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과 열광 - 황우석 사태 7년의 기록
한재각.강양구.김병수 지음 / 후마니타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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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그동안의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한 정보들로써 황우석 사태에 대한 일련의 흐름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때로는 애국주의에 묻혀가기도 했고 때로는 장애인들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이 주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기도 했다. 그런 생각의 이면에 유전자 조작에 대한 인간성 문제에 대한 잠재된 두려움 또한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황우석 사태의 전말에 대한 이해가 궁금했다. 조그만 새로운 정보에도 결론을 뒤집어대는 사람들 속에서 도대체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대중들의 이러한 혼란과 어지러움에 보수언론들의 몫이 컸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왜? 국민들이 그렇게 '황우석'이라는 한 사람에게 그토록 많은 희망과 열망을 가졌다가 일순간 바람빠진 풍선처럼 모든 것이 빠져버리고 그를 둘러싸고 형성되었던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은 모두 피해자로서만 목 메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가? 그에게 걸었던 국민적이고 세계적인 관심과 기대는 또 단순한 몇 가지 사실로서 180도 뒤집혀지고 그를 바라보며 자신의 미래를 꿈꾸었을 수많은 계층의 사람들은 이제 돌이킬 수 없었던 한 순간의 부끄러운 과거처럼 빨리 잊혀지기만을 기다리는가? 이러한 사실에서 우리는 황우석 교수라는 한 인물의 문제가 아니라 더욱 심각하게 감추어져 있는 우리 사회의 보다 깊은 문제점들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반성해야만 앞으로 우리가 엉뚱하고 빗나간 열정으로 민주주의를 질식사시키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이른바 '황우석 사태'라고 지칭되었던 황우석 교수의 복제소의 탄생과 배아줄기세포에 얽힌 사이언스의 발표와 국내외의 관심과 집중, 그리고 정부의 정책 변화와 언론의 보도, 국민들의 영웅만들기 심리와 과학기술계와 의료학계의 권력의 집중과 부패구조에 대해 7년 동안의 꼼꼼하고 세밀한 자료 조사와 정리를 통해 이 사건이 가진 의미에 대해 보다 포괄적이고 심도있게 다루고 있다. 황우석 사건이라는 일대의 사건 속에 우리 나라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문제점들이 압축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학자로서의 자질보다는 언론과 매체를 통해 보였던 쇼맨쉽과 과학기술계와 의료계의 학계를 통해 형성했던 권력구조와 이를 지탱하기 위한 정부 주요 인맥과의 관계와 재계와 정계 인사와의 인맥 맺기는 이 사건이 한 학자의 연구를 넘어 사회적인 국가적인 모순구조와 맞물려들어갔음을 보여주었다. 자신을 대통령으로 뽑아준 사람들을 하나 둘씩 배반해가는 노무현 정부에게 그는 재임기간 중 국가 장기 발전 계획에 대한 청사진을 보여주고 현 정부의 성과로 시작하게 하는 환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고, 2002년 월드컵 이후 국민적 영웅과 대중들의 관심과 열정을 모으는 촛점으로 제격이었다.

  거의 '황우석 신드롬'으로 한국 사회를 물들일 무렵, 그에 대한 어떤 사소한 비판조차도 반애국주의와 반국가주의로 매도당하였으며, 과학기술, 의료계 내부에서의 비판은 이미 그가 접수한 권력 구조내에서는 더 이상 자신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그 누구도 함부로 입밖에 꺼낼 수 없는 얘기가 되어버렸다. 정작 외국에서는 치열하고 광범위하게 진행되었던 인간 본성에 대한 문제나 인간 윤리에 대한 심도있는 논쟁이 눈이 없는 맹목적 열정 속에 녹아버리고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설쳐대는 과학기술에 대해 그 누구도 다치는 것을 회피했던 우울한 시대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MBC의 PD수첩은 결국 중단되었으며, 공개 사과를 해야 했고, 지독한 국민들이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이러한 전체주의와 파시즘같은 분위기속에서도 바른 소리를 내었던 용기있는 지역 과학도들의 비판의 글 게재와 자성의 목소리와 반성의 움직임은 이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가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바른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정보를 얻고 판단할 수 있는 눈을 빼앗아버린 현대 사회의 언론이 빚어낼 수 있는 무시무시한 파시즘과 전체주의적인 움직임.

  그 전체 분위기에서 때로는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을지도 모른다. 한 사람의 이지러진 욕망과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각계 각층의 역시 왜곡된 욕망들,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어긋난 열광들 속에 많은 사람들의 침묵은 민주주의의 밑동을 잘라낸다. 마치 조지 오웰의 '1984년' 현실이 우리 사회를 훑고 지나갔던 것 같은 악몽이 다시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우리의 민주주의가 '지금' 바로 '여기'에 잘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인간답고 참다운 삶을 위한 민주주의가 이 땅에 안녕하신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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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6-07-17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기에 결국은 사회의 모든 문제가 우리들의 문제인 것이군요.
사회로 나아갈수록 어둡고 비관적인 면들만이 자꾸만 보이게 됩니다.
그것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사실 별로 뚜렷한 무엇인가가 떠오르지 않구요.
이런 세상을 의미있게 살아가는 방법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뿐입니다.
논의로도 행동으로도 다 안되는 그 대안은 무엇인지를 또 묻습니다.

비자림 2006-07-18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잘 읽고 갑니다.
후후 오늘은 여기가 글샘님 서재같은 느낌이 드네요.^^

달팽이 2006-07-18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비자림님.
방학이라 서재활동이 활발해지기를 기대합니다.

monstino 2006-11-20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넷 언론 프레시안을 통해 당시 사태에 대한 많은 기사를 냈던 강양구 기자를 비롯, 세 지은이들은 과학기술 민주화'라는 테마를 공유하며 7년여간 황우석 사태를 추적, 정리, 비판해왔다. --- 과연 몇번이나 책상에서 만들어낸 거짓이아닌 취재에 의한 기사를 기고했을까? --

달팽이 2006-11-20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부분에 대한 정보의 진위는 제가 파악할 수 없군요.
혹시 좀 생각이 있으시면 글로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자료와 더불어 남기어 주시면 고맙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