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그러니까, 2008년에는 양복을 뺀질나게 입었었다.
와이셔츠 색마다 넥타이 색 맞추는 재미와 함께.
작년, 그러니까, 2009년에는 편한 옷차림만 입었었다.
횟수로 따지자면 청바지가 당연 1등이시다.
왜 저렇게 딴판이냐?
일하는 회사도 달랐고, 직급도 달랐으며, 임무도 달랐기 때문이다.
그럼, 올해, 2010년은?
현재로써는 아직까지의 '복장의 자유'에 흠뻑 취해 있다.
그러나 그 기쁨도 유통기한이 몇 개월 안 남은 듯... -_-;
이번 달에 B 세미나에 가야 해서, 또 여러 일로 필요할 듯 해서,
옷장에 처박아둔 양복 두 벌을 꺼내서 세탁소에 맡겼었다.
회색과 검은색 각 1벌씩.
잊어버리기 전에 찾으러 간다니까, K가 하는 말이,
"지금 양복 입고 싶으시구나?"
아니거등~? ㅡ_ㅡ (하고 속에 업는 말을..)
내가 세탁소에 옷 찾으러 간다니까 K가 따라왔다.
옷을 보며 K는,
"멋쟁이시네, 이런 걸 입다니."
어라, 뭔 소리야. ㅡ.,ㅡ
"어..그거 그냥 평범한 건데..."
"원래 원-버튼은 소화하기 힘들거든요."
으잉? 그런 것도 있남? (그냥, 되는대로 입었던 본인...)
아, K는 아직 내 정장 입은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제서야, 나는 내가 세탁소에 맡긴 게 원-버튼 이었구나 싶었다. 아, 이런 몹쓸 기억력..-_-
내가 회색 정장에서 조끼가 제대로 있나 찾자, 그것도 '멋쟁이는 그렇게 입는다'란다.
원, 정장에 공식이 있남..(긁적) 조끼 세트는, 그저 내가 좋아하는 취향일 뿐인디...
"두 벌 같은 데서 맞췄나 봐요?"
예리하긴, 옷 안감 디자인을 보더니 한 마디 던진다.
"어...마음에 들면 한 군데서 두, 세벌 같이..."
요즘 나는 말이 짧아졌다. K는 계속 존댓말을 쓰지만, 나는 싸가지 없어서, 어느새 말을 놓은..;;;
K는 신경 안 쓰는 거 같다.ㅋ
그는 내가 힘들게 손빨래 한 넥타이 4개를 보더니 세탁소에 맡겨야 된다며 굳이 가지고 간다.
처음에는, 왜 넥타이를 빨았냐고 한다. 넥타이는 빠는게 아니라며..
그래서 나는 사실대로 이실직고 했다.
"뭐가 좀 묻어서.,."
"아~ 그렇다면 이해되네요. 늘 흘리잖아요. 지금처럼."
그는 내가 딸기 먹다가 흘리는 걸 보더니 말한다. 그래, 난 좀 칠칠맞다. -_-
그래서 부정할 수가 없었다. 크윽..;;;
가는 내내 나의 사랑스러운 넥타이들을 동시에 목에 차더니,
"어느게 어울려요?"
난 잠시 망설이다가, 그가 검은색 옷을 입고 있길래, 그 배색 때문에,
"흰색"
이라고 답했다. 그는 의외라는 듯이 놀란다. 미안하오. 당신이 입고 있는 옷 색 때문이오....( -_-)
솔직히, 세탁소 가기 전에 기운이 다 빠져서 쳐져 있었다.
내가 미쳤지, 갑자기 그 분이 오신게야.
수건 3개랑 와이셔츠 3개랑 넥타이 4개를 손빨래 하다니.
평소에는 세탁기님이나 집에서 알아서 해주곤 했는데.
오늘은 그만 내가 했다. 처음부터 세탁소에 맡겨도 될 것을....이런 멍충이 같으니라구..
계속 쪼그려 앉아 그걸 빨고 있자니,
애초 왜 시작했는지도 모르겠고, 다리는 저리고, 허리는 아프고...아, 놔. ㅜ_ㅜ
빨래 하기 전엔 청소까지.
맛있게 먹은 카레밥이 2시간도 되지 않아 다 소멸하고 말았다.
그래, 그러고보니, 나, 양복 입고 싶다.ㅎㅎㅎㅎ
K에겐 '무슨 소리야' 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내심 입고 싶었다.
솔직히 말하면, 예전, 강남에서 넥타이 휘날리며 씩씩하게 길을 걷고 있을 때
사람들이 쳐다보던 것을 은근히 즐겼었다. ( -_-)
그렇다고 모델같은 몸과 외모냐? 아니다, 그냥 평범하다.
사람들은 나보고,
"경호원 출신이세요?"
라고 종종 그런 적 있다. 아, 놔, 그건 머리를 올백해서 그럴거야.
그래서 올해는 순뎅이처럼 보이려고 앞머리도 내리고 다니는구만.
솔직히 말하면, 나, 정말 양복 좋아한다.
남이 입은 모습도 좋아하고, 내가 입는 것도 좋아한다.
넥타이는, 무조건 환장한다.
그러나 가끔은 넥타이 대신 리본을 매고 싶은 충동은...;;;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양복 만큼이나 청바지에도 미쳐 산다.
어쨌거나, 올 해도 뻔질나게 양복 입게 생겼구나. ㅡ_ㅡ 훗
아아~ 넥타이, 와이셔츠부터 구두까지 올~ 화이트 정장 갖고 싶다.
이건, 다 [매란방] 영화에서 주인공이 계속 화이트 정장 입어서 그래!
내가 ' 올~ 화이트 양복 갖구 싶다'고 했더니, K의 입술 한쪽 끝이 씰룩 거린다.
그건, '노땅이잖아' 라는 뜻이었을까,
아니면, '먹다가 잘 흘리는 사람이 올 화이트라니' 라는 뜻이었을까.
오우~ 앙드레 김만 오올~ 화이뚜~ 입으란 법 없잖아~
나도 판똬스티끄~ 엘레가앙스~ 해보고 싶은데~
* 올해는 1주일에 한 번은, 리본을 차줘야겠어. 그러면 귀여워 보이겠징~! 움하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