㅎㅎ
그런데, 우연히 얼마 전, 어떤 만화책에서 리본을 맨 남자를 보고 말았다.
글쎄, 아마도 시대적 배경은 1900년대 초?
당시 귀족들은 옛날풍과 현대풍이 묘하게 섞인 외투를 입고 목에는 리본을 매었다.
물론, 10대~20대의 젊은 남자들.
오마낫, 리본을 매는 남자라니!
중세 시절은 남.녀 구분없이 리본이 멋부림의 하나였지만, 근대의 남자가 리본이라니.
오옷, 남자에게도 리본의 로망이 남아 있었던 것이냐!
난 리본을 잘 못 맨다.
모양이 이쁘게 나오게 (선물 포장 같은!) 리본을 잘 매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할 따름이었다.
이번에 만년필을 구매하면서 '선물용'이 아닌 본인 사용이라고 했는데도 포장이 되어 왔다.
아! 나는 이 멋진 리본을 보고 감탄을 안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리본을 이렇게 맬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런데 며칠 후, 친구에게 선물하려고 주문한 만년필의 포장 리본은 형편없었다. 씁...ㅡ.,ㅡ)
결국 나는 포장용 리본을 목에 매고 말았다.
그리고는 반나절 동안 리본을 매고 다녔다. 으하하하핫.
이미 그 전전날에 꽃 포장용 리본으로 넥타이 모양으로 맨 적도 있는 전과(?)과 있어서인지,
사람들의 반응은 날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 없이 평소와 다를거 없이 넘어갔다. ㅡ_ㅡ 훗.
나의 가끔가다 터져나오는 엉뚱한 기행을 이미 알고 있는 친구는 그저 재밌다는 반응이다.
처음 치고는 너무 잘 맷지 아니한가! 꺄아아아아하하하핫.
가끔은, 넥타이 대신 리본을 매줘야겠다. (히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