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 그 자유분방함의 미학
최준식 지음 / 효형출판 / 2000년 4월
평점 :
절판


  한국인은 패배감에 젖어 있다. 자신의 것의 소중함을 잘 모르고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다. 수많은 외침과 내부갈등의 역사 속에서 어떻게 하면 좀 더 강한 나라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바램으로 바램이 열망으로 바뀌어서 한국인의 자신의 정체성을 벗어던지고 서양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한국 근대화의 시계가 빨라질수록 한국 정체성의 파괴는 급속도로 진행되었고 누군가를 모방한다는 것은 자신이기를 버리는 행위였다. 그러한 결과 한국인은 자신 고유의 것을 부끄러워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좀 더 근사해보이는 외국문화를 추구하기 시작했지만 늘 모방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많은 노력과 공에 비해 그 결과는 최고가 아닌 늘 2류에 머물러야 했다.

 

  한국학자 최준식 님은 이러한 한국문화의 열등감과 패배감에서부터 출발하여 어디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나를 말한다. 그러나 세계 무대에 나아갈수록 우리 고유의 것이 받는 엄청난 찬사 속에 우리는 우리의 것이 무엇인지 다시 돌아보기 시작하게 되었다. 세계화된 한국음식문화 뿐만 아니라 한국의 전통음악, 전통 춤, 전통 회화, 전통 공예 등 무수하게 많은 잃어버린 한국의 전통은 새시대에 극복되어지길 바라며 세계로 도약할 씨앗을 감춰두고 있었다. 그러나 오랜 세월 한국은 자신을 버리고 타자화되어가는 과정 속에 그 중요한 씨앗을 대부분 잃어버리고 말았다. 서양바라기의 세월 속에 잃어버린 자신의 본래모습을 되찾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런지도 모른다.

 

  한국 음악에 드러난 즉흥성은 공예에서는 무기교, 자연미, 비균형성으로 이는 다시 음악의 엇박자, 시나위로 돌고 돌아 그 자유분방함의 미가 온 땅에 스며든 시절을 떠올린다. 중국화의 정형에서 벗어난 조선 독자적인 회화가 정선에게서, 단원에게서, 혜원에게서 나타났고 중국도자기에서 비롯되었으나 한국만의 고유한 청자를 비롯하여 자유분방함과 무기교의 공예, 분청사기와 정호다완에 이르기까지 한국은 그 고유성과 창작성의 미를 꾸준히 이어왔다. 수십 수백가지의 색깔의 층차를 가지는 흰색의 예술, 백자는 또 유교적 검소함과 여백의 미를 얼마나 살려내었던가?

  특히 조선 후기에 와서 신분질서가 흐트러지고 상하간의 신분이동이 많아지면서 자유로운 의식과 정신세계는 조선 후기의 독창적인 예술의 창조를 가져왔다. 시나위와 산조, 판소리와 살풀이춤과 승무, 창작과 자유의 탈춤, 민화, 장승 등의 조선만의 독특하고 독창적인 문화가 쏟아져나오는 시기, 문화예술의 빅뱅이 바로 이 때 이루어졌다고 저자는 본다. 실제로 민화를 보다가 파블로 피카소의 입체적인 그림와 흡사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조각보를 보다가 추상미술의 원조를 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되었다. 생활 속의 파격과 창조에 의한 일상생활의 재미, 그것이 우리 전통의 예술세계였고 정신세계였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우리가 독창적인 우리의 문화를 가지기 위해서는 우리가 버린 전통과 다시 만나야 한다고 말한다. 그 전통과의 만남 속에 발효되고 소화되는 과정을 거쳐서야 비로소 새로운 그 무엇이 창조될 수 있다고 본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이런 면에서 만나야 하고 만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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