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구라컬렉션, 일본에 있는 우리 문화재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엮음 / 사회평론아카데미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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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왜란을 도자기 전쟁이라 부르기도 한다. 전쟁은 그 지역을 통해 경제적 이익, 군사적 이익 등을 노린 사회적 행위다. 일제강점기의 제국주의 역사에서 그것은 문화재의 찬탈로 나타났다. 영국의 내셔널갤러리, 대영제국박물관, 빅토리아앤 앨버트 박물관과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의 수많은 유물들이 바로 그것이다. 일본 역시 침략한 한국과 중국, 동남아의 문화재를 약탈해갔다. 그 많은 문화재가 앞으로 수많은 문화재반환 문제로 시끄러울 것이지만 반환이 윤리적인 측면에서의 생각처럼 그리 쉽지는 않다. 이미 법으로는 제국주의 역사 속에 찬탈한 문화재에 대해서는 시효적으로 소급되지 않게 되므로 양심적 소장자나 기관에 의한 자발적 반환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문화재반환이라는 역사단추바로끼워맞추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는 단순히 니네들이 우리나라를 강제합병하고 약탈해간 문화재니 모두 반환하라라는 식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왜냐하면 정당하게 우리나라에서 수출된 물건들도 있고 우리나라에 들어와 정당한 상거래로 구입한 물건들도 있고 한국문화재에 대한 애정과 관심으로 사재를 털어 소장하고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불법으로 찬탈한 문화재라 하더라도 2차, 3차 거래를 통해 합법적으로 구매한 현재 소장자가 있는 경우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게 된다. 나아가 정황적으로 고적조사사업을 명목으로 불법적으로 유출된 것이라 하더라도 정황만으로는 반환을 주장하기 어렵다. 정확한 증거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그 유물의 반환을 일방적으로 주장하기에는 현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 일본에 간 우리 문화재 중 그 규모나 중요성 가치면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손꼽히는 것이 오구라 컬렉션이다. 그것은 오구라 다케노스케(1870~1964)가 한국에서 전기사업을 하면서 그 돈으로 모은 엄청난 규모의 한국문화재를 말한다. 오구라는 한국 문화재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그 우수성과 예술성을 일찍 알아봤다. 또한 대구에 전기사업본부를 두고 경주와 경남지역의 문화재발굴 현장에 대한 정보와 전기사업으로 벌어들인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많은 한국문화재를 구입했다. 애초에 그는 한국과 일본의 유물사를 통해 한일고대사를 연구할 목적으로 유물을 구입하였으나 소장과정 중에 한국문화재에 더욱 애착과 욕심을 가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가 이렇게 가치있고 중요한 한국문화재를 많이 모을 수 있었던 것은 조선총독부와 고적조사사업이라고 하는 한국문화재 수탈계획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의 재벌들을 보라. 돈이 많다고 해서 누구나가 문화재를 구입하고 소장하고 관리하지는 않는다. 삼성처럼 비자금이나 재투자목적으로 특별히 관심을 가지는 경우라 아니라면 간송 전형필 선생님이나 호림 윤장섭 사장님처럼 한국 민족과 역사와 문화재에 대한 특별한 자부심을 가지고 소장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오구라는 한국문화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욕심과 뒤섞여 있었지만  애정과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선 도굴해온 물건이라도 물건이 가치있으면 값을 매우 높게 쳐 주었으며 비록 돈이 되지 않더라도 웃돈을 들여 보관 수리하며 자신만의 기준으로 한국문화재를 시대별로 선별해가며 전체적인 소장을 하게 된 것이 바로 그러하다.

 

  오구라 컬렉션이 제대로 관리된 것은 그의 생전까지이다. 오구라 컬렉션 보존위원회가 준비되고 그 위원회에 의해 일정한 시간동안 관리가 되었지만 그의 사후 유물추가구입은 없어지고 아버지의 유물을 억지로 관리하던 아들은 결국 1981는 도쿄국립박물관에 오구라컬렉션을 기증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일본은 이것이 한일간 문화재반환에서 빈번히 다루어지고 한국언론의 조명을 많이 받게 되자 '한국'유물전시실이라는 말을 빼버리고 '동양'이라는 말을 사용하게 된다. 오구라 컬렉션 중에는 다수가 일본의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우리나라가 힘이 없어 문화재를 약탈한 사실보다 현재의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한 한국문화재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의 인식과 관방의 인식이 낮은데 더 큰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중국은 시진핑 정부 들어와서 문화와 문화재를 중요시하는 정책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며 우리 고대사 유적들을 자국의 변방문화로 유네스코에 등록하는 등의 문화재 보존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일본 역시 제국주의 시대부터 문화재와 예술품에 대한 높은 안목으로 그 가치를 부여해왔고 경제적 성장을 바탕으로 세계의 중요 미술품 시장의 주요 메카로 기능해왔다. 우리나라 관방은 자신들의 좁은 관점에서 벗어난 기물에 대해 조금도 인정하지 않는 한편 일본과 중국에서는 빠르게 한국이 내다버린 문화재에 대한 자국문화재로의 등록 및 등재와 보호에 나서고 있다. 단순히 소장자의 애국심과 민족심에 기대어 무상기증이나 유도하고 해외문화재는 무상반환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문화국민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게 문화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홍보하고 문화재에 대한 예산 배정을 많이 해서 좀 더 폭넓고 예술사의 공백을 메우는 다양한 유물 유적의 조사를 통해 잃어버린 우리 문화재의 복원을 통해 잃어버린 조상의 예술성과 정신을 찾아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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