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그리움으로 우린 다시 만났을까 - 개정판
성전 지음 / 마음의숲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법정스님 이후로 편안하고 물흐르는 듯한 글을 성전스님에게서 읽게 된다. 고성의 용문사 주지로 계시고 어떤 인연으로 두 번 뵈었는데 글로서 만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 할 수 있다. 네 장으로 구성된 이 글은 우선 자연에게서 배우라고 한다. 자연에게는 인위적인 의도나 집착없이 때가 되면 알고 피고 진다. 그러나 아주 우주의 끝에서 우리들에게 오랜 시간을 거쳐 빛이 되어 와닿고 햇살이 되어 와닿는다. 하지만 우리에게 아무런 무게를 느끼지 않게 한다. 가벼움이다. 그것은 자유이다. 자연이 가진 자유로움, 우리는 이 귀한 인생을 살아가면서 배워야 한다.

 

  그리고 이 귀한 생을 살면서 우리는 우리의 영혼을 성장시키는 일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영혼을 성장시키는 일은 자신을 알아가는 일이다. 자신의 마음 속에 세상의 온갖 보물과 진리가 갖추어져 있음을 믿고서 그 보물을 찾을 의지와 행동을 시작함을 의미한다. 좋은 마음을 품고 좋은 의도로 좋은 발원으로 공부하여 자신의 참 보물을 찾아야 한다고 한다. 공부는 나를 성숙시키고 주변 사람들을 성숙시키고 나아가 사회와 자연과 우주를 성숙시킨다. 우리들이 귀한 인연으로 사람으로 태어나 사는 이유는 우리들의 영혼의 성숙때문임을 쉬운 일상의 언어로서 우리들에게 가리킨다.

 

  그러면 영혼의 성숙이 지향하는 삶은 무엇인가? 행복한 삶이다. 누구나가 행복한 삶을 꿈꾼다. 그러나 진정한 행복을 위해 길을 걷는 사람은 드물다. 우리의 마음은 자신의 몸과 자아의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것을 행복이라고 잘못 안다. 그러나 자신의 본래모습이 나라고 할 그 무엇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될 때 누군가 또는 상황이 빼앗을 수 없는 영원한 행복 속에 살아감을 알게 된다. 그 진정한 행복은 자연스럽게 주변사람들에게 옮겨가 주변을 행복하게 전염시키는 행복바이러스가 된다. 진정한 행복은 존재의 본질을 깨달은 자에게만 있다. 그러니 쉬운 말로 설명한 스님의 글을 말로 이해한다고 해서 행복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기 스스로의 노력으로 공부과정을 통해 검증해야만 그 자리에 이르를 수 있고 그 때야 비로소 알게 되리라. 온 몸으로... 그러니 큰 스님들의 말씀을 범부인 우리들의 좁은 소견으로 함부러 판단할 수 없는 것이리라. 우물 안 개구리가 어찌 큰 용이 그리는 세상에 대해 말할 수 있겠는가?

 

  스스로의 삶의 깨달음으로 행복에 이르는 길을 아는 자는 이제 타인과의 인연으로 나아간다. 나아가서도 스스로의 중심을 잃지 않고 타인에게 도움될 수 있는 도리를 안다. 제대로 공부하지 못하고 타인과 맺는 관계는 결국 미움과 증오와 서로 간의 상처만 남길 뿐이다. 물론 공부하는 사람이야 그 얼룩과 상처를 또 빨리 지워내겠지만 순간 순간 인연의 도리를 쓰는 법을 아는 자라야 비로소 업을 만들어내지 않고 그 관계를 순간 순간 다하며 살 수 있으리라. 그렇지 않다면 우리들의 삶은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니 진리를 통찰하거나 공부하는 삶만이 의미가 있다. 적어도 공부하면 그 과정의 모든 것을 공부의 방향으로 돌릴 수 있고 또 바른 인연의 방향으로 턴 할 수 있다. 그러면 적어도 이 생의 또 다른 악연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내 살아갈 만큼의 매순간의 한 움큼의 공기만으로도 생의 기쁨과 희열을 느낄 수 있도록, 나를 비춰주는 한 스푼의 햇살만으로도 나는 무한한 존재의 경이를 느낄 수 있도록 나는 우주의 경이로움 속에 마음을 온통 열어두어야 할 것이다. 세세생생 바른 법 만나 마음 더욱 밝아져 세상에 조그만한 도움이라도 되기를 발원한다. 스님의 글을 통해 모처럼 마음을 한 번 부드러운 빛으로 씻어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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