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미치지 않을 수 있겠니? - 김갑수의 살아있는 날의 클래식
김갑수 지음 / 오픈하우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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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의 미덕은 기생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아주 잘. 대표적인 직종이 문화비평가다. 실제 피아노로 젓가락 행진곡 하나 치지 못하면서 김선욱이 어떻고 조성민이 저떻고를 외친다. 입에 거품을 물면서.

 

김갑수는 미치지 않았다. 왜냐? 이렇게 글을 쓰고 방송에 나가 말을 하니까. 그런데 그의 관심사는 미친 사람들이다. 쉽게 말해 미친 놈들을 팔아 미친 척하며 먹고 사는 거다.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들은 열광한다. 아, 나도 미쳐보고 싶다.

 

미친다는 건 황홀경에 빠져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작곡하는게 아니다. 그야말로 필름 아웃. 멍한 상태가 되는 거다. 영화 <뻐구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의 잭 니콘슬을 떠올려 보라. 그는 생에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는데, 정상인 상태에서 미쳐가는 과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김갑수가 미치지 않았으면서 아주 가끔 미친 적 하거나 혹은 미친 예술가들을 도마위에 올리고 이리저리 난도질하는게 썩 유쾌하지 않다. 아주 고독하고 외로운 늑대같은 영혼을 가진 사람치고는 지나치게 비대하고 가진 것도 많다.

 

그러나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으니 너그럽게 받아들인다. 커피원두콩 한 알 직접 재배한 적 없으면서 수백만 원 짜리 업소용 머신을 사서 커피 맛 감별하는 척하는 것은 조금 꼴사납지만. 그게 다 미친 놈 팔아 번 돈으로 하는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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