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닌 사람과 사는 지혜 - 루이제 린저의 38가지 이야기
루이제 린저 지음, 곽복록 옮김 / 지식공작소 / 200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녀는 전체주의에 의해 세계가 암흑속에 묻혀 있을 때 독일에서 나치즘에 대항하여 싸운 여류작가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이러한 그녀의 개인사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인생의 여러 가지 테마에 관해 여성잡지에 기고 했던 글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하지만 이 글에서도 나는 삶에 대한 그녀의 깊은 성찰과 더불어 부조리하고 참혹했던 사회현실에 대항하려 했던 그녀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그녀에게 있어 그녀가 경험한 삶의 비극들은 근본적으로는 '내가 아닌 사람과 사는 지혜'의 부족으로 인해 생긴 것들이었다. 나 아닌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방법의 오류가 결국엔 20세기 초반에 있었던 전체주의에 의해 피로 얼룩진 역사의 원인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 글은 그녀의 인생에 대한 여러 가지 주제들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는 개인사적 측면과 사회적이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폭력과 희생을 극복하고자 하는 사회사적 측면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쓰여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사랑으로 함께 공존하는 지혜가 결핍될 때에는 적어도 타인과 세상에 대한 닫힌 마음과 배타적인 마음은 갖지 않는 것이 필요하며 그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진리를 견지하기 위한 형식으로 인간이 최소한의 존엄을 가진 인간으로서 존중해주기 위한 '인간에 대한 예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개인간에 또는 사회적이로 이루어지는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으로서의 민주성을 요구하기도 하고 합리성을 요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런 삶을 바라보는 통찰이 없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로 구성된 사회라면 이러한 형식적인 타인의 인정조차도 모래성처럼 단 한 번의 바람에 한 번의 물결에도 쉽게 허물어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자신의 마음 속 선한 본성을 일깨우는 자각없이 더불어 사는 지혜가 문득 하루아침에 생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이 사람들에게 일상의 타성을 깨뜨리고 아직 우리 사회에 자리잡은 집단무의식과 나와 그들을 구별하는 마음의 차별을 깨뜨리기 위해 단 한 번 내리치는 죽비이기를 소망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