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자의 사람
에미야 다카유키 지음, 박종균 옮김 / 부코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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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나기 무네요시에 의한 한국 도자기와 민예품을 새롭게 인식하기 시작한 데에는 아사카와 형제의 인연이 절대적이었다. 그 중에서도 동생인 아사카와 타쿠미의 도자기 감상자로서의 역할이 지대했다. 조선의 임업관리자로 한국생활을 시작한 그는 조선의 산천을 사랑했고 조선인을 사랑했고 조선의 예술품 그 중에서도 다양한 흰 색이 뿜어내는 이상하리만치 마음을 끄는 백자를 사랑했다.

 

  조선인의 옷차림을 하고 조선말을 사용하고 조선사람들과 아무런 꺼리낌없이 밥을 먹고 사귀고 도우며 사랑하고 살았던 일본인. 어쩌면 그 정신까지 더욱 깊은 조선인으로 살아갔던 일본인. 조선의 황폐한 산림을 무성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실을 이루어냈던 일본인. 조선 공예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것을 통해 조선인에게는 조선민족의 자부심을 갖게 하고 일본인 위정자에게는 조선을 침략하고 억압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알리려 했던 사람.

 

  그의 역사적 자취를 쫓아서 써 내려간 소설이 이것이다. 비록 소설이라고 하지만 읽는 내내 누군가에 의해 쓰여진 아사카와 다쿠미의 전기를 읽는 듯 했다. 기본적인 서사의 구조인 다쿠미의 생애와 조선에서의 삶의 시작과 결혼과 출산 그리고 아내의 죽음과 다쿠미의 일의 진행과 그의 직업과 또 조선미술관 건립을 둘러싼 소설 속의 모든 이야기가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쩌면 이 소설은 다쿠미의 삶 속의 내면을 소설적 구성을 따라 추적해본 것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마 그는 조선인으로 여러 번의 생을 살다간 한국애에 많은 삶을 바쳤던 우리들의 조상의 영혼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조선의 생활용품과 미술품 그리고 백자에 얽힌 깊은 미감을 끌어낼 수 있었고 또 우선 그렇게 마음이 젖어서 그렇게까지 사랑할 수 있었을까?  처음 본 순간 떨리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던 것은 그 영혼의 인연이 오래도록 가슴 속에서 잠재되어 있던 만남의 순간을 준비했기 때문은 아닐까?

 

  아베와 알본 정치인의 역사 왜곡이 더욱 심해지고 있는 오늘날 한 국가가 다른 국가를 대하는 태도나 한 나라 국민이 다른 국적의 사람을 만나 사귀고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법의 성숙함을 우리는 다쿠미로부터 배울 수 있지 않을까? 나아가 점점 다문화사회로 가고 있는 지금의 세계에 우리가 배워야 할 정신이 다쿠미의 그것 아닐까?  우리의 먼 미래가, 하지만 밝은 미래가 다쿠미의 삶 속에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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