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선 볼 수 없는 문화재 박물관에선 볼 수 없는 문화재 1
김대환 지음 / 경인문화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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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문화재사나 도자사는 책을 보면 인용되는 유물의 사진이 거의 비슷하다. 관에서 주도하는 유물 외에 그 진품여부나 자료인용 여부에 대해 폐쇄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직 우리 나라 도자사나 청동기물 등의 문화재 서술은 기존의 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늘 같은 방식의 되풀이로 서술되어 온 점이 많다. 그러나 이 '박물관에서는 볼 수 없는 문화재'라는 책을 쓴 김대환님은 35년간 개인이 정성스럽게 수집한 5000여점의 기물을 박물관의 특성에 맞게 여러 해에 걸쳐 무상 기증하면서 문화재 소장의 본보기를 보였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관점으로 설명되지 못할 새로운 도자사의 영역을 개척하였다고 볼 수 있다. 기존 박물관과 책자에 흔히 볼 수 있었던 유물과 유적을 이 책에서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만큼 새롭게 발굴되고 또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기물을 중심으로 책을 소개하면서 우리 도자사의 공백을 메워주고 있는 것이다.

 

 '고구려 불꽃무늬 금관'을 통해 고구려의 금 세공기술이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알 수 있으며 공민왕릉 출토 '용머리 황금잔'과 '연꽃 물고기 파도무늬 황금합' 을 통해 우리 문화재 중심이 역사와 마찬가지로 신라 중심의 태도에서 고구려 중심의 관점으로 옮겨갈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 고구려사에 대해서는 남북한이 분단되어 있어서 공동연구가 부족한 점. 그래서 한반도의 남쪽 반에 갇힌 우리로서는 중국대륙을 본거지로 활동했던 고구려사에 대한 인식의 부족 등을 통해 우리의 역사관과 문화재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는 한계로 작용했음이 드러난다. 그 고구려사가 고려에 그대로 이어져 왔으나 정작 이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빈약한 점이 많았는데 저자는 신라와 발해를 남북국시대로 명명하여 우리 문화사에 대해 새로운 관점의 제공을 통해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소장 유물을 통해 우리 박물관에는 없고 또 인정되고 수용되지 못한 영역에 대한 개척을 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옥으로 된 합과 청자철유 완, 금 은으로 제작된 용두 자물쇠, 청자 필세, 그 외 다양한 청동경 및 청동기물을 통해 새롭고 신선한 기물들을 많이 소개하고 있고 그를 통해 학문적인 영역까지 조금은 정리해내고 있는 것으로 이 책은 그 시대서술적 의미를 가진다고 본다. 청자 다완, 청자상감 동화 꽃넝쿨무늬 접시편, 고구려 도침, 고려 백자 등 한국도자사와 문화재사의 공백을 메워줄 수 있는 의미있는 기물들의 소개를 통해 한국미술계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하나의 돌멩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 외 한국과 중국의 교류를 통해 제작되고 오갔던 수많은 도자기를 비롯한 문화재들이 아직 미개척과 미인정의 영역 하에 있다고 생각된다. 기물이 제작되었던 시대의 마음으로 돌아가면 어찌 하나의 유물만 있었을까? 비슷하고 다양한 수많은 기물들이 실험적으로 만들어졌을 것이고 그 속에서 빛나는 완성도가 높은 기물들도 제작되었을 것이다. 고려시대 초기 도자기를 구워내면 열 중에 팔구는 허물어지거나 터지거나 했기 때문에 쓸 수 있는 기물은 십에 한 둘이라 하였다. 그런데 어찌 하나만 존재하겠는가? 그것만이 진짜고 나머지는 가짜라고 매도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마음이 열려 있고 가능성에 열려 있으며 또한 자신의 욕심과 권력에 치우치지 않는 정직한 사람들의 노력으로 인해 한국문화재사는 더욱 확장될 것이며 그런 방식으로 반드시 다시 씌여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들의 노력과 그것을 믿는 사람들의 지지와 인정 속에 우리 문화사는 더욱 풍부하고 우리 문화재가 갖는 역사적 의미와 세계사적 의미는 더욱 높아지고 풍성해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때에야 우리는 우리 고구려를 비롯한 고려, 조선의 도공들이 얼마나 수준높은 최첨단 하이테크 산업을 주도해왔는가를 알 수 있을 것이며 한반도를 둘러싼 각축과 전쟁과 역사의 흐름을 더욱 명료하게 이해하게 될런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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