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세기의 달빛 - 시인 고은과의 대화
고은.김형수 지음 / 한길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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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첫 느낌은 웅혼하다. 온 우주가 내는 소리를 담아내어 글로 옮긴다면 아마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우아한 우주처럼 이 책은 우아하다. 바로 고은 선생님의 삶과 마음에서 펼쳐진 세계이기 때문이다. 어떤 문인에게는 어릴 적 향수의 감성이 자신의 문학의 자산일 수도 있고 또 역사적 사건이 그의 마음 속의 문학세계의 큰 축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깨달음의 문학을 할 수도 있지만 역사 속에 있으면서 그 역사성을 끝없이 탐구해 들어가면서 문득 개체성을 버리고 온 우주의 텅 빈 공간 속에 서 있는 느낌을 가지게 하는 시가 바로 고은 선생님의 느낌이다.

  어쩌면 이렇게 광활하면서도 적확한 표현들이 그의 마음 속에서 생겨날까? 시란 우주의 사투리이다. 우주가 내는 제각각의 소리가 그에게는 시이다. 그의 삶도 역사도 그 모든 것이 그에게 있어서는 시로 회귀한다고 한다. 시를 위해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역사적 사건이 그의 안에서 체험되어지고 그것이 마음에서 용해되어 새로운 산출물이 된다. 그 산출물이 시다.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마저 모르고 산다. 또는 시대 속에 매몰되어 변화되는 세상을 비판하거나 등돌리고 살아간다. 자신만의 과거의 방식을 고집하며....그러나 시인은 자신이 살아왔고 자신의 삶의 축을 형성했던 20세기와 지금 펼쳐지고 있는 21세기의 시대적 과제를 시속에서 받아들이며 소화해내며 끝없는 도전과 모험 속에 자신을 두고 있다. 그러니 한 세기의 역사도 그에게는 달빛이었건만 두 세기의 달빛으로 살고 있으니 그에겐 시를 쓰기에 모자람이 없다.

  여느 시인이라고 한 시대의 문학적 소명과 과제를 자신의 문학세계에 끌어오려고 할 것이며 또 그 시대적 소명을 넘어 진정한 삶의 가치를 추구하려 할 것인가? 역사가 문학을 이끌어주는 그 끝까지 가서야 비로소 역사의 손을 놓고서 홀로 남겨진 시의 길을 뚜벅 걸어갈 수 있었던 이는 과연 몇이나 될까? 삶의 시대의 깨달음을 통해 언어가 해낼 수 있는 최상의 역할을 찾아낸 이가 보여주는 세계는 우리들로 하여금 웅장함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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